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惠庵 박 상 국
인생은 누구나 연극배우이거나 희극배우이거나, 아니면 만병통치약장수거나 야바위꾼이거나 속으로 울면서 겉으로 웃고, 헛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피눈물 쏟는 인생은 파노라마 주역배우들이다 아닌 게 아니라면서도 아니지를 안는 말 못할 속사정 속은 울고 겉은 웃는다. 외롭다 고독하다 짝을 지어 사랑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못 읽어 서로가 다른 길을 가야하는 사랑의 길 이별보다 먼 섬이 그리움이란 걸 알면 미움도 사랑의 일부분이라 애증이라는 걸 알 텐데 미움을 미움으로 봐 이별을 한다. 사랑은 자비(慈悲)요 포용(包容)이거늘, 혀끝의 비수(匕首)로 사랑을 무참하게 도려, 사랑을 철철 피 흘리게 한다. 세상에 와 아무리 돈을 많이 가져도 죽음의 끈은 늘이지 못한다. 세상의 그 어떤 권력(權力)도 저승사자는 이기지 못한다. 거미줄에 하루살이는 걸리지만, 바람은 걸리지 않는 것은 바람은 오고감에 정함이 없는 무상무념(無常無念)이기 때문이다 해가 뜨면 해는 지고, 꽃이 피면 꽃은 지듯, 목숨 있는 것들은 오면 가야할 길을 제 가슴에 품고 태어난다. 수평선 넘어 또 다른 세상이 있듯, 구불구불한 저 능선 넘어 저승이 있으니, 저능선이 이승과 저승의 경계(境界)라 눈 뜨면 저승을 바라보며 사는 인생이다 가물가물 섬을 두고 오고가는 통통배소리처럼, 만나고 헤어지는 플랫폼 기적소리처럼, 인생은 만나고 헤어진다. 미움 원망 질투가 없는 사랑은 꼬깃꼬깃 접은 종이꽃 같아 아름다움은 있으나 향기가 없다 구름 속을 헤집으며 소리 없이 날아가는 제트비행기 같은 인생 이왕이면, 한세상 뚜깔보다 장맛인 사람이면 어떻겠는가,
[블로그] 혜암의 시 향기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반추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