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화수경 제9권
30. 불퇴전품(不退轉品)[1]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지금 너희들의 의심을 마땅히 끊어 주고,
또한 장래의 이 경을 읽고 외우고 설하거나 받는 이로 하여금 모두 의심을 끊게 하리라.
사리불아, 여래는 이름하여 온갖 지혜 있는 이, 온갖 것을 보시는 이, 온갖 것을 말씀하시는 이라 하나니,
법을 보지 않으신 것이 없으며,
법을 듣지 않으신 것이 없으며,
법을 깨치지 않은 것이 없으며,
법을 알지 못하는 것이 없어서,
세 세상 것을 통달하시어 걸림이 없느니라.
사리불아, 여래를 이름 붙여 같음이 없는[無等等] 이라고 하나니, 온갖 법에서 바른 견해를 모두 얻어 자연하고 자재하여서 돌아갈 바가 없느니라.
여래는 지금 대중 가운데서 사자후로 법을 설하고자 한다.
이 어리석은 사람의 삿된 도법(道法)을 행하는 것은 차치해 두고, 널리 설하지는 않으련다.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면, 이 법 가운데서 한마음으로 마땅히 부지런히 행하여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이런 생각을 꼭 가져라.
‘여러 부처님께서는 한량없는 아승기겁 동안에 모으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법인데, 내가 이 가운데서 게으름을 피울 것 같으면 반드시 믿지 않고 어기고 거역하여 받지 않으면 통달하여 알 수 없을 것이다.’
[여러 부처님의 위없는 보리를 헐게되는 네 가지 법]
사리불아, 보살이 네 가지 법을 행하면 여러 부처님의 위없는 보리를 헐게되리니,
무엇을 일러 넷이라 하는가?
선한 벗을 여의고 악지식(惡知識)에게 붙어서 그의 배우는 것을 따라서 대승을 허물어뜨리는 것이니,
이것이 첫째 법이니라.
또 사리불아, 보살이 얻은 바 소견이 있어 나의 마음[我心]을 깊이 계교하고, 매우 깊은 경을 들으면 그만 크게 놀라 큰 구렁에 떨어지리니,
이것이 둘째 법이니라.
또 사리불아, 보살이 외도의 경서(經書)를 함부로 배워서 다투고 토론하는 데 능하여 많은 사람들에게서 공경을 받지만,
이 사람은 마음을 스스로 조복 받지 못하고 또한 여러 가지 법을 조복할 수 없으며,
조복하지 못한 때문에 대승을 행치 못하나니,
이것이 셋째 법이니라.
또 사리불아, 보살이 금함을 헐고 부처님께서 지어 놓으신 계(戒)에 따라 순종할 수 없고,
깊고 공하고 깨끗하고 묘한 계법을 듣더라도 마음에 깨쳐 통달하지 못하고, 믿어 즐겨할 수 없으므로 어기고 거역하여 받지 않나니,
이것이 넷째 법이니라.
보살에게 이 네 가지 법이 있으면 믿어 가지지 못하여 보리를 허물어뜨리게 되느니라.”
이때에 부처님께서 이 뜻을 밝히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일 악지식 가까이해
그의 행하는 대로 따라가면서
부처님의 도 짐짓 즐겨하지 않으면
위없는 보리를 헐어버리리.
외도의 경전 함부로 배워
여러 가지 쟁론을 잘 교묘하게 하여
발언하는 이 있게 되면
즉시 모두 깨뜨리네.
비록 지혜 있다고 자칭하지만
실상은 어리석은 사람
이 인연 때문에
보리를 믿지 않네.
어떤 사람이고 아(我)에 탐착하여
얻은 소견에 따르게 되면
이 깊은 법문 듣고서
크게 놀라고 무서움 내네.
이 사람 여실공(如實空)
적멸(寂滅)을 알 수 없고
보리를 통달 못하고
또한 믿어 즐길 수 없네.
계(戒)를 파한 인연 때문에
불선(不善)한 업 일으켜서
부처님께서 설하신 계(戒)대로
순종하여 배울 수 없네.
