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시장이 위태롭다.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올해 초 많은 택배전문가들은 그 어느 해보다 업체들 간 한바탕 치열한 혈투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업체 간 치열한 저단가 경쟁 심화 현상을 예고한 것이다. 업계 종사자들은 이 같은 전망이 기우이길 희망했다. 그러나 새해 정초부터 이런 전망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지금까지 택배업계 최저 단가로 알려졌던 1,300원 대가 깨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작년 택배운임 현실화에 주력했던 택배업체들이 올해는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거 마켓 쉐어 확대 전략으로 선회해 저단가 공략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일 년 동안 열심히 단가 인상을 위해 노력했으나 생각했던 것 이하의 성과와 낮은 효율성 등으로 일부 기업들이 마켓쉐어 확대 전략을 수립, 공격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나온 입찰 건의 대부분을 특정업체가 저단가로 수주하기 시작하며 다른 택배업체들 역시 점유율차이의 폭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저단가 경쟁에 동참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해 정초부터 저단가 입찰 소식 들려
최근 택배업계에는 크고 작은 입찰 건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화주기업들로는 H사, G사, S사 등을 꼽을 수 있다.
H사와 G사는 이미 작년 말 택배업체를 결정했다. 그러나 S사는 올해 들어 택배업체를 선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S사가 선택한 업체의 택배단가는 현재까지 알려진 최저 단가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택배업계 최저단가 수준은 1,300원대. 그러나 이번 입찰 단가는 1,200원 대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록(?) 경신에 택배업체들은 반성보다는 한결 같이 특정업체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최근 발생한 입찰 건의 대다수를 A택배업체가 저단가로 수주했기 때문. H사, G사, S사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다보니 A사를 향한 타 택배업체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자명한 일. 특히 A사의 경우 다른 택배업체들에서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금액 이상으로 제안, 수주하며 시장의 질서를 파괴시키고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A사는 다른 업체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낮은 단가를 제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운영의 효율화를 통해 흑자 운영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마켓쉬어 확대란 회사의 정책에 따라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 이러한 행위가 업계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는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한편 최근 택배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화주기업 입찰 과정에서 과거에 볼 수 없던 풍경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화주기업들이 전국 단위의 서비스가 가능한 택배업체만 입찰에 참여시키는 것이 아니라 낮은 택배단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형택배업체들을 하나씩 꼭 참여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택배업체 관계자들은 입찰에서 택배단가를 낮추기 위한 화주기업들의 꼼수가 아니겠냐고 지적하고 있다.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다른 택배사에 비해 현저히 낮은 택배단가로 제공하는 업체를 같이 입찰에 참여시킴으로 인해 다른 택배업체들의 단가도 떨어뜨리겠다는 전략으로 밖에 안 보인다”며 “심지어 1차 입찰에서는 없었던 중소형 택배업체가 갑자기 2차 입찰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전하는 화주기업도 있었다”고 말했다.
터미널 확대로 물량 유치 전쟁 벌어질 가능성 커 택배업체들은 터미널이 늘어나면 늘수록 물량을 더 많이 확보할 수밖에 없다. 기존 인프라로 처리하는데 한계가 와도 쉽게 투자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확대하기로 결정하고 난 뒤 업체들은 운영 효율성 등을 위해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선다. 투자비 회수 기간 단축과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신규 터미널 가동률이 좋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물동량이 그 만큼 늘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 택배업체들이 택하는 영업방식 중 하나가 바로 저단가 영업이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택배터미널 확대를 계획 중인 업체는 한두 곳이 아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또한 택배업계 악재 중 하나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택배터미널 확대를 계획 중인 업체는 현대로지엠, 한진, 대한통운, 우체국택배, 동부택배, KGB택배, 일양택배, 대신택배, 경동택배 등이다.
