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시인의 '내 고향 남쪽나라'를 중얼거려 본다.
남쪽나라는 따습기는 따스웠다.
이른 새벽 6시에 일어나니 바깥에는 어둠이 채 걷히지 못했다. 벌써 해가 이리 짧아 졌구나 놀라며 피곤한 몸 달래어 스트레칭 하며 침대머리를 벗어난다. 장승백이를 거쳐 친구를 태우고 서울을 벗어나니 7시다. 송악에서 친구 또 만나 생수와 취사도구를 챙겨 실는다. 이번 여행에서는 경비도 줄일 겸 보다 자연스런 풍류를 즐길 겸 한두 끼 정도는 취사해 볼 요량이었다. 물론 여행 내내 사용할 수 없었던 건 아까운 시간과 그 번잡스러움을 감당치 못한 까닭이다. 하나같이들 하는 말, 이래서 장가를 가는 건가 보다 했지...
'추부'에 들러 추어탕에 추어 튀김과 한잔 술로 여행을 시작한다. 예전에 비해 이곳도 추어탕집 수가 많이 정리되엇다. 사오년 전만 해도 작은 마을 전체가 추어탕집이더니 - 80개라는 소리 들은 듯했다 - 이제는 반 정도로 줄어든 모양이다. 예전의 그 골목 안 집을 찾을 수 있어 맛난 고들빼기와 오이고추 노랑고추 등을 맛볼 수 있었다.
먼길 가는 일행이라 아쉬움 두고 일어서 인생을 논하고 현실을 탓하며 내달리니 덕유산 지나고 지리산 지나 진주를 거치고 사천으로 빠진다.
이쯤에서 삼천포를 향해 샛길로 나아가며 삼천포의 삽화를 들려주지.
- 부산으로 잘 내려가던 기차는 목적지를 앞두고 환승하게 되어 있었는데, 거게서 잘못 갈아타게 되면 부산으로 못가고 우회전해 삼천포로 가게 되걸랑. 그러면 당시는 열차도 많지 않아 돌아오는 데 애먹게 되니 '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는 우스개소리가 생겨났고, 삼천포 사람들은 이 소리를 무지 싫어하게 되엇다나?' ㅎㅎㅎ
지방을 돌다 보면 느끼게 된다. 역시 이곳 사천도 황량한 벌판에 커다란 시청이 훵당그레하다. 지나치게 커다란 지방 자치단체 빌딩들은 그 예산 집행을 궁금하게 만든다.
삼천포다리는 멋졌다. 이어지는 창선다리도 멋졌다. 너울 빛나는 바다를 끼고 도는 남해섬 해안도로도 멋졌다.
독일인 은퇴 연금 생활자들을 위해 남해시가 무상 임대한 땅 위에 지어지고 있다는 '독일인 마을'은 예뻤다. 바닷가 언덕 위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서양 이국적 건물들은 말 그대로 레만 호 주변의 그림 같은 집들을 모델로 삼고 있는 듯했다. 지금도 공사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2013년부터인가는 일반 분양도 시행할 예정이라나...?
남해의 압권은 이곳에서 미조 거쳐 상주로 이어지는 해안선인 듯하다.
남해의 기를 받고자 금산으로 올라 보리암을 들렀다. 예전 가족 여행시에도 왔었다만 때는 비싼 주차료-5000냥-와 보리암 입장료-1000냥- 땜에 발길을 돌렸었다. 와이프들은 그런 돈을 아까워하지! 올라보니 기암절벽도 좋고 일주해봐야 1키로도 안 되는 동선에 오밀조밀 사위를 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티브이 나오는 금산 산장도 음습한 게 귀신 나올 듯해 귀신산장이라 이름해도 좋을 성싶었다. 저런 곳에 묵으면 귀신발을 붙을 듯했다. 따사한 햇살에 조요한 바람, 늘어지고 싶은 마음 다잡고 숙박 예정지인 여수를 향해 남해대교를 벗어났다.
