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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고전음악에서 오페라!하면 가장 먼저 이태리가 떠오른다. 베르디와 벨리니, 도니젯티를 비롯해 푸치니에 이르기까지 이태리 오페라는 '오페라의 산실'이라고 할 만큼 세계 정상의 위치에 서있다. 이태리 오페라를 자세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주인공이 대부분 여자라는 것이다. 프리마돈나인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건이 펼쳐지는 스토리는 이태리 오페라의 가장 큰 특징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유명한 오페라의 제목을 보아도 <아이다>, <토스카>, <마농레스코>, <투란도트>, <쟈니스키키>, <노르마> 는 모두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또한 <라 트라비아타>와 <나비부인>은 여주인공을 암시한다.
★ 오페라의 고향
오페라의 주역인 여주인공들의 종말을 보면 대부분 해피엔딩이 아닌 비극으로 끝마친다는 점도 특이하다. 거의 대부분 이태리 오페라는 프리마돈나의 죽음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면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오페라는 서두부터 여주인공이 죽을 수밖에 없는 배경을 설정하고 그녀를 가엾게 죽게 하므로써 관객들의 동정심을 자극하여 감동을 안겨주는 지극히 심리적인 연출기법을 구사하고 있다.
이태리 오페라에서 여주인공들이 죽는 모습은 참으로 다양하다. <리골레토>의 질다와 <나비부인>의 쵸쵸상은 칼로 자기 목숨을 끊고 <일 트로바토레>의 레오노라는 스스로 독약을 마신다. <토스카>는 절벽에서 몸을 던지고, <노르마>는 뜨거운 불 속에 뛰어들며 <아이다>는 사형을 당하는 연인과 함께 죽음의 길을 택한다. 예외가 있다면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와 <라 보엠>의 미미는 병으로 죽고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루치아는 미쳐서 죽는다. 아무리 극을 위한 것이라지만 여자 주인공들을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건지 약간 심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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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오페라 작곡가들은 각본을 짤 때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 여주인공을 좀 더 비극적인 모습으로 죽게 만드는 것이 그들에겐 무척 고민거리였을 것 같다. 하지만 여주인공이 꼭 죽어야만 관객들이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오페라의 프리마돈나를 맡은 여가수는 공연 때마다 매번 죽어야 하니 그리 즐겁지만은 않을게다. 한편 사랑을 주제로 하면서도 여주인공이 죽지 않고 해피엔딩으로 결말지어지는 이태리 오페라가 하나 있는데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이 바로 그것이다.
★ 사랑의 묘약 - L'Elisir d'amore
이 오페라를 만든 도니제티는 벨리니, 로시니와 함께 19세기 초에 활약한 이태리의 오페라 작곡가이다. 도니제티의 오페라는 로시니 오페라의 희극적인 요소와 벨리니 오페라의 비극적인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으며 그가 만든 오페라 중에서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사랑의 묘약>, <돈 파스콸레>가 가장 유명하다. 도니제티는 당시 베니스에서 인기 최고의 오페라였던 벨리니의 비극 <노르마>에 대적하기 위해 <사랑의 묘약>을 만들었는데 젊은 남녀의 3각 관계를 2막의 짧은 스토리에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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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묘약>은 극의 전개도 재미있거니와 해피엔딩 스토리라는 점 때문에 당시 대중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희가극답게 극중 인물의 성격도 극단적으로 설정되어 재미를 더해 준다. 약간 멍청하지만 사랑의 순수함을 지닌 '네모리노', 저돌적이면서 핸섬한 군인 '벨코레', 아름다운 공주병 환자 '아디나', 이름도 재미있는 엉터리 약장수 '둘카마라'... 특히 둘카마라는 주인공 세 사람의 갈등으로 경직될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바꿔주는 감초역할을 한다. 그럼 도니제티가 만든 <사랑의 묘약>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젊은 농부 네모리노(테너)는 콧대높은 대지주의 딸 아디나(소프라노)를 사모하지만 가난한 자기의 처지 때문에 구혼하지 못하고 애만 태운다. 그러나 호탕한 군인 벨코레(바리톤)는 아디나의 아름다움에 반해 꽃다발을 바치며 그녀에게 청혼을 한다. 이때 엉터리 약장수인 둘카마라(바리톤)가 마을에 나타나 '사랑의 묘약'이라고 불리우는 약을 팔기 시작한다. 사실 이 약은 값싼 포도주에 지나지 않는데 아디나를 벨코레에게 빼앗길까 걱정하던 네모리노는 다급한 마음에 약을 사서 단숨에 마셔 버린다. 그는 약 효과가 나타났다고 착각하고 마을 처녀들이 모두 자기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상상속에 즐겁게 노래하고 춤춘다. 이런 행동을 본 아디나는 네모리노가 자기를 이제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벨코레의 청혼을 승낙하고 만다. 벨코레는 곧 전쟁터로 나가야 한다며 즉석에서 결혼할 것을 요구하게 되고 3일 후에 결혼식을 치루기로 약속해 버린다.
