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 農心'에 정치 안정 달렸다
지식인, 소득 늘면서 기득권층에 편입
성장서 소외된 농민이 최대 불만 계층
▶ 천안문 사태 15주년인 4일 중국 공안들이 베이징 시내 천안문광장에서 국기게양식 도중 시민들의 접근을 막고있다.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로 지칭되는 덩샤오핑(鄧小平)은 1987년 3월 외빈을 접견한 자리에서 "안정은 모든 것을 압도한다(穩定壓倒一切)"고 말했다. 경제 발전의 도상에 있는 중국으로서는 정치적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2년 뒤 일어난 6.4 천안문(天安門) 사태를 과격하게 진압한 것도 안정을 무엇보다 중시한 중국 지도자들의 국정 이념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지도자들이 추구한 안정과 이를 토대로 한 중국의 경제 발전은 세계경제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이뤄졌다. 과거 25년 동안 연평균 경제 성장률은 9.35%며, 지난 10년을 따로 떼어보면 성장률은 평균 8.88%다.
지난해 13억 인구의 중국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000달러를 넘어 1090달러에 이르렀다. 무역이나 전체 경제 규모로 따지면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다. 지난 4월 원자바오(溫家寶)총리의 긴축 발언 한마디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 지역에 '차이나 쇼크'를 불러일으켰으며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의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강력한 통제와 점진적인 정치개혁을 골자로 하는 중국의 발전 방식은 이제 지구촌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중국 정치평론가 정융녠(鄭永年)은 "중국이 택했던 이 같은 발전 방식은 제3세계 발전도상국가들의 모델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화려한 외형적 성장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학계와 전문가들에게도 새로운 연구대상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개혁과 경제개혁을 함께 추구하고자 했던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최근 내부 회의에서 중국의 발전 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토로했다"며 "중국의 급속한 성장에 경계를 풀지 않았던 미국은 중국식 발전 모델의 지속적 성공을 새로운 차원의 '중국 위협론'으로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6.4 천안문 사태'에서 표출됐던 중국인들의 정치적 자유를 향한 의지를 억누르며 중국 경제는 이제껏 순항해 왔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중국의 한 경제 전문가는 경제 발전과 정치개혁의 접점을 찾는 게 최대 과제요,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괄목할 만한 정치개혁 없이는 지속적인 경제 발전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풍부한 노동력과 외자 유치를 토대로 한 거시적 지표는 좋지만 빈부 격차와 에너지 위기, 지역 간 격차 등 걸림돌도 무수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6.4 사태를 사실상 주도했던 대학생과 지식인들의 역할 문제다.
이들 지식인은 개혁.개방 초기에 경제적 혜택에서 상당히 소외됐다. 89년 당시 대학교수의 월급은 100위안(약 1만5000원) 안팎이었다. 베이징(北京) 거리에서 찻잎에 삶은 달걀 '차예단(茶葉蛋)'을 파는 노점상에 비해서도 뒤떨어지는 수입이었다. 하지만 현재 중국 지식인들은 풍부한 소득을 보장받는 기득권층으로 바뀌었다. 대학교수의 월급여는 최소 4000위안(약 60만원)을 웃돈다.
다시 말해 이제 중국의 최대 불만계층은 지식인이 아니라 농민이다. 도시를 중심으로 한 경제 발전은 도.농 간의 현격한 격차를 불러왔고 농민의 불만은 점차 커져가고 있다. 이들 8억명 이상의 농민은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중국 당국이 서부 대개발 등으로 연안도시의 경제 발전을 내륙으로 끌어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유다.
지난 3월 전인대(全人大) 등을 통해 농촌.농업.농민 등 이른바 '3농(農)'문제를 집중 해결하고 공산당이 이를 당내 1호 문건으로 채택하는 등 긴박하게 대처하고 나서는 대목에서 중국 당국의 불안감은 충분히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