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쯤이면 저절로 잠이 깬다. 아침에 어학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벽 5시쯤에 아파트에서 총소리가 났다. 탕탕탕, 세 발에 이어 간격을 두고 탕 탕 하고 총 10발 가까이 들렸다. 분명 총소리였다. 몸을 사리고 있다가 살며시 현관문을 열고 나가서 복도 창문을 열었더니 유리조각이 위에서 쏟아져내렸다. 고개를 밖으로 내밀었으면 내 머리에 유리조각이 박힐뻔했다. 깜짝 놀라 창문을 닫고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20분 후에 도착하겠다더니 10분만에 가까운 파출소에서 경찰차가 3대나 출동했다. 주차해둔 차 본네트에 유리조각이 떨어져 차주가 나와서 살피고 있을 때였다. 다시 10분 후에 경찰이 내게 찾아왔다. 총소리가 아니고 유리창을 둘러치는 소리였다고 했다. 그외에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내게서 돌아갔다. 그후에도 경찰차 2대가 오랫동안 아파트 주차장에서 주변을 살폈다. 나는 계속 오덜덜 떨렸다.
이후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마음이 흩어져서 공부도 안 되고 아침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충격에 의한 스트레스였다. 이게 뭐냐며 소리치는 웃집 남자의 목소리 그리고 그릇 부숴지는 소리!
오늘은 한국어 수업이 있는 날이다. 8시 30분에 집을 나서서 버스를 타면 9시쯤에 복지관에 도착하게된다. 달서구에 사는 다문화 이주민은 한국어 공부하러 월성복지관에 오면 좋겠다. 이곳은 작년에 실내를 재정비하여 한여름 무더위에도 실내는 아주 쾌적해서 공부하기에 그럴 수 없이 좋다.
교실이 또 바뀌었다. 더 많은 인원의 학습자 강의가 있으면 교실을 물려주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이곳은 집단상담실인데 칠판이 없어서 문법 설명에 다소 불편했다. 학습자들은 한국어 문법을 참 어려워한다. 문법 외에 존칭어에서도 그러하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은 정해진 타이틀 없이 자기 향상을 위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라 학습자들이 들쭉날쭉한다. 바쁘면 안 오고 시간이 나면 참여하기 때문이다. 내가 진행하는 수업 프로그램은 계획돼 있으나 출석이 자유스런 관계로 프로그램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차수에 따라 몇 페이지씩 밀린다는 뜻이다.
그래도 참석하는 학습자들은 사생결단한 사람처럼 열심히 학습에 몰입하기에 나름 보람을 느낀다. 한 두 사람에게라도 자기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12시 20분이면 수업을 끝낸다.
오후 2시에는 1주일 전에 검사했던 계명대학병원에 결과를 보러갔다. 검사결과가 깨끗하고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해서 걱정과 달리 다행이라 기분이 좋았다. 집으로 돌아왔는데 가족에게도 좋은 일이 있었다. 정부과제를 제출하고 한 달 동안이나 기다렸던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남편의 과제도 선정된 것이었다. 고진감래를 축하하기 위해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이 집에도 오랜만에 갔더니 회 담는 그릇이 심플한 것으로 바뀌었다. 이전에는 색깔별 사기컵을 엎어놓고 그 위에 회가 몇 점씩 꽃송이처럼 얹혀있었다. 새롭다.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남편이 무척 좋아하는 음식이라 함께 갔다. 산오징어회와 도다리회다. 오늘은 소주 대신 청하 두 병을 나눠 마셨다. 청하가 소주보다 비싸다고!
그리고 그 동안 결과를 기다리느라 힘들었던 스트레스를 풀겸 내일 부산 송도 해수욕장으로 물놀이를 가기로 했다. 집에서 수영복을 꺼내어보았다. 실내수영을 오래해서 수영복이 여러 벌이지만 나이들면서 몸이 불어 큼직해진 수영복을 보고 남편이 비키니를 입어야 보기좋다고 해서 기절할 뻔했다. 이 나이에 비키니 수영복을? 아가씨 적에도 못 입었던 비키니를 입으라고? 아마도 농담이었겠지!
오늘은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이를 축하하는 양 매미가 너무 시끄럽게 노래를 한다. '부산에 가자' 해놓고 코를 골며 자는 남편 그리고 매미소리, 그야말로 스트레스다. 선풍기 바람도 뜨겁다. 오늘 대구에 폭염 주의보가 내렸다. 35도 이상이란다. 어서 시원한 부산 바닷가로 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