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제 복용할수록 ‘독’ | ||||||||||||
[Life] 건강보조식품 벗기기- ① 비타민 보충제의 잘못된 상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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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체들은 사람들에게 주기적으로 비타민제를 복용하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고함량 비타민제는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생산기업에만 이득이 된다는 게 제약업체로부터 독립적인 의학자들의 생각이다.
아텐베르거는 짧은 회색 곱슬머리에 햇빛에 잘 그을린 갈색 피부를 가진 의사다. 그는 주 5일 중 3일은 가르스에 있는 시골 개인병원에서 일하고, 나머지 2일은 뮌헨에서 부유층을 위한 ‘건강 코칭’을 하고 있다. 그는 “나를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이 피로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아텐베르거는 고객에게 ‘비타민 링거’라는 특별한 치료를 제안한다. 그는 ‘당신의 몸에 최고의 활력 성분을 공급하세요’라는 광고 문구로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이 치료를 선전하고 있다. 치료비는 200유로부터 시작한다. 고객은 파워 주사 ‘유.바이탈 임펄스’(You.Vital Impulse), 빌딩업 주사 ‘유.바이탈 옵티멈’(You.Vital Optimum), 아니면 집중치료 ‘유.바이탈 비타 플러스’(You.Vital Vita Plus)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를 수 있다. 아텐베르거는 자랑스럽게 이 ‘생기 주입제’가 비타민, 효소, 미네랄, 그리고 미량 원소로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파워 주사는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해주고, 빌딩업 주사를 맞으면 활력을 느끼고, 삶의 기쁨과 의욕이 넘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주사의 효과에 대해 학술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은 비타민에 열광하는 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환자들이 계속 재방문하는 것을 보면 이 치료가 환자에게 도움이 됨을 알 수 있습니다. 수요가 효능을 증명해주죠.” 그는 자신이 처방하는 비타민 링거 주사는 건강한 사람들에게 당연히 아무런 해가 되지 않으며, 면역력을 키우고 체력을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짧은 진찰이 끝난 뒤 실험자의 팔에 주삿바늘이 꽂히고, 분홍색 주사액이 천천히 실험자의 혈관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겨울철 면역력 증강을 위한 ‘옵티멈 플러스’다. 링거 수액에는 비타민C와 몇 가지 효소, 그리고 에너지 조정 물질이 들어 있다. “연분홍색은 베타카로틴 색입니다. 무엇인가 느껴지는 게 있습니까?” 아텐베르거는 실험자에게 속삭이듯 물었다. 실험자는 “조금 간지러운 것 말고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아텐베르거는 “그냥 편히 즐기십시오”라고 말했다. 모든 비타민 신봉자가 이런 특별 치료를 받을 수는 없지만, 비타민제는 누구나 원하는 만큼 구할 수 있다. 약국에서는 오르토몰(Orthomol)사가 한 상자당 60유로에 고함량 비타민 칵테일을 판매하고, 이것도 비싸면 독일 전역의 슈퍼마켓 체인과 드러그스토어의 진열대에 늘어서 있는 정제 상자와 스프레이, 건강보조식품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을 수 있다. ‘남성 건강’ 유지를 위한 비타민 C와 B, ‘혈중 지질 농도의 균형’을 위한 비타민E, ‘심장과 근육’을 위한 마그네슘, 노인들의 뼈를 위한 비타민, 임산부를 위한 비타민, 임산부가 아닌 여성을 위한 비타민, 운동선수를 위한 비타민, 그리고 단순히 ‘건강 보조와 비타민 공급’을 위한 종합 비타민. 전문가들이 ‘건강보조식품’이라고 칭하는 이 비타민제를 독일에서는 1800만 명이 복용하고 있다. 14∼80살 인구 중 28%에 달하는 수다. 시장조사업체 ‘IMS 헬스’에 따르면, 2010년 독일인들이 9억700만유로를 건강보조식품 구입하는 데 지출했다. 미국인들은 더 열심이다. 미국에서는 1995년 단 900만달러에 불과했던 보조식품의 매출액이 지난해에는 180억달러로 상승했다. 비타민제를 따로 구입해서 복용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식료품에 첨가된 비타민을 피할 수 없다. 세계 최대 비타민 생산업체 DSM은 “식료품 진열대에 오른 식료품 중 우리가 관여하지 않은 식품은 거의 없다”라는 자부심에 가득 찬 발언을 했다. 