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색 다식
차와 어울리는 다식
다식(茶食)은 예부터 오색의 아름다운 빛깔로 잔칫상을 장식해 왔지만 요즘에는 제대로 만든 것을 찾기가 어렵다. 녹차를 마실 때 다식을 곁들이면 은은한 차 향기와 어우러지는 맛이 매우 독특하다.
다식의 다(茶)는 차를 말하므로 당연히 차와 관련이 있다. 1700년대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다식은 분명 중국 송나라의 대소룡단(大小龍團)에서 전해졌을 것이다. 그것은 찻가루를 잔에 담고 저어 먹던 것으로 이름은 그대로 전하나 내용이 바뀌어 지금은 밤이나 송홧가루를 반죽하여 물고기, 새, 꽃, 잎 모양으로 만든다”고 하였다. 송나라의 용단은 차를 떡 덩어리 모양으로 만들어 중국 복건성(福建省) 특산물로 왕에게 진상하던 것인데 송에서 보내 오는 세찬 예물에 꼭 들어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제사에 차를 썼다고 『삼국유사』에 전한다.
차를 말릴 때 떡처럼 단단하게 둥그런 덩어리로 만드는데 이 때 표면에 용과 봉의 무늬를 찍어서 만든 것을 용봉단(龍鳳團)이라고 한다. 이는 조선 시대의 다식판에 새겨진 여러 문양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예전에는 차례를 올릴 때 용봉단을 차려 놓았는데 점차 희귀해져서 차 대신에 다른 재료를 꿀로 버무려 굳힌 것이 오늘날의 다식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조선 성종때 사신으로 다녀간 명나라의 사신 동월(董越)의 『조선부(朝蘚賦)』에 “다식은 밀이나 모밀, 녹둣가루를 꿀에 재워 둥글게 만든다”고 하였으니 조선 시대 초기에 이미 다식을 차가 아닌 다른 재료로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 중기의 『산림경제』(1715년경)에서는 “밤, 송화, 검정깨, 도토리, 녹두 녹말, 마 등으로 다식을 만들었다”고 하였고, 『성호사설』에서는 “쌀가루나 밀가루, 모밀가루를 꿀에 개어 다식틀에 박아 낸 것을 단자(團子)라 했는데, 오히려 항간에서는 곡물가루 다식은 전승되지 않고 송홧가루, 밤가루, 깨, 콩가루, 녹둣가루 등을 꿀에 재워 틀에 박아내어 만든다”고 하였다.
궁중의 잔치 기록서에는 황률다식, 송화다식, 흑임자다식, 녹말다식, 강분다식, 계강다식, 청태다식, 신감초말다식 등 여덟 가지가 나오며, 그 외에 진말(眞末 : 밀가루)다식, 용안육다식, 잣다식, 상자(橡子 : 상수리나무의 열매)다식, 갈분(葛粉 : 칡뿌릿가루)다식, 잡과(雜果)다식, 산약(山藥)다식 등이 옛 음식책에 나온다.
요즘 가정에서 손쉽게 만들려면 흰깨, 콩가루, 미숫가루 등을 이용하면 된다. 흰깨로 만들려면 검정깨와 마찬가지로 기름이 돌 때까지 찧는다. 콩가루는 떡고물로 쓰이는 볶은 콩가루를 노란색과 파란색 두 가지를 준비하고, 쌀다식은 미숫가루를 이용하면 좋다. 꿀도 좋지만 조청이나 물엿을 섞어서 써도 괜찮고, 다식판에 참기름을 바르는 대신 얇은 랩지를 깔고 찍어내면 덜 번거롭다.
다식은 대개 한 가지만 만들지 않고 적어도 삼색 이상 마련하여 함께 어울려 담는다. 우리 조상들은 빨강, 파랑, 노랑, 흰색, 검정색의 오색을 기본 빛깔로 삼고, 음식에도 이 색을 지닌 식품의 자연스런 색을 그대로 살려서 마련하곤 하였다. 흰색의 녹말다식, 분홍색의 오미자다식, 노란색의 송화다식, 푸른색의 승검초나 청태다식 그리고 검정색의 흑임자다식의 오색 다식을 마련하면 빛깔도 잘 어울리며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최고급 송화다식
늦봄에 피는 소나무 꽃가루인 송화(松花)는 다식 중 최고급에 속한다. 송홧가루가 바람에 날아가 버리기 전에 큰 자배기에 물을 담아서 꽃가루를 털어 모아 물을 갈아서 수비(水飛 : 곡물의 가루나 흙을 물에 넣고 저어 잡물을 없애는 일)하여 만든다. 예전에 강원도 준양(准陽)에서 나는 송화다식은 맛이 일품이어서 중국 황실에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송화를 고운 체에 쳐서 수비하여 석청(산 속 나무나 돌 틈에 벌이 모아 둔 꿀)에 반죽하여 다식판에 박아낸다. 송화는 다 피면 날아가 버려 거두기가 어려우므로 피려고 할 때 가지째 따서 정한 돗자리를 펴놓고 볕을 쬐면 저절로 떨어진다”고 하였다. 송화를 꿀로 버무려 박을 때 밀가루와 찹쌀가루를 섞어서 만들기도 하였다.
