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게 / 김우정
허수아비였을까 뱀의 허물이었을까
누군가와 한 몸으로 한 계절 살다가
버려진 상처 입은 옷들의 얼룩을 지우는 가게
정신이 구김 없이 별빛으로 빛나는 사람들이
단돈 오천원 삼천 원으로 옷을 고른다
시루에 쩌내 김이 아직 가시지 않은 옷들
부력을 뽑아낸 압축으로 쭈글쭈글
소나무 껍질처럼 실밥이 터져있거나
채석강으로 지층을 이루며
또 한 번 주인을 만나 한 몸이 되었다 버려져도
먼 아프리카를 꿈꾸며
누더기가 될 때까지 낡고 닳아
다시 걸레로 태어나고 싶은 끈질김
보푸라기와 먼지의 힘만으로 지구를 몇 바퀴씩 돌아
자글자글한 주름살을 펴고 웃고 있는
저 눈부신 희망과 의지를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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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전
아름다운 가게 / 김우정 (김해 예술제 시화 원고입니다.)
김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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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2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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