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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진안 마이산 여행을
다녀오자는 각시의 말을 건성으로 넘기다 이번에는
진정으로 성의 표시를 해야 할 것 같아 계획을 잡는다.
사실 말인데 그 예전 몇 번이고 진안 행을 계획했지만
그때마다 물거품이 되곤 했다. 이유인즉, 겨울철에는
승용차로 산골을 넘기가 힘들 것 같았다.
주행 중 빙판길에 빙글 빙글 돌때의 그 아찔함을 겪어본
나로서는 보통의 용기로는 겨울철 산골로 여행을 할 수가
없었고, 어쩌다 날을 잡아두면 일기가 불순하여 계획에 차
질이 생기곤 했던 것이다. 그 흔한 네비게이션도 내 차에는
달려있지 않아서 일일이 인터넷을 뒤져 가장 짧은 구간을
선택해서 내일 운행할 지역을 지도에 표시해둔다.
일요일 아침 조반을 해결하고 들뜬 마음을 싣고 우리
가족은 그렇게 마이산을 향해 길을 떠난다. 모처럼
88고속도로에 진입했다.
구례 산동마을을 넘어갈 때 이 길을 이용하곤 했는데
오늘은 순창 나들목으로 향한다. 이제부터 지방도로를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씽씽 달리는 고속도로보다도
한적한 국도를 천천히 운행하면서 짙어가는 신록의
푸르름에 젖어 보는 것 또한 하나의 즐거움이 아닐런지.
모내기가 끝난 들녘에는 어린 새싹들이 가지런하게 잘
정돈되어 자라고 있다. 4개월 후에는 황금색으로 변해
우리의 식탁으로 올라올 것을 생각해보니 새삼 그들의
땀방울을 오래토록 기억해야 할 것 같다.
13번 국도에서 임실군 오수면을 거치면서 17번 국도로
갈아탄다. 오수하면 오수개로 유명한 곳이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주인의 생명을 구했다는 그 의로운 개의
혼을 기리기 위해 해년마다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록 동물이지만 참된 의리를 지킴에
있어서는 사람 못지않은 것 같다.
이제 30번 국도로 들어섰다.
진안군 마이산이 얼마 남지 않았나 보다.
제법 산골에 들어선 느낌이다.
섬진강 발원지가 이 근처다.
여기서 생성된 물은 방울방울 더해져 하나의 내가 되고,
강이 되어 남해바다로 내달리는 것이다.
그 물을 바탕으로 인간들이 모여살고, 동물들도 모여들게 된다.
우리네 고향 어디를 가도 공동우물이 있었다.
그 주위로 붉은색과 파란색의 기와집 또는 슬레이트집,
초가집등 다양한 가옥의 형태를 띤 마을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고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해서 우리는 더더욱 우리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보호하는데 앞장서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운행시간이 110분이라고 했는데 조금 지체했다.
초행길이라 길을 몇 번 잘못 들어서니 그리 되었다.
아무튼 네비게이션의 필요성을 여실히 느꼈다.
이번기회에 괜찮은 네비 하나 집으로 데리고 와야 쓰겠다.
파킹하자마자 할머니 한 분이 잽싸게 달려오시더니
우리 각시에게 취나물 사라고 권하신다. 예전에 산에
다니면서 취나물 뜯어 된장 쌈하던 생각이 나서
한 보따리 구입하자 연신 고맙다는 할머니 말씀을
뒤로하고 탑사를 향해 오르는 도중 군밤장수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 각시가 제일 좋아하는 군밤을 그냥 넘길 리 만무하다.
아이들것 한 봉지, 우리 부부 것 한 봉지해서 우리는
다람쥐 마냥 밤 껍질을 벗겨가면서 옹알거리며 산책길을
거닐고 있다. 산자락에 더덕더덕 자리 잡은 상점들은
호객행위에 여념 없다. 모든 것이 사람 사는 냄새인 것이고,
열심히 살아간다는 증거임에 틀림없다.
금당사(조계종)는 금빛으로 도색이 되어 있다.
썰렁한 기운이 감돈다.
많은 여행객들이 있지만 곧바로 탑사(태고종)로 향한다.
나 또한 그러했다. 종파가 다르다보니 ‘쩐의 전쟁’이
이곳까지 침투되어 서로 눈을 크게 뜨는 게 아닌가 싶다.
