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가 킨텍스마라톤클럽에 들어와서 있었던 일들을 별 생각없이 적어본 글입니다^^)
언젠가는 한번 킨텍스마라톤에서의 지난 날들을 간단하게라도 정리해 보고 싶었다. 다만, 생각만 있었을 뿐 실행에 옮기지 못해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몇자 적어본다.
아마도 2021년 6월, 3년전 딱 이맘때 쯤으로 기억한다. 김익환 회원님이 이런 동호회가 있는데 한번 같이 나가보실래요 하고 지나가는 말로 권했고, 정말로 우연히 여기에 오게 되었다.
사실 난 학창시절, 체력장할 때도 오래달리기를 제일 못 했다. 단거리는 학급대표로 뽑힐 정도로 잘 뛰었는데, 장거리는 너무 힘들었다. 체력장할 때면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는데 쪽팔리게도 매번 거의 꼴지였고, 그때마다 마치 일부러 천천히 뛰는 척했던 기억도 있다.
여하튼 그랬던 내가 마라톤 클럽이라니...뭐가 씌여도 단단히 씐 모양이었다. 첫 모임에 나갔던 날이 어슴프레 기억나는데, 이기송감독님과 처음 만나서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또 어색하게 달리기를 시작했었다. 그때만 해도, 오래달리기를 하려면 어떻게 숨쉬기를 해야하는지가 제일 궁금했는데, 아무도 그건 가르쳐 주지 않았다ㅎㅎ. 근데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마라톤이라고 해서 특별한 숨쉬기 방법이 있는건 아니었다 ㅋㅋㅋ. 기억에 남는 건 박은주 고문님이 함께 3킬로미터를 뛰어 주셨는데, 여자분이 어떻게 저렇게 잘뛰지 하는 생각이 들었었고, 나같은 초보랑 같이 뛰어주는 것도 너무 감사했다.
그때만해도 뛸 때, 뛰고나서 무릎이 너무 아팠다. 등산을 좋아하던 나는 겨울 지리산을 혼자 갔다가 무리하는 바람에 오른쪽 무릎에 문제가 생겼고, 이걸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서 고질병처럼 무릎통증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좋아하는 배드민턴도 제대로 못 했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제약이 많이 생기게 되었다. 그랬던 내가 마라톤이라니. 정말 다시 생각해도 참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실 무릎이 아프면 달리기를 안 하는 게 정상아닌가. 근데 이상하게도 난 이 마라톤 모임에 계속 나오게 되었다.
이런 나에게 이기송감독님은 특별한 뭔가를 해주거나 그러지 않으셨다. 별거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셨고, 난 무릎에 파스 붙이고, 아대 끼고 정훈에 참석해서 감독님 뒤를 열심히 쫓아 뛰었다. 감독님은 꾀병하지 말라는 식으로 계속 뛰어야 한다고 하셨다ㅋㅋㅋ 무심한듯 세심하게 가르쳐주셨고, 무릎은 아팠지만 이상하게 뛰고 나면 뿌듯하고, 개운하고, 상쾌함, 성취감이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마라톤의 매력에 스며들었고, 감독님 말씀처럼 어느 순간 무릎 통증도 조금씩,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고나서 3달 조금 지났을까, 2021년 10월,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이때는 코로나시국이었고, 이 상황에서 대회는 온라인 랜선으로 개최하였다.
그때만해도 10킬로미터를 몇번이나 뛰어봤을까, 그랬던 내가 대회 참가라니...
근데 회원님들이 함께 뛰어주니 가능하였다. 그것도 10킬로를 무려 49분 34초에 뛰었다.(지금은 이렇게 못 뛴다ㅠㅠ). 이기송감독님, 박은주고문님, 익환, 동규, 길원이 함께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나중엔 실신할거 같아서 눈을 감고 뛰었는데 길원, 동규 회원님이 등을 밀면서 끝까지 함께 뛰어주었다. 그렇게 온라인 랜선마라톤 대회 이후 10킬로는 그냥 기본으로, 수월하게 뛰게 되었다.
2022년 코로나는 지속되었고, 아쉽게도 대회는 개최되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회원님들은 봄여름가을겨울, 꾸준히 정훈과 자율운동에 참석했다. 심지어 영하 20도 이하에서도 우리는 새벽 정훈에 참석해서 함께 뛰었고, 완주 후에 그 개운함과 뿌듯함은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2023년 코로나가 끝나가면서 대회가 다시 열리기 시작했고, 3월 서울동아마라톤 10킬로미터대회, 그리고 겁도 없이 10월 춘천마라톤 풀코스에 참가하게 되었다.
사실, 난 마라톤을 하면서 무릎이 안 아픈 것만으로도 만족했고, 시간 단축보다는 다치지 않게 완주하는 걸로 만족했다. 근데 그러다보니, 발전은 없고 정체가 되는 느낌이었다. 뭔가 목표가 필요했다. 그런데 문제는 풀코스에 도전할거라면 그만큼의 준비와 노력이 필요했으나, 그부분에서는 많이 부족했다. 심지어 대회까지 가장 길게 뛰어본 것이 겨우 28킬로였다. 그런 상태로 춘천마라톤 42.195킬로 풀코스에 참가하게 되었다. 당연히 하프쯤 도착했을 때 몸상태가 거의 포기 상태에 가까웠지만, 정말 어찌어찌 5시간 넘게 걷다 뛰다 하면서 결승점에 도착했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힘들었던 것보다는 감사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40킬로 넘어서 결승점을 향해 거북이 걸음으로 뛰는것도 아니고 걷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가고 있었는데, 윤인희회원님과 진은미회원님께서 마중을 나와주신거다. 응원해 주고, 같이 뛰어주고, 옆에서 사진찍어주시고...정말 그때의 감사한 마음이 아직도 생생하다. 또한, 10킬로 뛰신 분들과 일찌감치 풀코스 완주하신 분들도 몇시간동안 기다려주신 그 마음이 너무나 감사했다.
요즘 밤에 혼자 동네를 뛰다보면 정말 그만 뛰고 싶고 너무 힘든데, 그때마다 우리 회원님들이 춘마때 함께 해주셨던 그때의 감사함이 떠오르곤 한다.
2024.6.23. 오늘 자율운동에 5명이 함께했다. 이기송감독님, 김익환, 이동규, 신봉준회원님. 우리 클럽의 에이스들^^ 뛰기 전부터 이들과 페이스를 맞춰서 같이 뛸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들었다ㅎㅎ. 하지만 감독님께서 가볍게 리드해주시고, 우린 함께 따라가면서 즐겁고 신나게 행복한 아침 자율운동을 마무리했다.
다음주면 2024 가을의 전설 춘천마라톤 접수가 시작된다. 과연 내가 올해도 완주를 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스럽지만, 그래도 풀코스를 신청할 것 같다. 왜냐면, 우리 회원님들과 함께하면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자, 우리 킨텍스마라톤 회원님들~ 함께 하시죠^^
첫댓글 저 역시 무릎 아파 달리기는 내 인생에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마치 내 이야기처럼 읽었습니다.
자세히 적어 주시니 너무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같이 즐런했으면 합니다. 존경합니다.
이제야 쓰신 글을 읽어 봅니다~^^ 저는 아직 조깅 수준이지만서두 언젠가는 풀코스 완주의 기쁨을 누려보고 싶네요. 매주 킨텍스마라톤 정훈에 참석해서 함께 달리는 시간들이 점점더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지네요. 오래오래 건강하게 함께 달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