황률로 만드는 밤다식
밤으로 다식을 만들려면 말려서 속껍질을 벗긴 황률을 이용한다. 『규합총서』에 ‘황률다식’ 만드는 법이 나온다. “가루가 굵거나 꿀물에 반죽하면 거칠고 맛이 없으며 빛도 곱지 않으므로 황률을 속껍질을 모두 없애고 깁체에 친다. 고운 꿀에 반죽하여 세게 비벼 다식판에 넣고 쇠망치로 세게 두드려야 윤이 나고 반반하다.” 쉽게 하려면 황률을 속껍질까지 잘 벗겨서 무르게 삶아서 고운 체에 밭아서 꿀을 넣고 버무려 꼭꼭 뭉쳐서 다식판에 넣고 쇠망치로 두드려서 박아낸다.
흑백이 분명한 흑임자다식
흑임자다식은 검정깨를 볶아서 곱게 가루 내어 만든다. 『규합총서』에 만드는 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검정깨를 소반에 놓고 흰깨를 낱낱이 가리고, 타지 않게 알맞게 볶아 찧어서 고운 체로 친다. 좋은 꿀로 질게 반죽하여 돌절구에 마주 서서 힘껏 오래 찧는다. 위로 기름이 흐르면 덩어리째 수건이나 센 손으로 기름을 짠 후, 글자가 깊고 분명한 판에 글자에만 설탕을 빈틈없이 메우고 다른 데 묻은 것은 다 씻는다. 검정깨 찧은 것을 미리 다식 모양처럼 만들어 판에 박아내면 흑백이 분명하여 검은 비단에 흰 실로 수놓은 듯하다. 설탕을 잘못 놓아 두루 묻으면 깔끔하지 않다.”
연짓빛 녹말다식
녹말다식은 녹두 녹말에 진한 오미자국을 넣어 연짓빛으로 곱게 물들여서 꿀 반죽을 해서 박아낸다. 『규합총서』에 그 설명이 나와 있다. “진한 오미자국에 깨끗한 연지를 씻어서 녹말을 묻혀 고루 섞고 신맛이 나게 하되, 그늘에 말렸다가 다시 비벼 고운 체에 친다. 꿀에 반죽하되, 사탕이나 설탕을 많이 섞는다. 계피, 건정을 넣고 반죽하여 박으면 맛은 좋으나 계피가 붉은빛이 나므로 섞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녹말다식에는 주로 녹두 녹말을 썼으나 생강 전분인 강분(薑粉)과 칡 전분인 갈분(葛粉)으로도 만들었다.
귀한 용안육다식
용안육(龍眼肉)다식은 용안육을 곱게 두드려 손에 물을 묻혀 모양을 만든 다음 설탕을 놓아 깨다식처럼 박는다. ‘용안’은 중국 남방이 원산인 무환자과 나무로 열매는 둥글고 붉은색의 잔털이 많으며 껍질은 다갈색으로 혹 같은 돌기가 있다. 이 열매는 상쾌한 단맛이 나고 씹히는 촉감이 좋다. 자양분이 많고 맛도 좋아 그냥 먹거나 말려서 약재로 쓴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지 않으나 중국과 교역하여 궁중에서는 큰 잔치의 고임상에 빼놓지 않고 놓던 과일이다. 통째로 말린 용안만이 아니라 용안육으로 다식을 만들어 고이기도 하였다. 재료가 워낙 귀해서인지 지름이 2cm 정도로 작게 만들었다.
그 밖의 다식
파란색이 나는 다식에는 청태(靑太)와 승검초(辛甘草(신감초))로 만든 것이 있다. 푸르대콩이라고도 하는 청태는 열매의 껍질과 속살이 다 푸른색이다. 누런 콩으로도 만드는데 볶아서 곱게 가루를 내어 만든다. 승검초는 미나리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한방에서 뿌리를 당귀(當歸)라 하여 약재로 쓰며, 다식을 만들 때는 잎을 말려서 가루 내어 쓴다. 『윤씨음식법』에서는 ‘당귀다식’이라 하여 “당귀를 곱게 쳐 사기 그릇에 다져 담고, 물을 두세 번 갈아 쓴맛을 우려낸다. 당귀가 화김에 들지 않으면 향기가 나지 않으므로 밥이나 떡 위에 그릇째 놓아 쪄서 화김을 들여 말렸다가 다시 찧어 백청으로 아주 달게 반죽하여 판에 잣가루를 뿌려 박는다”고 하였다. 향이 특이하고 은은한 녹색이 난다.
