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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뺑소니 사건들이 해결되지 않아 종종 억울한 사정이 방송에 보도되고 있었다.
“교통사고라면 경찰에서 충분하게 조사를 하지 않습니까?”
“경찰의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 같아요.”
“누구의 교통사고입니까?”
“남편이에요.”
백영란은 2년 전에 일어난 남편 최용기의 뺑소니 사건을 사진까지 보여주면서 차분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백영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여러 장이었는데 피를 흘리는 최용기의 사진과 찌그러진 세단, 그리고 구경하는 사람들과 경찰이 사고 현장에 표식을 한 하얀 선까지 있었다. 나는 사진의 끔찍한 모습에 몸을 떨었다. 그녀의 남편 최용기는 병원의 원장인데 새벽 4시에 급한 환자가 있다는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나가다가 병원에서 10여㎞ 떨어진 국도에서 정면에서 오는 트럭과 충돌하여 사망했다는 것이다. 물론 목격자도 없고 증인도 없었다. 최용기는 현장에서 즉사하여 아무 것도 진술할 수 없었다.
“남편이 그 시간에 왜 거기까지 갔는지 알 수 있습니까?”
“몰라요.”
“병원의 전화를 받지 않았나요?”
“병원의 전화인줄 알았는데 경찰이 조사를 해보니 대포폰이었어요.”
“그럼 누군가 병원인 체하면서 대포폰으로 유인을 한 것이군요.”
“경찰이 나중에 밝혀서 알았어요.”
나는 사진을 새삼스럽게 들여다보았다. 최용기의 승용차는 검은색이고 외제 세단이었다. 그러나 세단의 앞부분이 완전히 찌그러져 있었다. 나는 백영란에게 사건의 설명을 요구했다. 백영란은 커피를 마시면서 천천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최용기가 일하던 병원은 종합병원으로 최용기와 또 한 사람의 의사 정기영이라는 사람과 동업을 하고 있었다.
죽기 전에 병원을 확장하는 일로 마찰을 빚었는데 최용기가 죽자 정기영이 상속자인 백영란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하여 혼자 경영하고 있다고 했다.
“해낼 수 있겠어요?”
백영란이 대충의 설명을 마치고 나를 똑바로 쏘아보았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해보겠습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뺑소니 사건을 수사하는 것은 절도범이나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것보다 더욱 어렵다.
“성공하면 1억원을 드리겠어요.”
“나쁘지 않군요.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한 푼도 드리지 않겠어요.”
“그럼 실제 경비조차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입니까?”
“그럴 수야 없죠. 기름값과 밥값으로 일주일에 100만원씩 지급할게요.”
“좋습니다.”
나는 백영란과 계약을 했다. 몇 달 전 같았으면 이런 계약을 하지 않았겠지만 돈이 적지 않게 있었기 때문에 모험을 하기로 한 것이다.
글:이고운그림:김선학 <80>
첫댓글 늘 감사히 잘읽고 갑니다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