남해와 견주면 여수는 산업단지다. 동행자의 변, '남해는 주거지요 여수는 농공단지일세~~~'
어둠이 채 여섯시도 되기 전에 깔리는 바람에 기겁해 숙박 예정지인 봉선동을 향해 찾아들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한 숙여지였는데 결과는 마뜩치 않았다. 시내 중심가의 유흥타운인 듯, 먹거리와 숙박지들이 몰려 있기는 했지만 서울 맛집나들이객들에게는 부족함이 많앗다.
'우리가 완도에서 너무 맛난 돔과 맑은탕을 값싸게 먹은 탓에 이후에는 자꾸 그거랑 비교하는 게 문제야...'
내가 말해고 일행이 동감햇다.
인생의 값난 경험은, 극한 오르가즘은 더한 오르가즘을 찾아 헤매게 만든다. 그리 헤매다 지치고, 왼갖 에너지의 고갈로 주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좌절을 만나게 된다만은 그래도 인간인지라 타협을 하게 되지. 그때 타협하고 현실을 수용 감내 즐기게 되는 게 인생의 휴머니즘 시기인 노년기인지라... 이제는 아침도 저녁도, 봄도 가을도, 젊음은 힘있어서 늙음은 관조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느끼고 살아야 하는 기라 ㄲㄲㄲ
한놈은 내일 여정을 위해 술을 절제한다 하고, 한놈은 피곤한 육신을 곤히 잠재우기 위해 마시고, 한놈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적 욕심으로 번민의 술잔을 놓지 못하며 밤을 지내다 누우니 새벽 2시라네?
눈뜨니 햇살의 입사각도가 예삿일 아니라! 이즈음의 모텔방에는 왜 시께들이 없을까? 홀로 일어나 욕조에 물받고 반신욕을 즐기다 생각나는 김에 때까지 밀어본다. 개운하다.
위아래를 털며 들어가 티브이를 켜니 한놈 한놈 일어서며 투덜거린다. 술까지 절제하며 드러누웠던 놈은 모기 보초 서느라 6시에 잠들었다나? 번민 많은 놈은 그 새벽에 또 기어나가 포차에서 한잔 한고 온 게 머리를 때린다며 궁시렁...
10시가 가까워지는지라 놈들을 채근하며 보니 정말 벽지가 왼통 피칠이다. 놈들 대신 사위를 살피니 아직도 천정에는 여나믄 마리 가량의 모기들이 붙어 잇어 기두리는 동안 놈들 사냥으로 시간 소진햇다. 잡는 족족 피칠이네~~~
향일암에 오르니 이곳도 주차비 3000냥에 입장료는 2000냥이라! 초행이라는 두 놈을 올려보내고 나는 갓김치에 동동주를 마시며 기다렷다. 하산 시간에 맞춰 주문한 우거지탕해장국이 일품이었다. 맑고 담백하면서 구수한 맛, 이것이 진정한 해장국이니라 예찬하며 동동주 추가하고, 아침부터 길어진다...
이십 여 년 전 학부시절 탐사다녔다는 방죽포에 들러 스쿠버 다이빙 하는 이들 구경도 하고 돌아서 여수종합수산시장을 구경했다. 그리고 건너편 수협으로 들어가 그곳도 구경했다. 원래는 전복이나 한 상자 사서 다음 목적지인 선암사 송광사 계곡에서 구워 먹을 요량이었는데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 완도는 한상자에 이만냥이었는데 ㅋㅋㅋ
여수를 찾아 회를 먹을 요량이라면 이곳을 찾으시라. 돌산대교 바로 못 미쳐 오른쪽으로 수협가는 큰 길 있고 거게서 좌측으로 자그마한 선창 가로 오래된 작은 횟집들 몇개 있다. 거게가 뱃사람들과 토박이들 다니는 횟집이라... 전망 좋고!
