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푹푹 쪄 대는 한여름이면 독일에서 돌아오기 직전
내가 크리스마스 연극 가르쳤던 한국말 못하는 교포 아이들 생각난다
마땅한 대본을 구하지 못해 부활절 연극이 되어 버렸던 그 해의 12월 25일.
사탄을 사탕으로 발음하던 그들에게 어머니 아버지 나라에서 온 어린 시인 선생님의 말들은
중동 어느 하얀 사막의 글자 같았겠지.
하지만, 일요일 아침이면 외로움에 두 눈이 퉁퉁 부은 서른 살 유학생
여자와 함께 타고 가던 전철 창 밖에서 간밤 눈물에 젖은 거리를 말리던
해는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놀랍게도 지금껏 우리를 가르쳤던 모든 것들은 혁명도 실패도 아니라
오직 잊을 수 없는 추억이더라는 충고.
이 여름이 다 가도록 난 무대 위에서 결코 잊어선 안 되는 몇 줄 대사처럼 그 때를 되풀이해야 하리.
죽을 때까지.
혹은 다시는 죽을 수 없을 때까지라도.
사탕을 사탄으로 교정해 주던 겨울날과,
치렁치렁 긴 머리를 뒤로 넘기며 짓고 말았던 쓸쓸했던 내 표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