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를 한 바퀴 돌고 견내량을 넘어 통영으로 남파랑길(#16-15)
2023. 10. 1 (일) 날씨 : 맑음 기온 : 섭씨 17~25도
거리 : 22km 6.5시간 동행 : 8명
거제시 장평동(고현 터미널 옆)
심리학자 폴 발테스에 따르면 '지혜'란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실용적 지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복잡성, 불확실성, 모순성 등에 대한 이해와 자신의 한계에 대한 인식, 사람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이는 관용을 포함한다.
루이자 메이 올컷은 '저 먼 태양빛 속에 나의 더할 수 없이 높은 열망이 있다. 그곳에 미칠 수 없을지라도 그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그 열망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 본다'라고 말했다.
지혜와 열정이 살아 숨쉴 때 인생의 젊음은 더 지속될 수 있다. 관용과 이해를 가지고 사는 삶이 필요하다.
▩ 거제도 한 바퀴 마지막 코스
10월의 첫 번째 주일 새벽 손흥민과 황희찬이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경기에서 골을 터뜨렸다. 또한 류현진의 토론토 팀도 어부지리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종아리 근육이 아파서 남파랑 길 여정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새벽녘에 생각을 바꾸었다. 오히려 걷는 것이 머리도 개운하고 다리도 풀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에 배낭을 꾸렸다.
공기가 맑고 기온이 낮아서 아침 공기가 차가웠지만, 거제로 향하는 일행들 모습은 역시 상당한 구간을 걸었음에 듬직함이 우러났다.
늘 3시간 이상을 버스에서 시달렸음에도 덕유산 휴게소에서 잠시 쉬는 동안에도 여유가 묻어난다.
고성 공룡 휴게소에 잠깐 들른 후 일행을 태운 버스는 고현 터미널 부근에 도착했다.
거제대교를 건너온 시간이 봄이었는데, 이제 마지막 거제 코스를 걷게 된다.
장평동 ‘Blue City’를 알리는 상징탑을 지나 우린 인도를 따라 신호등을 보며 거제도 중심 도로를 따라 걷는다.
장평동 고개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을 지나며 온통 도크와 크레인들이 가득한 산업 현장을 보며 조선 한국의 대단한 모습들이 가슴을 뛰게 한다. 다시 도래한 조선 산업의 부활로 거제가 다시 살아나기를 기대해 본다.
사곡만
사곡해수욕장
인도가 좁은 지역에서 사곡해수욕장 부근으로 길이 휘어지는데 노랗게 익어가는 논과 백사장이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오른쪽 산 너머는 삼성중공업의 위용이 대단했다면 이곳 사곡 만은 남해의 고즈넉한 아름다운 풍경으로 걷기 좋다.
사곡해수욕장 쉼터에서 간식을 먹으며 늦은 여름을 즐기는 인파들을 보며 거제의 멋에 취해본다.
사곡해수욕장
성내마을
굴다리를 지나니 여산 양달석 화백의 생가와 그림 길이 전시관을 안내하고 있다.
‘나는 어떠한 고통이 따르더라도 그림을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 본 적은 없다. 좀 더 좋은 그림을, 남들이 모방할 수 없는 나의 그림을 그리려고 애써왔을 뿐이다.’
화가의 그림들이 벽화로 그려져 지나는 나그네를 붙잡는데 해촌의 ‘초봄’이 산뜻하고 민화풍이어서 마음이 끌렸다.
거제 사등성
거제 사등성(巨濟 沙等城)은 조선시대 전기에 조성된 거제의 읍성이다. 읍성은 지방 주요 지역에 관어와 민간 거주 지역을 보호하기 위하여 둘러쌓은 성을 말한다.
고려 말 왜구 침략으로 인한 공도정책(空島政策-섬 거주민을 본토로 이주시키는 정책)으로 행정상 공백지였던 거제도는 피난 갔던 거제 백성들이 세종 4년(1422) 돌아오면서 현재의 수월동을 읍치(지방 주민을 보호하고 군사, 행정 기능을 담당하던 곳)로 삼았다가 사등성이 완공된 이후 현재의 위치로 이동하였다.
세종 7년(1425)에 축조 허가를 받은 후, 세종 8년(1426)에 시작하여 22년 후 1448년에 완성하였다.
이후 거주민이 늘어나면서 단종 1년(1453) 고현성으로 읍치를 이동하기 전까지 5년간 거제의 읍성으로 사용되었다.
사등성은 평지에 돌을 쌓아 만든 성으로 외벽 둘레 924m, 내벽 둘레 876m, 잔존 성벽의 최대높이는 3.5m이며 성내 면적은 64,342㎡이다.