거대 글로벌 식품제조 기업 네슬레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전세계에서 연간 200억스위스프랑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인류사회의 비타민화가 이처럼 거침없이 진행되는 동안 비타민이 인간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비타민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만 이득이 되는지 의심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지난 몇 년간 비타민제가 아무 쓸모 없을 뿐만 아니라 인체에 유해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비타민 신앙’에 가장 큰 타격을 가한 해는 1994년이었다. 당시 핀란드의 연구자들은 비타민E와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되는 베타카로틴이 흡연자의 건강에 좋다는 것을 학술적으로 증명하려 했다. 이 연구를 위해 50∼69살 남성 흡연자 2만9133명을 여러 그룹으로 나눠 실험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는, 베타카로틴을 복용한 그룹의 폐암 발생률이 복용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18% 상승하고, 비타민 섭취자들의 전체 사망률 역시 8% 상승한 것이었다. 함부르크대학의 건강학자 잉그리드 뮐하우저는 그 결과가 큰 충격이었다고 했다. “사람들은 처음엔 그 결과가 단순한 우연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같은 연구를 미국에서 다시 한번 반복했죠.” 미국에서는 1만8314명의 흡연자와 석면 노동자를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비타민A와 베타카로틴을 복용시키고, 다른 그룹에는 보조비타민제를 주지 않았다. 이번에는 연구를 예정보다 21개월 이르게 중단해야 했다. 그 이유는 비타민 섭취자들의 폐암 발생률이 비교 그룹보다 명백히 높아졌고, 사망도 더 빈번했다. 실험자들에게 계속 비타민제를 주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었다. 뮐하우저는 “그것으로 흡연자를 위한 비타민으로 알려졌던 비타민A와 베타카로틴이 흡연자의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이 확실해졌다”며 “반복 연구보다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결과는 왜 나왔을까?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체내 비타민 농도가 낮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됐다. 비타민은 좋은 성분이니 흡연자의 체내 비타민 농도를 정상 수치에 가깝도록 높이는 것은 건강에 이로워야 하지 않을까? 당시 의사들은 생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생각했고,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와 마찬가지로 알고 있다. 뮐하우저는 “어떤 혈중 농도를 정상 농도로 맞추고 그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전형적인 의학자들의 오류다”라고 말했다. 뮐하우저는 그녀가 발표한 논문에서 이 근본적 문제를 실례를 들어 입증했다. 한 예로 환자의 너무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약으로 낮추자, 이후 환자가 이전보다 더 자주 병에 걸리게 되었다. 갱년기 여성은 특정 호르몬 수치가 낮아진다. 의사는 갱년기 여성에게 주로 호르몬 대체요법을 처방하지만, 대규모 비교실험 연구에서 호르몬제를 복용한 여성이 복용하지 않은 여성보다 뇌졸중이나 심장마비에 더 많이 걸린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수많은 연구 결과에서 의사들이 콜레스테롤이나 호르몬 수치와 같은 ‘대리 매개변수’(Surrogate Parameters)가 아니라 환자 자체를 치료해야 한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뮐하우저는 “중요한 것은 어떤 약을 복용하면 환자의 수치가 정상에 가까워진다는 것이 아니라 그 약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느냐, 즉 그 약을 복용하면 환자가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느냐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환자의 검사 수치가 좋은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이 동시에 환자의 상태가 좋아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두 그룹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으면 그 약품이 효과 없다는 명확한 증거다. 만일 플라세보를 복용한 그룹이 결과적으로 약품을 복용한 그룹보다 더 건강하다면, 이는 흡연자에게 비타민A와 베타카로틴이 그랬던 것처럼, 그 약품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의미다. 