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그로세타 본인 역시 미국 축산육우협회(NCBA) 웹사이트에 공개된 2월 29일 자 오디오뉴스에서 수입 재개는 시간문제일뿐이라고 했다. 이 뉴스는 유투브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앤디 그로세타는 1월 25일에 미 의회에 소고기 수입 문제의 매듭을 촉구하는 편지를 미 의회에 보냈고(이데일리 5월 14일 자 뉴스),
한 달 뒤인 2월 24일에 이명박의 대통령 취임식에 축하 사절로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미국 축산육우협회 회장이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할 명분과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이명박의 대통령 취임식에 우리나라 축산업 관련 민간 협회장은 초청받았는가? 한미FTA 비준
문제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이해당사자인 축산육우협회장이 취임식에 참석할 수 있게 된 과정은 어떤 것이 있는가? 1월 25일과
2월 24일 사이에 이명박과 앤디 그로세타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누군가 다리를 놨다. 2008년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조지 부시는 텍사스의 목장주이기도 하다. 2007년 3월 28일(미국 현지 시각)에 부시는 "반드시 한국이 소고기를 수입하도록 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아니면 부시가 먼저 이명박에 전화라도 걸어서 소고기 문제를 얘기했을 가능성도 있다. 조지 부시 자신도 텍사스의 대목장주로서
소고기 수출 문제는 개인 관심사이기도 하다. 조지 부시 자신도 광우병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퇴임 후에 자신의 목장으로 돌아가
소고기를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앤디 그로세타가 1월 25일에 미국 의회에 편지를 보낸 것도 조지 부시가 배후에서 선동한
것인지도 모른다.
앤디 그로세타가 중간에서 주도했다면 앤디 그로세타가 로비스트를 써서 자신의 조지 부시와 인연을 내세워 캠프 데이비드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했을 것이고, 부시가 먼저 접근했다면 앤디 그로세타는 마지막 순간에 부시가 그에게 생색내기 위해서
참석시켰을 수도 있다.
명
박이(MyungBak Lee)는 광우병에 관한 지식이 있는 지 없는 지 알려진 바는 별로 없다. 그러나 휘하의 정운천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이나, 대통령직 인수위가 인수 업무가 아닌 갖가지 정책을 남발하던 모습을 봐선 (좋게 보면 의욕 과잉이지만, 업무
인수 인계라는 말의 뜻을 모르는 것들이 모이지 않았나 싶다) 제대로 광우병과 소고기 수입문제에 대해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앤디
그로세타나 그의 대리인, 또는 부시가 제안한 미국이 원하는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면 캠프 데이비드에 머물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던 게
틀림없다. 취임 직후에만 해도 대운하가 가장 관심사였기 때문에 명박이가 광우병과 소고기 수입 개방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내용을
검토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점, 명박이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지 부시와 하룻밤이 왜 필요했을까? 대선 직전 이회창은 명박이가
진정한 보수가 아니라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었다. 적지 않이 상처받았던 모양이다. 이 땅에서 권력을 잡은 보수가 의미하는 것은
친미다. 보수파의 리더로 자부했던 명박이에게 "넌 보수 아냐, 내가 보수야"라며 이회창이 반기를 들었으니 자신이 보수파의 확실한
리더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박근혜와 지금도 그렇지만 여전히 정국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다(실제로 친박 의원들은 상당수가 빠져나가 총선때 상당수가 당선되지 않았나) 게다가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소원해졌다고
생각한 한미동맹 강화를 외쳐오던 명박이게 캠프 데이비드에서 하룻밤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정치 쇼에서 가장 화려한 순간이 될터였다.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과 아무 친밀한 관계임을 입증하는 기준이 되어왔기 때문에 그곳에서 하룻밤은 지지자들에게 취임 초기부터
확실하게 한미동맹이 강화되었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이회창에 맞서 자신이 진짜 보수파임을 은연 중에 내비치고, 박근혜에
대해서 정국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방미 후 자세한 내용은 별로 없으면서도 한미 동맹이 강화되었다는 자체 평가가 뉴스로 나왔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SBS뉴스, 월간조선 사설)
이 추론이 맞는다면, 명박이는 자신의 입지 강화를 위해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그 댓가로 캠프 데이비드 하룻밤 숙박권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추론대로라면 앤디 그로세타가 먼저 접근했을 가능성은 배제해야 하지 싶다. 앤디 그로세타가 한국의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확률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미국 대사관과 CIA, NSA 같은 각종
첩보기관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조지 부시가 명박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적절히 대응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모든 결정은 다 내려놓고 언제 시행할 지 시기만 남겨놓았을 것이다. 대선 결과를 보고 (극히 낮은 투표율에 지지율) 총선에서
승리를 자신했을터이니, 이미 오래 전에 결정이 난 총선 일자를 고려하여 미국 방문 일정을 결정했을 것이다. 부시도 모든 것이 잘
해결된 마당에 그 정도 쯤은 양해했을 것이다. 그 정도 정치 감각이 없는 사람은 아니니까.