결혼식 날이 닥치자 아디나의 집은 하객들로 붐비는데 공증인이 나타나지 않아 결혼식이 지연된다. 결혼식을 앞둔 아디나는 네모리노가 아직도 그립다.(이태리판 미워도 다시 한번?) 네모리노는 약장수 둘카마라에게 아무런 약효가 없다고 항의하지만 그에게 도리어 사랑의 묘약을 한 병 더 마시면 효과가 바로 나타날 것이라면서 유혹한다. 그러나 가난한 농부 네모리노는 더이상 약을 살 돈이 없다. 결국 네모리노는 벨코레에게 군인을 모집한다는 얘기를 듣고서 군에 입대한 뒤 지원수당을 받아 사랑의 묘약을 한 병 더 사서 마신다. 이때 마을사람들이 와서 네모리노의 아저씨가 별세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많은 재산이 네모리노에게 상속되었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나 이 소식을 모르는 네모리노는 가짜 약에 취해 떠들고 다니며 일부러 아디나에게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그런 모습을 본 아디나는 또다시 실망을 금치 못한다. 아저씨의 죽음과 유산상속을 모르는 네모리노는 마을 처녀들이 자기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아저씨가 남긴 유산 때문이라는 것을 모른채 약장수에게 사서 마신 묘약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둘카마라에게 아디나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 듣는다. 아디나의 사랑을 얻기 위해 네모리노가 군대에 입대하여 받은 돈으로 사랑의 묘약을 사서 마셨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아디나는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이 모습을 바라본 네모리노는 그녀의 사랑에 감동하며 노래를 부른다. 이때 부르는 아리아가 바로 "남몰래 흘리는 눈물 - Una furtiva lagrima"이다. 모든 사실을 알게된 벨코레는 시원스럽게 아디나를 단념하고 마을 처녀인 자네타를 택하게 된다. 결국 네모리노와 아디나는 지금까지의 모든 오해를 풀고 영원한 사랑을 다짐한다. 엉터리 약장수 둘카마라는 자신이 만든 사랑의 묘약으로 두 남녀가 맺어진 것이라며 마을 사람들에게 선전하자 사랑의 묘약은 날개돋힌 듯 팔려 나간다. 사랑의 묘약을 다 팔고 난 뒤 약장수 둘카마라는 마을사람들의 환송을 받으며 떠나간다.
★ 남몰래 흘리는 눈물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희극적인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노래가 많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네모리노가 부르는 카바티나 "얼마나 아름다운가 - Quanto e bella", 아디나의 카바티나 "무정한 이졸데 - Della crudele Issotta", 네모리노의 로맨틱한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 - Una furtiva lagrima", 둘카라마가 부르는 코믹한 노래 "무엇이든지 다 고치는 묘약 - Ei corregge ogni difetto"은 꼭 기억해 둘만한 노래들이다. 그 중에서도 "남몰래 흘리는 눈물"은 지난해 인기 드라마였던 새로운 버전의 '청춘의 덫' 에서 주제가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세 남녀의 애증관계를 섬세한 감각으로 그려낸 극의 분위기와 너무도 잘 맞아 떨어져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의 가사 내용은 이렇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 그녀의 빰에 흐르네
다만 그대는 홀로 생각에 잠겨
무엇을 의심하랴, 무엇을 의심해
내가 찾던 진실한 사랑, 그대에게 있음을
깊이 그대가 간직한 사랑의 말과
남 몰래 새어나오는 그대의 한숨
나만이 듣는다, 오늘의 그 한숨
나만이 듣는다, 오늘의 그 한숨
그녀의 한숨과 나의 한숨이 마주 칠 때
가슴은 기쁨에 넘쳐 흐른다
주여, 저는 죽어도 좋습니다
이제 무엇을 더 바라오리까, 바라오리까...
이태리 오페라의 특징은 '벨칸토'라는 창법에 있다. <사랑의 묘약>에서 테너 목소리에 실린 "남몰래 흘리는 눈물"은 아름다운 미성으로 불러야 하는 대표적인 벨칸토 풍의 아리아로서 테너 지망생이라면 언젠가는 꼭 부르게 될 명곡중의 하나이다.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테너 가수들이 이 노래를 불러 왔는데 현존하는 테너 중에선 세계 3대 테너로 불리우는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 플라시도 도밍고가 벨칸토 창법의 진수를 들려준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네모리노역에는 달콤한 미성을 자랑하는 이태리 출신의 테너 파바로티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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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의 목소리는 그 컬러에 따라 두가지로 구분되는데 그 하나는 리리꼬이며 또 하나는 드라마띠꼬이다. 리리꼬는 낭만적인 오페라에 잘 어울리며 드라마띠꼬는 격정적인 오페라에 잘 어울린다. 네모리노는 당연히 리리꼬 테너가 맡아야 제격이다. 그들의 노래를 비교해 가며 감상해 보는 것도 오페라 감상의 또 다른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연주로는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가 레코딩한 음반이 있는데 실제 부부사이인 그들의 노래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가득하며 상큼한 극 전개 또한 인상적이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신파조에 가까운 내용에도 불구하고 그 스토리에 담겨진 무한한 생명력은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 대다수의 이태리 오페라는 바그너나 베버가 그려내는 영웅적인 분위기의 도이치 오페라와 비교해 볼 때 규모 면에서 비록 작긴 하지만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을 담고 있어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겨 나온다. 그래서 이태리 오페라가 우리들 정서에 더욱 진하게 와 닿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태리 오페라의 노래 속에는 우리 가슴속에 묻어둔 감성을 이끌어 내는 신비한 <사랑의 묘약>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fin) FEB.12.2000
남몰래 흘리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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