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붉은나비 Start. 2010.02.04 Writer. 하품아 E-mail. dkstngus2020@hanmail.net Fan. 품바와함께춤을 http://cafe.daum.net/Haphooma Fam. 우리들만의매력,모델팸 http://cafe.daum.net/Ueolzzang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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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그들의 기억. 1
“걸리적거리니까 저리 꺼져라, 꼬마!”
소년은 결국 남자의 발에 치여 앞으로 고꾸라졌다. 진시황이 살던 궁전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으리으리한 전통 가옥 집 앞에서 지저분한 몰골로 서성인 벌이었다. 하지만 소년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옷을 털고 일어나 흙 묻은 손으로 입가를 긁적였다. 남자는 꼬맹이 하나가 얼쩡거리는 것에 다시 신경을 쓸 만큼 여유로워 보이지 않았다. 그는 끊임없이 집 안과 밖을 왔다 갔다 거리며 연신 이런 욕을 내 뱉고 있었다.
“제길, 도대체 100은 왜 하필 오늘 아침에 시녀들을 다 죽인 거야! 다시 구할 틈도 없었잖아! 게다가 하필 오늘 일이 터질 건 뭐야! 지금 공작이 애 나온다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데 집에 나 밖에 없다는 게 말이 돼?!”
꼬마는 남자가 안절부절 못하며 안 쪽으로 사라지자, 잠시 문 밖에서 열린 대문 안을 바라 보았다. 과연 겉만 화려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웅장한 풍경이었지만, 아이는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고 안쪽으로 발을 들였다. 텅 빈 눈동자를 하고 있는 그 소년은 ‘꼬마치곤 귀여운 구석이 없구나.’하는 말을 제법 들을 법 했다. 항상 눈을 뜨면 발길이 닿는 데로 돌아다니는 것이 유일한 할 일인 그 아이는 사방에 펼쳐진 아름다운 가옥의 모습에 조금 입술을 벌렸다. 높고 빡빡했던 빌딩숲 사이를 태어나서 지금껏 지나쳐 왔지만, 그 끝에 이런 것이 숨겨져 있었을 줄이야. 커다란 연못을 가로지르는 다리와 그 밑에 흐트러지게 피어있는 연꽃. 날아다니는 흰나비 한 쌍이 유독 눈에 띈다. 아이는 한참을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그는 점점 더 깊숙한 미로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체감시간으론 아마 한 시간은 족히 지났을 것 같았다. 그러다 갑자기 발 밑에서 ‘콰직’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년은 낡은 운동화를 신은 발을 들어 발 밑을 확인했다. 상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붉게 뭉그러진 그것을 보고 눈동자를 앞으로 돌리자, 눈 앞이 온통 딸기천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딸기, 이 비싼 과일은 가끔씩 시장 바닥에 나뒹굴어져 있는 것을 한 두 번 주워 먹어 봤을 뿐이다. 소년은 무릎을 굽혀 잔뜩 먹음직스럽게 통통한 그 과일을 만져 보았다. 그는 그것을 하나 따서 만지작거리다가 천천히 입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문득 아까 봤던 흰 나비 한 마리가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딸기 위에 살포시 자리를 잡고 앉는 게 아닌가. 날개를 조심스레 팔랑거리는 그 작은 생명체를 보고 소년은 입가를 움찔했다. 그는 다른 한 손을 나비에게 가까이 가져갔다. 보통 소년이었다면 나비를 잡아 신기해하며 한참을 가지고 놀았겠지만 이 아이는 망설임 없이 그대로 두 손을 강하게 포겠다. 순식간에 이상한 소리가 나며 두 손이 맞붙었다. 붉은 딸기 즙이 여기저기 튀겨 옷은 물론이고 얼굴도 끈적해 졌다. 양 손을 벌리자 빨간 액체와 하얀 가루가 뒤섞여 보기에 매우 역겨운 꼴을 하고 있다. 아이는 마치 나비의 피처럼 뚝뚝 떨어지는 빨간 물에 흠뻑 젖은 두 손을 보며 이제 이걸 어떡하지? 하고 생각했다. 바로 옆에 세 번째 연못이 있었던 게 떠올랐다.
“악!!”
그런데 순간 어디선가 여자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들렸다. 꼬마는 조금 놀라서 주위를 둘러 보았다. 여자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 숨가쁜 신음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아이는 조심스레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딸기밭 바로 앞에 있는 별채에서 나는 소리 인 것 같았다. 한적하다 못해 사람의 흔적이 별로 없는 것 같은 작은 별채. 다른 가옥들에 비해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그 집 안에 들어서자 소리는 점점 더 뚜렷해져 왔다. 소년은 천천히 주위를 살피며 걸으면서 중간에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작은 물 양동이에 대충 한번 손을 담가 비비고 계속 안으로 들어갔다. 결국 소리가 나오고 있는 방 앞에 도달했지만, 소년은 열려 있는 그 방 안을 들여다 보기 전에 잠시 망설였다.
