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나의 일년 주기는 무브먼트공연이 기준이 되어 한 해를 잘 마무리하는 축제이자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이번이 벌써 네번째 공연...바들바들 떨며 무대에 올랐었던 첫 번째 공연을 잊을 수 없다.바짝 긴장하고 얼어붙어 있던 내게
"나도 실수한다.실수해도 괜찮다."는 풀라님의 말씀은 나 자신을 허용하는 첫 단추가 되어 주었다.
그렇게 자존감이 바닥이던 내게 있어서 무브먼트공연이 거듭될 때 마다 외부가 아닌 나의 내면에 집중하게 해주며 나를 만나게
해주었다.
올해는 공연을 준비과정부터 무대에서 내려오기까지의 경험은 나 개인에게는 특별했다.
깡통 로보트 같았던 몸은 훨씬 이완 되고,몸의 상태처럼 마음에도 여유공간이 생겨나는 등 일상에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부모님과 함께 떠난 열흘간의 여행 후 부터 나쁜 식사습관이 바뀌었다.집에 홀로 있을 때마다 과식하고 토하기를 반복하며 식도염에
고통스러웠는데,그냥 자연스럽게 그런 허기짐이 사라졌고 식단조절까지 편하게 할 수 있게 된 것은 무브먼트를 하면서 일상에서
일어난 변화이다.
무엇보다도 올해는 무대위에서는 나 자신에 대한 신뢰와 힘을 조금 더 회복할 수 있었던 공연으로 기억될 것 같다.
공연을 한 달 앞두고 발가락을 다치고, 감기는 폐렴으로 이어져 혈관주사와 링겔을 웍샵 전,후로 매일 맞아야 했지만, 웍샵은 물론
소모임도 불참이라는 옵션은 내겐 없었다. 존재계는 더 깨어있으라고 촬영팀까지 날려 보냈으니,불안감은 더 커졌기 때문일지 모른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경험은 무브먼트를 하는 동안은 몸에 통증은 사라져서 다 나은 것만 같았다. 땀을 흠뻑 흘리며 온전히 몰입해서
하는 무브먼트는 오히려 에너지를 더 끌어 올려주었다. 그렇게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은 축제처럼 힘이 들면서도 신이 났다.
지독한 폐렴도 결국 지쳐서 떨어져 나갔다. 그 과정들을 있는 그대로 오롯이 지켜보는 이는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였다.
내리칠수록 더욱 튀어오르는 탱탱볼처럼, 나의 광기는 오히려 더 몰입하게 해주었고, 깊은 곳의 대문자'I'는 계속 나아가기를, 더 나
자신을 이해하고 싶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외부에서 인정을 받으려 하거나,비난받지 않기 위해 바깥을 바라보고 살았던 때와 달리 무브먼트를 통해 춤에서도 일상에서도
바깥에 함께 휩쓸리지 않고 거리를 두는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오롯이 내면에서' 평가나 비판' 보다는 '자신에 대한 신뢰와 중심에 힘
있는 진짜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노력과 경험은 앞으로 나의 삶에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무대에 오르고 첫 번째 춤인 옥타브 음악이 흘렀을때 바짝 긴장한 탓에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솔에서 계속 왼쪽 발이 올라가지가
않아 속으로 외쳤다. "제발,한번만이라도 올려야해!라고 했지만,긴장과 두려움에 몸이 굳어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아쉬운
첫곡이 끝나버린 후, 미친듯이 자책하는 '나'가 날뛰기 시작했다. 그때 나 자신에게 "아미타!"라고 외치며 힘있는 '나'를 찾았고 호흡
하며 어깨에 힘을 빼고 현재에 집중하며 카운팅을 했다. 땀은 미친듯이 흘러내렸고 관객들에게 이것들이 그대로 보이는 것이 신경을
쓰는 '나'가 다시 무대위로 등장할때도 내면으로 에너지를 모았다. 그렇게 춤 한 곡과 같았던 춤 열곡이 딴 생각 할 틈도 없이 순신간에
지나갔다.
마지막 인사를 한 순간 '지금 여기에, 이 순간에 머물 수 있게 해준 존재계'에 대한 사랑과 감사함이 가슴 깊이 올라왔다.
달풀님, 함께한 도반들,그리고 항상 달려와주는 두 동생들과 남편...많은 사랑을 이미 있음을 느꼈다.미래에 무엇을 더 바라고
집착하는가? 지금 이대로도 이미 많은 선물을 받았으니 감사함을 나누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