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江寒 第十一章
只听清朗语声传来道:“别装作了,分明你三人同是一路,有意寻事欲掳擒这位姑娘, 不料这位姑娘功力仍在,三伤其二,阁下还是请速离去吧,免讨无趣。”
天蓝长衫老者瞧出说话的却是一俊美如玉的少年,不禁一怔,冷冷笑道:“原来是你这少年人使的坏,老朽两名手下武功不弱,何能为这贱婢在俄瞬间所伤。”
唐梦周立起,朗笑道:“阁下错了,在下乃局外人,用不到暗中相助,阁下请别低估了那位姑娘也身负绝学。”
蓝衫老者面色一沉,暍道:“你怎知她身负绝学。”
唐梦周微笑道:“今晨在后院在下亲眼窥见双方拚搏……”
蓝衫老者大喝道:“贱婢根本就未出手!”
唐梦周放声大笑道:“阁下怎知,分明阁下也是七星帮一丘之貉。”
蓝袍老者顿见自己一时漏口,不禁脸色一红,冷笑道:“少年人别为美色所惑,须知这贱婢艳如桃李,毒若蛇蝎!”
严薇薇闻言柳眉倒竖,怒叱一声,纤手猛扬,忽觉手腕一紧,被唐梦周扣住,道:“姑娘伤了两人还不够么?”
说时五指倏松,飘身走前。
蓝袍老者只觉无法瞥见唐梦周如何扣住严薇薇的手法,不禁心头微震。
但见唐梦周道:“阁下对这位姑娘似知之甚深,她是何来历,还求明言相告?”
蓝衫老者期期艾艾答道:“老朽只知她乃一无名凶邪门下,奉命荼毒武林,老朽欲在她身上说出那凶邪阴谋动向。”
唐梦周笑笑道:“说的倒很委婉动听,但阁下目的,仍然与那凶邪一般,眼前无非是铲除异己而已。”
蓝衫老者不由暗暗一震,冷笑道:“年轻人,你知道老夫是谁么?须知一念之差,铸成大错徒贻无穷之恨。”
唐梦周微笑道:“世有真小人伪君子之别,真小人固属可恶,但伪君子更此真小人卑下。”
蓝衫老者厉声道:“年轻人,你胆敢称老夫伪君子么?”
唐梦周道:“在下并未如此说,阁下徒托空言焉能昭信武林,至于阁下来历知与不知均与在下无干。”
蓝衫老者双目一瞪,沉声道:“少年人,你好胆量豪气,这样吧,你我去往后院印证武功,如你接下老朽三招,今日之事就此作罢。”
唐梦周道:“在下既然伸手,别说三招,就是三十招也接得下来,请!”
蓝衫老者冷冷一笑,迈步向店后走去。
唐梦周默然随行,严薇薇甚感不放心,随着唐梦周的身后,匕首握在指中,以防不测。
后院寒风啸掠,荡起一片砂尘,凋叶横空。
蓝衫老者身形慢慢走入风砂飞漩中,唐梦周甫跨入院中,蓝衫老者陡地一个翻身,迅如筛射,双掌势如雷霆打去。
猝然发难,大出唐梦周意料之外,闪避不及,啪的一声击实唐梦周前胸。
只见唐梦周踉跄跌出数步,似欲倒地,复又屹立,嘴角流出一殷丝红鲜血。
严薇薇惊叫出声,花容失色。
唐梦周目中威棱迈射,忙低声道:“速将匕首给我!”
一掌之力,惊如山岳,蓝衫老者将唐梦周撞得跌回院外,忖料对方必死无疑,嘴角泛出一丝狠毒阴笑,心想此刻擒住严薇薇不啻探囊取物,疾闪掠前,眼前突觉一道寒芒,慌不迭地倒跃而出。
一声裂帛响起,蓝衫老者冲天而起,唐梦周手中匕首只发毫之差便可伤及蓝衫老者,但蓝衫老者胸前却划裂一条尺许口子,已足使他心寒胆慑!
