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30년이 넘은 대전의 맛집 기행
'본 업소는 우리 시에서 3대·30년 이상 고유한 맛과 옛 추억을 간직한 전통 업소입니다.'
대전에 가면 이런 내용이 새겨진 동판을 입구나 내부에 건 식당을 볼 수 있다.
다른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안내판이다.
3대 이상 가업을 잇거나 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식당이라니 여행객은 믿음이 간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56F63656D7795523)
'3대·30년 시 인증 전통 업소'를 증명하는 동판
현재 대전에서 27개 업소가 인증 받아
개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문을 닫는 식당이 비일비재한 요즘,
오랜 세월 맛을 이어가는 집을 보면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대전에서는 3대 이상 가업을 잇거나 3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식당에게 뜻깊은 이름표를 달아주었다.
'3대·30년 시 인증 전통 업소' 동판은 비록 작지만, 손님에게 큰 믿음을 선사한다.
음식 맛과 서비스, 청결도 등이 훌륭할 것이라는 짐작이 자연스레 뒤따른다.
이런 명예를 얻은 식당의 지역별 분포부터 살펴보자.
유성구 2곳, 중구 13곳, 동구 9곳, 서구 2곳, 대덕구 1곳 등 총 27개 식당이 인증을 받았다.
이 숫자는 앞으로 조금씩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전 시내 2만 1000여 개 식당과 제과점 등 식품 접객업소에서 발굴된 것이라, 해당 업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대전의 대표 음식은 삼계탕, 돌솥밥, 설렁탕, 숯골냉면, 대청호 민물매운탕, 구즉도토리묵,
특색 음식은 칼국수와 두부두루치기가 손꼽힌다.
'3대·30년 시 인증 전통 업소'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은 훨씬 다양하다.
돼지주물럭, 보리밥, 육개장, 짜장면, 오징어국수, 염소전골, 냉면, 생갈비, 순대국밥, 칼국수, 두부두루치기, 동태찌개,
김치찌개, 닭볶음탕, 선지해장국, 콩나물밥, 대전부르스떡, 굴짬뽕, 한정식, 숨두부 등이 여행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1박 2일 일정으로 나선 대전 여행, 그 많은 음식 중 4가지 맛을 현지에서 봤고 빵은 포장해서 집으로 가져왔다.
[왼쪽/오른쪽]성심당 판타롱부추빵 / 만수불고기 주물럭
1952년 창업, 4대째 이어지는 사리원면옥
평소 냉면을 좋아하는지라 대전에 도착하자마자 둔산동의 사리원면옥 본점부터 찾아갔다.
1층 엘리베이터 옆과 2층 출입문 옆에 식당의 역사를 설명하는 안내문과 사진이 전시되었다. 첫인상이 좋다.
'4대째 65년 전통을 이어, 음식 문화를 선도하는 사리원면옥 본점'이라는 내용보다 다음 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국전쟁 때 2대 창업주 옥인숙 여사 일가가 황해도 사리원시에서
피란 와 대전에 대중음식점 허가 1호 업소인 사리원면옥을 창업했고,
2001년 이후 둔산동으로 본점을 이전하여 현재 4대째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식당이 문을 연 해가 1952년. 하루가 멀다 하고 간판이 뒤바뀌는 우리나라에서 65년 역사는 연륜이 깊다.
사리원면옥 입구의 사진
물냉면이냐, 비빔냉면이냐?
그 문구 아래 걸린 빛바랜 사진이 향수, 옛날이야기 같은 추억을 자극한다.
1대 김봉득이 맞음 여사, 2대 옥인숙 여사, 3대 김형근 대표, 4대 김래현 대표,
1980년대 찍은 가족사진 등 인물 사진과 1970~1990년대 사리원 전경,
2015년 사리원 본점 전경 같은 건물 사진이 식당의 역사를 대변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식당 내부는 카페처럼 차분하면서 우아한 분위기다.
음식의 맛을 살리려면 내부도 잘 정돈되어야 마땅하다.
물냉면이냐, 비빔냉면이냐 고민하다가 사리를 추가한 물냉면을 주문했다.
냉면은 양이 서울보다 조금 많고, 육수는 단맛이 조금 강하다.
면발을 씹을 때마다 황해도 사리원시의 풍경이 궁금했다. 지명에 '원' 자가 들어가니
조선 시대에는 역참이 있는 교통의 요지였고,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고을이라 음식도 발달했을 것이다.
'사리원 냉면은 누가 뭐래도 맛있다'고 단정 지었다.
[왼쪽/오른쪽]사리원면옥의 물냉면 / 사리원면옥 실내
얼큰한 경동오징어국수는 부추김치를 곁들여야 제맛
그날 저녁에는 국수 마니아답게 경동오징어국수에 갔다.
국수 이름이 특이하다. 주인 내외분에게 역사부터 들었다.
1976년 개업한 곳에 아파트 단지가 생기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고 한다.
40년이 넘었으니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오징어국수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40여 년 전, 경북 김천 아가씨가 대전 성남동 총각을 만나 결혼했다.
먹고살기 위해 식당을 열었는데, 대전 지방 특색 음식인 두부두루치기에 오징어를 넣으니 반응이 좋았다.
이후 국수 메뉴를 추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오징어국수가 등장했다.
해물 국물에 촉촉한 생면을 넣고 자작하게 끓이고, 청양고추로 매운맛을 살린다.
한 그릇을 비우면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오징어국수는 부추김치를 얹어 먹어야 제맛이다.
오징어는 대전 오정동농수산물시장에서 수시로 구입한다.
태평양에서 잡자마자 냉동한, 붉은빛이 강한 오징어다.