이 방법으로 최근 비타민E의 위해성이 밝혀졌다. 미국·캐나다·푸에르토리코에 거주하는 55살 이상의 건강한 남성 3만550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비타민E를 복용한 그룹은 플라세보를 복용한 그룹에 비해 전립선암 발병률이 17% 높았다. 이 연구의 최종 결론은 ‘비타민E 정제는 건강한 남성들의 전립선암 발병률을 상당 수준 높인다’는 것이었다. 2008년 국제 비영리 독립 의학연구 단체 ‘코크런 연합’(Cochrane Collaboration)은 총 23만2550명이 참가한 67개의 비타민 무작위 통제 실험 결과를 평가하는 소견서를 발표했다. 이는 비타민 제조업계에 절망적인 결과였다. 최고 수준의 연구 결과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전문가들의 소견은 “비타민A, 베타카로틴, 비타민E 정제의 복용이 사망률을 일정 수준 높인다”는 것이었다. 비타민C와 셀레늄은 그에 해당되지 않았다. 코크런 소견서의 주요 저자 중 한 명인 크리스티안 글루우드는 “비타민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은 아무런 이득이 없다. 나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피하라고 충고한다”고 결론 내렸다. 함부르크대학의 잉그리드 뮐하우저는 “코크런 소견서를 통해 비타민 정제가 의학 역사상 큰 실수 중 하나라는 사실이 최종적으로 증명됐다”며 “그래도 이제는 비타민 정제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글 / 마르쿠스 그릴 Markus Grill <슈피겔> 기고가 ⓒ Spiegel·번역 황수경 위원 |
제조업체·협회 여론조작 한통속 | ||||||
[Life] 건강보조식품 벗기기- ② 불편한 진실 누가 가리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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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서 “섭취량 충분” 발언에도 발언자 명의로 “비타민 결핍” 보도자료 잘못된 비타민 신앙에 ‘지동설’ 같은 충격이 1994년 처음 가해졌다. 이제 거의 20년이 됐다. 그 뒤로도 비타민 복용이 유해하다는 확실한 연구 결과가 이어졌다. 그런데 아직도 이 사실을 일반 시민들은 왜 잘 모르는 걸까. 누가 진실을 호도할까.
오랫동안 연구 책임자이던 비타민 제조기업 DSM의 최고경영자 에거스도르퍼는 비타민 제품의 효능을 테스트하는 연구 결과의 유의미성을 의심하고 있다. “약품 연구에서는 언제나 약품 투여 그룹과 플라시보 투여 그룹을 비교합니다. 하지만 비타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명료한 상황 설정이 불가능합니다. 플라시보를 복용하는 그룹도 식품을 통해 비타민을 섭취하고 있으니까요.” 독일 쾰른에 있는 ‘의료 품질 및 효율 연구소’(IQWiG) 소장 위르겐 빈델러는 이와 같은 기업의 주장을 “완벽한 헛소리”라고 평했다. “그런 연구에서는 비타민 자체가 효과 있는지 실험하는 게 아니라 비타민 제제가 효과 있는지 시험하는 겁니다.” 플라시보 투여 그룹과 비타민 복용 그룹은 모두 음식물을 통해 비타민을 섭취한다. 비타민 복용 그룹이 거기에 추가로 비타민 제제를 복용한다면 두 그룹을 비교했을 때 나타나는 차이점의 원인은 한쪽 그룹이 복용한 비타민 정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스위스 베른대학의 연구 전문가 페터 유니 역시 같은 의견이다. 비타민 제조업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논리, 즉 자기 제품을 약품처럼 테스트할 수 없다는 말은, 자신의 제품이 쓸모없음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눈가림일 뿐이라고 여긴다. DSM은 불리한 연구 결과를 의심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언론에 영향을 미치고 여론을 조작하려고 한다. 2010년 7월 연구소장 레흐케머는 ‘영양 및 비타민 정보 협회’(EVI·Ernahrungs und Vitamin Information)의 초청으로 슈투트가르트의 호엔하임을 방문해 에거스도르퍼, 그리고 친기업적 의학자 한스콘라드 비살스키와 함께 비타민 섭취에 대해 토론했다. 레흐케머는 그가 언제나 말하던 대로 “대중이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다”고 했을 뿐이지만, 협회는 패널 토론의 결론으로 ‘독일 비타민 결핍 경고’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내고서 그 증인으로 하필 레흐케머를 내세웠다. 방송 저널리스트 프랑크 비티히가 알아낸 바에 따르면, EVI 뒤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비타민 제조업체 DSM이었다. 협회의 당시 회장이 DSM 직원이었던 것이다. 이보다 더 의심스러운 곳은 ‘영양소와 식생활 정보 협회’(Give)라는 단체다. 