하지만 명박이와 참모들은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국민을 우습게 본 것이다. 아직도 60년대 ~ 70년대 엘리트주의에 빠져있는 그들은 4.19와 87년 6월항쟁을 과소평가했다.
인
터넷의 힘도 무시했다. 20대 대학생들은 여전히 정신못차리고 대학 축제에서 원더걸스에 빠져 광란을 보냈지만(88만원 세대라며
자조하더니 놀때는 제정신 못차리는군), 그 밑에 10대들은 완전히 도외시했다. 과거와 판이하게 멍청해진 20대 대학생들을 보고
쾌조를 부르고, 지난 대선에서 386세대가 명박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을 보고 안이하게 생각한 것이 명박이와 그 참모들의 최대
패착이다. 물론 더 큰 문제는 아직도 자신들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명박이 지지율이 22%까지 떨어진 것이 KBS 정연주 사장때문이라는
망언을 일삼고 있으면서 소통을 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기사 자신들은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니, 원인을
계속 엉뚱한 곳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동원하는 것이 과거 다카키 마사오와 전두환, 노태우 등이 써먹었던 공권력을
총동원하여 레드 컴플렉스를 부추기는 것뿐이다.
국민을 우습게 본 것에는 과거처럼 정보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은 것도 포함된다. 대표 사례로 자신들이 4월 19일에 사인한
협정문을 공개안하면 정보가 퍼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많은 네티즌들이 미국 정부 사이트 등에서 한국 정부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공개를 미룬 그 협정문의 영어 원본을 직접 찾아내어 공개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미주 지역 한인들도 인터넷을 통해
분명한 뜻을 밝혀오기도 했으니, 컴퓨터 비밀번호를 몰라 1주일 간 청와대 비서실의 컴퓨터를 쓰지 못할 정도로 컴맹들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이고, 몽땅 괴담이라 부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게다가 명박이는 낡은 CEO의 리더쉽, 그것도 건설 노가다 마인드로 무장한 사람이다. 자기가 현대건설에서 했던 것처럼 잘 몰라도
일단 무조건 호통치고 나면 알아서 기는 대기업 문화에 익숙한 명박이가 정치와 대한민국과 국민도 그렇게 봤다는 것이다(직장 생활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지가 박명수도 아닌 것이 매일 같이 호통 개그를 치면 경찰과 공무원을 움찔하며 알아서 기지만,
국민들은 절대 그럴 사람들이 아니다. 오죽 우습게 봤으면,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망발을 일삼았을까? 서울시 봉헌 사건은
명박이의 어처구니없는 사고방식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일뿐이다.
이번에도 명박이는 자기가 캠프 데이비드에서 하룻밤 잤을 경우, 자신에게 유리한 점만 떠올리고 그 환상에 도취되어 파생될 문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치명적 실수를 범했다. 여기에는 주변 참모들도 한몫했을 것이다. 과연 누가 명박이에게 "그것만 있는 거
아니거든요?" 라고 얘기할 사람이 있을까? 명박이가 그럴만한 사람을 주변 참모로 뽑아놨을까? 심히 의심스럽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캠프 데이비드에서 하룻밤이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만 안겨주는 게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 뿐이다.
이 싸움은 4년 뒤 총선에서 한나라 애들을 대거 낙선시키는 것까지 포함하여 장기간 지속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난 이제 이 사건을 "명박이 소고기 게이트"라고 부를란다. 개인 목적을 위해 국민 전체를 홀라당 넘기는 것을 게이트라고 안부르면 어떤 걸 게이트라고 불러야 할까? 서울시장 재직 당시 자기 아들과 사위를 위해 강제로 히딩크를 사진찍게 한 일도 있고, 자기 부인을 기자로 가장하여 해외 여행을 같이 다녀온 적도 있으니 개인 이익과 공익, 국가 이익을 전혀 구분못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못하는 걸까, 안하는 걸까, 양쪽 다인가?)
첫댓글 소름이 끼칠정도로 정말 대박 이슈라 생각했건만...이거야 말로 이메가의 발목을 잡을 확실한 거라고 생각했건만....어찌된게 야당을 비롯한 여기 모든 이들이 이리도 조용한건지 모르겠네요...우리의 최종 목적은 이메가의 탄핵입니다. 잊어서는 안될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