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식물 키우기
주말농장, 옥상 텃밭, 베란다 가드닝 등이 인기를 끌면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졌다. 식물의 어떤 기능이 이토록 많은 사람을 사로잡는 것일까? 때론 사람을 살리기도 하는 기능성 식물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봤다.
녹색을 찾으면 삶의 질이 높아져요!
밀폐된 실내는 가구, 페인트, 벽지 등에서 나오는 유해물질로 오염되기 쉽다. 오염된 실내 공기는 자주 환기하지 않으면 우리 몸에 악영향을 끼친다. 식물은 심리적 안정감을 줄 뿐 아니라 공기정화, 습도조절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실내 식물은 밀폐된 공간에서 오염된 공기를 순환시키고 유해물질을 흡수해 깨끗한 공기를 유지시킨다.
실내 면적의 5~10%에 습도조절에 뛰어난 식물을 두면 건조한 겨울철 습도를 20~30% 높일 수 있다. 식물은 실내 온도를 약 1~3℃ 조절해 여름철엔 시원하게, 겨울철엔 따뜻하게 한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녹색식물을 두면 마음이 안정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1990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실내 식물을 종합 평가해 순위를 매겼다. 유해물질 제거능력, 증산작용 비율, 재배관리의 편리성, 해충에 대한 즉응능력 등을 종합한 결과 아레카 야자, 관음죽, 대나무, 인도고무나무, 드라세나, 아이비, 피닉스 야자, 피쿠스아리, 보스턴고사리, 스파티필룸, 행운목 순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식물은 스트레스를 풀어 준다
식물이 주는 행복감을 만끽해 보자. 진한 녹색 잎과 줄기, 선명한 빨간색 또는 노란색 꽃잎, 싱그런 향기가 그것이다. 대부분의 식물은 스트레스 해소와 정신 건강에 좋다. 형형색색 색감이 화려한 분화를 키우면 식물의 긍정적인 기능이 배가된다.
인하대학교 평생교육원 원예치료과정 제의숙 주임교수는 식물을 배치할 때 녹색식물만 두지 말고 화려한 꽃 보기 식물을 곳곳에 함께 둔다. 9월에는 쉽게 볼 수 있는 국화꽃이 적합하다. 거의 연중 꽃을 볼 수 있는 다육이의 일종인 '칼랑코에'도 좋다.
녹색인 관엽식물과 꽃이 피는 분화를 함께 배치하면 만성적 불안감이 감소되고 스트레스로 지친 심신을 회복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색의 꽃을 두면 인테리어에 데코 포인트가 된다.
아이방은 블루, 그린, 오렌지 등 파스텔톤 컬러의 식물을 배치한다. 파스텔 컬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치유와 교정 효과를 준다. 주방은 식욕을 자극하는 오렌지나 노란색 꽃을 택한다. 따뜻한 감정을 불러 일으켜 가족이 함께 식사할 때 더할 나위 없다.
1. 꽃 식물은 햇빛을 많이 봐야 해요!
가을에는 코스모스, 국화, 해바라기, 구절초, 상사화, 거베라 등이 꽃을 피워 집 안에 두기도 좋다. 꽃이 피는 식물은 낮에는 가능한 한 빛이 많이 드는 곳에 두고, 밤에는 서늘한 장소로 옮긴다. 갑자기 온도가 내려가면 실내로 들여놓고 습도 유지에 신경 쓴다.
꽃을 피우는 식물을 키우기 힘들 때는 꽃을 사서 꽂아 두는 것도 좋다. 꽃을 오래 보기 위해서는 물에 꽂기 전 줄기 끝을 잘라낸다. 줄기가 길수록 흡수한 물이 꽃송이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이때 줄기 아래쪽 잎도 제거한다. 잎이 물 속에 잠기면 박테리아가 많이 번식해 줄기를 빠르게 부패시킨다. 줄기의 부패를 막기 위해 물 속에 사이다 1~2방울을 넣는 것도 좋다. 사이다 속에 포함된 탄산 성분이 꽃을 싱싱하게 유지시켜 준다.
2. 식물은 전자파를 차단한다
전자파는 소리 없는 살인마로 알려져 있다. 컴퓨터, 콘센트, TV, 휴대전화, 전자레인지 등 대부분의 전자제품에서 전자파가 나온다. TV는 1m 이상 떨어져서 보면 크게 문제되지 않고 다른 전자제품도 가까이 하지 않으면 전자파로부터 어느 정도 안전하다.
전자파를 가장 많이 발생시키고 문제가 되는 것이 컴퓨터 모니터다. 현대인은 대부분 컴퓨터 모니터에 가까이 장시간 앉아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또한 몸에 지니고 있거나 귀에 대고 통화하는 일이 많아 전자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식물은 전자파 차단에도 효과적이다.