“으윽…! 안돼……!! 밖에 정말 아무도 없어……?! 제발!!”
너무나 절실한 그 목소리에 아이는 머뭇거리며 고개를 살짝 들이 밀었다. 조금 어지러운 방 안에서 미칠 듯이 괴로워하는 한 여자. 그녀는 긴 머리가 이리저리 헝클어지도록 몸부림을 쳤는지 엉망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 보다 소년의 눈동자에 한 가득 비춰지는 것은 바로 쓰러지듯 누워 다리를 벌리고 있는 여자의 몸 안에서 나오고 있는 무언가. 아이의 눈이 놀란 듯 커다래졌다. 여자 역시 거의 누군가의 존재를 체념하고 있다가 갑자기 등장한 거지 꼴의 꼬마 아이를 보고 놀란 듯 했다. 그녀의 머리에 순간적으로 ‘저 아이를 돌려 보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다시 시작 된 온 몸의 뼈가 분리되는 듯한 고통에 그녀는 다급하게 목소리를 쥐어짰다.
“꼬, 꼬마야…. 이리 와 볼래…? 무서울지도 모르겠지만…조금만 참고 도와주렴…….”
잠시 후, 소년은 놀라운 과정을 직접 목격하면서 참여했다. 마지막에 그의 두 손에 피 범벅이 된 채로 울부짖는 아기가 들리자, 여자는 목에도 잔뜩 주고 있던 힘을 풀고 베개에 머리를 내려 놓았다. 여자는 힘겹게 눈을 깜빡이며 소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기…를…….”
소년이 아기를 여자에게 막 내미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갑자기 공중에 떠 있던 여자의 손이 침대 위로 뚝 떨어졌다. 소년은 영문을 몰라 아기를 건네지 못한 채로 여자를 쳐다보았는데, 여자는 아예 눈을 감고 고개까지 돌리고 있었다. 그는 팔꿈치로 여자의 다리를 몇 번 쳤지만 여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 그렁그렁 맺혀 있던 눈물 한 방울만이 소리 없이 떨어졌을 뿐이었다. 지금껏 자신의 기억으론 단 한 번도 웃거나 운 적이 없던 소년은 집이 떠나가도록 울어대는 이 빨간 아기를 들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는 일단 피바다가 된 이 침실에서 벗어났다. 아이는 지칠 줄 모르고 우렁차게 울기만 했다. 소년은 아기를 안은 채로 아까 왔던 길을 그대로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큰 가옥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아까 그 남자를 마주친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아 제길!! 왜 안 우는 거야…!!! 미치겠 …뭐, 뭐야?!”
황당하게도 그 젊은 남자 역시 불그스름한 작은 살덩어리 하나를 안고 있었는데, 남자는 조금씩 움찔거리기만 하고 울지는 않는 그것을 들고 밖으로 뛰쳐 나가려다 소년을 발견했다. 남자는 완전히 굳은 표정으로 순식간에 뒤에 차고 있던 총을 꺼내 소년을 겨냥했다. 소년은 뭐라 설명할 틈도 없이 남자의 손에서 ‘철컥’소리가 나자 절망적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남자는 잠시 멈칫하며 소년이 들고 있는 것에 대해 눈을 게슴츠레 하게 뜨며 가까이 다가왔다. 아기는 그 동안 잠깐 잠잠하다 싶더니 얼굴에 남자의 그림자가 지자 다시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남자가 안고 있던 나머지 아기 하나도 켁켁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소년이 들고 있는 것에 비하면 매우 가냘픈 울음소리였지만 남자는 고개를 돌려 아기를 보며 활짝 웃었다.
“살았다…!!”
아기가 살았다는 건지 자신이 살았다는 건지, 남자는 안도 했다. 하지만 소년은 아직도 자신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는 총 구멍에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었다. 긴장한 표정으로 남자를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자신이 안고 있던 아기가 울음을 뚝 그쳤다. 그리곤 눈도 뜨지 않은 채로 옆에 손을 뻗어 총구를 만지작거리는 게 아닌가. 아기의 손가락 몇 개가 구멍 속으로 들어가자 소년은 식은땀이 날 것 같았다. 그리고 곧 총이 흙 바닥에 떨어졌다. 남자가 한눈을 파느라 느슨하게 쥐고 있던 탓도 있겠지만 아기가 힘이 보통 장사가 아닌 게 분명했다.
“엇!?!”
소년은 번개같이 총을 주워 남자를 향해 그것을 들었다. 남자는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잠깐 머리를 굴렸다.
“아니 오늘 일진이 왜 이렇게 더러운 거야!! 야, 너 그거 안 내놔! 애들은 그런 거 만지면 안돼!”
남자는 마구 화를 내며 소년에게 한 발짝 가까이 갔다. 아마 차라리 위협하면 그대로 겁을 먹고 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하지만 입을 굳게 다물고 그를 똑바로 쳐다보는 소년은 남자의 그런 행동에 그저 방아쇠를 당겼을 뿐이었다.
‘탕!’
