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산 나물산행
* 위 치 : 경상북도 포항시 기계면, 영천시 임고면, 자양면
* 일 자 : 2013.05.17 (석가탄신일)
* 날 씨 : 맑음
* 산행코스 : 블릿재 - 운주산(806.2m) - 블릿재
* 산행시간 : 약 4시간 30분 소요 (하산길 산나물 뜯으며)
오는 둥 마는 둥 우물쭈물 하던 봄은 어느새 간 곳이 없고, 싱그러운 초록과 함께 전국이 영상 30도 이상 올라가는 무더위에 시달리는 철없는 오월의 날씨라고 한다. 다행인지 포항은 오전에 잠시 덥다가 오후에는 동해에서 추위를 느낄 정도로 서늘한 샛바람(동풍)이 불어와 냉방과 난방을 번갈아 가며 틀어야 하는 이상한 날씨가 한 며칠 이어진다.
석가탄신일(불기 2557년 부처님 오신날)이 주말로 이어진 3일간의 황금 연휴에 외지에 나가 있는 아들 들이 집에 온다고 하여, 별도로 장거리 산행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었는데, 저녁 때 도착을 한다고 하여 잠시 가까운 근교 산을 다녀오기 위해 느지막이 오전 11시경에 집을 나선다.
우리 집에서 가깝고 시원한 그늘이 있는 운주산을 산행지로 정하고, 한 번도 올라보지 않아 늘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던 골짜기를 따라 왕바위 쪽으로 오르기 위해, 기계면 남계리를 지나니, 골짜기 입구에 있는 사찰에 부처님 오신 날이라 신도들이 타고 온 자동차들이 빼곡히 주차되어 있어, 어디 비집고 차를 세우고 산행을 하기에는 좀 그런 생각이 들어 부득이 블릿재 쪽으로 계속 차를 몰고 올라간다.
블릿재로 올라가는 임도에는 홍수 때 굴파 방지를 위해 군데군데 도로를 가로 지르는 깊은 물 도랑을 파놓아서 승용차는 다니기가 영 어렵게 되어 보인다. 오전 11시 50분경에 블릿재 아래 도착하니 주위에 오동나무 꽃이 활짝 피어 있고, 온갖 초여름 야생화들이 다투어 피어나는 골짜기 위에 하늘이 맑고 구름은 곱다. 들뜬 마음은 서둘러 산행 준비하여 우거진 초록 속으로 슬슬 빨려 들어 간다.
* 길가에 여기저기 오동나무 꽃이 피어 있는 블릿재 길.
* 길 옆 초록 우거진 공터에 주차한다.
* 오늘은 부처님 오신날
하늘은 맑고 창공을 떠 도는 하얀 구름 곱다.
* 오동나무 꽃이 잎 보다 먼저 피어 난다.
* 오동나무 꽃에도
아직 맞아 보지 못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윽한 향기가 있다.
* 창공에 노는 구름은 화면을 자꾸 바꾼다.
* 흐드러진 미나리냉이 하얀 꽃을 피우고.
* 미나리아재비도 노란 꽃을 초록 위에 뿌렸다.
* 미나리아재비 노란 얼굴 방긋 웃는 길.
* 산소 가에 하얀 '민백미'가 곱게 피어 있다.
* 올해 처음 보는 초여름 꽃 '민백미'다.
* 묵은 낙엽을 밟으며 비탈길을 잠시 오르면,
*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는 아름다운 낙동정맥 오솔길에 오른다.
잠시 시원한 낙동정맥 능선 길을 걸어 가다가
오늘 산행 길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사람을 만난다.
마주 오는 산꾼을 만났는데, 나의 '호젓한오솔길' 카페를 자주 찾아주시는 단골 회원이신 '건아'님이다.
쉐펠 단체 산행인 덕유산 종주 길에서 처음 뵙고 인사를 나눈 적은 있지만,
홀로 걷는 근교 산행 길에서 이렇게 마주하기는 처음이다.
죽장면 지동 마을에 살고 계시는데,
부처님 오신 날이라 부인과 같이 운주산 아래 안국사 절에 왔다가
혼자 운주산과 대우산의 초록 비단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 가는 길이라고 하니, 멋을 아는 산꾼다운 기발한 발상인 듯하다.
잠시 인사 나누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헤어진다.
* 이렇게 시원한
오솔길을 걸을 때면, 어디 간들 별 산이 있으랴 싶다.