이 단체는 주기적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뉴스레터를 수많은 언론의 편집부와 기자들에게 발송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 단체의 목적은 “생명 유지 필수 영양소와 관련된 모든 영양 분야의 광범위한 교육”이다. 그들의 주제는 주로 ‘마이크로 영양소’ ‘영양이 결핍된 엄마’ 등이고 해결책으로 식품보조제 섭취를 제시한다. 홈페이지에 뉴스레터 담당자로 의학 교수 페터 베버가 명기돼 있는데, 그는 협회 소개에는 부회장으로 나와 있다. 사실 그도 DSM 직원이다. 베버뿐만 아니라 협회 이사회의 전체가 대기업들의 대리인들로 되어 있다. 협회 회장 헨리 베르너는 베를린에 있는 피처사의 언론 대변인이고, 이사회의 일원인 안드레아스 에르버는 헤르메스 제약회사에서 언론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다른 집행부 임원인 유르겐 베르거는 거대 의약업체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대변인이다. 이 사실에 대해 DSM 대변인은 전자우편으로 이렇게 답변했다. “저는 책임자들에게 회원들이 각 회사 대리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웹사이트에 명시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Give의 보도자료가 매번 이미 증명된 학술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한다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습니다.” 대부분의 독립적 의학자들은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가임기 여성을 위한 엽산과 아기와 노인을 위한 비타민D를 제외하면 비타민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즉, 비타민 제품을 복용하는 것은 완전히 돈을 내다버리는 짓이라는 것이다. 그에 더해 연구 전문가 페터 유니는 코크런 소견서를 검토한 뒤 ‘독일에서 매년 수천 명이 사망하는 진짜 원인은 비타민 과다 복용일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어째서 제조업체들은 비타민 제품를 여전히 허가도 받지 않고 경고문도 없이 그냥 슈퍼마켓에서 판매할 수 있는 걸까? 베를린의 독일연방위해평가원(BfR)에서 비타민 제조업계를 점점 더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 동료들이 다중 내성 세균, 나노입자, 화학 독극물을 다루는 동안 BfR 직원 다이아나 루빈은 식품 위해성 분야, 특히 보조식품을 통한 위해성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그녀는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는 건강한 사람들은 비타민 정제를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비타민이 동종요법 처방과 비슷하게 지적·사회적·경제적 위치가 높은 지식인층에 의해 소비된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이 계층에게 이런 허튼 수작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많은 소비자들은 일단 시장에 나온 제품은 무해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최소한 비타민에 대해서는 잘못된 판단이 될 수 있다. 비타민은 의약품과 달리 무해성을 증명할 필요 없이 단순히 제품 등록만 하면 된다. “비타민제를 먹는 사람들은 모두 그 제품의 효과가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 때문에 IQWiG 소장 빈델러는 관계 기관에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장기 복용의 위험 가능성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습니다. 허가 절차를 도입하거나 최소한 명확한 경고 문구를 써넣어 환자들에게 비타민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알려야 합니다.” 사회민주당(사민당)의 보건체육담당 원내 대변인인 카를 라우터바흐는 국민에게 부여되는 비타민으로 인한 위험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 그는 독일연방계몽센터가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강하게 비타민제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소한 가정의들에게 비타민제의 위험 가능성을 확실히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환자들에게 고함량 비타민제를 권한 것은 독일의 의사와 약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의학자이자 미국 하버드대학 메디컬스쿨에서 비타민을 연구한 라우터바흐는 의사와 약사들의 무식에 매번 다시 놀라게 된다고 했다. “학술적 연구 결과가 실제 치료에 반영되기까지 몇 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도 가끔 전립선암 예방을 위해 비타민E 정제를 복용하는 의사를 만나는 일이 빈번합니다. 