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제>
들녘 경사진 언덕에 네가 없었던들
가을은 얼마나 적적했으랴
아무도 너를 여왕이라 부르지 않건만
봄의 화려한 동산을 사양하고
이름 모를 풀 틈에 섞여
외로운 절기를 홀로 지키는 빈 들의 시악씨여
갈꽃보다 부드러운 네 마음 사랑스러워
거친 들녘에 함부로 두고 싶지 않았다
한아름 고이 꺾어 안고 돌아와
책상 위 화병에 너를 옮겨놓고
거기서 맘대로 화창하라 빌었더니
들에 보던 그 생기 나날이 잃어 버리고
웃음 거둔 네 얼굴은 수그러져
빛나던 모양은 한 잎 두 잎 병들어 가는구나
아침마다 병이 넘게 부어주는 맑은 물도
들녂의 한 방울 이슬만 못하더냐?
너는 끝내 거친 들녘 정든 흙 냄새 속에
맘대로 퍼지고 멋대로 자랐어야 할 것을...
뉘우침에 떨리는 미련한 손이
시들고 마른 너를 다시 안고
높은 하늘 시원한 언덕 아래
묻어주려 나왔다 들국화야!
저기 너의 푸른 천장이 있다
여기 너의 포근한 갈방석이 있다
---노천명 시인의 국화제---
참! 아름답죠?
누구나 있어야 할 자리가 있나봅니다.
토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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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답
누구나 있어야 할 자리가 있나봅니다. 노천명 시인의 국화제.. 오늘 벙개 재밌었나여....
열라퀵센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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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5
02.11.08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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