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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점은 포퓰리즘 정치‧‧‧필수의료 영역 의사 2천 명 확보한다고 했어야
후배의사들이 의료개혁 주체 돼야‧‧‧의료 하향평준화와 의료 사회주의 막을 수 있어
MZ의사 투쟁에 선배의사가 보내는 메시지 ①
2024년 의료사태 해결 방안은?
이명진 명이비인후과 원장/의사평론가(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의사의 세대별 구분과 특징
우리나라의 경우 2022년에는 29세 이하의 의사가 4.8%, 30대 24.2%, 40대 28.1%, 50대 23.8%, 60대 12.3%, 70대 이상 6.8%로 분포되고 있다. 각 세대가 살고 있는 사회적 배경을 반영하는 세대별로 지닌 특징이 있다.
1. 전후 세대(1927~1945)
이 세대의 의사 직업관은 헌신과 기관에 대한 충성심, 힘든 것을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의학교육에 있어서 권위와 위계질서, 인내심을 강조한다. 의과학의 발전을 통해 현대적 진단과 치료를 배우기 시작한 세대다. 주로 메이저 전문과(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에 좋은 성적의 의사들이 몰렸다. 지금의 필수의료영역의 과목들이다.
2.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
이 세대의 의사들은 의사직의 힘든 업무의 보상을 통해 의욕을 얻는 세대다. 의학교육에 있어서 팀워크와 술기, 관계, 코칭을 중요시하며, 보건 산업 발전과 함께 신뢰받는 전문직의 위치와 경제적 부를 누렸다. 하지만 베이비부머 후반 세대는 경제적인 부와 의사 자율권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 세대는 성적은 뛰어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의 선택지로 의대에 입학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시기부터 점차 소위 마이너(안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로 알려진 과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3. X세대(1965~1980)
이 세대의 의사는 의사직에 대해 술기와 도전 의식이 강하고, 자신만의 삶의 양식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컴퓨터를 활용한 학습을 접한 세대로 멀티태스킹이 가능하고, IT 지식에 능통하다. 독립성이 강하고 감독 받기보다는 멘토링을 통한 학습을 원한다. 또한 발달한 의료 기술을 접했지만, 발달만큼이나마 보건의료 제도 안에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나타나 충돌하며 전문직 자율성이 급속히 상실되는 경험이 있는 세대다. 한편 이전 세대와 달리 X세대는 경제발전과 함께 비교적 안정된 경제력을 가진 가정의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시기부터 힘들고 수입이 높지 않은 과거 메이저과에 대한 인기가 급속하게 추락하고, 수입이 좋고 의료분쟁이 적은 영상의학과, 재활의학과, 피부과 등이 인기가 높아졌다.
4. MZ세대(1980~2010)
이 세대는 도전 의식과 사회참여 의식이 강하고, IT에 능통하다. 자신이 전문직으로 존중받기를 원하는 세대다. 팀워크를 중요시하며, 이 세대 역시 감독받기보다는 멘토링을 통한 지도를 받기를 선호한다. 일명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다. 80년대 이후 비약적인 경제발전의 결과로 MZ세대들은 경제적으로도 더욱 안정된 가정과 최상위권의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에 진학하게 됐다. 이들의 잠재력과 기초 역량은 지금까지 의사들이 가진 역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뛰어나다. 한 개 이상의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알고 원서로 공부하는 데도 별 어려움이 없을 정도의 실력자들이다. 누군가의 지시가 자신들에게 합리적이지 않거나 이익이 없다면 따르지 않는다. 과감하게 다른 선택지를 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세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후 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까지를 일명 ‘황금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두 세대의 의사들은 다른 직종에 비해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층으로, 최고의 전문직으로 인정을 받으며 사회적 지위와 물질적 풍요를 누렸던 세대다. 하지만 1977년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되고 전 국민의료 보험제도가 실시된 이후 많은 환경의 변화가 생겼다. 의료보험공단이라는 새로운 이해당사자의 탄생과 심사평가원과 환자단체의 출현, 법에 의한 간섭이 많아지면서 전문가 자율성이 상실되고 책임은 과중해지고 있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과 IT산업 발전에 탑승한 의학은 더욱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만큼 배워야 할 지식의 양과 책임이 무거워지는 반면, 전문가로서의 신분이 위협받고 물질적 보상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정부투쟁그룹’의 변화
24년 전인 2000년에 의약분업 파동이 있었다. 여기엔 전후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가 앞장섰다. 공부만 하고 진료실에서 진료만 보던 범생이 의사들이 대정부 투쟁에 뛰어들었다. 의사협회 마당에만 가도 경찰이 와서 나를 잡아갈 것 같다는 유치한 겁쟁이 의사들이 투사로 변하는 시기였다. 주로 개원가와 전공의가 의료파업을 주도했다. 당시 X세대로 불리던 전공의 그룹은 2024년에 40~50대의 중견 의사들이 되었다.
