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탈영기
문곡 최상섭
누가 강물처럼 흘러가는 세월을 매기 쳐서 흘러가지 못하게 할 수는 없을까를 나는 자주 생각해 본다. 그러나 그것은 천자(天子)도 어찌할 수 없는 *제행무상(諸行無常:우주 만물은 항상 생사와 인과가 끊임없이 윤회하므로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않음)의 *윤회설(輪廻說 : 생명이 있는 것은 죽어도 다시 태어나 생이 반복된다고 하는 불교 사상이며 진리임)을 부정해야 하고 종교적 신념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21세기의 과학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래서 첫째로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여 100세 시대를 열었고 생활의 편리함은 이념을 앞서가고 있다.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했고 인간의 고독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는 아직 등장하지 못한 채 미지수로 남아있다.
요즘 특히 강조되는 노인의 고독감에 대한 여러 가지 논의가 주위를 떠들썩하게 하나 정작 당사자인 노인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그 노인이 치매(癡呆)를 앓게 되거나 퍼키슨씨 병이라도 걸리게 되면 영락(零落)없이 신(新) 고려장(高麗葬)이라고 하는 요양병원(療養病院)에 입원하는 길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물론 종교단체가 운영하거나 요양병원의 설립 목적에 부합되게 운영되는 요양병원도 있지만, 대다수 환자가 불만족 상태인 것이 현실이 아닌가? 노인의 고독사가 문제가 된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그런 보도가 날 때마다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국가적 복지제도(福祉制度)로만 가능한 일이 아닌가?
나는 이쯤에서 내 나이를 생각해 보았다. 나는 지난 6월 30일까지 직장에 근무했다. 그것도 중등학교 교육기관에서 50년을 넘게 강의를 했다. 그리고 7월 1일 자로 백수(白手)가 되었다. 첫 한 달간은 어떻게 지나가는 줄 모르고 얼떨결에 지나갔는데 두 달째인 시방은 매우 무료함을 느끼게 된다. 더군다나 친구 중에서도 유독 건강하고 부지런하다고 소문난 내가 할 일이 없어 방황하고 있다. 친구들은 하기 좋은 말로 글을 쓰면 되지 무순 걱정이냐고 하지만 글을 쓰는 일도 온종일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이번 주에 백수 탈출 계획서를 만들고 있다. 대충 남들이 다하는 일로 1. 독서 및 창작 2. 친구와 지인에게 편지 쓰기 3. 가까운 친지들에게 안부 전화하기 4. 주변 정리하기 5. 가까운 문화유적지 답사하기 순으로 정했지만, 실천이 잘 안 된다.
친구 2명과 함께 매일 만나 식사하거나 차를 마시는 일이 가장 빈번한 일상의 생활이 되었다. 서로의 다름을 인식하고 내가 모르는 새로운 정보를 함께하는 기회가 되어서 다행스럽다. 그 3명의 가장 소중한 목표며 매일 논의의 대상이 되는 주제(主題)는 건강생활(健康生活)의 실천이다. 오늘도 한 친구가 병원으로 검사를 받으러 갔다. 또 한 친구는 3가지 암을 극복한 초인적인 의지를 지닌 건강의 달인이다.
이제는 모두를 내려놓고 마음 편하게 살려는 의지는 무상하나 주변이 그렇게 놓아 주지를 않는다. 그리고 지금도 일에 대한 욕심이 있어 문제다.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놓고 기다리는 처지가 내가 생각해도 분수(分數)를 모르는 일이다. 주제 파악을 못 하는 처지라고 스스로 힐책(詰責)하고 싶으나 아직은 건강하고 인지능력이며 활동할 수 있는 신체적 여력이 있어서이다. 이런 경우를 러시아 말로 “알라 내꼬라지” (너 자신을 알라)의 은어가 내게 딱 맞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2023. 08. 29)
첫댓글 아우님은 삼인방의 덕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어 좋겠구려
하지만, 건강은 순식간이니 만큼 날마다 적당하게 운동함이 좋다네.
그리고 동생의 꼬라지는 지금도 멋있으니 걱정도 팔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