일반적으로 선인장이 전자파 차단에 좋다고 알려졌지만 단순히 선인장을 두는 것으로는 효과가 미미하다. 잎의 수가 많은 실내 관엽식물이 전자파를 줄이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제의숙 교수는 전자파 차단 효과는 식물 줄기의 길이, 엽수, 크기와 관련 있다. 작은 식물보다는 1m 이상의 잎이 많은 관엽식물이 전자파 차단 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3. 식물은 음이온을 내뿜는다
양이온은 환기가 불량한 실내공기에서 많이 발생한다. 음이온은 분수 등과 같이 물 분자가 운동하는 곳이나 산림 등과 같이 식물의 광합성과 증산작용이 왕성한 곳에서 많이 발생한다. 공기 중에 양이온이 많으면 인체에 유해하지만 음이온이 증가하면 불면증 해소, 신진대사 촉진 등 좋은 기능을 한다. 식물은 기공을 통해서 외부로 수분을 방출할 때 음이온을 생성시킨다.
식물이 없을 때는 음이온이 일정하지만 식물 수를 늘리면 늘릴수록 주위의 상대습도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음이온 수도 증가한다. 산 중에서도 계곡에 가까울수록 음이온이 많은 이유다. 산세베리아는 다른 식물에 비해 30배 이상 음이온을 많이 발생시킨다. 스파트필룸, 관음죽, 팔손이 등도 음이온을 다량 발생시킨다.
4. 식물은 실내를 향기롭게 한다
안정감을 주는 향은 심신의 안정을 돕는다. 다양한 허브 식물은 잎과 줄기가 식용과 약용으로 쓰인다. 허브의 꽃, 줄기, 잎, 뿌리 등 식물 전체에 향이 있어 다양하게 사용된다. 허브는 고대 시대부터 종교의식에 사용되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집트에서 미라의 부패를 막기 위해 허브를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중세시대엔 질병치료에 허브를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현대에는 향신료, 약용, 미용 등 다양하게 활용한다.
실내에 허브를 두면 눅눅하고 쾌쾌한 공기를 싱그럽게 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부엌에 두면 조리 시 음식냄새를 중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초보자도 쉽게 키울 수 있는 허브식물은 라벤더, 레몬밤, 로즈메리, 민트 등이다.
향의 여왕인 라벤더는 긴장감을 완화하고 스트레스를 안정시키는 진정효과가 있다. 레몬밤은 상큼한 맛과 향을 지닌다. 로즈메리는 윤기가 나고 특유의 강한 향기가 있다. 민트는 기분을 맑게 하는 효과가 있으니 실내에 두면 좋다.
5. 허브 이렇게 키우세요!
허브는 햇빛을 좋아한다. 창가나 베란다에서 키우고 바람이 잘 통하는 환경을 맞춰 준다. 물은 하루에 한 번 화분 밖으로 흐를 정도로 충분히 주며 뿌리가 썩지 않게 주의한다. 가을과 겨울철에는 물을 많이 주지 않는다.
허브는 향기가 있어 다른 식물에 비해 병해충에 강하지만 약한 빛과 습기가 많은 곳에서는 병해충이 발생하기 쉽다. 잎이 병들면 가지치기해 준다. 허브는 다음 조건에서 잘 자란다.
- 추위에 잘 견디는 허브 : 라벤더, 민트, 타임, 히솝
- 추위에 약한 허브 : 마조람, 사프란, 제라늄
- 반그늘을 좋아하는 허브 : 레몬밤, 차빌, 스위트 바이올렛
- 햇빛을 좋아하는 허브 : 세이지, 타임, 로즈메리
- 건조에 잘 견디는 허브 : 로즈메리, 라벤더, 타임
허브와 과일의 궁합
허브와 궁합이 잘 맞는 과일이 있다. 과일의 유기산과 방향성분이 허브의 약리성분 흡수를 돕는 경우다. 이때 허브는 생것이 아닌 허브차여도 된다. 함께 먹으면 좋은 허브와 과일을 소개한다.
민트 + 블루베리
민트는 가장 대중적인 허브로 고기나 생선, 달걀 요리에 많이 사용한다. 멘톨 성분이 들어 있어 식사 후 먹으면 입 안이 개운해진다. 신맛이 나는 과일과 잘 어울리는데, 블루베리는 그 중 하나다. 진소연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 이학박사는 과자나 빵, 케이크 등을 만들 때 민트와 블루베리를 함께 넣으면 풍미가 더욱 좋아진다고 말했다.
로즈메리 + 사과
로즈메리는 신경을 안정시키는 허브다. 아침에 로즈메리차를 마시면 솔잎향이 나른한 몸을 깨우고, 저녁에 마시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진소연 박사는 아침에 로즈메리차와 사과를 함께 먹으면 사과의 ‘펙틴’ 성분이 장운동을 촉진해 소화를 돕는다고 말했다.
레몬버베나 + 복숭아
레몬버베나는 레몬향이 은은한 허브다. 첫맛은 시지만 끝맛은 달고, 두통에 좋다고 알려졌다. 진소연 박사는 레몬버베나는 복숭아와 함께 먹으면 좋다. 복숭아의 ‘아마그달린’ 성분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신경안정 작용을 돕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생강 + 망고
생강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망고도 따뜻한 성질을 지닌다. 진소연 박사는 둘을 함께 먹으면 상승작용이 일어나 몸의 신진대사가 높아지면서 몸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생강의 알싸함과 망고의 단맛은 의외로 잘 어울린다. 서양에서 푸딩이나 소스를 만들 때 둘을 함께 사용한다.