성벽 바깥으로 성을 둘러싼 물길인 해자가 둘러쳐 있다. 문지(門地)는 서문지, 남문지, 북문지 3개소가 확인되나, 동문지까지 4개 문지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두 옹성(甕城 : 성문을 공격하거나 부수는 적을 측면과 후방에서 공격할 수 있도록 성문 안에 설치되는 시설물로 모양이 마치 항아리와 같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 설치되어 있으며, 성벽을 기어오르는 적을 방어하기 위하여 성곽 일부를 돌출시킨 치성은 4개소가 확인된다.
남아 있는 성벽의 상태가 양호하여 조선시대의 성곽 구조와 건축술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들판을 지나며 보이는 사등성
동네를 지나며 돌로 쌓은 모습이 심상치 않아 접근해 보니 거제 사등성이었다. 읍성이 보여주는 역사성과 규모를 안내판에서 확인하고 더 놀랐다.
조선 초기의 읍성인데 왜구의 침략에 대비한 네 문지와 옹성, 치성을 갖춘 문화재였다.
고현성과 함께 읍성의 역할을 다했던 사등성을 보게 되어 너무 좋았다.
다만 축성 방법이 예전에 보았던 해미읍성이나 낙안읍성처럼 정교하지 못하고 돌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쌓아서 온달산성이나 삼년산성에 비교되었다.
조선의 성곽은 삼국시대의 축성법보다 뒤떨어졌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국방을 튼튼히 하지 않고 유학에 치우친 시대적 흐름과도 일치한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백성들에게 고통을 주었던 조선의 아픔을 다시는 겪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황금물결 벼가 익어가는 들판에서 500년 전 축성된 사등성을 바라보며 걷는 남파랑길 여정이 풍요롭다.
사곡만
거제 조망
산자락을 비켜 돌아 바다의 멋진 모습을 보며 그늘에서 점심을 들었다. 추석 때 준비했던 떡과 반찬 그리고 과일들이 출출한 배를 채우는데 그만이다.
산자락 고개를 넘을 때 만난 측백나무 숲과 편백들이 피톤치드를 뿜어내 기분이 좋다.
편백나무 숲 고개
성내에서 성포중학교 넘는 고개
전망좋은 곳에서의 휴식
성포중학교
가조연륙교
성포중학교로 가는 내리막을 가며 만나는 가조연륙교의 주황색 아치교가 산뜻한 배경으로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마치 파스텔 문양처럼 떠 있는 바다 양식장 정방형 배치가 푸른 바다와 어울려 멋진 모습이다.
너무도 한적한 곳에 있는 성포중학교를 지나 커다란 크레인과 공장을 바라보며 성포항에 도착했다.
가조교(加助島) : 경상남도 거제시 사등면 북부 해상에 있는 섬으로 거제도 서북단 성포에서 북쪽으로 약 1km 지점인 진해만 안에 있다.
거제시의 부속 섬 중 칠천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최고봉은 북쪽 옥녀봉(332m)이며, 대부분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해안은 남쪽에 만이 있지만, 비교적 단조롭고 기후는 대체로 온난하며 비가 많은 해양성 기후이다.
농산물로는 주로 보리와 고구마가 자급할 정도로 생산되며, 주민은 대부분 어업에 더 많이 종사한다.
연근해에서는 멸치·오징어·잡어 등이 잡히며, 굴과 피조개 양식업이 활발하다.
2009년 7월 13일 창호리와 성포리를 잇는 가조연륙교의 개통으로 육지와 연결되어 교통이 더욱 편리해졌다.
성포항
성포(城浦) : 성포중학교 앞산 정상에 성이 있었는데 이 성이 있는 포구라 하여 부려졌다.
성포마을 북쪽 고개에 등대가 있고, 그 아래 가조도로 연결하는 나루터가 있었는데 지금은 성해정(城海亭)이라는 기념 정자가 남아 있다.
아름다운 성포마을은 일제강점기부터 거제대교가 개통되기 전까지 거제도 최고의 해상 관문이었으며 1990년 엔젤호 운항으로 여객선이 끊긴 추억의 뱃길 명소이다.
비파 : 비파나무는 비파 악기와 잎 모양이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긴 타원형의 잎은 길이가 한 뼘이 넘고 뒷면의 잎맥은 약간 튀어나와 있다.
어릴 때는 양면이 털로 덮여 있다가 차츰 표면은 없어지고 뒷면만 털이 남는다. 아담하고 귀엽기까지 한 비파 악기 모양과 달라 비파(琵琶) 유래설에 의심이 들기도 한다.
비파나무는 중국 서남부가 원산지로 키가 10m에 이르는 늘푸른나무다. 추위에 약하여 남부 해안의 여러 섬지방에서만 자란다.
성포항에서 본 가조연륙교
노루섬과 멍애섬
노루 섬과 멍애 섬. 그리고 빨간 등대와 어선들이 정박한 성포항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 식당들이 꽉 차 있다.
