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근이의 울음과 미소, 모두 많은 날이었습니다. 드디어 바다에 들어갔고 아직은 맘놓고 자신을 풀어놓지 못하고 계속 징얼댔지만 그래도 한참 바닷물 속을 걸었습니다. 텀벙텀벙 자신의 몸을 다 맡기고 신나게 노는 완이만큼은 아니지만 조만간 마음을 풀어낼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늘 적어도 100조각은 될듯한 퍼즐판의 30조각을 한꺼번에 맞춘 듯한 느낌입니다. 근이를 이해하고 그리고 근이의 행동을 이해하게 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사안인데요, 근이의 식판엎기부터 손으로 마구 집어먹기, 바닥음식 훑어먹기, 이식증, 게걸스럽게 먹어대기, 함께 먹지 않으려고 했던 행동들 모두 그 원인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실 아이를 맡아서 함께 생활해야 할 때 아이에 관한 정보를 부모에게 별로 묻지는 않습니다. 물론 어떤 부모님들은 아이에 대해 상세히 적어서 보내기도 하지만 참조는 하지 않습니다. 저의 숱한 경험으로 볼 때 부모님들은 (저포함) 자기 자식에 대해 가장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가장 모르거나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짙습니다.
새롭게 아이를 다시 파악하는 이유는 아이에게 꼭 필요한 부분을 부모와 다른 시각에서 꼭 찾아서 보아야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도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동안 마치 취중진담처럼 내재된 많은 것들을 드러내놓기 마련입니다.
어떤 행동들은 집에서 결코 하지않았던 행동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집이라고 24시간 아이를 지켜보는 것도 아니고, 남들은 이해하기 어려워도 나는 이해하고 용서하기 마련인 행동으로 넘겼을 가능성이 있기에 이런 언급은 맞지않는 부분들이 꽤 큽니다. 설사 몰랐다고 해도 문제인것이죠.
이번 주 월요일부터 정식으로 근이와 많은 시간을 갖게되면서 근이의 행동에 대해 하나하나씩 퍼즐을 맞추어갑니다. 더 빠른 퍼즐맞추기를 위해 문제행동에 대해 행동수정법으로 대처해볼지 뇌과학적 분석에 따른 감각문제에 촛점을 맞추어 해결책을 마련해볼지 아직 결론을 못내는 사이...
근이의 식사관련 많은 문제행동들은 바로 극심한 안구실행증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보통 자폐증은 극심한 감각처리의 어려움으로 인해 결국 실행증의 덫에 걸리는 반면 애초 극심한 실행증(안구실행증 포함)에서 비롯된 자폐증으로 빠지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보통 실행증에서 출발하는 발달장애를 지적장애라고 분류하기도 합니다.
근이의 상태는 단연 후자케이스입니다. 근이의 실행증 특히 안구실행증은 정도가 너무 커서 평가를 해보자면 신생아 구강기에서 정도에 해당됩니다. 생후 3-4개월 수준에서 나와야하는 시각정보처리 기능인 동작추적, 보이는 대상에 손뻗어 집어보려는 시도 등의 가까운 거리측정 발달단계에서 거의 멈춰버렸습니다.
위의 그림에 나와있는 것처럼 생후 3-4개월에 동작추적(3D기능) 근거리 장거리 안구촛점과 대상물체 손으로 잡기, 거리 깊이 등의 기능이 확 발달하는 시기인데 우리 아이들 중에는 여기서부터 발달이 아주 더뎌지는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멈추면 거대한 입체공간에서 동작 추적의 어려움으로 인한 불안과 공포, 눈과 손 사이의 거리조절의 어려움, 신체 관절들의 다각도 움직임을 배우지 못하게 됩니다. 바로 이런 시각발달의 문제가 생활 속의 수없이 다양한 동작을 만들어내지 못하게 되는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시각발달의 문제와 더불어 근이의 구강과 주변조직 발달이 아직은 유동식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발달단계입니다. 씹는 근육 자체가 아직 발달전이라 젖병이나 유동식하듯 빠는 정도의 기능, 눈과 손사이 거리 감각판단의 미숙, 제한된 관절움직임 등등이 근이를 식사 때마다 이상한 행동으로 나타나게 했던 것입니다.
근이의 식사법은 아직 유동식을 해야하는 유아단계라서 어떤 음식이든 그대로 삼키고 아직 사리분간을 못하는 아기처럼 손가락 모두를 사용하게 되는 마구잡이로 굳어져 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유동식이란 것이 커가는 덩치를 커버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아 근이는 늘 허기지고 이런 허기로 인해 늘 허겁지급 급하게 먹거나 번개속도로 음식식기를 낚아채려고 하거나, 그러면서 자기가 원하는 음식과 관계없이 입에 넣고보니 손으로 입에 들어간 음식을 다시 내뱉는 악순환이 지금까지 되어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당장 이걸 해결해가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교정이 될 때까지 식사 때 손을 쓰지못하게 하는것 그리고 삼킬 때까지 입에 들어간 음식이 다시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저작운동을 도와주는 것입니다. 음식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로는 숟가락이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10여년 가까이 음식담긴 식기와의 거리측정의 어려움, 도구사용의 어려움, 배고픔으로 인한 먹을것에의 집착과 그리고 식사 때마다 혼나야했던 사회적 상처들이 중첩된 모습이 바로 근이가 식이증이나 게걸스럽게 먹으면서도 음식을 입밖으로 뱉어내는 혐오스런 모습으로 가게 한 원인들이었을 겁니다.
이걸 교정하기 위한 단계에서 근이의 허기진 배를 끼니때마다 포만감있게 만들어 주는 것, 스스로 손으로 음식이나 음식담긴 식기들 뒤엎어버리리는 번개속도 자제하는 것, 근이가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 구분하여 내뱉지 않게 도와주는 것 등등 이런 작업들이 총체적으로 요구되고 시간도 걸릴 것입니다.
바로 어제 아침부터 그 작업들을 통해 근이가 포만감있는 식사를 했고 그로 인해 간만의 만족미소를 많이 보여준 하루였습니다. 저녁식사 후 완이랑 근이랑 3일째 하고있는 저녁산책 시간, 근이녀석 가장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활짝 웃으니 그 미소들이 신선하기 그지없습니다.
근이만 이뻐할 새라 질투심도 경쟁심도 많아진 완이녀석 미소도 일품입니다.
산책돌아와 숙소 테라스에서 갖는 간식시간, 저도 근이녀석 행동분석을 끝내니 힘들다는 마음보다는 도와주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근이를 대하니 억지로 손쓰지 않게 강요하지 않아도 근이 스스로 손에 힘을 많이 풉니다. 이 정도면 됐다!싶습니다. 퍼즐의 30%쯤 맞춘 날이라 나머지 70%의 절반은 분명 근이녀석 스스로 해나가리라 생각합니다.
첫댓글 아, 근이가 넘 막막했는데, 식사 문제의 원인이 밝혀지고 가닥이 잡혀가니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수면 중 배변 문제만 해소되면 넘 좋겠습니다. 두 분 선생님도 대표님도 고생 많으십니다. 더위와 장마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기 기도합니다.🙏🙏🍒
글 올리시는 시간이..대표님은 몇시에 주무시고 일어나시는지 실짝 궁금해집니다^^
대표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 아이들 모두 제주도에서 많이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