두부와 국수는 2대째 만드는 이웃 전문가에게서 공급받는다.
아들도 21년 전부터 식당 일을 거들어 국수의 맛을 온전히 살려낸다.
[왼쪽/오른쪽]경동오징어국수의 개방된 주방 / 얼큰한 오징어국수
값에 비해 매우 만족스러운 숨두부
이튿날 아침에는 이튿날 아침에는 굿스테이 숙소 로비에 마련된 식당에서 조식을 해결했다.
주먹밥과 김칫국, 샐러드, 콩나물 등 건강식이다.
오전에 이응노미술관을 느긋하게 관람하고, 평양숨두부집으로 향했다.
순두부가 아니라 숨두부라는 표현이 묘하게 궁금증을 자아냈다.
출입구 좌우에 향토 음식 전문점, 모범 음식점, 3대 가업을 잇는 집,
착한 가격 업소, 3대를 이어온 전통의 평양 숨두부, 원산지 표시 우수 음식점 등 간판과 안내문이 유명세를 드러낸다.
식당 안에도 오래전부터 받은 표창장과 감사장이 나란히 걸렸다.
그렇다면 맛은? 쌀밥에 따끈한 숨두부와 양념장, 깍두기, 봄동겉절이, 시금치나물, 콩나물,
오이지무침. 남김없이 그릇을 비웠다. 가난하지만 순수하고, 소박하지만 배부른 점심이다.
1951년 1·4 후퇴 이후 창업해서 지금까지 이어오는 식당의 내공이 그대로 녹아든 밥상이다.
[왼쪽/오른쪽]이응노미술관 실내 / 이응노미술관 외관
[왼쪽/오른쪽]캡션평양숨두부집 실내에 걸린 표창장 / 평양숨두부집의 숨두부
만수불고기의 주물럭, 양념이 궁금하다
대전을 떠나기 전, 성심당 방문은 통과의례.
1956년 대전역 앞 찐빵 집으로 시작한 성심당은, 60년이 흐른 지금 '전국 3대 빵집'으로 당당히 섰다.
부추빵과 튀김소보로, 대전부르스 약과를 한 봉지씩 양손에 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손님이 많아 계산대에서 한동안 줄을 섰다.
이게 성심당의 힘인가?
이 빵을 기다리는 가족을 생각하면 조금 기다리는 것쯤 일도 아니다.
마지막으로 들른 '3대·30년 시 인증 전통 업소'는 유성구의 만수불고기. 유성금호고속터미널과 가까운
만수불고기는 1984년 창업했다.
삼겹살과 주물럭 전문 식당으로, 매일 저녁 직장인들이 퇴근길 한 잔 장소로 애용한다.
끝자리 4·9일에 열리는 유성장 점심시간이면 많은 사람들이 자리가 없어 발걸음을 돌린다고.
'만수불고기' 상호는 상표등록이 되었다.
주물럭을 포식하고 2인분을 포장해달라니 쌈 채소, 파절이, 된장까지 완벽하게 담아준다.
김병현 사장은 양념의 비밀에 대해서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간다.
[왼쪽/오른쪽]성심당의 쿠키 / 성심당의 샌드위치
[왼쪽/오른쪽]만수불고기 식당 외벽의 그림 / 만수불고기의 주물럭
여행정보
- 주소 : 대전 서구 둔산로31번길 77
- 영업시간 : 영업시간 : 오전 11시~오후 11시
- 휴무 : 설날과 추석 명절 전날과 당일만 휴무
- 메뉴 : 물냉면 8000원, 비빔냉면 8500원, 갈비탕 9000원
- 문의 : 042-487-4209
경동오징어국수
- 주소 : 대전 동구 계족로 369
- 영업시간 : 오전 10시 30분~오후 9시 30분
- 휴무 : 일요일
- 메뉴 : 오징어국수 6000원, 매운족발양념구이(소) 1만 2000원
- 문의 : 042-626-5707
- 주소 : 대전 동구 대전로 381
- 영업시간 : 오전 10시~오후 10시
- 휴무 : 설날·추석 당일
- 메뉴 : 숨두부 4000원, 숨두부+공깃밥 5000원
- 문의 : 042-284-4141
만수불고기
- 주소 : 대전 유성구 장대로 38
- 영업시간 : 오전 11시-오후 10시
- 휴무 : 매월 1, 3째주 일요일
- 메뉴 : 삼겹살 1만 2000원, 주물럭 1만 1000원
- 문의 : 042-822-2257
- 주소 : 대전 중구 대종로480번길 15
- 영업시간 : 오전 8시~오후 11시
- 휴무 : 연중무휴
- 메뉴 : 대전부르스떡 2000원, 튀김소보로 1500원, 판타롱부추빵 1800원
- 문의 : 1588-8069
주변 여행지
- 이응노미술관 : 서구 둔산대로 157 / 042-611-9800
- 우암사적공원 : 동구 충정로 53 / 042-673-9286
- 장태산자연휴양림 : 서구 장안로 461 / 042-270-7883
숙소
- 경하온천호텔 : 유성구 온천로101번길 30 / 042-822-5656(굿스테이)
- 호텔그레이톤둔산 : 서구 둔산중로 70 / 042-482-1000(굿스테이)
- 토요코인 대전정부청사앞 : 서구 둔산중로134번길 13 / 042-545-1045(굿스테이)
글, 사진 : 유연태(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6년 3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눈요기 즐깁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보람있는 시간되세요
감사합니다. 대전에 가면 맛 봐야 겠어요.
고맙습니다
뜻깊은 오후되세요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알찬 시간되세요
오래전에 사리원에서 냉면 한그릇 먹으려면
30분 기다림은 보통인것 같드라구요.
맛집이라서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