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온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계기 중의 하나가 미국에 첫발을 디딜 때 공항에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마중나오느냐에 달려있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즉,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 막막한 상태에 있는 초기 이민자들은 공항에 마중나온 친지가 소개하는 업종으로 인도되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생계를 자연스럽게 그 분야에서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민 생활에서 성공한 사업가 중에서 과연 공항에 마중나온 친지가 인도하는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될까.
새로운 분야에 부딪치게 되는 이들을 ‘공항파’라고 하고, 이민 오기전 자신이 관여하던 직종 또는 준비해온 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을 ‘신중파’라 할 때, 성공한 기업인 중에는 과연 어느 쪽의 비율이 더 높을까.
캘스테이트 새크라멘토 대학교 경영학과의 김종호 교수는 한국계·중국계·일본계· 베트남계 등 소수민족 사회의 성공한 기업인 200인을 인터뷰 했는데, 그 결과 흥미롭게도 ‘신중파’ 보다는 ‘공항파’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어찌 보면, 아무런 준비 없이 친지가 소개하는대로 뛰어든 업종에서보다 본인의 적성이나 한국에서의 배경 등을 토대로 신중하게 고른 분야에서 이민자가 성공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김 교수에 분석에 의하면 후자의 사람들은 신중히 고른 만큼 오히려 한국에서 가지고 있던 선입관 등이 장애가 되어 이민 생활에 적응하는 적극성이 떨어지고 그러다 보면 자신이 원하던 분야의 사업에서 성공하는 확률도 낮다는 것이다.
반면에 ‘공항파’의 사람들은 전혀 새로운 분야에 닥치는 대로 일에 뛰어드는 적극성과 투지를 발휘하게 되어 성공지향적인 자세를 가지게 되고 그러다 보면 궁극적으로 성공하는 기업인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경우가 그러한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그 동안 한인타운의 외형적인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오히려 자본없는 한인들이 사업을 하기에는 점점 상황이 열악해지고 있다.
이민 규제가 갈 수록 까다로워 지고 있는 시점에서 비즈니스 투자 이민으로 집중되어 한인타운의 사업체 매매가격이 터무니 없이 부풀려졌기 때문이다.
작년도 한국에서 한 홈쇼핑 업체가 소위 ‘이민상품’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송에서 판매했는데 한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175억원어치가 판매될 정도로 한국의 이민 열풍은 뜨겁다.
특히 고용시장의 앞날이 어둡고, 정치·사회적인 혼란에 식상한 20,30대부터 명예퇴직한 40,50대까지 ‘탈한국’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초기 이민자가 영어도 필요없고 한인상대로 비교적 손쉽게 할 수 있는 업종으로 몰리는 것을 탓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민 연수가 10년, 20년된 업체들도 한인상대의 제한된 업종에만 매달리다 보면, ‘공항파’의 성공담은 앞으로는 한인사회에는 더이상 통할 수 없는 얘기가 되고 말지 모르겠다.
초기 이민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끈기와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 정신과 개척정신이겠지만, 그러한 불굴의 투지와 정신이 초기이민자들 못지 않게 이민 선배들에게 더더욱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기존 이민자들이 새로운 분야에 끊임없이 도전함으로써 한인들이 할 수 있는 업종을 확대해 놓지 않는다면, 제한된 업종 내에서의 생존경쟁은 비극을 부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업체 매매가격 등으로 인한 분쟁이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글/정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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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선배들이 한인타운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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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7.22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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