의약분업 사태 이후, 수 차례 정부와 의사단체 간의 충돌이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개원가 중심의 기성 의사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하지만 대정부투쟁의 성격에 따라 투쟁 주체도 변화되어 갔다. 정부가 코로나 파동 시에 추진하려던 공공의대 설립 추진 건과 마찰이 생기면서 대정부투쟁 주체가 개원가에서 전공의 그룹으로 바뀌었다. 일명 MZ세대가 나서게 되었다. 2024년 필수의료패키지로 인해 발생한 의료사태 역시 MZ세대 전공의가 먼저 일어나고 X세대 교수들이 앞장서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2024년 의료사태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이번 의료사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으려는 포퓰리즘 정치가 의료를 이용했다는 점이다. 선동정치를 의료 개혁으로 포장했기에 사달이 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들은 의학 교육과 의료계 질서와 시스템을 혼돈의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집을 짓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집이 불에 타는 데는 몇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만약 정부가 “의대 신입생 2천 명 증원이라는 졸속 정책 대신 필수의료 영역 의사를 2천 명 확보하겠다”라는 정책을 펼쳤으면 어땠을까? 아마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 되었을 것 같다. 정부 여당은 정확한 문제에 대한 처방이기에 국민의 지지와 표를 얻고, 의료계 역시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것이다.
어떤이는 이렇게 말한다. “청교도들이 자신들의 종교와 사상의 자유를 찾아 북미로 갔다. 이들은 나라를 이루고 부를 누리게 되었지만,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은 노골적으로 남미로 금을 캐러 갔다. 결국 이들은 금도 못 얻고 욕만 먹는 탐욕스러운 지배자라는 불명예만 얻게 되었다.” 이 표현을 통해 한국의 젊은 의사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2000년 의약분업 말기 의사들은 정부의 수가 보상에 덥석 손을 내밀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수가 인상이었다. 하지만 수가 인상은 쥐약이었다. 2003년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특별법을 만들어 고스란히 빼앗아 버렸다. 이제는 더 이상 더 윤석열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겠다, 수가를 인상하겠다”고 제안을 해와도 신뢰할 수 없다. 그들은 몇 년 내에 정치 무대에서 사라질 사람들이고 우리는 이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달을 일으킨 윤석열 정부가 졸속 정책을 원점으로 돌리지 않는 한, 앞으로 이번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재만 남게 될 의료시스템이 회복되려면 앞으로 몇십 년이 걸릴지 모른다. 투쟁의 태풍 속에 있는 후배 의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당신들이 의료개혁의 주체가 되어 무엇이 의료개혁인지 보여 주길 바란다. 가짜 의료개혁을 거부하고 의학 교육의 가치와 의료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 의료개혁이고 나라를 위하는 애국의 길이다. 그래야 당신들이 이 땅에서 의사로서의 소명을 지키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갈 의료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의료의 하향평준화를 막아내고 의료 사회주의의 지옥문을 닫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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