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민, 가족 24-16, 당길 때 와야죠 (어머니 생신 선물 준비 ①)
오전에 시장 나들이, 우체국 볼일, 생필품 쇼핑으로 바삐 돌아다니느라
계힉한 어머니 생신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해민이가 휴식이 필요한 것 같기도 했다.
점심을 먹고 충분히 쉰 후 다시 선물을 둘러보러 갈 건지 물어보자
해민이가 아침때처럼 반가워했다.
최근 신장개업한 대형 생활용품매장을 둘러보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일단 선택지가 다양해 해민이가 선물을 골똘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장에 들어가기 전 차 안에서 잠시 고민해본다.
문명과 집단지성의 힘을 빌려 우선 포털 사이트에
‘고등학생 어머니 생신 선물’을 검색해서 함께 살펴보았다.
최근 부쩍 무덥고 한여름에는 볕이 더욱 따가울 것이기에
어머니 피부를 위해서라면 화장품도 좋을 것 같다.
평소 해민이를 잘 챙기는 이웃인 손지영 씨에게 여쭈었을 때도 화장품을 권해주시기도 했다.
해민이와 화장품 이미지 검색을 해보는데 갑자기 해민이가 턱에 검지를 짚었다.
마실 것을 마시고 싶다는 말이지만 마실 것을 드리고 싶다는 뜻은 아닐까 짐작했다.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농사를 감안하면 높은 기온에 시원하게 마실 음료를 선물한다면? 너무 좋은 생각이다. 간편하게 물에 타서 마실 수 있는 포로 된 제품은 어떨까?
매장에 들어서니 즐비한 선풍기들이 맞아준다. 와~ 간편하게 들 수 있는 손 선풍기도 눈에 띄는데 해민이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계단 쪽으로 가는 해민이를 따라가니 쿨링 팔토시가 걸려있다. 순간 혹해서 매장 직원의 도움을 받아 네 가지 색상의 팔토시를 좍 펼쳐 골라볼 것을 권하니 역시 구미가 당기지 않나보다.
고등학생으로서 부담이 없는 선에서 농업에 종사하시는 어머니를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는 뜻을 밝히니 직원분이 목에 거는 선풍기를 권하셨다. 오, 신기했다. 헤드셋 모양이다. 손 선풍기보다 더 실용적일 것 같았다. 해민이도 관심이 있는 듯 살펴보았지만 최종적인 선택은 하지 않았다.
아참, 계획한 선물들이 있었는데‼
계속해서 매장을 둘러보려는데 자동문이 흥미로워 자동문 쪽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아니면 계단을 오르고 싶어 했다. 오늘은 방문 목적이 뚜렷했고, 이 곳은 계단을 이용하는 곳이 아니라며 해민이에게 거듭 부탁했지만 날이 아닌 듯했다. 지난번 가방을 샀을 때처럼 다른 방법으로 묻거나 기다렸다가 물으면 고민을 끝낼 수 있기를 기대하기도 했지만 오늘은 정말 날이 아닌 걸로… 다른 날을 기약해야겠다.
“당길 때 와야죠.”
“고맙습니다. 해민아, 인사드리고 나갈까? 월요일 학원 가기 전에 다시 들르자. 또 오겠습니다.”
월요일에는 계획했던 선물을 먼저 살펴야겠다.
2024년 6월 7일 금요일, 서무결
서무결 선생님도, 매장 직원분도, 해민 군의 뜻을 헤아리며 기다리고 존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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