* 시원한 그늘과 바람이 있는
운주산의 낙동정맥 길은 매년 무더운 여름철이면 즐겨 찾는 곳이다.
* '땅비싸리꽃'이 외롭게 피어 있다.
* 길 가에 보드라운 우산나물이
무리로 올라와 있으니, 돌아오는 길에 할 일이 생긴 듯하다.ㅎ
* 덜꿩나무꽃도 여기 저기 피어 있다.
* '졸방제비꽃'도 한 물을 넘긴 듯하다.
* 우산나물 군락,
침 넘어 간다. 내려올 때 다시 보자꾸나.
* 둥굴레꽃도 무리로 피었다.
* 운주산의 명물 노송이 있는 쉼터.
* 바위 옆에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길게 드리운 노송의 그늘은 멋진 쉼터다.
* 노송이 있는 봉우리에서 바라 본 운주산 초록이 곱다.
* 벌목을 해버린 확 트인 조망은
우측 초록 능선 위에 떠 있는 영천댐 풍경을 보여준다.
* 당겨 본 영천댐 풍경.
* 정상이 가까워 질 수록
느린 걸음으로 올라가는 철쭉의 무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 왕바위 전경.
쇠물푸레나무 한 그루 자라고 있는
왕바위에 올라서면 운주산에서 제일 시원한 조망이 기다리고 있다.
* 왕바위에서 바라본 서쪽 조망.
멀리 꼬깔산, 기룡산, 보현산, 면봉산, 배틀봉, 곰바위산 그 앞에 작은보현산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 발 아래 초록이 넘실대는 골짜기
오늘 이 쪽으로 올라 오리라 생각을 했었는데, 계획이 어긋나고 말았다.
조금 더 지나면 날파리와 모기떼가 극성을 부리고 발아래 독 오른 살모사들이 기다리는 어두컴컴한 골짜기 답사 길은 고역이다.
아마도 낙엽 지우는 가을이나 겨울철로 미루어야 할 것 같다.
* 왕바위에서 바라본 대우산 너머 북쪽 조망도 시원하게 트인다.
* 북동 쪽 방향
기북면 너머 낙동정맥에서 갈라진 비학지맥 위에 오뚝한 비학산이 보인다.
* 구지리 마을 위에
대물 낚시터 은천지와 기북면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 왕바위의 트인 조망.
* 창공에 어우러져 넘실대는 오월이 곱다.
* 왕바위를 휘감은 신갈나무 초록이 눈 시리게 곱다.
* 옆에서 바라본
왕바위와 트인 조망에 초록 가슴이 울렁인다.
* 좌측으로
안국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를 지난다.
* 미나리냉이.
* 벌깨덩굴.
* 눈괴불주머니.
* 해발 팔백 고지 부근에는 아직 철쭉이 머문다.
* 화사한 꽃잎을 낙엽 위에 지우는 철쭉.
* 초록과 어우러진 연달래 아가씨 눈부시게 곱다.
* 아쉬운 듯 하나 둘
꽃잎 지우는 철쭉의 애잔함이 흐른다.
* 운주산의 두 개의 봉우리가 마주하여 기가 흐르는 목쟁이를 지나.
* 영천 쪽에 있는 운주산 정상으로 걸음을 옮긴다.
* 깔끔한 헬기장이 있는 운주산 정상 풍경.
* 헬기장을 지나 운주산 정상으로 다가간다.
운주산 [雲柱山]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기계면과 영천시 자양면, 임고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기계면과 영천시 자양면, 임고면의 경계상에 있다. 해발 806.2m로, 포항 지역을 관통하는 낙동정맥의 한 줄기를 이룬다. 멀리서 보면 구름을 받치고 있는 기둥처럼 보여 운주산(雲柱山)이라고 하였다. 산세가 험난해 방어지로 적합하여 임진왜란 때 백암 김륵의 부대가 성을 쌓고 진터를 설치하여 왜적과 항전을 벌였으며, 1910년대 산 아래에 있던 안국사가 포항 지역 의병부대인 산남의진(山南義陳)의 근거지로 알려져 일제에 의해 불태워지기도 하였다. 산 중턱에 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어 전쟁 때 주민들의 피난처로 이용된 동굴이 있다.
* 운주산 정상에는
영천시에서 설치한 제천단이 있다.
* 제천단 전경.
* 제천단 옆에 붉은병꽃.
* 애잔한 핏빛을 토한다.