현대로지엠과 대한통운은 현재 확대 공사를 추진 중인 군포복합물류단지에 입점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이곳에 입점하게 될 경우 현재보다 업체 당 일평균 20만 개 이상을 추가로 처리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게 될 것으로 분석한다. 그만큼 추가로 영업할 수도 있음은 물론 그 만큼 해야 하는 목적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부익스프레스로부터 분사한 동부택배 역시 중부권지역에 메가 허브터미널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수립 중이다. KGB택배 역시 청원에 5만 평 규모의 부지를 확보하고 2만 평 규모의 택배터미널을 구축하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전터미널 증축을 완료한 한진택배는 최근 구로터미널 역시 증축 공사를 진행 중에 있으며 2013년에는 동남권(장지동) 물류단지에 택배터미널을 증축할 계획이다. 이러한 것들이 추진될 시 처리할 수 있는 규모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로지엠 역시 동남권(장지동) 물류단지에 터미널을 증축할 계획이며 지난해 말 대전 신탄진 터미널을 확대했다. 일양택배는 오는 3월경 오산에 수도권 허브 터미널 오픈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택배업체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기업은 우체국택배다.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우편물, 소포, EMS 등 성격이 다른 상품들을 우편집중국 내에서 함께 처리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택배전용터미널을 구축해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전국에 4개 이상의 택배전용터미널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우정사업본부는 현재 남대전 지역에 2만평 부지를 확보했음은 물론 올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택배전용터미널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은 민간택배업체들에게는 달갑지 않아 보인다. 가뜩이나 민간 기업 간의 치열한 단가 경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우체국택배까지 합세할 경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게 아닐까라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정사업본부가 기존 우편집중국을 일반 보관을 중심으로 한 물류센터 기능으로 전환할 경우 화주유치에 보다 유리한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며 더욱 경계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기화물업체들 역시 터미널 증축을 준비 중이며 일부 업체는 저가형 택배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수립, 택배시장에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대신정기화물은 화성 인근에 2만평 규모의 터미널 부지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경동택배 역시 김포 고촌물류단지 내 9,500평 부지를 확보, 6,000평 이상의 터미널을 신축할 계획이다.
특히 한 정기화물업체는 정기화물 물동량과 일반 택배물동량을 구분, 운영하기로 하고 저가형 택배물량도 적극적인 자세로 영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존 인프라도 잘 구축돼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업체인 만큼 택배업체들에게는 긴장감을 주고 있다.
M&A 등으로 인한 지각변동 예상 택배시장은 2000년 대 초만 해도 높은 단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평가됐다. 그러나 2003년 이후 대기업군에서 택배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하며 이러한 수식어 역시 사라졌다. 택배단가는 나날이 하락했다. 이는 후발주자들이 공격적인 자세로 기존 시장에 침투했기 때문이다.
이를 뺏으려는 신규 진입 업체와 이를 뺏기지 않으려는 기존 업체 간의 시장 점유율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택배단가는 현저히 낮아졌다.
올해 초 택배업체들의 M&A를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올해는 택배업계 1, 2위를 달리고 있는 대한통운과 CJ GLS가 한 식구로 첫 발을 내딛는 해다. 이 두 기업이 어떤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업계 판도 역시 변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다 보니 택배업계는 1,2위 업체들의 M&A를 반기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최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CJ GLS와 대한통운이 각자의 위치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 두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수립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게 사실일 경우 택배업체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생존마저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다른 택배업체들 역시 맞불 작전을 펼칠 경우 택배시장은 공황상태로 빠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런 사태로 인해 투자 여건이 좋지 않은 중견 택배업체들의 경우 사업을 유지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중견택배업체들의 경우 살아 남기 위한 전략으로 특화된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 한계가 있다”며 “이러한 시장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 역시도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새롭게 택배업계 진입을 꾀하는 기업들도 기존 택배업체들로서는 경계의 대상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농협이다.
지난해 11월 연임에 성공한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은 신용부문과 경제부문을 분리하는 사업구조 개편과 상조회사 설립, 택배사업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농협은 택배사업 진출을 위해 중견 택배사 2~3곳의 실사를 추진한 바 있다.
여기에 국내 대형 유통업체인 S사 역시 지난해부터 TFT를 구성, 택배사업 진출을 검토해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택배업계 전문가는 “택배시장 진입을 꾀하는 업체들의 경우 신규투자보다는 기존 택배업체의 M&A를 통해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진입 후 택배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영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년 후 택배시장 재편 완료 예상 택배전문가들은 2012년 택배시장에 대해 피 비린내 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함과 동시에 지각변동의 시작을 알리는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에서 퇴장할 택배업체들도 발생함은 물론 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특히 현재도 최저 수준인 택배운임이 더욱 내려가게 될 경우 유지가 힘들어 스스로 퇴장하려는 기업이 증가할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런 격동의 시기는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무리 업체들 간 저단가 경쟁이 심화된다고 해도 더욱 내려간 가격을 몇 년 이상 유지하기 힘들 수밖에 없고, 어느 시점에 가서는 택배단가도 인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그들의 얘기다. 그 시점을 2~3년이 지난 후로 예상하고 있다. 그만큼 앞으로 다가올 2~3년이 택배업체들로서는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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