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박힌 곳에서 일생 동안 버티고 견디다가 구부러지면 본래의 반듯한 모습으로 돌아갈 줄 모르는 못. 평생 육중한 건물의 무게를 지탱하고 견디는 일도 힘들지만, 녹슬고 구부러지는 일을 견디는 일은 그보다 훨씬 힘든가 보다. “더 이상 펴지지 않는” 그 몸의 경직성과 고집불통과 완고함. 우리는 그런 몸 안에서 살아야 하고 그 몸으로부터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다.
못은 무게를 견디는 동안만 못이다. 구부러지기 전까지만 못이다. 온몸의 고통과 긴장으로 제가 박힌 곳의 무게를 감당하는 동안만 못이다. 벽에서 빠져나와 무게에서 해방되면 자유가 아니라 구부러지고 녹슨 몸이 온다. 행복은 그 고통에서 벗어날 때 오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과 함께 사는 지혜에서 오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