승주에서는 쭉쭉 찢어먹는 기다란 김치 통채로 넣는 김치찌개 맛나게 먹었다. 15가지의 반찬이 허벌나게 나오는 기사식당이었다만은 향 강한 갓김치 몇번 먹고 나니 자극성 강한 그 음식들이 이제는 조금 삼가스러워진다. 맛난 식당이었고, 오가는 술잔에 거나해지건만 일정이 있어 무거운 엉덩이 일으키고 선암사로 향했다.
태고종인 선암사와 조계종인 송광사가 사잇길로 지척인 8키로 사이에 있었다. 선암사 대웅전 옆으로 부엌이 딸리고 그 앞에 놓인 프라스틱 맥주 의자에 앉아 내리는 땅거미와 오가는 예쁜 색시들 바라보며 쓸쓸함을 즐겼다.
헌데 걸어 8키로인 그 길이 차로는 고속도로까지 타면서, 아마도 50키로는 돌아간 듯했다. 내비 탓인가? 이정표를 보니 정말 한심하게 돌게 만들어져 잇다. 원래 산과 산은 걸어가는 게 지름길이란 말 되새기게 했다.
어둠이 짙어진 탓에 송광사 앞 상가에서 토토리묵에 동동주를 마셨다. 이렇게 쫄깃한 묵은 간만에 먹어봤다. 두러진 기름도 아주 고소했다. 오래된 절간 앞 음식점이라 그런지 음식 연조가 있는 듯했다. 절간 음식으로 이어진 대화는 마지막으로 보문동 탑골승방에서 맛난 절밥 다시 먹어보잔 이야기로 이어졌다.
나중 생각해보니 세 놈 모두 그 동네들과 인연이 있었다. 한놈은 보문동 산이교, 한놈은 돈암동에서 오래 살았고, 한놈은 동선동에 살었다.
노독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오르는 길이 군산을 들어서니 빗물 떨어지기 시작햇다.
술에 떨어진 뒷자리 친구와 음악으로 달래는 옆자리 친구를 느끼며, 이 비가 그치면 추워지리라 생각했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곧 오겠지만 나는 그 겨울을 즐기리라 다짐했다.
돈없고 힘없다고 내 인생 슬퍼하면 누가 날 달래주랴!
진인사 대천명 하고는, 나의 노년기는 내가 합당한 대우 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처자식과 노인네 돌보고, 친구들과 즐기고, 자신의 꿈을 갈무리하고 챙기다 보면 이 인생 짧지 아니 하겠는가!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
한 고승이 임종을 맞으며 모여든 후학들에게 마지막 일갈을 쳤다.
'이제껏 내가 가르쳐준 모든 것을 버려라. 잊어라. 깨우침도 없고 진리도 없었느니라......'
까르빼 디엠!!!
첫댓글 유럽에서도 미국에서도 인간의 대이동이 진행되고 있단다, 보다 따뜻한 남쪽으로... 지중해로, 플로리다로... 사계절은 인간을 바지런하게 만들지만 늘어지는 수명은 늙은 인간을 낳고, 그런 인간은 역시 따뜻한 곳을 찾게 되나 보다... 박정희가 당진 대신 여수를 선택한 까닭은 간단하였으리라만 그 이후는 저리 되었다. 하지만 나중은 같으리라, 과정만 이러하지~~~
저도 12월 8일날 필리핀으로 겨울 나러 들어 갑니다. 3개월 정도 오지 섬인데 아는 분이 있어서....그래서 11월은 아르바이트 하느라고 쪼까 시간이....필리핀으로 로밍해 가지고 가니까 오세요!~ 34도래요!~일년 내내!~~
새로운 사업 모색하러 월남 한번 가볼 요량이다, 나도... 필리핀도 살기는 좋은데 치안이 불안하다더만? 괜스리 성질내지 말고 돈 달라면 다 주고 목숨은 부지하고 오너라~~~ 갱 만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