严薇薇以罗帕拭除唐梦周嘴角血迹,柔声道:“你伤势如何了。”
唐梦周摇首道:“不妨事!”忽有所觉,低声道:“又有人来了。”
疾闪隐起。
院中忽生落足微声,严薇薇趋出,只见是阎尹,不禁一呆,幽幽说道:“此处不可居住。”
继道出发生蓝衫老者侵扰之事。
阎尹面色大变,道:“如今蓝衫老贼何往。”
严薇薇未明言唐梦周挺身相助,只说是一蒙面人现身,蓝衫老贼追踪蒙面人而去。
阎尹道:“你我快离此险恶之地。”
双双疾闪而出,奔至郊外僻静之处,阎尹道:“七星帮匪徒已撤去无踪,老朽意欲往少林窥察,姑娘可迳往无忧谷。”
严薇薇诧道:“到无忧谷去见何人!”
“去见二谷主颜鸿庆,他另有指示。”
阎尹道:“你我最好分途而行。”
言毕身形已远落七八丈外,去如流星,瞬即形踪杳然。
严薇薇眼前突泛出唐梦周身形,极想与心上人再见一面,猜测唐梦周必暗中尾随自己,四顾一望,却静悄悄地,不禁暗叹一声,心底升起一股莫名幽怨。
她有心返回店中与唐梦周见上一面,又恐阎尹在暗中窥察,深知阎尹阴狠毒辣,为铲除异己不择手段,视人命如草芥,忖思再三,振作精神,望华山奔去。
其实,严薇薇身后远处隐隐现出多条人影,内中一人似为丐帮长老活报应司空奇。
唐梦周在店中未曾暗随阎尹严薇薇两人身后,沉思蓝衫老者是何来历,忽有所悟,暗道:“莫非是紫袍人化身!”
蓦地——
忽闻一熟稔语声高唤道:“店家!”
他听出正是那昆仑神戟温侯吕剑阳语声,音调高亢爆急不宁,断出吕剑阳必遇上困忧。
店小二趋迎,两人一问一答,唐梦周启门而出,朗声笑道:“吕兄,人生何处不相逢,不意在此逆旅又与吕兄见面。”
神戟温侯吕剑阳正随着店小二由过道中走来,满面风尘之色,双层愁结似多日来积郁难舒,闻声目睹唐梦周,如大旱之见云霓,不禁大喜,道:“贤弟,你怎在此处?”
愁容尽扫。
店小二笑道:“两位既是熟人,正好对门而居。”
唐梦周道:“小二哥,速去准备几样酒菜,我要与这位吕兄开怀畅饮!”
店小二喏喏连声走去。
吕剑阳入得唐梦周室中,轻轻带上了门,喟然感叹一声道:“贤弟知否愚兄为何在大名不告而别?”
唐梦周道:“是否昆仑有变?”
吕剑阳点点头道:“贤弟真可说是料事如神,愚兄在大名突奉家师密缄命兼程赶返本门,又无意发现可疑人物,故不敢疏忽,施展李代桃僵*⑴诡计遁离客栈,声东击西,不分星夜赶回昆仑,形踪异常慎秘独自一人叩见家师。”
唐梦周道:“兵贵神速,当机立断,此乃取法乎上。”
吕剑阳笑了一笑道:“家师谓本门内有重忧,掌门人似知本门甚多高手与凶邪勾结,意图颠覆昆仑,却又查不出是谁,更无法宣泄出口,恐凶邪谋图益亟,表面装作不知,其实内心忧急若焚,藉机与家师密商挽救大策。”
唐梦周摇首道:“一派掌门之尊,竟无法查明密谋颠覆本门,与外人勾结的门下是谁,分明是违心之论。”
吕剑阳面色一红,道:“贤弟须知捉贼捉赃之说*⑵,虽确凿罪证掌门人岂能妄入人罪。”
唐梦周道:“这话却也不错。”
吕剑阳道:“家师他老人家发现他无法离山,否则恐有性命之危,故家师密命愚兄赶来少林,一路之上频遇凶危,几次死里逃生,幸亏愚兄机警,均能逢凶化吉。”
唐梦周道:“令师命吕兄赶往少林何事?”
