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휴대폰의 위력은 참 대단하다. 원하지 않는 배경을 날려버린다. 이젠 풍경도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 앞으로의 세상은 보고싶은 것만 보는 세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보고싶은 걸 더 집중적으로 보기 위해 더 많은 돈을 기꺼이 지불하는 세상이 되었다. 각종 SNS에서도 평소 내가 자주 검색했던 것과 비슷한 영상이나 글을 올려준다. 내가 관심을 가진 것들, 보고싶은 것들만 더 보여준다. 가끔 기계의 알고리즘에 올라온 영상을 보다보면 나도 모르는 나의 취향이 기계에 의해 선택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 취향도 기계가 골라준다. 얼마 전에 뉴욕에서 온 후배와 만났다. 뉴욕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싱글들은 데이팅앱 없이는 이성을 만나기 힘든다는 말을 전했다. 코로나 이후 그런 경향이 심해졌다는 말을 듣고 공감이 갔다. 예전에는 지인이 추천해준 사람을 신뢰했다. 친구가 소개해준 이성을 만나는 일도 많았지만 후배가 사용하는 데이팅앱에서 개인의 대화스타일을 분석하여 비슷한 어투를 사용하는 이성을 추천해준다고 했다. 말하자면 어떤 단어나 문구에서 대답이 빨라지는 지, 어떤 문구에선 답을 머뭇거리는지 챗봇이 인식하여 분석한다. 이건 정말 중요한 포인트다. 말이 통하는 대상은 서로 비슷한 단어에서 호감도가 올라간다고 하니 오히려 컴퓨터가 더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후배도 얼마 전에 데이팅 앱으로 이성을 만나는 중이라고 했다. 코로나때 자택근무가 많아지면서 데이팅앱 사용자가 급증했다. 나이별로, 동네별로 데이팅앱가입여부가 자동결정된다. 마치 당근앱이 근거리지역 거래를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것처럼. 세상은 넓어졌다고하지만 코로나이후의 삶은 오히려 더 지엽적으로 변했다. 데이트 상대도 컴퓨터가 정해주는 대상을 더 신뢰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선택권이 더 넓어졌지만 오히려 선택권이 더 좁아진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