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강원]`강원도 외고, 과연 필요한가'
( 강원일보 정치면 2006-4-24 기사 )
-“특목고 명목 입시학원화 안돼”
강원일보사와 KBS춘천방송총국이 공동으로 마련한 토론의 장 `집중진단 강원'이 지난 20일 밤 KBS춘천방송총국 공개홀에서 `강원도 외국어고등학교, 과연 필요한가'를 주제로 열렸다.
빠르면 오는 2008년에 강원도내 외국어고등학교가 설립된다. 강원도교육청은 인적자원의 타 시·도 유출을 막고, 수월성 교육 강화 차원에서 외국어고를 신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 과연 강원도에는 외국어고등학교가 필요한 것인지, 그 효과와 우려점은 무엇인지 집중토론해 본다.
토론:
■권은석 (강원도교육청 교육국장)
■김진규 (전교조 강원지부 정책실장)
■이강선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강원본부장)
■손미애 (원주참교육학부모회장)
사회:윤석황 아나운서
권은석 강원도교육청교육국장 : “한국교육개발원에서 타당성 용역을 거쳤다.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라도 설립이 타당하다. 교육의 다양화를 위해 설립이 필요하다. 전국적으로도 27개교가 외국어고로 운영되고 있다.”
김진규 전교조 강원지부 정책실장 : “국가의 공공정책상 교육정책은 다수를 위한 것이 돼야 한다. 하지만 특수목적고는 소수를 위한 것이다. 또 특수목적고가 당초 설립 목적에 부합되지 않고 변질되고 있다. 특목고 확대 방안은 교육시장화와 평준화를 해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에 따른 교육격차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결국 정부정책은 부러진 화살 정책이다.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
이강선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강원본부본부장 : “특목고인 외국어고 설립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한다. 그 이유는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부응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재 육성이 절실하다. 또 미래 강원발전을 위해 잠재능력을 갖춘 인재 조기 발굴도 시급하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한다면 사립학교 형태가 바람직하다. 그 이유는 사립학교가 국립학교보다 재정적인 면과 교원의 자질 면 등에서 우수하기 때문이다. 특목고는 특수한 교육을 받는 것이다. 교육의 질과 수준을 높이는 것이 당연하다. 공립으로 설립할 경우 우수한 교원을 확보하기가 힘들어진다. 이같은 점을 고려한다면 사립형 외고 설립이 타당하다고 본다.”
손미애 원주참교육학부모회장 : “특목고의 설립 취지는 특성화 교육을 위한 것이다. 당초 평준화 정책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행됐지만 점차 변질돼 왔다. 그같은 내용은 이미 검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평준화 지역인 강원도의 현실에서 외고를 설립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타당성 조사를 했다고 하는데 누구의 선택권이고 누구의 박탈감인지 알 수 없다. 중등교육은 보통교육이고 평등교육이다. 대다수 아이들의 요구가 아닌 몇몇사람의 의견에 따라 추진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권국장 : “외고의 도입과 관련해 2005년에 설립추진계획안을 마련하고 협의를 가졌다. 이후 한국교육개발원에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용역의 내용은 설립의 타당성과 주체 기준 등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설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됐고 4월 사립으로 만들기로 확정됐다. 오는 7월 공모를 거쳐 11월 설립자가 선정되고 200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설립지역은 설립자와의 관계 때문에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과목은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을 기본으로 하고 러시아어와 스페인어 등은 설립자가 결정된 이후 보완하려고 한다. 학생선발은 강원도 학생을 70% 이상 선발할 계획이며 규모는 학년당 5학급으로 전체 15학급이고 학급당 인원은 30명이다. 설립되면 외국어 영재의 타도 유출을 막을 수 있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실장 : “특목고를 설립하려는 취지와 명분은 평준화 체제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도에는 다른 상황에서 특목고가 조성되려고 한다. 이에 대한 교육청의 입장은 무엇인가.”
권국장 : “특목고가 평준화를 보완하기 위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각 시·도에서, 비평준화 지역에서도 향토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특목고를 설치해서 운영하고 있다. 참고로 전국에서 특목고가 없는 곳은 광주와 울산 강원 충남 등이다. 이중 광주는 2008년 개교를 목표로 추진중이다. 학교수에 있어서도 평준화 지역에만 많은 것이 아니다. 평준화와 비평준화가 혼재된 경기도에 9개교가 있고 서울에도 26개교가 있다. 경기도는 2010년까지 19개교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당초 평준화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지역에서 향토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김실장 : “특목고의 가장 큰 문제는 명분은 인재 양성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대학 진학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데 있다. 과학고 졸업생 중 카이스트 진학률은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반면 서울대와 연고대 진학률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 과학고 등은 서울대와 연대 진학생이 큰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또 서울의 외국어고 비어문계열 진학률은 59%에 이른다. 어문계 진학률에 3배 가량 된다. 결국 명문대에 입학하는 좋은 수단이 됐다.애초의 목적과 취지에 맞는 학교가 있는지 의문이다.”