편의점에서 냉커피를 마시며 쉬는데 앞서간 개미 대장이 전화로 빨리 오라고 성화다.
성포항에서 본 코끼리 조개가 희한했는데 바다를 가로질러 설치한 데크가 카페와 횟집에 손님들을 불러들인다.
찐 가리비 조개와 전복을 들고 기다리는 대장을 만나서 한바탕 웃음꽃을 피우고 초등학교를 지나 청곡리 지석묘에 도착했다.
성포 데크
전망좋은 카페와 횟집
청곡리 지석묘 :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인 무덤인데 생김새에 따라 땅 위에 책상처럼 세우는 탁자식(북방식)과 큰 돌을 조그만 받침돌로 고이거나 받침돌 없이 평평한 돌을 얹는 바둑판(남방식)으로 구분한다.
거제시에는 해안가를 중심으로 70곳 이상의 유적에서 고인돌이 확인되는데 남해안 일대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라고 한다.
청곡리 지석묘는 모두 3기로 모두 평평한 자연의 바위를 덮개돌로 하고, 5~6개의 돌로 이를 받쳤으나 무덤 지하의 방은 확인되지 않아 바둑판식으로 보인다.
지석묘의 북쪽에는 지석마을이, 동쪽에는 장좌마을이 있다.
뚜껑 돌의 머리가 향하는 마을이 망한다는 전설이 있어 옛날부터 마을 사람들이 돌머리를 돌리는 싸움을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서로 화합하여 마을 중간 지점으로 돌머리를 돌려놓았다고 전해진다.
청곡리 지석묘
시멘트를 발라 원형이 훼손된 지석묘는 모두 3기로 모두 평평한 자연의 바위를 덮개돌로 하고, 5~6개의 돌로 이를 받쳤으나 무덤 지하의 방은 확인되지 않아 바둑판식으로 보인다.
근처 농장에서 비파를 재배하여 이색적이었고, 생강도 보이고 유자나무가 심어진 곳도 나타난다. 청곡마을은 유자를 재배하는 단지로 유자청을 만드는 건물도 보인다.
청곡마을 : 유자 재배 마을
후포항으로 가는 푹신한 오솔길
꽃무릇이 지는 녹색 오솔길을 넘으니 후포항이다. 자그마한 항구는 소형 어선과 크레인이 보이지만 무척 한가하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서산에 기운다. 신 거제대교를 건너며 지난봄에 시작했던 거제도 남파랑길 27코스에서 16코스까지 174km를 걸었다.
후포항 : 후포항 : 경상남도 거제시 사등면 오량리에 있는 어촌정주어항이다.
견내량에 있는 지도, 수도, 어의도
지도, 시무섬, 고개섬
견내량 청정 바다를 가르는 어선
신 거제대교
신거제대교 : 거제시 사등면 덕호리와 통영시 용남면 장평리를 잇는 총길이 940m의 연륙교로 거제도의 관문이 되는 다리이다.
1970년 초 거제에 조선업이 발달하여 인구와 교통량이 증가하여 거제대교로는 부족하였기 때문에 1999년 다리를 완공하여 보완하였다.
부산 오륙도까지 앞으로 남은 것은 15구간이다. 멀리 해남 땅끝에서부터 달려온 걷기 꾼들의 행진이 이제 통영과 고성을 지나 창원과 마산 그리고 진해로 이어진다.
견내량을 가로지르는 신 거제대교를 건너며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큰 섬이 산도 많고 볼거리와 먹을거리도 풍성한 섬이었음을 인식했다.
자칫 조선공업의 요람으로만 인식되었던 이미지에서 아름답고 숲이 무성한 거제도를 다시 만났던 시간이었다.
물살을 가르며 견내량을 달리는 어선이 뿜어내는 하얀 파도가 남해의 멋진 풍광으로 가슴에 새겨진다.
신구 거제대교를 석양에 바라보며 견내량 해협을 사이에 두고 거제도와 통영이 경계를 이루는 육지의 가장 동쪽 해안 견유 마을에서 거제도 남파랑길 대장정을 마감했다.
신 거제대교
거제대교
신/구 거제대교
견유마을에서 본 신 거제대교 석양
견유마을은 견내량 해협을 사이에 두고 거제도와 통영이 경계를 이루는 육지의 가장 동쪽 해안지역에 있다.
첫댓글 거제를 수없이 여러날 머물면서 보았던 모습은 유명한 관광지 위주였다면 남파랑길 여정은 거제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또 다른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멀고 먼 거리를 늘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었던건 여정을 함께하는 일행분들의 배려와 열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오늘도 지나온 여정을 그림을 그리듯 남겨주신 청산님의 수고덕분에 즐감 하고 갑니다.여정이 끝나는 그날까지 일행분 모두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