남자는 소년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왼쪽 가슴팍에서 줄줄 흘러나오는 피를 한 손으로 받아 보다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한 채로 그만 뒤로 나자빠진다. 남자의 품에 안겨 있던 아이는 콜록거리며 계속 울어댔다. 앵앵거리는 듯한 그 작은 울음소리는 소년을 짜증나게 했다. 소년은 남자의 가슴팍 위에 얹혀져 있는 그 작은 몸뚱어리에도 총을 겨누었다. ‘철컥’하고 또 한 번 소리가 났고, 손가락에 슬슬 힘을 주려는데…. 갑자기 소년이 들고 있던 아기가 그의 옷 소매를 꽉 움켜쥐었다.
“하지 말란 거야?”
소년이 입을 열자 일정한 억양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말투에 조금의 감정도 섞여 있지 않았다. 아기는 다시 한 번 그의 옷 소매를 잡아 당겼다. 그 힘엔 소년의 팔이 미동도 하지 않았지만, 소년은 잠시 아기를 바라보다가 총을 든 손을 내렸다. 기분이 이상해져 왔다. 품 안의 아기…. 얼굴에 묻은 피도 아직 마르지 않아, 눈도 뜨지 못하고 있었다. 소년은 혹시 이걸 닦아주어야 하는 건가? 하고 더러운 옷소매로 아기의 눈가와 얼굴을 대충 닦아 보았다. 그러자 반짝, 하고 아기의 눈이 떠졌다. 그 검고 깨끗한 눈동자에 자신의 얼굴이 비치자 소년은 조금 놀랐다. 아기는 입을 오물거렸는데, 아무래도 웃음기를 띄고 있었다.
“……난 네 엄마가 아니야. 네 엄만 방금 죽었잖아.”
아기는 소년이 전하는 그 잔인한 말을 알아 듣는 건지 아닌 건지, 이번엔 환하게 웃었다. 소년은 그것을 보곤 갑자기 머리통에서부터 발 끝까지 번개라도 내리 찍힌 것처럼 한번 부르르 떨었다. 온몸의 피가 쾌감에 진동하는 느낌. 손끝이 얼얼하다. 과연 내가 너의 생명의 은인일까, 네가 나의 생명의 은인일까. 정처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며 사람들 발에 치이는 게 일상이던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황당한 사건의 연속. 웃기게도 내 손에서 태어난 심장이 달린 작은 몸뚱이. 갑자기 소년의 깊은 곳에서부터 소유욕이라는 것이 불 같이 타올랐다. 지금껏 ‘내 것.’이라고 칭해 본 게 과연 몇이나 될까. 사람들이 읽다 버리고 간 신문지 뭉치?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먹다 남은 갈색 사과? 아니면, 이 두 눈알과 보잘것 없는 두꺼운 피부가죽으로 이루어진 얼굴? 내 몸조차 굳이 돌보고 아껴줄 필요와 애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이었다. 하지만 지금 두 손 안에서 나를 향해 찬란하게 웃는 이것을 보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것.’이라는 특별한 그 호칭을 붙여야 될 것을 찾아 낸 것 같았다. 텅 비었던 소년의 눈동자에 비로소 반짝하고 윤기가 돌기 시작했다.
"내 것. 내 것이야. 내 꺼야."
그는 어느새 입 밖으로 이런 말을 쉴 새 없이 중얼거리며 두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아기가 움찔하다가, 또 웃는다. 그는 그것을 보고 기괴하게 같이 따라 웃었다. 소년은 '신조차 이것을 빼앗을 수 없다.'라고 고하기라도 하는 듯 하늘을 향해서도 크게 웃어주었다.
"으히! 으하하!!! 아하히히히!!!"
이제, 너를 어떻게 할까? 너를 쓰레기를 먹이며 키우고 싶진 않은데. 소년은 요란하게 펌프질 하는 심장에게 충실한 채로 거친 숨소리를 내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문득 저 쪽에서 아지랑이를 피어 올리는 화롯불 하나가 눈에 띄었다.
- 프롤로그는 그들의 기억으로 채워질 거구요 총 4편이 되겠습니당! 붉은나비 시작합니다 후후훗 품바人 많은 응원부탁드려요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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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화이팅여♡
오오오`~ 재밌어요 기대되요
오 오 오 옹 재밋어용 잘보고가용
으아잉 벌써부터이렇게흥미를당기시다닝 ! 기대기대 !
노래랑 소설이랑 너무 잘어울리는것 같아요 굿굿
노래가쪼금무섭네요ㅎ_ㅠ
정주행무한반복하다가 생각난건데 말이죠,,,,저 힘쎈 아가가 륜이고 울지 못하고 있던 아가가 량이같아요 왠지ㅋㅋㅋㅋㅋ근데 저 그지소년?이 륜이 잘 살게 해 주려고 아가 바꿔놓은 거.....................?하하하하하핳하핳하비루한추측.............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지소년의정체가궁금하다죠!!춘풍인감.....................?ㅠㅠ
오오^^저거슨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