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25일 토요일.
아침에 집을 나와 농장으로 가는 차창에 빗방울이 떨어졌다.
송전탑 공사강행으로 많은 주민들이 고통 겪는 밀양에 뜨거운 연대와 희망의 메시지 전하려
전국에서 2차 희망버스가 할매 할배들을 만나러 오는 날인데......
의도와 왜곡 빤히 보이는 공중파 방송의 뉴스 따위 멀리하고 살지만 KBS MBC에서 다뤄주지도 않는
밀양송전탑 내막은 저절로 속속들이 알게 돼버렸는데, 데모의 '데'자도 모르는 할매 할배들이
추운 날씨에 길에 나와 데모하고, 단식투쟁하고, 산 위에 공사하는 모습 등 농장 가는 길목에
생생히 맞닥뜨리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동역 인근의 청정한 시골마을 여수동은 시증조할머니의 친정마을로 아름다운 그 골짝으로
귀농할까하고 몇 번이나 가 본 곳이도 하다.
지금 여수동은 산마루 공사강행으로 집벽에 금이 가고 공사저지 주민들이 다치는 등 만신창이가 됐다
농장 가는 자동차에서 강 저편 여수동을 볼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오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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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나무 가지치기나 산에서 밭으로 슬금슬금 기어들어오는 칡 제거 등
농사철 시작되기 전에 해야 할 소소한 일들을 하고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귀가길에 올랐다.
희망버스의 동향을 검색해 보니 전국 50여곳에서 나눠타고 온 2차 희망버스는 밀양 인터체인지에서
버스와 사람들이 일일이 조류 인플루엔자 방역을 하고 밀양시청에서 집회를 한 뒤
시내도로를 행진해 송전탑건설로 극약 마시고 숨진 고 유한숙 할아버지 분향소에 들른다고 했다.
늘 가는 길을 버리고 밀양시내로 들어가니 길마다 경찰차와 경찰이 쫙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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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혼잡할테니 나만 내려 주고 먼저 집에 가라고 하니 옆지기가 무슨 소리냐며
5시 현재 희망버스시민이 집결해 있는 밀양 한국전력 앞으로 차를 몰았다.
인도만 점령했을 뿐 행사는 질서 정연해 차량 통행은 순조로웠다.
행사장에서 조금 떨어진 강변도로변에 차를 세웠는데 눈 아래 강변에는
대기중인 경찰 헬기 프로펠러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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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한국전력 앞의 거리 네 방향에 경찰들이 끝간데 없이 늘어섰고 기자인 듯한 외국인도 보인다.
스피커에서 쩡쩡 울리는 쉰목소리의 절절함에 뭉클한데 왠지 귀에 익은 목소리.
아니나 다를까, 잠시 뒤에 보니 노령의 투사 백기완선생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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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진한듯 인도에 주저 앉으신 모습을 보니 세상의 모순과 불합리, 부정을 고발하며 한 생애
살아오신 높고 의로운 큰 정신이 우르러 뵌다.
대다수 사람들이 개인의 즐거움을 위해 보낼 휴일에 시간과 돈 들여 소수, 약자, 혹은 공동체의 삶에
눈감고 귀 막지 않는 정의로운 사람들이 있어 내 삶도 저으기 안도감이 들었다.
내가 자본이나 권력, 혹은 또 다른 세력에 핍박 받을 때 기꺼이 달려와 손 잡아줄 소금같은 존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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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는 송전탑 때문에 돌아가셨다.
경찰은 아버지의 죽음을 신변비관, 가족불화라는 식으로 왜곡하지 마라."
고 유한숙씨의 아들이 트럭에 올라 한전과 경찰, 정부가 한패라며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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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조명과 무대 장치에서 노래하는 어떤 가수보다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노래한 트럭 위의 가수.
개념여가수의 폭발적인 목소리와 동작에 할매들도 신이 나서 흥겹게 춤 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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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의원, 공지영씨, 이철수 판화가, 시인 김선우 송경동씨, 임순례 홍세화씨 등
각계의 인사들이 희망버스에 동참했다고 들었는데 옆에 선 단발머리 여성분이 낯익다.
공지영씨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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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바닥에 뭔가를 쓰고 계시는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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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동참했어요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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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송전탑은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창녕 북경남발전소까지 보내기 위해
신고리-북경남 76만5천볼트 송전선로 건설사업 중 밀양통과 구간에 세워지는 송전탑을 말한다.
사람들의 삶과 고통에 둔감하고 분노할 줄 모르고서야 좋은 작품 쓸리가 만무하다고
한 유명인이 일갈했지만 내 생각은 송전탑보다 더 근원적이다.
며칠전 JTbC에 나온 일본 탈핵교수는 한국의 전기상황은 원전 없이도 충분하다 했는데,
생활의 불편쯤 기꺼이 각오 돼 있으니 인간의 영역이 아닌 원전을 하루 빨리 폐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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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라가 참 큰일입니다....언론은 이제 자기구실 못한지 오래되었고요.....저도 뉴스는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 종편 싫지만 JTBC 손석희씨 나오는 9시뉴스를 봅니다.
문득, 어린이대공원에 있는 소설가 김정한 선생님 글이 생각납니다. <사람답게 살아가라.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불의에 타협한다든가 굴복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람이 갈 길은 아니다> 참 멀고 힘든 길일 것 같습니다. '밀양' 빛을 품고 있는 곳에 신의 은총이 있기를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