권국장 : “특목고가 잘못 운영되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교육 환경이 문제다. 도내의 경우 일부 학생들은 외고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기에 과학고에 간 사례가 있다. 가고 싶은데 갈 수 없기에 대안으로 간 것이다. 질문한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아는 바가 없어 답변하기 힘들지만 우수한 학생들을 방치할 수는 없다.”
손회장 : “특목고가 대학 진학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는 것의 원인으로 학부모가 거론되는 것은 인정하기 힘들다. 외국어에 뛰어난 능력이 있는데 갈 수 없어 과학고에 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여건을 갖추고 있는 학생들 중 강원도를 떠나는 경우도 있다. 교육의 경쟁력은 평준화에 더 있다는 것이 검증됐다. 인재양성을 얘기하는데 우리의 중등교육은 인재양성이 목적이 아니다.”
이본부장 : “그같은 주장에 공감한다. 하지만 특목고 설립이 평준화 문제점의 보완과 대안에서 최근 현실적으로 전환되고 있다. 평준화 지역 학생들의 교육수준이 높다고 하는데 평준화를 보완하고 대안으로 특목고를 설립한 것은 평준화 교육수준의 퇴보를 보여주는 것이다. 특목고는 특수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위한 것으로 어느 정도 인재 육성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인재육성이 안되면 강원도 발전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특수학생을 조기에 발굴해 육성하고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성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체가 다 평준화가 되면 안된다. 중·고등학생들에게 똑같은 조건의 평준화를 주장하는데 1등도 없고 꼴찌도 없다는 것이 된다.”
김실장 : “국내의 경우 현재 특목고 영재교육 대상이 전체 학생의 5%를 넘는다. 이런 경우가 외국에는 전혀 없다. 국제고와 자립형사립고 등등 이러한 학교만 해도 5%를 넘는다. 과거 70년대 명문고보다도 많은 것이다. 이 학교 재학생만으로도 외고 과학고 학생보다 많다. 고등학교까지는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추는 국민공통교육과정이 돼야 한다. 그런데 학교가 서열화됐다. 지나치게 서열화됐다. 명문대와 명문고를 가기 위한 특수한 상황에서 사교육비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결국 그들만의 리그이다. 사회적 양극화로 교육의 격차가 상당히 심하다. 이는 단순하게 외고 하나를 만드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많은 학교가 만들어지면서 서열화가 되는 것이 문제다.”
김실장 :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특목고와 영재를 위한 교육이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교육을 위한 것이고 영재 판별도 성적으로 실시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영재는 진정한 영재로 성장할 수 없다. 외국은 특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경우가 2%에 불과하다.”
권국장 : “바야흐로 인적자원이 경쟁력인 시대가 됐다. 인적 경쟁력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우선 사람의 수가 지역이나 국가의 힘인데 강원도는 한때 200만명까지 육박했다가 현재는 150만명 수준이 됐다. 둘째는 인재에 관한 것이다. 인재 양성은 백년대계이다. 셋째는 인력의 문제이다. 수요와 공급이 적절히 이뤄져야 한다. 강원도는 인재가 부족하다. 조건도 열악해 타 시·도로 인재를 많이 뺐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실장 :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용역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강원도가 따라해서는 안되고 역차별적인 정책 추진이 권고됐는데 도교육청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다. 특히 용역결과에 강원도 외고 설립과 관련 평준화 정책이 시행된 조건 속에서 외고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용역결과와 다른 결과를 말하는 것이 문제다.”
권국장 : “평준화는 별도의 절차에 의해 심의되고 있다. 평준화와 비평준화는 쉽게 결정할 부분이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지 임의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자문위를 구성해서 절차에 따라 추진하고 있다.”
손회장 : “그런 사실이 있었다는데 매우 놀랐다. 도교육청은 혼란과 갈등을 싫어하면서 평준화 문제를 10여년 가량 끌어오는 것에 대해 이해가 안된다. 여론조사는 몇년전에 다했는데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것 아닌가.”
<정리=申炯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