미친 짓이죠!” 사민당의 정치가는 비타민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약사들이 이런 경고에 화를 낸다 하더라도 “보건부 장관은 국민에게 필요 없는 위험성을 짊어지게 하는 자유민주당과 밀접한 작은 로비스트 그룹을 배려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타민 제품이 시장에서 사라진다면 많은 약사들과 슈퍼마켓에 큰 손실이겠지만,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달라지는 게 거의 없다. “병자와 비타민 필요량이 많은 사람들 외에는 모두 아무렇지 않을 것입니다.” 다이아나 루빈은 말했다.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더 건강해지기는 하겠죠.” 글 / 마르쿠스 그릴 Markus Grill <슈피겔> 기고가 ⓒ Spiegel·번역 황수경 위원 |
나치로 거슬러 올라가는 맹신 | ||||||||||||||||||
[Life] 건강보조식품 벗기기- ③ ‘비타민 신화’ 승리의 역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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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시대에는 국가가 주도… 지금은 기업이 인위적 수요 창출 ‘비타민 신화’의 역사는 비타민C에서 시작된다. 비타민C는 선원들의 괴혈병 발병을 막아주었다. 그러나 1930년대 이후 과일 저장 등이 쉬워짐에 따라 수요가 줄어드는 듯했다. 이때 나치 정권이 병사들에게 비타민제를 대거 보급하며 수요가 살아났다.
약국과 슈퍼마켓의 진열대를 들여다보면 비타민 제품의 진실에 대한 깨달음이 아직도 학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독일연방영양연구소(Bundesforschungsinstituts fur Ernahrung)의 대표 표본조사에 따르면, 독일 국민의 10%가 신진대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광고하는 비타민B 보조식품을 복용하고 있고, 900만 명 이상이 비타민E와 칼슘을 ‘정신적 능력 향상’을 위해 혹은 포장에 쓰인 대로 ‘뼈를 강화하기 위해’ 알약 형태로 복용하고 있다. 가장 사랑받는 비타민은 여전히 비타민C다. 인구의 약 13%, 즉 1100만 명이 주기적으로 비타민C를 건강보조제로 복용하고 있다. 비타민C의 역사는 비타민 승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스위스의 역사학자 베아트 배치는 그의 박사 논문 ‘모든 이를 위한 비타민C!’에서 어떻게 아스코르빈산이라는 물질이 능력을 향상시키는 대량생산 제품이 되었는지 짚어보고 있다.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의약품 대기업 로체는 이미 처음부터 비타민C의 수요가 있을지 의심했다. 물론 비타민C가 장기 항해를 하는 선원들의 괴혈병 발병을 예방해주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1930년대 이후 선원들은 더 이상 대규모 소비그룹을 형성하지 못했다. 1934년 로체는 비타민C 생산을 시작했고, 이 제품은 ‘레독손’(Redoxon)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됐다. 하지만 1936년 로체의 직원은 의사들 중 전문가들이 비타민 치료를 거부한다면서 심지어 80%는 비타민 알약을 비웃고 있다고 보고했다. 당시 회사 내부 문서에는 “먼저 비타민에 대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써 있었다. 비타민C의 주기적 복용은 터무니없는 짓으로 치부됐다. 그런데 로체에는 다행히도, 나치가 이 터무니없는 짓을 하기 시작했다. 독일군은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됐을 때 병사들에게 비타민C가 필요하다고 계산했다. 1944년 독일군은 비타민C 200t을 주문했는데 그중 65t은 스위스에서 납품했다고 베아치 배치는 기술하고 있다. 브라운슈바이크대학 의약사 분과에서 역사학자 하이코 슈토프는 지난 몇 년간 비타민에 대해 연구했다. 몇 주 뒤에 비타민의 역사에 대한 그의 연구 결과가 발표될 것이다. 슈토프는 “국가 사회주의(나치)에서 비타민은 특별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고 말했다. 나치는 제1차 세계대전의 패전 원인이 영양실조로 인한 국민의 체력 저하에도 있다고 생각했다. “비타민의 역할은 독일 국민의 육체를 내부부터 강화해 최상의 상태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천연 약품이라면 무엇이라도 환영하던 SS 총사령관 하인리히 힘러의 영향 아래 나치는 다카우 수용소에서 자체적인 비타민C 연구 프로젝트를 조직했다. 그리고 곧 전선의 병사들에게 ‘V-드롭스’라는 비타민 사탕이 보급됐다. 제3제국 보건부는 전쟁 중인 1942년에 보조식품과 약품 때문에 독일 민족의 건강과 능력이 하락하지 않았다고 만족스럽게 보고했다.
