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보낸 북파공작원들의 공개서안
우리는 분단조국의 보위를 위하여 사선을 넘나들며 목숨을 초개와 같이 바쳤던 사람들입니다. 모든 국민이 생업에 종사하고 고이 잠든 시간에 우리는 사선을 넘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동지들이 죽거나 실종되고 부상당하였습니다. 또한 죽음보다 더 힘든 지옥의 훈련속에서 쓰러져 가는 동료를 몽둥이와 싸리로 때려서 죽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고통을 못 이겨 절벽을 뛰어내려 죽은 동료의 시체를 옆에 두고 무장구보를 뛰었고 밤에는 다시 침투훈련을 하여야 했습니다. 담배 한 개피도 감시 속에서 피워야 했으며 어떤 부당한 명령에도 따라야 했습니다. 죽음이 멀리 있지 않았으며 당장이라도 죽을 수 있다는 강박감으로 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외부와는 철저히 단절되어 있었으며 오로지 조국을 위하여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된 상태로 명령만을 기다리며 점차 인간병기가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뱀이든 개구리든 움직이는 것은 모두 우리의 음식이 되어야 했고 무엇이든 죽일 수 있는 포악함으로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임무의 완수를 위해 죽어가는 동료를 적지에 두고 어두운 계곡을 달릴 수밖에 없었으며 살려달라는 부상동료를 내손으로 죽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무엇 때문에 우리는 전시도 아닌 평시에 부모형제 가족들을 그리며 사선을 넘고 동료들을 죽여야 했겠습니까? 무엇 때문에 피어린 과거를 가슴 깊숙이 묻어두고 살아가야 합니까? 이는 곧 내 조국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내 부모형제 내 가족과 행복하게 살아 보겠다는 일념 하나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였기 때문입니다.
모름지기 국가는 헌신한 사람에게 합당한 예우를 해주는 것이 당연할진대, 어찌 이 나라 위정자들은 자신의 폐부를 감추려고 더러운 비밀만 핑계 대고 있단 말입니까? 왜 우리를 감시하고 핍박하여 못살
게 합니까? 우리도 똑같은 선량한 대한민국의 자식들이었으며 힘없는 서민의 자식들이었습니다. 돈없다는 이유로, 힘없다는 이유로 죄없는 사람을 죽이고 병신을 만들어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 나라가 과연 내 조국 대한민국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북한으로, 다른 나라로 보내 주십시오. 우리는 조국이 필요로 한다기에, 조국을 사랑했기에 내 한몸 다 바쳤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우리가 조국
을 사랑한 만큼만 조국이 우리를 사랑해 달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날 독재정권의 만행에 의하여, 분단조국의 수호를 위한다는 미명으로 철저하게 희생된 불행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당사자간 대화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부단한 노력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관계당국은 비밀이라는 이유로 그 누구도 대화하고 만나는 것을 꺼려하고 회피하기만 했습니다.
누구도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하고 권한만을 행사하려고 한다면 과연 이 나라의 운명을 어떻게 되겠습니까! 내가 태어나고 조상의 뼈가 묻혀 있는 이 나라 내 조국을 떠나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더 이상 이 나라의 앞날에 비젼이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 주고 있는 것입
니다.
우리 북파요원들은 이번 정기국회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나라당의 책임과 행동을 지켜볼 것입니다. 더 이상의 충돌을 우리도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도 이제는 과거의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이제는 조국을 사랑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아울러 유사시 조국수호를 위하여 몸 바칠 것을 약속드립니다.
대한민국 북파공작원(HID . UDU . 유족) 동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