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갤러리아백화점이 최근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에 위치한 식품관 '고메이 엠포리엄'을 리뉴얼해 식료품점과 식당을 결합해 국내 최초로 '그로서란트(Grocerant·Grocery+Restaurant)'를 도입, 새로운 콘셉트의 명품 식품관 '고메이 494'를 선보이며 차별화된 백화점 식품관 개념을 소개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명품관 웨스트를 '개방형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특히 최근의 이 변화는 기존 백화점 매장 구성과 동선 등 레이아웃을 파괴하고 속옷, 청바지, 여성복, 남성복 등 카테고리별로 상품을 모아 하나의 브랜드처럼 보이도록 했다는 데 있어 백화점업계의 새 바람으로 주목받았죠. 이와 같은 변화의 새 물결 배경에는 지난 2012년 3월 45세의 나이로 수장자리에 오른 박세훈 대표가 있습니다. 지난달 12일 있었던 명품관 웨스트 재개장 간담회자리에서 박 대표는 "고객들은 백화점 방문에 있어 늘 가던 곳 혹은 사는 곳 둘 중 하나를 기준으로 선택한다"며 "갤러리아 명품관은 인근 주민들 성향을 잘 파악해 원하는 것을 찾아 만족도를 높인 후 입소문을 타고 다른 고객들이 방문하게 만드는 차별성을 갖추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죠. 박 대표가 갤러리아백화점의 장점과 차별성을 잘 찾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가 인근 주민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갤러리아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박 대표의 본가는 갤러리아백화점 본점 근처에 있는 압구정 현대아파트"라며 "어릴 적부터 갤러리아백화점을 방문했기에 갤러리아만의 특장점을 잘 뽑아낼 수 있었고 미국과 영국에서 유학한 그의 경험이 잘 맞아 해외 선진 백화점과 갤러리아의 변화를 조화롭게 접목시키는 것이 가능했다"고 귀띔하더군요. 이어 이 관계자는 "갤러리아백화점은 박 대표가 취임하기 전부터 사업 확장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다"며 "정체성을 띄던 갤러리아에 백화점 이미지 제고에 있어 마케팅 변화를 모색하던 중 브랜딩 마케팅 귀재로 손꼽히던 박 대표는 더할 나위 없는 적임자였다"고 덧붙였습니다. 1967년생인 그는 당시 45세였습니다. 그때 황용기 전 한화갤러리아 대표이사 나이가 60세였으니, 직전 대표보다 15세정도 어린 나이에 대표 자리에 오른 것이었죠. 갤러리아의 모기업 한화그룹은 기업문화 자체가 보수성이 강한 조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비교적 상하관계가 철저한 문화는 갤러리아 계열사까지 이어져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는데요, 아무리 '구원투수'로 기용됐다고 해도 45세의 젊은 수장을 영입했다는 것 자체가 당시에는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된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백화점 업계 처음으로 명품관을 도입했던 갤러리아는 박 대표 취임 전까지 변화보다는 명품과 프리미엄에 치중된 채 정체된 모습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갤러리아백화점은 브랜드 마케팅을 통한 변화에 목말라했었고 현대카드에서 보여준 박 대표의 창의성이 백화점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로 그를 선봉장으로 영입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한 것이죠. 결과는 폭발적이었습니다. 갤러리아백화점 변화의 출발점으로 삼았던 '고메이 494'는 백화점 전체 신규고객과 매출이 쑥쑥 올라 박 대표 취임 전년대비 신규고객이 43%, 매출 7%가 증가했고, 박 대표의 두 번째 작품인 명품과 리뉴얼 역시 오픈 첫 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배 94% 신장하는 등 내부적으로 흥분할 만큼의 결과를 얻으며 백화점 업계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미 박 대표 이름 앞에 '현대카드 신화'라는 수식어를 붙고 있습니다. 2005년 현대카드 통합마케팅 본부장을 맡은 이후 후발 주자인 현대카드를 업계 선두권으로 이끌며 마케팅 관련 논문이 만들어졌을 정도의 주인공이기 때문인데요. 금융업계에선 이전에 없던 루이비통, 할리데이비슨, 뉴욕현대미술관(MoMA) 등과 손잡고 VVIP 고객을 대상으로 획기적인 마케팅 방식을 도입, 카드업계에서 무리수라 평가했던 연회비 100만원 이상의 VVIP카드인 '블랙카드(the Black)'을 성공으로 이끈 데다 플래티넘3 카드와 함께 선보인 슈퍼콘서트·슈퍼매치 시리즈 등 초대형 문화·스포츠 이벤트 마케팅으로 카드업계 후발주자였던 현대카드를 단번에 업계 2위로 끌어 올렸습니다. 이제 박 대표의 세 번째 작품은 연말로 예정된 압구점 본점 이스트관 의 리뉴얼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후부터 그는 대전 타임월드점을 시작으로 각 지방 지점의 업그레이드 작업에 나설 예정이죠. 보수적인 기업 한화가 변화에 기로에서 선택한 박 대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