욕설에 두 가지 말로
남의 허물 드러내기 좋아해
이와 같은 좋지 못한 사람
나쁜 짓은 짓지 않는 것이 없네.
이런 까닭에 보리의 도 믿지 않는 이
마땅히 멀리 여의어라.
내가 칭찬한 법 따라서
언제나 꼭 부지런히 닦아 배우라.
만일 사람이 부처님 뵙고자 하고
이와 같은 법 알고자 하거든
마땅히 편안히 계를 가지라.
이로부터 참다운 지혜 나오리.
만일 청정한 계 가져
보리의 마음 더욱 굳어지면
깊고 깨끗한 계 가짐으로써
악한 각(覺)ㆍ관(觀) 능히 멸하리.
그러므로 보리를 구하는 이는
깊고 청정한 계 꼭 가지라.
이 사람은 부처님 도에서
의심나고 어려울 것 없으리라.
[부처님의 도를 옹호하는 네 가지 법]
“사리불아, 보살에게 네 가지 법이 있어 부처님의 도를 능히 옹호하나니,
무엇을 일러 넷이라 하느냐?
계 가지기를 스스로 행하여 선한 마음을 깊이 발해서 계 가운데 편안히 머무르며,
정전(正典)을 널리 듣고 삿된 논을 섞지 말며,
부처님의 경법을 들어 능히 부지런히 읽고 외우며,
혼자 있기를 늘 즐겨하여 멀리 여의는 행에 순하여야 하느니라.
사리불아, 보살이 만일 이와 같은 네 가지 법을 성취하면 부처님의 도를 능히 옹호할 수 있느니라.”
그때에 부처님께서 이 뜻을 밝히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보살이 계 가운데 머무르되
계로써 스스로 높은 척하지 말라.
매우 깊은 법 다시 구하고
미묘한 뜻 결정하며
제일 깊은 법으로써
위없는 보리 구하되
부처님의 바른 법만 구하고
외도의 논은 익히지 말라.
마침내는 외도의 경전
즐겨 읽거나 외우지 말고
기자론(譏刺論)도 좋아하지 말지니
부처님의 법만 옹호하라.
적멸한 법 늘 행하고
공한(空閑)한 곳에 즐겨 살면
마음을 능히 어지럽게 하는
여러 가지 색욕은 없어지리.
내가 이제 찬탄하는
이 미묘한 네 가지 법은
부처님 도 이루기 위한 때문이니
너희들은 꼭 닦아 배워야 하리.
나는 태어나는 세상에서
이와 같은 법 늘 행했네.
부처님 법 옹호하므로
큰 지혜 능히 성취하네.
부처님 법 옹호했기 때문에
천하고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고
존귀한 곳에 언제나 태어나
뭇 사람에게 시위(侍衛)함을 받았다.
큰 재산과 부자됨을 능히 얻었지만
방탕하고 안일하지 않았네.
재물이란 무상한 것이라 알기 때문에
빨리빨리 복업을 지었다.
만일 남에게 주면 곧 나에게 붙고
아니 주면 나의 물건 안 되니
내 몸과 재산이란
목숨 지면 모두 다 버리고 가는 것.
착한 권속 능히 얻고
선지식 또한 얻으면
부모와 여러 친척
부처님 법에 능히 머무르게 하리.
착한 법 늘 즐겨 행하고
남에게도 믿어 즐기게 하면
이것으로써 큰 기쁨 얻으니
내가 바른 법 닦은 까닭이네.
세간에서 언제나
부귀한 족성의 집에 태어나서
나는 곳에서 방일하지 않고
언제나 착한 법 즐겨 행하네.
몸과 목숨과 재산에서
견고한 생각 내지 않았네.
여러 부처님 뵙기 몹시 어려워
어려움 없는 곳 또한 어려워
부처님 뵙고 어려움 얻고서
큰 이익 능히 일으켜
마음에 출가하기 늘 즐겨해
이것으로 인하여 지혜가 났네.
마음에서 큰 기쁨 나서
가장 훌륭한 지혜 구해
늘 법 가운데 편안히 머물러
위없는 도 능히 일으켰네.