吕剑阳道:“家师与现任少林掌门普修上人童年会是总角之交*⑶,谊若手足,相请少林设法解救本门危难!”
唐梦周摇首道:“少林泥菩萨过江,自身难保,吕兄此行无望,徒劳跋埗而已。”
吕剑阳心中一惊,忙问其故。
唐梦周叙出详情。
吕剑阳不禁面笼重忧。
唐梦周劝慰道:“天下事欲速则不达,不妨容你我略施诡计,混淆凶邪耳目,煽惑挑拨,使其自相火拚,延缓他们茶毒武林行动,则我等可从容釜底抽薪*⑷。”
吕剑阳知唐梦周智计过人,自然听信,遂问计于唐梦周,蓦地,店堂内传来一声宏亮大喝声:“店家!”
喝声如雷,屋瓦震撼,尘土簌簌飞落如雨。
唐梦周暗道:“此人好深厚的内功。”
吕剑阳听出是追踪自己的匪徒,不禁面色微变。
唐梦周示意吕剑阳勿出外,身形疾闪而出。
只见一面色红润,满头如银疎发老者,虎眼狮鼻,蓄着一部雪亮霜白短须,身材魁梧,肩带一柄厚背钢刀,虎目中威棱逼射。
唐梦周飘然走前,微笑道:“阁下是要住店么?店伙方才与在下买点酒菜,片刻即回,请阁下稍待。”
那老者见唐梦周丰神如玉,气度不凡,忖道:“这少年人品不凡。”
遂淡淡一笑道:“店内仅尊驾一人居住么?”
唐梦周点了点头。
老者望了他一眼,沉声道:“老朽不信!”
唐梦周面色一冷,道:“信与不信,悉凭阁下,萍水相逢,在下无须枉费唇舌。”
说着飘然走向店外而去。
老者怔了怔神,暗道:“此年轻人显然为贵介公子,不会武功,谅然不致谎言欺骗,但吕剑阳难道飞了不成!”
此刻——
店外鱼贯走入三个灰衣人,均年在五旬开外,骨瘦如柴面肤干焦,目光阴冷,迅快无比坐下,不约而同望了老者一眼。
老者只觉那六道神光异样阴冷,由不得心中陡生寒意,不由自主地身形迈出店外,扑掠如飞穿出城外。
城郊已有六七黑衣人守候,见着老者询问探明吕剑阳下落。
老者摇首答道:“老朽明明瞧见吕剑阳似朝一家客栈奔去,怎料一步之差,竟失去之吕剑阳的踪影。”
一个阴阳脸汉子道:“监令搜觅了这家客栈么?”
老者摇首道:“未曾!”
“监令,也许就藏身在客栈内。”
老者神情严肃道:“他身长两腿,竟任令老柏去抓么?到是老朽临去之际,发现三形迹可疑人物,不得不使老朽中止搜觅吕剑阳之念?”
“那王八蛋是何来历?监令必然察出来历。”
老者沉声道:“我等速去落足之处再行商议?”
身形一挺,迅疾如飞奔去,黑衣人等追 随老者身后,不到片刻,只见一叶树蓊翳中孤另另矗立着一座高阁。
阁檐上悬有一区,上书:“文昌阁”三字,字体遒劲刚健,乃出自名家手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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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江寒 第 11章
<11-1>
남삼노인(蓝衫老人)의 귀에 청랑(清朗)한 음성이 들려왔다.
"같은 일행이면서 아닌 척 가장하고 낭자를 잡으려는 수작을 꾸몄던 모양인데, 그녀의 공력이 그리 대단한 줄 모르고 달려들었다가 셋 중 둘이나 다쳤으니...쯔쯔...귀하는 서둘러 객잔을 떠나는 게 좋을 거요. 아니면 별 재미가 없을 것 같소이다..."