나치 몰락 이후에도 질긴 생명력 하지만 비타민 신앙은 나치의 몰락과 함께 끝나지 않았다. 1970년대에 화학자이자 노벨상 2회 수상자인 라이너스 폴링이 비타민C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폴링은 그의 말년을 비타민C 대량 복용이 감기뿐만 아니라 심장마비와 암을 예방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보냈다. 그는 죽을 때까지 매일 18g의 비타민C를 복용했는데, 이는 권장량의 400배에 달하는 분량이었다. 그는 93살에 전립선암으로 사망했다. 1990년대에 폴링의 연구소에서 일한 독일인 의사 마티아스 라트가 고함량 비타민 정제에 대한 이 기괴한 이론을 독일로 도입해 <동물에겐 왜 심장마비가 없는가> 같은 책을 통해 유명하게 만들었다. 라트는 그의 비타민 정제가 암을 치료할 수 있다고 선전했지만 9살 소년 도미니크 펠트를 비롯한 많은 사례를 통해 이는 거짓으로 밝혀졌다. 라트의 비타민 정제 선전 도구로 이용된 이 소년은 2004년 11월 앓고 있던 뼈암으로 사망했다. 라트는 네덜란드에 설립한 회사 ‘라트 박사의 건강 프로그램’(Dr. Rath Health Programs)을 통해 지금도 고함량 비타민제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이 논란 많은 의학자는 <암: 국민병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새 책을 들고 또다시 독일 전역을 순회했다. 그는 노련하게 거대 제약업체가 비타민 정제를 반대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즉, 비타민 신봉자들은 사악한 대기업에 대항하는 투사이고, 라트 자신에 대한 비판은 모두 대기업이 뒤에서 조종한 것이라는 말이다. 실제로는 대부분의 비타민 제조업체 뒤에는 제약업계의 유명 기업들이 있다. 종합비타민제 브랜드 ‘센트룸’은 피처의 소유이고, ‘압타이 비타민’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 ‘테테셉트’는 메르츠제약, 임산부용 비타민제 ‘페미비온’은 독일 기업 메르크에 속해 있다. 스위스 기업 로체는 이와는 다르게 8년 전 유럽연합(EU) 유럽위원회로부터 ‘8회의 비밀시장 분배 및 가격담합 행위’로 인해 4억6200만유로의 벌금을 선고받은 뒤 비타민 사업을 중단했다. 당시 EU 위원회의 관점에서 보면 로체는 BASF와 함께 비타민에 너무 비싼 가격을 매겨 전세계 소비자를 착취하는 ‘담합의 제안자이자 주동자’였다. 당시 EU 공정거래위원회 감사 담당관이던 마리오 몬티는 두 회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한 사례 중 ‘가장 극악한 카르텔’이라고 했다. 지금도 스위스 바젤시 인근에 위치한 옛 로체 공장에서 여전히 비타민이 생산되고 있지만, 공장 벽에는 더 이상 로체가 아닌 DSM의 로고가 걸려 있다. 이 네덜란드 기업은 2003년 로체의 사업을 인수해 세계 최대 비타민 제조업체가 되었다. 현재 DSM은 영양 부문에서만 30억유로의 매출을 올리고, 7억유로 이상의 수익을 달성하고 있다. 이는 23%의 수익률을 의미하는데, 다국적 제약 기업이나 거대 은행과 비슷한 규모다. DSM 고객에는 네슬레·코카콜라·크라프트·유니레버 같은 세계 최대의 식품 제조업체가 포함돼 있다. DSM은 비타민 제조 공장의 방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공장 책임자가 기자의 방문을 싫어했다. DSM은 연구소에서 만프레드 에거스도르퍼 같은 학자와의 면담만 허가했다. 에거스도르퍼의 명함에는 간단히 ‘수석 부사장’(Senior Vice President)이라고 적혀 있지만, 사실 그는 전세계 비타민 사업의 막후 조종자와 같은 인물이다.
