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인공등반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자 (2)
줄사다리(ladder)
줄사다리는 인공등반에서 팔 힘을 줄이고 효율적인 등반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장비이다. 확보물에 걸어 놓고 발판으로 이용한다. 줄사다리를 딛고 올라가서 다음 확보물을 설치할 때 사용하며 일반적으로 2개를 교대로 사용한다. 등반을 마친 후 앵커 지점에서 홀링을 하거나 포타렛지를 설치할 때 확보물에 걸어놓고 오르내리며 여러 가지 작업을 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다양한 형태의 제품이 있는데 발판 부분이 뻣뻣하고 4~5단 정도가 되는 것이 적당하다.
등강기(ascender)와 저깅 스텝(jugging step)
등강기는 로프에 직접 설치하여 위로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해 주는 장비이다. 로프를 등강기에 설치하면 위쪽으로는 쉽게 밀어 올릴 수 있지만 아래쪽으로는 로프를 꽉 잡아 미끄러지지 않는다. 거벽 등반에서 후등자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등강기로 저깅하면서 올라가게 되는데 이때 사용한다.
등강기는 왼쪽과 오른쪽이 구별되어 있으며 이 2개를 한 세트로 사용한다. 암벽의 각도와 거리에 따라 조금씩 사용하는 등강기가 다르지만 처음에는 수직의 거벽용을 준비한다. 등강기는 저깅 외에도 홀링, 등반 도중 확보, 로프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할 때 등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저깅 스텝은 아래쪽 등강기에 연결하여 몸을 지지하여 저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발판이다. 스텝은 홀링을 쉽게 하기 위해서 다리의 힘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제품화된 저깅 스텝도 있지만 슬링을 적당히 묶어 사용할 수도 있다.
그리그리(grigri)
그리그리는 처음 확보장비로 개발되었으나 사용이 매우 쉽고 간편하여 인공등반에서 확보 뿐 아니라 하강, 홀링 등 여러 가지 용도로 널리 쓰이는 중요한 장비이다.
그리그리를 설치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덮개판을 밀어 열고 로프를 캠 부분에 걸고 덮개판을 닫는다. 연결구멍에 잠금 캐러비너를 걸어 안전벨트의 확보고리(빌레이 루프)에 연결한다. 이때 등반자에 연결된 로프가 앞쪽 위로 제동 쪽이 아래로 오도록 설치되었는지 확인한다.
등반자가 추락하는 경우 로프가 팽팽해지고 그리그리의 안쪽 캠이 바깥쪽으로 회전하면서 로프를 죄어 잠기게 되므로 추락을 중단시킬 수 있다. 그리그리의 아래 제동 쪽 로프는 캠이 효과적으로 맞물리도록 한다. 그러므로 확보자는 항상 그리그리의 아래 제동 쪽 로프를 잡고 있어야 한다. 그리그리의 손잡이를 잡고 몸쪽으로 당기면 로프가 다시 풀린다. 이때 손잡이를 너무 몸쪽으로 당기면 빠르게 풀려 다시 추락할 수 있으므로 제동 로프를 잡고 손잡이를 천천히 풀어주어야 한다.
원래 그리그리는 하강 장비가 아니다. 그러나 로프를 통과시키고 핸들을 앞쪽으로 조금씩 당기면 쉽게 하강할 수 있어 실제 등반에서는 자주 쓰인다. 그러나 위급한 상황에서 손잡이를 앞으로 당기면 로프가 더 쉽게 빠지게 되어 매우 위험하다. 그런 이유로 제조사의 설명서에는 하강용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경고하고 있다. 만약 하강용으로 사용해야 할 경우 아래의 제동 로프를 꺾어 잡고 조금씩 풀면서 손잡이를 잘 조정하여야 한다. 최근에는 안티패닉 기능이 있어 하강 장비로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된 것도 있다.
※ 안티패닉(anti-panic): 그리그리의 손잡이를 당기면 로프가 쉽게 풀리는데 더욱 세게 당기면 다시 잠겨 하강을 제동하는 것과 같이 실수나 오작동에 의한 갑작스러운 위험을 방지하는 기능
캠(cams)
캠은 등반 장비의 상징과도 같다. 모든 등반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확보 장비이다. 스프링을 이용하여 바위 틈에 쉽게 끼우고 뺄 수 있으며 바위를 손상시키지 않는다. 다른 장비에 비해 설치와 회수가 쉽고 빠르며 안전하기 때문에 크랙이 잘 발달된 암벽에서는 가장 적합한 장비이다. 스프링이 장착된 확보물(SLCD, spring loaded camming device)의 하나로 프렌드(friend)라고도 한다.
캠은 좌우 각각 2개의 캠이 대칭으로 설치되지만 캠 하나하나가 개별적으로 움직여서 불규칙한 모양의 크랙에서도 안정하게 설치할 수 있다. 기본적인 기능이 같더라도 제조사에 따라 크기와 형태가 다른 매우 다양한 캠이 개발되어 판매되고 있다. 한 피치의 등반에 같은 크기, 같은 기능의 캠이 여러 개가 사용되기도 한다. 우리 친구들은 처음부터 한꺼번에 전 세트를 구입하려고 하지 말고 가장 기본적인 것을 구입하여 사용해 보면서 지도자나 전문 등반가의 도움을 받아 필요를 느낄 때마다 조금씩 구입하여 늘려나가도록 한다.
캠을 설치할 때 와이어를 당겨 양쪽의 날개(lobes)가 완전히 오므려진 상태에서 크랙에 넣고 살짝 놓아 1/3 이하로 펴진 상태로 크랙에 맞물려 끼워질 수 있도록 한다. 캠은 샤프트의 방향이 되도록 중력이 작용하는 아래쪽을 향하고 날개의 넓은 쪽이 더 넓고 큰 바위 쪽으로 가도록 설치한다. 추락으로 중력 방향으로 힘을 받으면 날개가 크랙 간격에 맞추어 자동으로 더 벌어지면서 단단히 맞물리게 되어 더 이상 추락하지 않도록 잡아준다. 캠을 중력 방향으로 설치하기 어려운 경우를 대비하여 샤프트가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게 만든 것들도 많이 있다.
캠은 비교적 안전한 확보 장비이다. 그러나 크랙이 바깥쪽으로 넓거나 바위가 약해 부서지는 곳에서는 충격을 받았을 때 빠지기 쉽다. 이에 대비하여 다른 캠이나 확보물을 설치하여 이퀄라이징(equalizing)하는 등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소개할 것이다. 크랙에 캠을 설치한 다음에는 캠의 손잡이에 슬링이나 퀵드로우를 걸어 확보한다. 만약 다음 등반을 하면서 로프가 당겨져 캠이 수평이 되거나 거꾸로 딸려 올라올 가능성이 있으면 슬링을 더 길게 한다. 캠을 회수할 때는 손잡이를 잡고 와이어를 당기면 날개가 오므라들면서 간격이 좁아지므로 쉽게 회수할 수 있다.
(계속)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