남삼노인이 음성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뜻밖에도 미옥(美玉) 같이 준수한 용모의 젊은이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는 잠시 멍하니 생각하더니 냉소를 날렸다.
"흥, 이제 보니 젊은이의 소행이었구먼! 이 늙은이나 저들 두 사람의 무공이 결코 약하지 않은데 어떻게 천한 계집에게 순식간에 당할 수 있단 말인가?"
당몽주(唐梦周)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맑게 웃음을 터뜨렸다.
"틀렸소. 소생은 아무 상관 없는 사람으로 그녀를 몰래 도왔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오. 귀하는 저 아가씨가 지니고 있는 절학을 과소평가하면 안 될 것이오."
남삼 노인이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
"젊은이는 그녀가 절학을 지닌 것을 어찌 알고 있단 말이오?"
"소생은 오늘 새벽 후원 마당에서 두 무리의 사람들이 일장박투를 벌이는 모습을 엿보았소이다."
남삼노인이 대갈(大喝)했다.
"당시 저 천한 계집은 출수하지도 않았는데 어디다 대고 헛소리냐!"
당몽주가 객청이 떠나가게 웃어젖혔다.
"핫핫, 그렇다면 귀하는 또 어찌 안 거요? 칠성방과 한통속임이 분명하군!"
남삼노인이 생각해 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정체를 드러낸 셈이 아닌가?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힌 채 호통을 질렀다.
"젊은이, 미색에 혹하지 말게나! 저 천한 계집이 얼굴은 꽃처럼 예뻐도 마음 독하기가 사갈(蛇蝎)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네."
노인의 말에 화가 난 엄미미(严薇薇)가 버들눈썹을 곤두세운 채 호통을 치며 섬섬옥수를 버쩍 치켜들어 노인을 공격하려는 순간, 당몽주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아가씨는 벌써 두 사람이나 다치게 했는데, 충분하지 않소이까?"
남삼노인은 당몽주가 어떤 수법으로 엄미미의 완맥을 잡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기에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몽주가 곧바로 엄미미의 완맥을 풀어주고 노인의 앞으로 다가왔다.
"귀하는 이 아가씨에 대해 아주 잘 아는 것 같은데, 그녀의 내력을 말해 줄 수 있소이까?"
뜻밖의 질문에 남삼노인이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내가 아는 것은 그녀가 무림에 큰 해를 끼칠 음모를 꾸미고 있는 어느 마두의 문하라는 것뿐으로, 나는 단지 그녀에게서 그 흉악한 음모가 무엇인지 알아내고 싶었을 따름이네."
당몽주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말을 무척 그럴 듯하지만 결국 당신들도 그 마두의 무리와 피차일반 같은 목적을 갖고 있으며, 일단 눈앞에 보이는 적수부터 제거하려던 것 아닙니까?"
남삼노인은 자신의 비밀이 간파 당하자 깜짝 놀라 얼굴색이 변했다.
"젊은이는 설마 내가 누군지 알고 그런 얘기로 덮어씌우려는 건 아니겠지? 사소한 오해나 잘못이 까딱하면 큰 실수가 되어 평생의 한으로 남는 법이니 조심하게."
당몽주가 미소를 지었다.
"세상에는 소인배(小人辈)와 위군자(伪君子)가 있는데 다소 차이가 있지요. 소인배들의 하는 짓도 못됐지만, 위군자들은 소인배들보다 더욱 괘씸하고 가증스럽소."
노인이 화가 나서 언성을 높였다.
"젊은이, 자네는 지금 나 보고 위군자라 하는 건가?"
당몽주가 고개를 저었다.
"소생은 귀하가 꼭 그렇단 얘기는 아니외다. 단지 근거 없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남발해선 무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단 말을 강조하는 것뿐, 귀하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소이다."
남삼노인이 눈을 부릅뜨고 엄숙하게 말했다.
