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서울 강동구의 주상복합아파트 1층 상가 20평을 분양받은 김모(56)씨. 이달 말 완공을 앞두고 은행에서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다. 분양가의 55%인 중도금 대출액 중 25%만 담보대출로 전환해줄 수 있으니 나머지는 모두 갚으라는 것이다.
김씨는 “갑자기 분양가의 30%나 되는 돈을 어디서 마련하느냐, 상가 경기가 위축됐다지만 이 정도로 담보 대출액이 줄어들지 몰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분양 상가 투자 빨간 불 시중은행들이 최근 들어 상가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상가 투자에 적신호가 켜졌다. 준공 때 중도금 대출 계약자에게 분양가의 20∼30%를 뺀 나머지 금액을 상환토록 요구하거나 아예 담보대출로 바꿔주지 않는 은행도 많다.
은행간 대출경쟁이 심했던 2∼3년 전만 해도 상가 계약자들은 많게는 분양가의 50% 이상 빌릴 수 있었다. 이러다 보니 목돈 없이도 분양받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은행들이 일부 인기 택지개발지구 상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입점 때 대출을 대폭 줄이면서 투자자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경우 서울 도심권에서 분양가 1억원짜리 주상복합아파트 내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이 입점 때 받을 수 있는 담보 대출금은 2025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이 상가에 적용하는 담보대출비율(LTV)은 감정가의 50∼60% 선으로 주택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상가의 경우 감정가가 분양가의 75% 선으로 낮은 데다 상가임대차보호법상 세입자의 최우선 변제금을 감안하다 보니 대출금이 적을 수밖에 없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최근 세입자 우선변제금을 노린 상가 쪼개기가 극성을 부리면서 은행들이 아예 감정가의 3분의 1 정도를 빼기 때문에 대출금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조흥은행 도곡동 지점 이병제 차장은 “새 상가는 상권활성화 여부를 따질 근거가 없어 대출 기준을 까다롭게 운용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상가 계약자들은 잔금을 치르기 위해 보증금 비율을 높이고 월세를 낮춰 세입자를 찾고 있으나 이마저 쉽지 않다. 송파구 LBA테마공인 이성원 사장은 “중도금대출을 담보대출로 바꿀 때 은행들이 선순위로 근저당을 설정하기 때문에 임차인들은 보증금이 많은 점포를 꺼린다”고 말했다.
기존 상가도 대출 조이기 기존 상가들도 은행의 대출 조이기에 타격을 받고 있다. 투자자 박모(57)씨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15평짜리 지하상가 대출금을 알아보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매입가의 15%만 빌려준다는 얘기를 듣고 계약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들은 소규모 주상복합아파트·오피스텔 내 상가, 지하 상가는 대출을 거부하기도 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 부실이 생길 경우 인사 성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위험이 큰 상가대출은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상가 시행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2년 전만 해도 시공사의 보증만 있으면 중도금 첫 회분부터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요즘은 건물이 다 들어서야 분양가의 30% 정도 빌려준다. 그나마 이런 조건이라도 대출하는 곳이 많지 않다.
상가 114 유영상 소장은 “상가는 대출을 끼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은행권의 대출 축소 조치는 큰 악재”이라며“목돈을 마련하고 투자해야 낭패 보지 않는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