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일지
조재형*
중년의 조황을 돌아본다. 오렌지 집어등을 거점으로 오목한 봉수망에
멸치 떼가 쏟아졌다. 수초마다 인맥을 펼쳐 놓은 자망에선
잔 우럭들 입질이 그만이었다. 알량한 권세를 미끼로 통발을 쳐놓자 미꾸리들이 은신처 찾아 몰려들었다.
너벅선과 만장이
두 척으로 의기양양 출항한 나, 쉰 고개 앞두고 몰황으로 알탕갈탕 허덕인다. 오래전 먹물로 물든 바다, 어신은 매양 분주하지만 씨알 좋은 대물은 눈에 띄지 않는다. 낚으려던 개우럭은 성긴 그물코로 숭숭 빠져나갔다.
물너울 넘치는 가파른 어장에서 가난한 어부, 내 아버지는 다도해보다 거친 생生을 어찌 건너왔을까. 거룻배 한 척만으로 와류와 반류 헤치고 누려온 눈부신 어황.
흰 여울치는 파도를 보여주려다 굽은 당신의 새우등.
*부안.검찰수사관 출신
낮 법무사, 밤 시인
11. <시문학>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