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70된 홀아비 그림 선생께서 연탄난로 새로 들이느라
갈치 몸통같이 길고 은빛 반짝이는 통통한 연통꾸러미를 들고 온다
맞은 편 책상에 엎드려 끝없이 긋기만 하는 소묘에 지친 내가
선생님의 겨우살이 준비에 눈길로 동참하고자한다
저 난로 안에 연탄이 발갛게 익으면
난로 위에 놓은 주전자는 보글보글 끓어 하얀 김을 뿜겠지
달구어진 연통
주전자 꼭지에서 번지는 보리차 냄새
연필과 지우개 찌꺼기로 지저분한 앞치마
손목에 찬 검은 색 토시
가게 정면에서 빛은 쏟아지는데
그리는 그림의 빛과 어둠은 별개인가 가늠하기 어렵다
대학을 못 다녀 문화원 여성회관 등지에 강연을 못해 속상한
스승님
강연이라도 나가시면 생활이 좀 피려나
4평정도 되는 가게 안
그 안에 있을 건 다 있는데 무질서 속에 쌓여 있다는 것이 문제다
좋은 것은
무슨 도구든 손만 내밀면 곁에 다 있는데
다만 쓰고 놔두고 다시 갖다 쓰려면
잡동사니에 섞여 종적이 묘연하여 찾느라 성가시다
올 겨울은
난로를 놔야 한다고 스승께서 힘주어 말씀하실 때
나는 “ 선생님 여태 난로 없이 그 겨울을 어찌 지내셨는지 ? 물어봤다
“하아! 말도마소!”
작년 그 작년에 춥어 죽다 살아나보니 올해는 우야든지 놨기로 했어예
백만 원 보증금에
월세 십만 원
주문 초상화 한 점 그려주고
십만 원 받고
색연필로 오밀조밀 그려놓은 거
오가는 사람에게 몇 장 씩 팔기도 하고
그렇게 저렇게 고난의 예술혼을 이어가시다가
3년 만에 수강생이라고 받은 것이 나다
앞날이 창창하지도
무한한 미래도 없는
그냥 시름없이 연필로 선 긋기만 잘하는
나이 들고 병든 닭 같은 내가 3 년 만에 찾아온 수강생이라니
포항이 고향이라는 스승님
내가 긋는 선 폭이 넓어지기라도 하면
“하아!” 소쩝게!
“아이고! 더 소쩝게 하소” 마, (촙촘히 하라는 방언?)
일주일에 두 번
하루 두 시간
수강비 십오만 원인데
가뭄 끝에 찾아온 제자라 오만 원 없이 십만 원으로 낙착!
나의 수강비로 월세 걱정은 덜었을라나
됫박 같이 좁은
점방 같은 화실 안에서
홀아비 스승과 과부 제자는
더 이상 밀착할 수 없으리만큼 딱! 붙어 앉아 그림을 지도하고 배운다
70대 스승의 몸이야
아직 온기가 남았는가
자작 자작 시나브로 튀는 전류가 돌아 댕기는가 그거야 내 알 수 없지만
나는 내 살에 누가 붙어 있건 없건
그 어떤 감각조차 사라진지 오래라 딱히 불편하지도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그저 떨어져 앉으라 할 수 도 없는
가게의 열악한 환경에 순응할 따름이다
다만 ..
가끔이라도 혼자 세상 궁상은 다 떨어대다 가신 내 아버지와 겹쳐 보여서
짠한 마음이 들 때는 있다
초상화는 더 이상 배우려 하지 않고
그걸 업으로 이어가는 사람도 드믄 요즘 (이젠 다양하고 좀더 업된 시스템들이 많으니까 ,,,) 나는 왜 이 그림이 그토록 좋았을까
아주 오래 전부터 초상화를 그리고 싶어 했다
연필 하나로 모든 것을 쓱쓱 그리며 살고 싶었더랬다
스승께서 배울 때는
목탄을 쓰셨다는데
지금 나는 딸이 장만해준 비싼 연필 도구와
그림에 필요한 일체를 지니고 있다
딸이 말하길 ..
“엄마” 하기 싫음 하지 않으셔도 되요
“엄마 원이 풀릴 때까지만 하셔요
시작은 했으되
꼭 끝을 위해 무리 하지 말라는 말이다
그러지 뭐,
이 나이에 뭐든 악착을 떨 필요가 있나
평생 하고자 했던 거 이것저것 기웃거리다 마는 거지 뭐
첫댓글 그림 공부 잘하시고
대성하시기 바랍니다.
존경스럽네유.
행복한 하루가 되십시요.
연탄 난로는 화력이
참 좋지유.
일산화탄소 위험하니
조심하세요.
제가 가까이 살면 배우러 갈텐데...
아쉽네유.
