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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때 작곡된 이 '마왕'은 시성 '괴테'의 시에 곡을 붙인 걸작이다.
즉흥적으로 단숨에 썼다는 이 곡은 그의 재능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g단조 4/4박자 비바체인 이 노래는 3잇단음표의 반주로 말발굽 소리를 묘사하고 있다.
이 노래는 아버지, 아이, 마왕의 대화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주 극적이다.
슈베르트는 이 곡에 불협화음을 사용하여 묘사에 효과를 냈다
(아래에 나오는 용어 설명)
'슈파운'은 콘빅트에서 만난 9살 위의 선배로서 한 평생 슈베르트를 매우 아낀 사람이며,
'콘빅트'는 궁정에 부속된 관비 학교로서, 일반 학과와 합창훈련을 받고 궁정예배당에 나가 노래를 부르기도 했던 곳으로 지금의 빈 소년합창단 전신이 된다.
슈파운의 증언에 의하면,
"어느 날의 오후 나는 마일호퍼와 함께 슈베르트를 만나러 갔다.
슈베르트는 그 무렵 힘멜폴트그룬트에 있는 아버지의 집에 살고 있었다.
우리가 가자 슈베르트는 열에 들뜬 사람처럼 괴테의 <마왕>을 큰 소리로 읽고 있었다.
그는 펜을 손에 든 채 몇 번이고 서성거리다가 갑자기 책상 앞에 앉아 그 기막힌 노래를 순식간에 종이 위에 적었다.
우리는 콘빅트에 달려갔는데, 슈베르트의 집에는 피아노가 없었다.
거기서 그날 밤으로 노래 불려진 <마왕>은 우뢰와 같은 갈채를 받았다.
그 뒤 궁정 오르가니스트인 노(老) 찌츠카는 노래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수없이 깊은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쳐보았다.
그는 곡의 구성에 참으로 감탄했던 모양이다.
두세 사람이 어떤 종류의 불협화음(不協和音)의 반복을 꼬집자 찌츠카는 그것을 피아노로 쳐 보이며, 그 불협화음은 원시(原詩)의 뜻에 참으로 잘 맞고 있다는 것, 그러기에 보다 아름답고 대단히 적절한 해결 방법이라는 것도 설명했다."
문제의 불협화음이란 것은 어린이의 말, 참으로 비통한 악센트인
"아버지, 아버지는 들리지 않습니까"
라는 말에 처음으로 나타난다.
이상과 같이 <마왕>은 솟아 오르는 영감에 따라 5선지 위에 갈겨 쓴 것이었다.
슈베르트는 나중에 고쳐 썼지만 최초의 이 영감에 의한 데는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있다.
현존하는 마왕에는 네 종류의 것이 있는데, 그 중 셋은 대동소이하다.
넷째의 주요한 상이점은 반주부의 오른손의 삼연음부(三連音符) 가 두 개씩으로 된 팔분음부의 그룹으로 바꿔져 있는 점이다.
슈베르트는 이와 같이 얼마간 끈기 있게 다루어야 할 점을 천성적인 게으름 때문인지 간혹 간략화하고 있다.
어느 날 왜 그렇게 제멋대로 하느냐고 가수인 '요제프 바르트'가 묻자 슈베르트는 대답했다.
"삼연부는 다른 사람에게 맡겨 버리지 뭐, 내겐 좀 힘들어."
그는 이렇게 사람을 어리벙벙하게 하는 것을 좋아했다.
바람을 찢는 어두운 밤.
말을 달리는 아버지와 아들.
바람은 울고, 비바람은 신음하고, 말은 미친 듯이 달린다.
음악은 환영 속에 우리를 폭풍과 공포의 세계로 끌어넣는다.
우리의 목을 조르고 물어뜯는다.
그것은 소절(小節)의 고민에 찬 이야기의 마디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 아이는 이미 죽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