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용이 정점을 이루면서 약자(略字) 표현이 유행하고 있다. BBL(Be Back Later, 잠시 후 다시 돌아 오겠음), CYA(See Ya, 안녕!), BFN(Bye For Now, 당분간 안녕) 등 약자 사용이 외국 네티즌 사이에서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온라인에서 비롯되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는 약자 사용은 이제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의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약자 표현은 인터넷 세상에서만 트렌드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네티즌의 약자가 인터넷 세상의 트렌드를 보여 주듯이 영어 약자를 활용한 경영 용어를 살펴보면 경영환경의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국내에서 영어 약자를 활용한 경영 용어의 사용은 비단 최근의 일은 아니다. 이미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외국의 경영기법 사례 등을 도입하면서 영어 약자로 된 경영 용어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영 용어들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에는 주로 제조 및 생산분야에서 많이 활용되었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부터는 IT문화가 확산되었고, 경영의 흐름도 다변화됨에 따라 마케팅, 고객 만족, 경영전략분야까지 경영 용어가 넓게 활용되고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는 품질·생산 관련 경영 용어 강조
1980년대는 제조업과 중공업의 시대였다. 따라서 약자 경영 용어 가운데 이 시기에 많이 활용된 것으로는 품질분야 용어인 QC(Quality Control)와 생산분야 용어인 IE(Industrial Engineering), VE(Value Engineering) 등이다.
QC(Quality Control)는 사용자의 사용 목적에 관련된 제품 또는 서비스 등의 집합을 뜻하는 품질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부서별로 계획, 실행, 검토 및 검증, 개선 등 일련의 업무들을 관리하는 활동이다.
IE(Industrial Engineering)는 경영공학으로 불리며 사람, 재료, 설비의 종합화된 시스템을 설계, 개선, 정착시키기 위해 공학적인 개념에서 접근하는 경영기법으로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많이 사용된 경영 용어 중 하나이다.
VE(Value Engineering)는 원가절감과 제품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제품 개발에서부터 설계, 생산, 유통, 서비스 등 모든 경영활동의 변화를 추구하는 경영기법으로 활용돼 왔다.
1990년대는 1980년대의 QC에서 발전된 개념인 TQM과 TPM, CRM 등의 개념이 널리 쓰였다.
TQM(Total Quality Management)은 고객만족을 통한 장기적인 성공은 물론 기업 구성원과 사회 전체의 이익에 기여하기 위하여 경영활동 전반에 걸쳐 모든 구성원의 참여와 총체적 수단을 활용하는 전략적 경영시스템이다.
TPM은 Total Productive Maintenance의 약자이며, ‘전원이 참여하는 생산보전'으로 직역할 수 있다. TPM은 1971년 JIPM(Japan Institute of Plant Maintenance: 일본 설비관리협회)에서 제창한 전원 참여의 설비관리기법으로 기존의 미국식 설비관리기법인 PM(Preventive Maintenance: 예방보전)은 보전 담당자 중심의 설비관리기법이지만 TPM은 여기에 일부 운영자(Operator)도 참여시킨 설비관리방식이다.
CRM은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의 약자로 고객과 관련된 기업의 내·외부 자료를 분석, 통합하여 고객 특성에 기초한 마케팅 활동을 계획하고, 지원하며, 평가하는 과정을 말한다.
2000년대 경영기법 확대, 용어 다양화
1990년대 말은 전 세계적으로 IT산업이 본격화된 시기였다. 따라서 경영 용어들도 정보기술 발전과 관련된 분야에 초점을 맞춘 것이 눈에 띈다.
우리 기업들에게 친숙한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는 IT산업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 말부터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ERP는 정보기술을 이용하여 고객에게 경쟁사보다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삼성전자에 의해 처음으로 도입된 PI(Process Innovation)는 ‘전략적 방향성에 기반한 내부 역량 강화 차원의 업무 프로세스 최적화 활동'으로 정의된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경영기법이 다양해졌고, 경용 용어들도 대폭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우선 요즘 마케팅, 영업부문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DIPS는 ‘Double IP System' 즉 두 개의 IP(Increasing Productivity of Intellectual People: 지적 작업자의 생산성 향상)를 실현하는 시스템이라는 뜻으로, 세일즈맨을 포함해 지적 생산 활동을 하는 조직의 실행력 향상 기법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Sales DIPS 프로그램'으로 명명되어 사용된다. 현재 DIPS 프로그램은 제일모직 등에서 활용하고 있다.
‘창조경영'이 새로운 경영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트리즈(TRIZ)'라는 용어도 다시금 부상 중이다. TRIZ(Teoriya Reshniya Izobretatelskikh Zadatch)는 구 소련의 알츠슐러(G. Altshuller)가 ‘창의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이라는 러시아어의 각 단어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혁신적 아이디어 창출 방법론, 분야별 문제해결을 위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프로세스와 창조경영의 실행방법론으로 많은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인재 경쟁을 통해 자리잡은 것이 바로 GWP(Great Work Place)이다. GWP는 일하기 좋은 일터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탁월한 경영성과와 더불어 구성원의 입장에서 상사와 경영진을 신뢰하고 자신의 업무에 자부심을 가지며,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의미한다.
GWP는 로버트 래버링 교수가 신뢰지수(Trust Index) 모델을 개발하고 매년 <포천(Fortune)>에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을 선정 발표함으로써 공신력과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기업 이미지를 통합하는 CI(Corporate Identity)가 있다면, 서비스 부문에는 SI가 있다. SI(Service Identity)는 고객들에게 자사의 서비스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각인시킬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으로 서비스 기업의 장기적 비전 수립을 의미한다. 기업이 고객으로 하여금 자사와 제품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도록 명확한 SI를 구축함으로써 자사가 지향하는 서비스의 비전·전략·문화 등을 고객에게 인식시키는 것을 말한다.
경영 용어의 핵심을 파악하라
최근 경기침체가 예상되면서 내년에는 산업계에 TA(Turn Around)의 기업 회생 및 생존전략에 대한 용어들이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QC부터 SI까지 19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경영환경을 지배해 온 경영기법들은 모두 외국에서 도입된 것들인 만큼 영어 약자로 표현되면서 국내 경영환경의 트렌드를 주도해 왔다. 더욱 빠르게 변화될 경영환경에서 우리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러한 경영기법과 용어들을 발빠르게 체득하고,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자사에 필요한 경영기법을 정확히 파악하고, 약자로 표현된 경영 용어의 핵심을 제대로 아는 것이다. 그것이 차별화된 경영기법을 갖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