운선님 글을 통해 상상 되어 지는 풍경이
한폭의 어른동화 처럼 참 소박하고도 감미롭습니다
인생의 뒤안길에
세상 허름 다 격은후
욕심도 사심도 없이
연필 선 긋게 하는 가난한 화가나
시키는 대로 연필선 긋기 하는 글쟁이 제자..그리고 연탄난로...
저도 한 10년 전까지 연탄난로를 화실에 설치 했었어요
저녁에 새 연탄 넣고 가면 아침에도 훈훈한 기운이 좋아서..
매년 이맘때면 연탄난로 설치 하는게 연탄값 만큼 들어 갔죠..
꾸준히 가랑비에 옷젖듯이 하다보면 뭐가 나옵니다
연탄불피면 고구마, 감자 넉넉히 준비해가세요..ㅎ
저는초딩때 만화 캐릭터 그려서 친구들한데 백종이 열장과 바꾸기도 했는데..
첫사랑 앨범보고 얼굴도그려줬던..그시절이 문득..ㅎ
연탄난로 위의 주전자에서 생강차가
끓는 소리와 냄새...
밖에는 눈이 내리고....
난 그런날 그런 분위기가 좋아라~
일대일 수업을 받으시는군요 ㅎ
서로가 서로에대해 많이 알수 있겠고
실력이 일취월장 하실것 같네요
그러고보니 그림 그리는 분들이 참 많네요
그림을 배우시군요
사무실에 정겨움이 듬뿍 느껴 지네요
좋은일만 가득하기를 ᆢ
기원합니다
운선님
취미 삼아 즐겁게 배워서
담에는 그림도 올려 주면 좋겠어요 리얼하게 쓴 글 때문에 연탄 난로가 눈앞에서 그려 집니다
운선 /님의 삶의글 잘읽었습니다,----> 그중에 아래 부분이 압귄입니다,
[가끔이라도 혼자 세상 궁상은 다 떨어대다 가신 내 아버지와 겹쳐 보여서]---->그스승님이 어떻게 보이시길래 ......네네네~
아무리 밀착을 해싸도
죽은 놈 콧짐만도 못한
울림
그 것이 꺼풀이 두꺼워져서도
이겠지만
친정 아버지의 짠한 모습으로
다가오더라는 말에
한 표입니다 ㆍ
운선님 글이 있어
행복해집니다ㆍ
스승 하나에
제자 하나
완전 최고급 밀착 과외학습이
부럽기만 합니다
우리개가
비공식 새끼를 낳았어요
버켓리스트처럼 하고싶은 일을 해 보는게지요...
운선님의 열정을 응원합니다.
운선님 취미로 그림그리기도 좋으신것 맞습니다. 열심히 배우셔서 좋은 작품 그리시길 바랍니다 .
그래도 하고싶었던걸 한다는게 얼마나 좋아요
바록주변환경이 열악하다할지라도 화이팅 언제 그작품 볼수있르려나 ㅎㅎ
정겨운 연탄난로
비좁은 곳에서
일대일 그림 렛슨
한국 단편 소설의
한 장면처럼 다가오네요
이 겨울
몸도 마음도
따뜻이 지내시길요..^^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어요.
놀라운 필치,, 감동입니다.
그냥 모든 장면들이 필림속 영화처럼 뚜렷하고 선명하게 보여 놀랐어요.
존재해주심에 감사드려요.
사랑해요 무진장
잠간 뜸하신동안
그림공부 시작하셨네요
저는 뭐든 과정을 즐깁니다
그래그런지
제대로 하는게 한개도 없어요
공평치 못하게 ㅋ
문인들은 화가도 많이 겸하더군요
화실 분위기가 안봐도 본듯
눈앞에 그려집니다 ㅎ
그림도 그리시군요
대단 하십니다
운선님^^
작가로 이미 문단에 데뷔 하였고 이젠 초상화 그리는 화가로 고~고~
개 딱지 만한 부억이 있는 단칸방에
좁은 부억 한켠에 연탄 수십장을 쌓아 놓으면
만사 부럽지 않았던 결혼초 생활
함박눈이 쌓여 걷기도 힘들었던 어느 겨울밤
8개월차 젖먹이 딸애가 칭얼대어 눈을 뜨니
이미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비틀 비틀 정신이 혼미한 상태서
간신히 병원을 찾았엇고
그 때 딸 애가 칭얼되지 않았으면 우린 모두 저세상 사람이었든
때가 있었어요 ^^
그 옛날 옛적,
목탄화 데생(dessin) 쓱쓱 하는 분 들..
선망의 대상 이었지요.
백두대간 겨울,
잘 나시길 ~~
연탄가스에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니 연탄피우지 않은
난로만 봐도 냄새가 진동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했지요.
그래도 세상좋아 연탄졸업을 할 수 있었네요
새롭게 배우기 시작한
그림공부.
저도 그런 기회가 온다면 덥석 등록을 하련만.
그림도 배우시고
화가님의 인생도 글로 쓰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