* 제천단 주위에는 연분홍 철쭉이 한 물이다.
* 파란 창공과 어우러진 철쭉은 더운 날씨에도 생기가 돈다.
* 잎은 피고 꽃은 지고.
* 정상석이 여러 개 박혀 있는 운주산 정상에서 바라본 전경.
* 햇살이 따가운
영천 쪽 정상을 뒤로하고
서둘러 포항 쪽 봉우리로 걸음을 옮긴다.
* 실제로 낙동정맥이 흐르는
포항 쪽 봉우리는 영천 쪽 정상 보다는 약 10 미터 정도 낮다.
* 수목이 우거진 포항 쪽
낙동정맥 봉우리에서 보이는 유일한 조망이다.
* 구지리와 기북면 쪽으로 보이는 조망이 유일하다.
* 한번 더 당겨 본다.
* 이 봉우리에는
낙동정맥을 알리는 오색 리본이 찬란하게 걸려있다.
* 낙동정맥 봉우리를 뒤로 하고 하산하는 길.
* '눈괴불주머'니와 '벌깨덩굴'이 군락을 이루었다.
* 초록 속에 피어 있는 벌깨덩굴.
이렇게 많은 군락을 처음 보는 듯하여,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사진에 담아본다.
* 룰루랄라 신나는 오솔길로 돌아 오면서
배낭에 봉지를 꺼내 들고 산나물 채취를 시작한다.
* 비비추나물.
* 우산나물.
보드러운 '비비추나물'과 '우산나물'을 정신 없이 봉지에 뜯어 담는다.
* 우산나물은
옛날 어릴 적에는 독성이 있다고 삶아 말리어 묵나물로 먹었는데.
요금은 대부분 삶아서 씻어내고 그 자리에서 바로 먹는다.
특히 삼겹살과 돼지고기 쌈으로 해 먹으면, 독특한 향이 있어 그 맛이 일품이다.
우산나물과 비비추 나물로
작은 배낭을 꽉 채우고, 한봉지 손에 들고 오솔길을 따라 내려 오는 길 발걸음이 가볍다.
* 마눌에게서 전화가 온다.
작은 아들이 5시쯤에 터미널에 오는데, 오는 길에 태우고 올 수 있느냐고 한다.
* 호젓한 오솔길을 달려 자동차에 돌아 오면서 산행길은 종료 된다.
약 4시간 30분 동안의 바쁜 나물 산행을 마치고,
자동차에 돌아와 작은 아들에게 전화를 했더니 30분 후에 포항에 도착한다고 하여, 내 시간과 비슷한데 태우러 갈까? 했더니,
친구와 약속이 있어, 친구를 먼저 만나고 오겠다고 하여 시동을 걸고 바로 집으로 달려온다.
* 오늘 뜯어온 산나물
우산나물과 비비추가 전부다. 또 일주일 내내 산나물 반찬만 지겹도록 먹게 생겼다.
저녁에 아들 들이 들어 와서, 큰 아들은 월포에서 대학 동창들 모임이 있어 바로 나가고, 오늘 뜯어온 산나물에 돼지고기 쌈을 안주하여 작은 아들과 마눌 셋이서 소주 한 잔 나누면서 부처님 오신날 오월 하루가 그렇게 지나간다.
2013.05.17 호젓한오솔길
첫댓글 부처님의 자비가 온 산천에 전파 된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운주산 갖가지 야생화 그기다 산나물 까지
참으로 보기가 좋습니다
산나물 지겹도록 먹게 생겼습니다..ㅎ
감사합니다..늘 즐겁고 안전한 산행길 되세요.
저도 그날 뜻밖에 오솔길님을 만나 무척 반가웠습니다. 항상 인정미 넘치고, 감칠맛나는 산행기 잘 보고 있습니다. 이날 카메라를 안가져가서 아쉬웠는데 오솔길님 사진 보면서 그날의 추억을 더듬어 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아.. 참고로 전 유강에 살고있고, 고향 지동에는 나이드신 어머님과 큰형님 내외분이 계십니다. 그날 어머니 뵈러가는 길이었는데, 집사람이 안국사까지 태워주고 고향집으로 먼저 가고 전 걸어 산길로 고향집 가는 중이었습니다.
아~ 죽장 지동 고향으로 가시는 길이었군요..ㅎ
저는 고향이 상옥입이다.. 같은 죽장면이지요.
만나뵈서 반가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즐겁고 안전한 산행길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