"젊은이는 담량이 크고 호기도 하늘을 찌르는 듯하군. 긴 말 할 것 없이 우리 후원(后院)으로 가서 무공으로 증명하기로 하세. 노부의 3초를 받아 내면 오늘의 원한은 없던 일로 하고 끝내겠네."
"기왕 손을 쓴다면 3초가 아니라 30초라도 모시겠소이다!"
남삼노인이 기막히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앞장섰고 당몽주도 묵묵히 뒤를 따르자, 엄미미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긴장한 표정으로 비수(匕首)를 손에 꼭 쥔 채 쫓아가며 불의의 사태에 대비했다.
후원(后院)에는 찬바람이 몰아치며 흙먼지가 일었고 낙엽이 분분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앞장선 남삼노인이 천천히 모래바람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갔다.
뒤를 이어 당몽주가 월동문을 지나 막 정원으로 발을 딛는 순간, 남삼노인은 몸을 홱 돌리더니 일언반구 말도 없이 마치 천둥이 내리치듯 쌍장을 쏟아냈다.
강호의 도의를 벗어난 이런 행동을 예상하지 못했던 당몽주는 몸을 피할 틈도 없이 가슴에 일격을 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충격을 받은 당몽주가 비틀거리며 후원 바깥으로 밀려나가며 쓰러질 듯하다가 겨우 몸을 바로 세웠지만, 그의 굳게 다문 입가에는 선혈이 배어나고 있었다.
엄미미가 놀라서 비명을 질렀고 꽃같은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당몽주가 그녀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속히 비수를 주시오."
말하는 당몽주의 두 눈은 아직 위엄을 잃지 않고 있었다.
산이라도 무너뜨릴 힘을 지닌 일장을 적중시킨 남삼노인은 당몽주가 정원 밖으로 내동댕이쳐지는 것을 목격하곤, 상대가 틀림없이 즉사했을 것이라 생각하며 입가에 독살스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엄미미를 생포하는 일은 주머니 속의 물건을 찾기보다 쉬운 일이다.
남삼노인이 엄미미를 잡으러 월동문을 다시 나서는 순간 돌연 눈앞에 한 가닥 한망(寒芒) 번쩍이는 것을 느꼈다.
그는 깜짝 놀라 다시 후원 안으로 급히 몸을 빼냈지만 비단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장삼 앞자락이 크게 베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당몽주 수중의 비수가 간발의 차이로 살갗을 스치며 옷섶만 베고 만 것이었지만, 남삼노인은 간담이 서늘해짐을 금할 수 없어 즉시 몸을 날려 도주했다.
엄미미가 당몽주에게 달려와 비단 수건으로 입가의 피를 닦아주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었다.
"당신, 상처가 심하지 않아요?"
당몽주가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소."
그리고는 갑자기,
"또 누군가 왔소."
하고 낮게 속삭이더니 즉시 풀숲으로 몸을 숨겼다.
곧이어 발자국 소리가 들리며 염윤(阎尹)이 모습을 나타냈다.
엄미미는 순간 속으로 당황했지만 내색 않고 즉시 처량한 표정을 지었다.
"이곳에는 도저히 묵기 어렵겠어요."
이어서 남삼노인이 침범한 사실을 얘기해 주었다.
염윤이 안색이 변해 물었다.
"그 늙은 도적은 지금 어디 있소?"
엄미미는 당몽주가 자신을 구해 주었다는 말을 할 수 없었고, 대신 어떤 몽면인이 나타나 자신을 도와주었고 남삼노인은 그 몽면인을 추격하여 갔다고 둘러댔다.
염윤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곳은 위험하니 어서 떠나는 게 좋겠소."
두 사람은 객잔을 떠나 질주를 시작하여 교외 한적한 곳에 이르러 걸음을 멈추었다.
염윤이 입을 열었다.
"칠성방도(七星帮徒)들은 부근에서 이미 철수한 듯하니 노부는 일단 소림(少林)으로 가서 그곳 사정을 염탐했으면 하오. 낭자는 소로를 택해 무우곡(无忧谷)으로 가시오."