상실(橡實)다식은 도토리를 우려서 그 앙금으로 만드는데 창자를 튼튼하게 하고 기침을 멎게 하는 효과가 있어 ‘기침막이 떡’이라고 부른다. 산약(山藥)이란 마(麻)의 뿌리를 말하는데 이것의 전분으로 만든 다식을 '옥연(玉延)떡'이라 하였다. 예부터 이 두 가지를 정성껏 만들어 노부모에게 드린다고 하여 ‘효자(孝子)다식’이라고도 불렀다.
조리법
갖가지 색의 아름다운 빛깔로 잔칫상을 장식했으며 녹차를 마실 때 곁들이면 은은한 차 향기와 어우러지는 맛이 독특하다.
송화다식
재료(12개 분량)
송홧가루 1컵, 꿀 3큰술, 참기름 적량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송홧가루에 꿀을 넣고 고루 섞어서 한 덩어리가 되도록 반죽 한다.
2. 다식판에 참기름을 엷게 바르고 송화 반죽을 밤톨만큼씩 떼어 꼭꼭 눌러서 박아 낸다.
밤다식
재료(12개 분량분)
밤 400g, 계핏가루 ½작은술, 꿀 2큰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밤은 씻어서 삶거나 쪄내어 속껍질까지 깨끗하게 벗겨서 곱게 빻아 체에 내린다.
2. 밤 고물에 계핏가루를 섞고 꿀을 넣어 되직하게 반죽한다.
3. 밤 반죽을 밤톨만큼씩 떼어 다식판에 꼭꼭 눌러서 하나씩 박아 낸다.
깨다식
재료(각 12개 분량)
흰깨 1컵, 검정깨 1컵
(가) 물엿 4큰술, 설탕 1큰술, 물 2큰술, 꿀 3큰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흰깨를 물에 불려 껍질을 벗겨 볶아서 절구에 곱게 빻고, 검정깨도 씻어 볶아서 절구에 곱게 빻는다.
2. 작은 냄비에 (가)의 물엿, 설탕, 물, 꿀을 한데 담아 끓어 오르면 꿀을 섞는다.
3. 빻은 흰깨와 검정깨에 ②를 나누어 넣고 고루 섞어서 사기 그릇에 담아 찜통에 쪄낸 다음 절구에 쏟는다. 기름이 나와 반질하게 윤이 날 때까지 쳐서 한 덩어리가 되도록 한다.
4. 깨 반죽을 밤톨만큼씩 떼어서 다식판에 박아낸다.
녹말다식
재료(각 12개 분량)
녹두녹말 2컵, 꿀 4큰술, 오미자국 2큰술, 참기름 적량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오미자를 씻어 하루쯤 찬물에 담가 우려서 고운 체에 밭아서 진한 분홍빛의 오미자국을 만든다.
2. 녹두녹말을 반씩 나누어서 한쪽에는 꿀만 3큰술을 넣고 나머지에는 꿀과 오미자국을 넣어 한 덩어리가 되도록 고루 반죽한다.
3. 다식판에 참기름을 엷게 바른 후 녹두녹말 반죽 두 가지를 각각 밤톨만큼씩 떼어 꼭꼭 눌러 박아낸다.
진말다식
재료(12개 분량)
밀가루 1컵, 꿀 3큰술, 참기름 적량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밀가루를 번철에 담아서 중간 불에서 나무 주걱으로 저으면서 누런 색이 날 때까지 서서히 볶는다.
2. 볶은 밀가루에 꿀을 섞어서 반죽하여 한 덩어리가 되도록 한다.
3. 다식판에 참기름을 엷게 바른 후 진말 반죽을 밤톨만큼씩 떼어 꼭꼭 눌러 박아낸다.
콩다식
재료(각 12개 분량)
노란 콩가루 1컵, 푸른 콩가루 1컵, 참기름 적량
(가) 물엿 4큰술, 설탕 1큰술, 물 2큰술, 꿀 3큰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노란콩과 푸른콩을 각각 씻어 볶아 절구에 넣고 살짝살짝 찧어서 키에 까불어 콩 껍질을 버린다.
2. 껍질을 없앤 콩을 다시 절구에 넣고 곱게 찧어서 고운 체에 쳐서 콩가루를 만든다.
3. 작은 냄비에 (가)의 물엿, 설탕, 물을 담고 끓어오르면 꿀을 섞은 후 식힌다.
4. 두 가지 콩가루를 각각 ③의 꿀을 넣어 되직하게 반죽하여 밤톨만큼씩 떼어서 참기름을 바르고 다식판에 박아낸다.
다식 재료(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 흑임자, 녹말, 송화, 진말, 파란 콩가루, 흰깨)
[네이버 지식백과] 다식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음식 백가지 1, 초판 1998., 10쇄 2011., 현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