2010년대 비타민 르네상스 그는 근 20년간 BASF의 비타민 부서에서 일한 뒤, 1999년부터 로체에서 비타민 연구 책임자로 일했고, 2003년 DSM으로 이직했다. 에거스도르퍼는 “1990년대 중반 흡연자 연구 이후 비타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부터 르네상스가 다시 찾아왔다”고 말했다. 경쟁시장이 단순명백해졌다. 비타민C처럼 간단히 생산할 수 있는 물질은 오늘날 80% 이상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비타민C 가격은 현재 1kg당 15유로 정도이지만 비타민B7이나 B12는 약 800유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서방국가에서는 더 이상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이미 인구의 절반이 비타민제를 복용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매출이 정체된 추세라고 에거스도르퍼는 인정했다. 그 때문에 DSM에 새로운 비타민 결핍 사례를 찾아내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듯하다. 자사 홈페이지에 DSM은 “유럽에서 오늘날 인구의 대부분이 비타민을 너무 적게 섭취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누가 고농축 비타민을 복용해야 하는지 열거해놓았다. 불균형한 식생활을 하는 사람, 육체적 피로도가 높은 사람(예를 들어 운동으로 인해), 피임약을 먹는 여성, 생리 중인 여성, 임신 중인 여성, 수유 중인 여성, 채식주의자, 흡연자, 노인 그리고 환자. 한마디로 거의 모든 사람이다. 하지만 이것이 옳은 소리일까? 실제 독일 국민은 비타민을 얼마나 섭취하고 있을까? 이에 대해 칼스루에의 연방 영양 및 식품 연구소, 막스 루브너 연구소 소장인 게르하르트 레흐케머보다 더 정확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레흐케머는 그의 사무실 안에 놓인 긴 나무 테이블 앞에서 기자를 맞이했다. 탁자 절반은 다양한 전문 의학잡지의 기사로 덮여 있었고, 탁자 위에는 물병과 사과주스, 그리고 오렌지주스병이 놓여 있었다. 레흐케머는 독일인이 일반적인 식품 섭취만으로도 충분히 비타민을 섭취하고 있다고 했다. 오늘날 식품은 과거의 식품보다 영양소가 적어 품질이 더 나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슈피겔>의 의뢰로 TNS가 실시한 최근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설문 대상의 42%가 옛날 식품이 더 많은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다고 믿었다. 이 견해는 녹색당 지지자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었다. 하지만 레흐케머는 그것이 비타민 제조업체들이 퍼트린 헛소문이라고 했다. 오늘날 농지는 충분하고 선택적인 비료 투여로 인해 과거보다 훨씬 더 기름지다고 한다. 비타민 A·E·B1·B2·B12, 그리고 비타민C의 경우 대다수 사람들의 섭취량이 일일 필요량의 100∼200%에 도달해 있다. 오직 비타민D만 결핍 현상이 보이는데, 비타민D는 육체가 스스로 생산해내는 비타민이라면서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선크림을 바르지 않고 3∼10월에 매일 15분씩 야외로 나가는 것뿐이라고 레흐케머는 말했다. 이것이 현대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자외선 차단의 단점이다. 자외선 차단으로 인해 육체가 필요한 만큼의 비타민D를 생산하지 못한 것이다. 소수 예외 중의 하나로 레흐케머는 갓난아기에게 1살이 될 때까지 비타민D를 복용하라고 한다. 그가 크게 걱정하는 것은 몸 대부분을 옷으로 감싸는 풍조가 점점 더 강해지는 젊은 이슬람계 이민 여성들이다. 이 소녀들은 실제 비타민D 결핍으로 인해 성장장애까지 발생할 정도로 햇빛을 쐬지 못한다. 독일영양협회(DGE)는 비타민D의 충분한 섭취를 통해 노인들의 골절 위험성을 예방할 수 있다고 확신하며, 얼마 전 새로운 권장량을 발표했다. 또 햇빛을 너무 적게 보는 사람들에게도 비타민D 제제 복용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 역시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의학잡지 <자마>(Jama)에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실험에 참가한 2256명의 70살 이상 여성 중에서 고함량 비타민D를 복용한 여성들은 플라시보 그룹보다 넘어졌을 때 더 자주 골절상을 입었다. 