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게 웃고 있는 WK리그 챔피언 이성균 감독 ⓒ손춘근 |
WK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수원시설관리공단(이하 수원FMC)의 이성균 감독이 승리의 이유를 분석했다. 이 감독은 현재제철의 전력누수가 컸다는 점이 승부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이성균 감독이 지휘하는 수원 FMC는 30일 저녁 7시,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0 대교눈높이 W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현대제철에 2-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수원FMC는 1차전에서 0-1로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1, 2차전 합계 2-1로 현대제철을 누르고 대망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작년 꼴찌팀이 1년 만에 우승팀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시상식 직후 분출되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이성균 감독은 싱글벙글 웃으며 모든 인터뷰에 응했다. 이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2차전의 승인을 묻는 질문에 “(현대제철은) 좋은 선수들이 많이 빠져 구멍이 많았다. 이 상태라면 세 경기를 하면 두 경기는 우리가 이길 수 있다”라며 현대제철이 전력공백을 메우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정규리그를 1위로 통과한 현대제철은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중심 멤버인 김주희와 정혜인이 부상을 당했다. 올 시즌 9골로 득점 3위를 기록한 박지영이 건제하지만 김주희와 정혜인이 빠진 공격진은 짜임새를 잃었고 그로 인해 전체적인 균형에 문제가 생겼다. 수원 FMC는 이런 점을 파고 들어 전체적으로 현대제철을 압박하며 신승을 거둘 수 있었다. 이어 이성균 감독은 후반전에만 두 골을 넣은 전가을을 칭찬하며 전가을의 오른발을 살리기 위해 전반전과 후반전에 포지션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전가을은 전반전에는 오른쪽, 후반전에는 왼쪽에서 공격을 했다. 이 감독은 “(전가을은) 오른발 슈팅이 좋으니까 (왼쪽으로 배치해)오른발 슈팅을 때릴 수 있게 했다. 가을이가 내 마음을 읽었는지 오른발로 시원하게 두 개를 때려 넣어줬다”라며 크게 웃었다. 올 시즌 여자축구선수권과 WK리그에서 2관왕을 차지한 이성균 감독은 앞으로 이러한 성적을 유지하는 것이 걱정이라면서도 내년에는 더 좋은 멤버가 구성돼 더욱 욕심을 내겠다고 솔직히 말했다. 다음은 WK리그 우승을 차지한 직후 이성균 감독과 가진 인터뷰. - 우승 소감을 먼저 듣고 싶다. 우승 소감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오랜만에 우승을 해봐서.(웃음) 선수권대회때에도 우승을 했었다. 서울시청과 결승을 치렀는데 서울시청도 우승을 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우리는 반신반의하고 갔는데 무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뛰었다. 다른 팀들이 우리에게 꼼짝을 못하고 당했다. 그때도 전가을이 진짜 잘해줬다. 선수권대회도 우승을 하고 이번에 WK리그까지 우승을 해서 2관왕을 했는데, 기쁨보다도 이것을 어떻게 지키고 유지할지가 걱정이 된다. - 우승의 원동력이 있다면? 우리 팀이 현대제철이나 고양 대교처럼 멤버가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팀 못지않게 열심히 뛰고 한 발 더 뛰는 자세로 게임에 임했고, 월요일마다 WK리그를 하니까 경기력이 갈수록 많이 좋아져서 지금 이 자리에 있지 않나 싶다. - 1차전에서 지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는데.. 우리가 올해에만 현대제철과 6번째 경기를 치렀다. 경기 내용에서는 크게 뒤지지 않았지만 찬스를 못 살려서 한 골 먹고 진 적이 많았다. ‘오늘만큼은 그런 일을 반복하지 말자. 골 찬스에서 꼭 골을 넣어서 이기자’고 했다. ‘한번은 이겨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뛰어줬다. 전가을이 전반전에 오른쪽에 있었는데 후반전에는 왼쪽으로 옮겼다. 오른발 슈팅이 좋으니까 오른발 슈팅을 때릴 수 있게 한 것이다. 가을이가 내 마음을 읽었는지 오른발로 시원하게 두 개를 때려 넣어줬다.(웃음) - 올 시즌 현대제철과 6경기를 치른 만큼 상대를 잘 알 것 같다. 사실 현대제철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환자가 많았다. 이번 경기에 빠진 선수 중에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게임에 구멍이 많이 있었다. 현대제철이 이 상태라면 세 경기를 하면 두 경기는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현대제철은 전력 누수가 컸다. 우리는 환자는 있지만 빠진 선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상대보다 우리가 낫지 않나 싶다. - 현대제철의 수비력이 강한데 어떤 점을 파고들었나? 사실 오늘 현대제철은 제공권이 약했고 수비수들이 일대일에 약하다. 중앙에 김결실을 빼고는 주전으로 경기를 다 뛴 선수들이 드물다. 사실은 수비에 구멍이 많이 있는 상태였다. 전가을을 100% 막을 수 있는 수비수는 별로 없다. 왜냐하면 전가을을 막으면 까리나가 있다. 까리나에 치우치면 전가을에게 걸릴 것이고, 가을이에게 치우치면 까리나에게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조아라 선수도 테크닉도 좋고 영리하게 볼을 잘 찬다. 이 셋 중에 한 명에게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가을에게 걸린 것이다. - 전가을이 오늘 두 골을 넣었으니 당연히 눈에 띄지만 그 외에도 수훈선수가 있을 것 같다. 봄부터 계속해서 게임을 뛰었는데 수훈선수를 꼽는다면 심서연 선수를 꼽고 싶다. 심서연은 올해 우리가 1순위로 데려온 선수인데 성격도 좋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 진짜 오로지 축구밖에 모른다. 애인도 없다. 바보 같다.(웃음) 다른 선수들은 모르겠지만 서연이는 없다고 하더라. 내가 아들이라도 있으면 며느리라도 삼고 싶다.(웃음) - 올 시즌 초반에 치고 나오다 중반에 약간 주춤했다. 고비가 있었다면? 그때는 우리가 환자가 많았고 팀이 어려운 시기였다. 중요한 선수들이 빠지고 골키퍼까지 빠지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그때 그 고비를 잘 넘겼다. 6, 7, 8라운드가 대표선수들이 다 빠져서 다른 팀들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우리는 6, 7, 8라운드에서 3승을 거뒀다. 이것이 원동력이 된 것 같다. 12라운드에서 부산 상무에게 느닷없이 두 골을 먹는 바람에 위기가 있었다. 당시 날씨가 천지가 개벽하는 날씨였다. 벼락이 치고 회호리가 불었는데 그러면서 우리가 0-2로 지고 말았다. 그 이후에 다시 재정비를 해서 서울시청 잡고, 고양 대교 잡고 괜찮았다. - 내년 시즌도 기대할만한가? 내년 시즌도 욕심을 내볼만하다. 저는 사실 올해보다는 내년이 낫다고 생각을 한다. 우리가 올해는 리저브를 활용하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리저브 선수들이 보충이 될 것이다. - 다시 한번 우승 축하드린다. 내년 시즌에도 좋은 경기 기대하겠다. 울산=손춘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