엄미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무우곡에 가서 누구를 만나란 말인가요?"
"이(二) 곡주인 안홍경(颜鸿庆)을 만나면 그가 할 일을 지시할 거요."
염윤은 이어서,
"우리 둘은 이제 각자의 길을 갑시다!"
라고 말을 던진 후 한 번의 몸짓에 7, 8장(丈)을 뛰어 넘어 어디론가 가 버렸다.
혼자 남은 엄미미는 눈앞에 당몽주의 모습이 떠오르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솟구쳐 오르며, 문득 늘 그랬듯이 그가 자신을 보호하러 몰래 따라왔을 거란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주위는 고요할 뿐이었다.
그녀는 마음 깊숙이 왠지 모를 서글픔과 원망이 일어나며 저도 모르게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객잔으로 달려가 당몽주를 만나보고 싶었지만, 염윤이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염윤은 인명을 초개처럼 여기고 배신자를 제거하는 데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임을 상기한 그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화산(华山)을 향해 길을 떠났다.
사실 그녀의 뒤로 멀리 몇 줄기 인영이 어른거리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개방(丐帮) 장로(长老)인 활보응(活报应) 사공기(司空奇) 같아 보였다.
당몽주는 염윤과 엄미미의 뒤를 쫓지 않고 객잔에 남아 상처를 치료하며 남삼노인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그자는 자포노괴(紫袍老怪)의 화신(化身)일지 모른다!'
그때였다.
"이리 오너라!"
하는 귀에 익은 음성이 들려왔다.
그는 듣자마자 목소리의 주인공이 곤륜(昆仑)의 신극온후(神戟温侯) 여검양(吕剑阳)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음성을 들으니 평소에 비해 높고 거칠고 조급해 하는 기색을 느낄 수 있는 게, 근심 걱정이 많아 보였다.
잠시 후 점소이가 달려나가 영접 하는 소리를 들으며 당몽주가 문을 나섰다.
"인생에 만날 사람은 어디선가 만난다더니(人生何处不相逢), 여(吕) 형, 이곳에서 다시 뵐 줄은 정말 뜻밖입니다."
점소이를 따라 들어오던 신극온후 여검양은 만면에 여행의 피로가 가득했고 게다가 수심이 짙게 어려 있었는데, 당몽주의 음성과 모습에 마치 오랜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사람처럼 기쁨을 못 이겨 소리를 질렀다.
"현제! 자네가 어떻게 여기에?"
그의 얼굴의 수심은 이내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점소이가 생글거리며 입을 열었다.
"두 분이 잘 아시는 사이시군요. 마침 앞 방이 비어 있습니다."
당몽주가 점소이에게 말했다.
"어서 가서 술과 요리 몇 가지를 준비해 놓게. 오늘 여 형과 통쾌하게 마실 것이다!"
점원은 연신 네네 하며 달려갔다.
여검양은 당몽주의 방으로 들어서더니 방문을 닫으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현제는 왜 내가 간단 얘기도 없이 대명부(大名府)를 떠난 줄 아시는가?"
당몽주가 입을 열었다.
"곤륜(昆仑)에 무슨 변고라도?"
여검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제의 예측은 늘 신(神)과 같구먼. 우형(愚兄)이 대명부에 머물 때 가사(家师)께서 서신을 보내 속히 은밀하게 본문(本门)으로 귀환하라고 명하셨소. 그런데 우연찮게 객잔에서 매우 수상한 인물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가사의 명이 워낙 중한지라 한치의 소홀함도 있어선 안 되었기에, 병법에 있는 이대도강(李代桃僵)*⑴, 성동격서(声东击西)의 궤계(诡计)를 발휘하여 몰래 객잔을 떠났던 것이오. 그리고 불철주야 쉬지 않고 달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곤륜으로 돌아가 가사를 뵈올 수 있었소."
당몽주가 웃으며 말했다.
"잘 하셨습니다. 병법에도 신속함이 요구될 때는 즉시 결단을 내려 행하는 게 최상책이라 나와 있습니다."