코리앤더 + 파인애플
코리앤더는 실란트로, 고수 등으로 불리는 허브로 생으로 먹거나 육류요리에 곁들인다. 태국과 베트남에서는 코리앤더와 파인애플을 함께 요리하는 경우가 많다. 진소연 박사는 코리앤더의 상쾌한 향과 파인애플의 신맛·단맛이 조화를 이뤄 음식의 풍미를 높인다고 말했다. 취재 김민정 헬스조선 기자
똑똑한 주부의 공간별 허브생활백서
사계절이 뚜렷하고 일조량이 들쭉날쭉한 우리나라에서는, 추위와 습기를 싫어하고 햇빛을 좋아하는 허브를 1년 내내 키우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늦봄부터 여름은 그나마 허브를 키우기에 좋은 계절이다. 식품, 약초, 방충제 등 활용도 다양한 만능 허브를 공간별로 어떻게 배치할까? 허브 종류마다 각기 다른 활용법도 알아본다.
1. Living Room(거실)
세이지, 챠빌, 바질, 민트, 레몬밤, 로즈메리, 라벤더, 헤리오트러프 등은 조금만 관리에 신경 쓰면 햇빛이 잘 드는 실내에서 재배가 가능하다. 다른 종류의 허브도 여름에는 오히려 직사광선을 받지 않는 실내 재배가 더 나을 수 있다. 빛이 너무 강하면 잎이 타거나 지나치게 건조해서 말라버린다. 실내에서 허브를 기를 때는 바람이 잘 통하게 창문을 자주 열고 에어컨 바람에 잎이 마를 수 있으니 에어컨 사용을 자제한다.
2. Kitchen(부엌)
생선 냄새를 없애고 음식에 향을 돋우는 허브는, 주방에서 자주 활용되는 식물이다. 거실에 놓으면 좋은 허브는 모두 주방에서도 기를 수 있다. 그 중 차이브나 민트 등은 요리에 많이 사용되고 물재배(흙을 사용하지 않고 물만으로 재배)가 가능하니 주방창가에 놓고 길러 보자. 바질과 레몬밤 등은 흙에 심어 길러야 하지만 요리에 자주 활용하니 주방에서 기르기에 알맞다. 차이브, 민트 등은 반그늘을 좋아해 해가 잘 들지 않는 음지에서 기를 수 있다.
3. Veranda(베란다)
베란다는 집 안에서 허브를 기를 때 안성맞춤인 장소다.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가장 잘 통하기 때문이다. 하루 4~5시간 햇빛이 드는 장소라면 대부분 허브를 기를 수 있다. 단, 한여름의 베란다는 태양의 복사열에 온도가 너무 높아지므로 발이나 인공잔디를 깔아 허브가 열에 시달리지 않게 한다. 세이지, 제라니움, 타임, 나스타치움, 바질, 마리골드, 레몬바베나, 로즈메리 등은 물주기만 주의하면 베란다에서 재배하기 좋은 허브다.
효과 제대로 보는 허브 활용법
1. 감기에 걸렸을 땐 ‘허브차’
캐모마일 차를 마시면 몸이 따뜻해지고 땀배출이 촉진되기 때문에 열이 있을 때 해열에 도움이 된다. 목이 아플 때는 타임을 우려 낸 물로 가글을 하면 좋다. 코가 막혔을 땐 페퍼민트 향을 맡으면 코가 뚫리며 시원해진다.
2. 오래 두고 먹거나 향기를 즐기고 싶을 땐 ‘드라이 허브’
방금 채취한 허브향기를 1년 내내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조시켜서 보관한다. 채취한 허브는 재빨리 물로 씻어 물기를 없앤 다음 몇 줄기 허브를 묶어 통풍이 잘 되고 그늘진 곳에서 말린다.
타임, 로즈메리, 레몬바베나, 히솝, 바질 등은 줄기 전체를 잘라서 그대로 걸어둔다. 장미같이 꽃잎이 겹쳐 있는 것은 꽃잎을 한장 한장 떼서 평평한 소쿠리나 상자 등에 종이를 깔고 그 위에 펼쳐 말린다. 장마철 등 습기가 많을 때는 백열등 아래 놓아건조시킨다. 민트, 바질, 세이지 등 주로 잎부분을 이용하는 것은 잎만 따서 건조시킨다.
3. 욕조에 담으면 ‘아로마 목욕’
목욕할 때 넣는 허브는 취향에 맞는 몇 가지를 혼합해서 넣으면 더 효과가 있다. 생허브, 드라이 허브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생허브는 물에 그대로 뿌리고 드라이 허브는 면으로 된 주머니에 허브를 1/3컵 넣고 뜨거운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에 매달아 허브액을 우린다. 허브 목욕물의 온도는 평상시보다 약간 낮춘다.
* 참고서적《허브가뭐야?》(도서출판예가) / 백민정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