또한 레흐케머는 가임기 여성에게 엽산 복용을 권고한다. 이는 태아의 신경관 손상 위험을 예방한다. 오늘날에도 독일에는 매년 700여 명의 선천적으로 신경관 형성 장애를 가진 아기가 태어난다. 미국에서는 밀가루에 엽산을 첨가하기 시작한 이후로 신경관 손상 기형아의 출산이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레흐케머는 대대적인 엽산 첨가는 반대한다. 노인들이 엽산을 과다 섭취할 경우 장암의 전 단계인 장폴립이 더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레흐케머는 독일에서 매년 2만5천 명 이상이 장암으로 사망한다고 지적한다. “엽산의 과다 섭취로 인해 사망률이 증가한 것인지, 얼마나 증가했는지는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유전적 요인을 지닌 사람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한다. 레흐케머는 비타민제 대신 양배추, 시금치, 상추 같은 녹색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식료품을 통해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은 비타민제를 통해 섭취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 “과일·채소의 비타민은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고, 제한 없이 권장할 수 있습니다.” 비타민 일일 섭취량을 결정하는 곳은 도대체 어디인가? 독일에서는 DGE지만 이들이 제시하는 수치는 확고 불변한 것이 아니고, 학술적으로 정확히 증명된 것이 아니다. 이는 DGE의 권장량을 다른 나라의 권장량과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비타민A의 경우 DGE는 성인 남성에게 하루 1천㎍을 섭취하도록 권고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600㎍이면 충분하다고 여긴다. 독일의 권고를 기준으로 하면 독일의 성인 남성 중 12% 이상이 기준 수치에 미달이지만, WHO의 권장량을 기준으로 하면 미달하는 남성은 단 1.1%뿐이다. 비타민C는 독일에서는 성인 여성의 28%가 DGE의 한계 수치(일일 100mg)에 미달하지만, WHO 기준(45mg)에 따르면 오직 2.6%의 여성만 부족하다. 엽산의 경우 DGE는 일일 400㎍ 섭취를 권장하지만, EU 유럽위원회에서는 200㎍(임신 희망 여성은 제외, 이들에게는 독일과 마찬가지로 400㎍을 권장한다)만 섭취하라고 한다. 그 결과 DGE 기준에 따르면 독일 여성의 87%가 섭취 부족이지만, EU 유럽위원회의 기준에 의하면 25%만 섭취 부족일 뿐이다. 비슷한 예는 철분, 칼슘, 마그네슘에서도 찾을 수 있다. 마그네슘은 독일에서 가장 널리 복용되는 건강보조제로 비타민C보다 더 애용되고 있다. 레흐케머의 ‘국가 식품 섭취 연구’에 따르면, 독일 인구의 16%가 마그네슘을 복용하고 있다. 레흐케머는 “이것은 광고의 승리다”라고 말했다. 마그네슘 역시 정상적 식생활을 통해 충분히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그네슘제는 근육 긴장 해소를 위해 복용되고 있지만 “근육 긴장은 수분 섭취 부족을 비롯해 수많은 원인이 있다”고 레흐케머는 설명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마그네슘제가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를 설득시키지 못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믿음은 산도 옮기죠. 마그네슘에 대한 믿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물질이 도움이 되는지는 근육 경직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통제 실험을 하면 쉽게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제조업체가 이런 연구를 지원하겠습니까?” 레흐케머는 반문했다. 글 / 마르쿠스 그릴 Markus Grill <슈피겔> 기고가 ⓒ Spiegel·번역 황수경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