여검양이 말했다.
"가사께선 본문에 우환이 깃들어 있다고 말씀하셨소. 가사의 말씀으론 장문인(掌门人)께서도 본문 내에 다수의 고수들이 흉사(凶邪)의 무리와 결탁하어 곤륜(昆仑)을 전복시키려 하는 음모가 진행 중인 사실을 알고 계신 듯합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거론할 수 없는 사안인지라 가사께선 은밀히 조사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밝혀낼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암약이 더욱 극성을 부리지 않을까 내심 초조해 하고 계셨소. 그래서 우형을 비밀리에 소환하여 본문을 구할 대책을 의논하고자 하신 것이었소."
당몽주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입을 열었다.
"일파 장문(掌门)의 권위로도 외부와 결탁한 문하인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를 밝혀낼 수 없단 얘기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여검양의 얼굴이 붉어졌다.
"현제, 속담에도 있듯이 도둑을 잡으려면 장물을 확보해야*⑵ 하지 않겠나? 증거가 확실하지 않으면 장문께서도 함부로 죄를 묻지 못하네."
"그 말씀은 맞습니다."
여검양의 말이 이어졌다.
"가사께선 어느 순간 본인이 산을 떠나면 목숨이 위태로울 거란 사실을 깨달으셨네. 그래서 우형과 의논 후 나에게 소림으로 가라고 명령하셨지. 소림으로 가는 길에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마주했었지만, 미리 경계하고 기지를 발휘해 매번 화를 모면할 수 있었고 오늘 다행히 현제를 만나게 된 것이지."
당몽주가 물었다.
"영사께서 소림으로 가라 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가사님과 소림 장문 보수상인(普修上人)은 어렸을 적부터 친구인 죽마고우*⑶로서 서로를 무척 아끼는 사이인지라, 소림에게 부탁해 본문을 위난으로부터 구할 방도를 찾아 보란 말씀이 있으셨네."
당몽주가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소림의 형편이 진흙 보살이 강을 건너는 것과 같은 처지인지라 여 형께서 가셔도 별 희망이 없고, 괜한 헛걸음만 하실 뿐입니다."
여검양이 놀라 이유가 무어냐고 묻자 당몽주가 그간의 소림 상황을 말해 주었고, 여검양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
당몽주가 위로했다.
"세상 일이 급하면 이루지 못하니, 우리가 우선 약간의 계략을 써서 흉사들의 이목을 어지럽히고 서로를 부추겨 자기들끼리 싸우게 함으로써, 일단 무림에 살겁을 일으키는 기도를 지연시키는 게 좋을 것입니다. 그리하면서 시간을 갖고 근본적인 방책을 마련해야 합니다.*⑷"
여검양은 당몽주의 탁월한 지혜를 믿고 있었기에 즉시 어떤 계교를 갖고 있는지 물었는데, 그 순간 객잔이 떠나갈 듯한 요란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도 없느냐!"
기왓장이 흔들리고 먼지가 비 오듯 우수수 떨어졌다.
당몽주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자는 심후한 공력을 갖고 있구나.'
여검양은 음성을 듣자마자 자신을 쫓아온 비적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얼굴색이 다소 변했다.
당몽주가 여검양에게 방안에 그냥 있으라는 표시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윤기가 흐르는 붉은 얼굴, 은빛의 헝클어진 머리칼과 반백의 짧게 기른 수염을 하고, 호랑이 눈에 사자 코를 지닌 체격이 우람한 노인으로 어깨에는 두꺼운 강철 칼(钢刀)을 메고 있었는데, 호랑이 눈이 내뿜는 눈빛은 무척 위엄이 있었다.
당몽주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이곳에 묵으시렵니까? 점소이는 방금 소생이 주문한 술과 요리를 준비하러 갔으니 잠시 기다리시기 바랍니다."
노인은 당몽주의 용모가 옥 같고 기도가 비범한 것을 보고,
'이 청년은 인품이 보통이 아닌 듯 하구나.'
