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런 경기를 취재하러 가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 새로 온 단장이 기자실에 들어와 인사를 하고 몇 마디 할 수도 있겠지만 내용에 대한 기대도 없다. 어차피 임원도 파리목숨이고, 오너의 뜻을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던가. 아마도 흥국생명의 대표이사인 형식적인 구단주나 새로 부임한 단장도 자괴감 속에 체육관에 올 거라 짐작한다. 한편으론 인지상정의 마음도 있다.
이미 팬심도 돌아섰다. 이번 시즌 흥국생명의 홈코트인 삼산월드체육관을 가득 메운 팬들은 거의 김연경 팬들이다. 이들은 이미 흥국생명을 버렸다.
아예 흥국생명이 나눠주거나 판매하는 클래퍼도 들지 않기로 했다. 팬들이 모금해 클래퍼를 자체 제작했다. 장내 아나운서와 응원단장의 흥국생명 응원이나 연호도 거부하기로 했다.
사실 김연경이나 나머지 선수들 대부분도 고등학교까지 열심히 배구를 하고 신인드래프트에서 흥국생명에 지명된 게 애초 불행이었다.
오너 리스크가 없는 팀에 지명됐다면 참 좋았겠지만 시작부터 불행이었다. 특히 신인을 제외한 선수 대부분은 학교폭력 사태 등 최근 구단의 부침 속에 상처를 많이 받은 선수들이다.
이런 선수들을 권순찬 감독이 보듬고, 차별 없이 대하려했지만 물거품이 됐다.
팬이 떠나면 그 구단은 생명력을 잃는다. 팬이 없이 썰렁한 관중석에서 펼쳐지는 경기는 그저 동네배구와 무엇이 다른가.
선수들이 땀흘려 경기를 준비해왔지만 이런 상황에서 사건사고를 취재하러 현장에 가는 건 불쾌하다. 체육관에선 오로지 선수들이 주인공이어야하고, 승패가 갈리겠지만 두 팀의 노력과 열정은 공평하게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오늘은 방향성이 달라 감독을 내친 상황에 대한 구단의 답을 듣는 것이 주목적이 됐다. 어떤 답을 할지 모르지만 이미 방향성은 방향을 잃었다.
선수들은 어수선한 가운데 코트에 선다. 흥국생명 이영수 감독대행도 불편한 자리에서 경기를 지휘한다. 사의를 표명하려 했지만 권순찬 감독이 만류했다. 선수단 동요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판단이었다.
오늘은 코트에 서는 흥국생명 선수들이 무척이나 안쓰럽다. 선수들은 무슨 죄인가. 흥국생명이 또다시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에 나선다. 지금 이 상황은 상대팀 GS칼텍스에도 예의가 아니다.
첫댓글 첫줄부터 걍 박살내시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수들은 참 좋은데 망국이,,
요즘 솔직히 좀 ㅈ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