[반드시 부처가 되어 소문이 퍼지게 되는 네 가지 법]
“또 사리불아, 보살에게 네 가지 법이 있되,
마음에 언제나 기뻐서 도를 닦아 스스로 위로하고 능히 스스로 깨쳐 알아야 반드시 부처가 되어 소문이 시방에 퍼지리니,
무엇을 일러 넷이라 하는가?
안팎에 있는 것은 모두 보시하고,
계(戒) 가운데 편안히 머물러 여러 가지 복과 덕을 닦아서 뭇 지혜 가운데 가장 높고 훌륭함이 되어,
깊은 법을 위하기 때문에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으며,
이 깊은 경을 읽거나 외우는 이가 있으면 공양ㆍ시봉ㆍ예경ㆍ구호를 더해 주나니,
이 네 가지 법을 갖추었으므로 마음에 언제나 기뻐하여 스스로 위안하되,
내가 반드시 부처가 되어 소문을 시방에 퍼뜨리리라.”
이때에 부처님께서 이 뜻을 밝히고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모든 재산 다 보시하고
청정한 계 가운데 편히 머물러
뭇 지혜 가운데 가장 훌륭하니
공적(空寂)의 법 의심치 않네.
만일 이런 깊은 경전을
읽거나 외우거나
받아 지니거나 연설하는 이 있으면
뭇 즐길 거리로써 공양하네.
그러므로 이 보살은
늘 기쁜 마음으로 도를 행해
능히 스스로 부처될 것 수기하니
언제나 세상 가운데 높은 이 되리.
만일 지나간 세상 오는 세상
지금의 세상에 계신 여러 부처님들도
모두 수기의 말씀 하시게 되면
그대는 반드시 깨달음에 이르리라.
만일 사람이 이 여러 부처님의
배우신 법을 따라 배우면
꼭 알아라 이 보살은
위없는 도에 편히 머무르되
이 법은 부처님께서 칭찬하신 것
여러 보살들이 행한 바일세
이 사람 그 가운데 머물러
그 까닭에 부처님 도 능히 이루리.
비유하자면 마치 병이나 술잔을
높은 데서 아래로 떨어뜨리면
중간에 걸리는 것 없어
반드시 깨어질 것 알아야 하네.
보살도 또한 이와 같아서
이 도를 능히 닦아 익히면
중간에 걸리는 것 없어서
반드시 부처를 얻으리.
비유하자면 마치 사람이 베를 짜는데
날[經]과 씨[緯]를 서로 엇걸려
중간에 방해됨이 없듯이
능히 성취함을 빨리 얻으리.
보살도 또한 이와 같아서
언제나 이 법 닦아 익히되
중간에서 게을리 않아
끝내 부처 이루는 데 이르리.
만일 사람이 좋은 밭에서
여러 가지 과일 나무 심어 놓고
때때로 물주고 가꾸어서
점점 자라 무성함 얻게 하되
때를 따라 거르고 보호하되
바람 찬 것 더운 것을 막아 주면
이 나무는 점점 자라
묘한 꽃 울창하여 열매 맺네.
그 그늘 매우 서늘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편히 쉬게 하고
꽃과 열매를 주어
중생에게 이익되는 일 짓네.
보살도 또한 이와 같아서
보리의 마음 처음 심고서
보살의 도 차츰 닦아
많이 들은 이에게 묻고
때로는 보시를 행하고
금계(禁戒)를 깨끗이 가져
여러 가지 나머지 보살법을
게을리 쉬지 말고 또한 행하라.
이렇게 차츰차츰 행하면
도량에 반드시 앉아
여러 마군 군사를 헐어 깨뜨리고
위없는 보리를 이루리.
때를 따라 법 바퀴 운전하되
세계에서 굴려지지 않은 곳마다
점점 중생을 도탈시켜
한량없는 무리를 장차 인도하리.
이와 같은 큰 지혜 있는 사람
이 위없는 마음 발해
태어날 때마다 물러나 옮기지 않아
보리를 이루기에까지 이르네.
이런 까닭에 너희들은 지금
마땅히 이 법을 점점 닦아
때가 되면 마땅히 부처 이루어
때를 따라 법 바퀴 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