란 생각에 담담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객점에 귀하 혼자 투숙하고 있습니까?"
당몽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이 당몽주를 잠시 주시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노부는 믿지 못하겠소."
당몽주의 얼굴빛이 차갑게 변했다.
"믿고 안 믿고는 전적으로 귀하가 알아서 할 일이고, 오다 가다 만난 사이에 소생은 더이상 할 얘기가 없습니다."
말을 마친 당몽주는 표연한 걸음걸이고 객잔을 나섰다.
노인이 속으로 생각했다.
'저 젊은이는 무공을 모르는 귀공자임이 분명하니 거짓말로 사람을 속일 리는 없는데...그렇다고 여검양이 날개가 달려 날아갔을 리는 없지 않은가!'
그때 밖에서 세 명의 회의인(灰衣人)이 줄을 지어 들어왔는데 모두 나이는 오십 대, 북어처럼 비쩍 마른 체격에 얼굴 피부는 건조했고 안광이 음산했다.
그들은 객청으로 들어오자마자 신속하게 자리를 잡고 앉더니 약속이나 한 듯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은 여섯 줄기의 극도로 차갑고 음산한 눈빛이 자신을 쏘아보자 자신도 모르게 오싹함을 느끼곤 즉시 객잔 밖으로 성큼 걸음을 옮기더니, 이내 몸을 날려 성밖으로 나갔다.
성밖 교외에는 6, 7명의 흑의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노인을 보자마자 여검양의 행방을 물어봤다.
노인이 고개를 흔들며 입을 열었다.
"노부는 분명히 여검양이 한 객잔 방향으로 급히 달려가는 것을 본 것 같은데, 한 걸음 차이로 그의 종적을 놓쳤소이다."
음산한 표정의 대한 하나가 물었다.
"감령(监令)게선 그 객잔을 수색해 보셨습니까?"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안 했소."
"감령, 그렇다면 그가 객잔에 머물고 있을지 모릅니다."
노인이 엄숙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도 건장한 몸에 두 다리가 멀쩡한데 이 늙은이가 잡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 같소? 게다가 노부는 객잔에서 형적(形迹)이 의심스런 인물 세 사람을 발견하였기에 부득불 여검양을 찾는 일은 중단하고 온 것이오."
"그 자라새끼들이 누구랍니까? 감령께선 필히 내력을 아시리라 믿습니다."
노인이 주의를 들러보더니 침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다른 곳으로 가서 얘기하는 게 좋겠소.
말을 마치곤 즉시 앞장서 질풍처럼 달려가기 시작했고 흑의인들이 뒤를 따랐다.
얼마 가지 않아 울창한 나무들에 둘러싸인 높은 누각(楼阁)이 나타났다.
처마 밑에 현판이 하나 걸려 있었고 '문창각(文昌阁)'이라 씌여 있었는데, 서체가 힘이 있고 강건한 것으로 보아 명가(名家=유명인)의 필적임이 분명했다.
(11-1 마침)
[註]
*⑴李代桃僵(이대도강)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하여 넘어지다'라는 뜻으로, 작은 손해를 보는 대신 큰 승리를 거두는 전략이다. 중국의 고대 병법인 36계 가운데 11번째 계책으로, 적전계(敵戰計)에 속한다.
작은 것을 희생시켜 전체의 이로움을 구해야 한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⑵捉贼捉赃=捉贼见赃=捉奸见双 :
俗话说“捉贼见赃,捉奸见双。”
속담에 도둑을 잡으려면 장물을 확보해야 하고 간통 현장을 잡으려면 두 사람을 다 잡아야 한다
*⑶总角之交(총각지교)
이런 성어가 있다니 흥미롭습니다.
죽마고우(竹马之交)와 같은 의미입니다.
*⑷釜底抽薪 :
자주 나왔던 표현입니다.
솥 밑에 타고 있는 장작을 꺼내야 물이 계속 끓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다란 의미입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었어요,감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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