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思考)가 주(主) 될 때, 그 표현은 산문이 되고, 감정(感情)이 강하게 작용될 때, 그 표현은 시가 된다. 사물을 이해하는 데는 서사성의 형식이 알맞고, 상상의 세계를 그리는데는 시형이 알맞기 때문일 것이다.
사고와 감정이 정확히 전달될 때, 문장의 내용은 완전에 가까워진다. 이런 구실을 해낼 수 있는 문학장르가 '수필'이다. 수필의 우위성은 여기에 있다.
현대 프랑스의 저명한 시인이며 평론가 아나톨·프랑스(A. France)는 일찍이 "19세기의 무학은 소설이지만 20세기의 문학은 '수필'이 될 것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아메리카의 소설가 헨리·밀러(Henry Miller), 즉 넉픽션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오늘날 태반의 지침서가 2,000년 전의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씀이 유령처럼 움직이고 있는 <수사학>의 가르침이다.
그 때의 미디어(media)는 음성이다. 쿠텐베르크의 활자매체보다 1,500년 전의 이야기다. 오늘의 미디어는 벌써 전광매체로 바뀌어 졌다. 활자매체에서 또 500년이 지났다. 지금은 귀와 눈과 촉각이 작용하여 메시지를 만든다.
마샬·막쿠루한(M. Mcluhan)은 "미디어는 메시지다(The medium is the message)"라고 했다. 메시지가 인간의 생각을 바꾸고 인간생활 양식을 바꾸어 놓는다는 얘기일 것이다.
15세기 중엽에 쿠텐베르크의 활자의 발명은 인쇄술의 혁명을 가져왔다. 500여년 계속되어 온 미디어는 T.V나 기타 전광매체에 의해 새로운 시대로 옮아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하이-테크놀로지시대의 일대 변혁은 9,000년 전의 구석기시대에서 신석기시대로 이행(移行)이나, 수렵시대에서 농경시대에로 이행하는 놀라운 시대 변혁과 같은 경이로운 일이라 하겠다.
유럽이나 아메리카와 같은 나라에 있어서는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에 의하여 책이 많이 보급되었다. 혼자서 적당한 직업을 가지게 되고, 혼자서 읽고 배우는 사이에 개인주의(個人主義)가 생겨난다. 그리하여 햄릿(Hamlit)으로 상징되는 '지식과 행동의 분리', 그리하여 새로운 타입의 인간이 태어난다.
과거 500년간 '프린트 미디어'는 메커니컬 어셈블 라인(mechanical assemble line), 즉 기계적 일관성의 사고의 인간을 만들었다. 그러나 전광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이런 스타일은 무너지게 되고, 오토메시션 사고방식(思考方式)으로 바뀌어져 간다.
사람의 사고 방법도 이제는 시나 소설과 같은 방식보다도 '다양한 개성의 문학'을 요구하게 된다. 이것을 '수필문학'이 대신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오늘의 문학은 시드니·셀턴이나, 마쯔바라·세이쪼(松原淸張)와 같은 미스테리소설이나 추리소설을 빼고는 심각한 문학이라는 것은 넌 픽션-'수필화'되었다고 본다.
과학시대의 문학은 수필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겠다.
"내 눈으로 보았다."
"내 귀로 들었다."
"내 손으로 만져보았다."
그래도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에, 진짜 인간의 고민과 웃음을 그릴 수 있는 것은 '수필'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한국문단이나 세계문단의 추세가 '수필전성시대'가 되어가는 사회적 역사적 이유는 과학시대의 인간사고는 "나 자신이 한다(do-it-yourself)"의 현대인의 사고방법이나, 지적도전(知的挑戰)이라는 데 그 근본 이유가 있다고 본다.
이런 현대의 이해 위에 우리의 '수필창작'에 대한 정신을 두고 다음 공부를 시작해 보기로 하자.
▒ 휴게실(4) ▒
▷ 수필의 성격
· 수필은 마음의 소리가 생명이다. 수필은 가슴 속에 애정의 염(念)이 충만되지 않고서는 한줄도 제대로 씌어지지 않는다.
· 정감(情感)에 의하여 가슴에 와 닿는 글을 '수필'이라고 해도 좋다.
· 수필의 성격은 인간(그 사람)의 성격이라고 하면 타당할 것이다.
· 수필의 대상은 제재의 제한을 받지 않고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결국 대상을 자기화(自己 化)의 상태에서 표현해야 한다.
· 좋은 작품은 항상 놀랄만 한 감동을 수반하는 경험의 표현이다. - 그것은 솔직한 목소리, 진실한 아픔이다.
· 수필은 시(詩)의 문체의 지각(Sense)과 비슷하다. 언어의 질(質)이나 문장에 내포된 의 미와 소리의 질에 귀를 필요로 한다.
· 수필은 상념을 조립하는 학술적 수필의 경우는 다를 지 모르지만 정서를 중심으로 하는 문학적 수필의 경우는 정서적 구문의 조립이 필요하다.
▷ 수필과 다른 산문
· '수필'은 경험을 강조하는 소설과도 다르고, 행위(deeds)를 강조하는 희곡과도 다르고, 기분(mood)과 감정의 표현을 강조하는 시와도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