산사에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숲길을
포장해서 고즈넉한 맛이 떨어지지만 비단 이곳만의
사정은 아닐 게다. 한적한 숲길을 걷다보니 피톤치드가
내 코끝을 자극한다.
시원한 냄새다.
뭐라 형용하기 어렵지만 그저 시원스럽다고 표현함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덧 탑사에 오르니 제법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한 사람의 힘으로 이 많은 돌탑을 쌓았다니
어지간한 불심으로는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특이한 게 시야에 포착된다.
한 줄기에서 뻗어나온 여러 가지가 바위에 바짝
달라붙어 그 모습이 신비스럽다. 일명 ‘능소화’라 했다.
아무튼 세상에 이런 일이 아니, 이런 현상이 있구나 싶다.
또 언제 올지 모르는 마이산행이기에 부지런히 카메라
셔터에 손을 올린다.
대웅전에 들어가 부처님 전에 삼배를 아이들과
올리면서 속세에서의 안녕과 번영을 염원하는
속물근성을 들어낸다. 불전함에 배추를 빠뜨렸다(?)고
우리 작은애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평소에 용돈 관리를 시키는 점에 대해
잘한일이라 여겼건만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는 데는 부
족했음이 눈에 들어와 반성하고 돌아간다.
탑사 입구 기념품점에 들러 예쁜 휴대폰 줄을 선물해주니
우리 각시 무척 행복해한다.
작은 것 하나 가지고 얼굴에 미소 만땅이라.
그것, 참으로~~
산사에 왔으니 산채비빔밥을 먹고 가지 않을 수 없다.
식욕 왕성한 아이들과 더불어 점심을 해결하고 내려오니
길섶에서 할머니는 메곤이질을 하면서 떡사세요~한다.
호기심에 나와 아이들은 교대로 메곤이질을 한다.
내가 있는 힘껏 내리치자 요령을 설명하신다.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어깨의 힘을 빼고 메곤이의
무게로 가볍게 내리치는 것이란다. 시키는 대로 하자
부드러운 리듬에 그야말로 떡치는 소리가 제법 나는 것이다.
우리 가족의 힘이 들어간 그 인절미를 사서 먹었는데
시골에서 어머니께서 해주신 그 떡맛이었다.
매표소를 벗어나자마자 길손들을 멀찍이 쳐다보는
말 한필이 쓸쓸하게 서있다. 아이들에게 말을 타게
하니 작은 애는 치마라서 못타고, 큰애는 겁이 많아 주저한다.
결국 큰애가 말 잔등에 올라앉으니 그 꼬라지가 말이 아니다.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고 겁에 질린 얼굴이 말이다.
나 또한 어렸을 때 그리 겁이 많았기에 부전자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 바퀴, 두 바퀴 돌아서니 이제는 허리도 펴지고
제법 즐거움이 얼굴 가득 실렸다. 아이의 행복한
표정속에서 나 또한 행복한 미소를 지어본다.
이제 광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남원 방향으로 줄곧 내달리다 순창으로 들어선다.
순창 고추장 마을에 들러 잠시 쉬었다 우리의 먹거리를
구경하고 행복가득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도착하자마니 피곤함이 몰려온다.
그런데 폰벨이 울린다. 낚시가자는 지인의 연락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한다 했던가!
나 또한 낚시에 미련을 못버리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영광으로 향한다. 11시 조금 넘어 어깨는 빠질
것 같고, 눈은 피곤한데 화순으로 이동하자는 선배의
말에 그 야심한 밤에 화순으로 내달린다.
화순 도곡온천 근처인지라 현란한 모텔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누구는 찬 이슬 맞아가며
이 밤을 낚는데 누구는
사랑을 낚고 있다는
선배의 말에 박장대소를 하며
오늘도 삶의 한 페이지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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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글은 동문카페에서 10회 후배님 가끔 올려주는 글 중에서 한페이지를 퍼왔습니다 글재주가 보통이 아니고 마이산에 대해 아주 자세하고 정갈하게 나열 하였기에 한번쯤 읽으셔도 후회하지 않을거라 생각하며 퍼옴
후배님이 가족나드리갔다온 소감이 뭍어나는거 같구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