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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하우] 효율적으로 일하는 법(2/4)
글 들어가기 전에;
내일의 일을 오늘 해치워버려라. 그럼 내일 아주 편해진다.
8월 25일. 휴일에 일하는 것을 별로 선호하지 않지만 긴급 P/J가 있어서 직원들 절반과 함께 일요일임에도 출근을 했다. P/J가 워낙 긴급한 관계로 두바이의 고객사는 인도인 엔지니어를 1주일간이나 출장 보냈고 항공기 이동시간을 제외한 꼬박 4일 동안 우리와 같이 기술적인 문제들을 마무리하여 도면에 대해 Approval(승인)을 해주고 가기로 하였다.
나는 그가 오기 전에 P/J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여 경험상 예상되는 부분은 미리 그려놓았고 질문사항도 미리 메모를 해두었기에 미팅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나는 인도 엔지니어와는 영어, 옆에 앉은 조선족과는 한국어, 다른 직원들과는 중국어로 대화를 하며 미팅을 이끌어 나갔다. 그가 제품의 형상이나 설치방법을 질문했을 때 나는 옆에 있는 표준도를 펼쳐서 이것이 맞느냐고 물었고 그 시간은 3초면 충분했다. 스케치를 하자면 최소 몇 십초 이상이 걸리기도 할 것이고 자칫 실수를 할 수도 있지만 여유 있을 때 그려놓은 표준도는 그런 문제가 없었다. 결국 기술적인 미팅은 첫날인 24일 토요일 하루 만에 모두 끝냈고, 나머지 3일 동안 그린 상세도에 그의 Approval Sign(=승인 허가)을 받아냈다.
만약 나대신 다른 부서장이었다면 미팅에만 최소 이틀 이상, 그가 출장을 오지 않고 인터넷으로 업무를 했다면 3주는 걸렸을 일이다. 인도인 엔지니어는 특히 우리의 표준도 시스템에 감탄을 했고 엄지를 세우며 ‘Excellent!'를 연발했다. 두바이에 돌아가기 전 그는 자신의 회사 관계자와 우리 회사 임원에게 감사 메일을 보냈다.
From: XX
Sent: Tuesday, August 27, 2013
To: XX
Cc: XX
Subject: RE: XX's visit - Discussion points
Dear All,
My mission here has been a Success. I got good support from XX Team, especially , The Engg. Team Manager, Mr. Steve. Their people had done a wonderful job to complete all the work within 4 days. They even worked Holidays to freeze the Drawings.
-중략-
Thanks again for XX Team (China) for their Hospitality and Excellent support. I will be leaving from here by today and will be in Dubai by Tomorrow.
Thanks & Regards,
XX
Dubai
나는 내게 주어진 업무들을 처리할 때 이 작은 일들이 모여서 엄청난 발전을 이룰 것이라는 계산을 미리하지 않았다. 그저 오늘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고 그것을 끝냈을 때 시간이 남았으면 -조직에- 미안했고 불안해했다. 그래서 나는 내일 해야 할 일까지도 오늘 해치워버렸고 내일이 되었을 때는 모래, 글피의 일까지도 해치워버렸다. 그리고 그것이 습관이 된 어느 날,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 3배의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개의 한국 회사들은 당신이 몇 배의 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몇 배의 보상을 해주지는 않는다.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사내 정치의- 줄을 잘못 서면 공정한 대우받을 수 없고, 연공서열을 따지는 회사라면 단지 먼저 입사했다는 이유로 무능력자가 당신 앞에 서는 꼴을 봐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신이 노력하지 않아도 될 이유는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당신 인생의 주인은 당신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당신은 그 회사에서 지금의 위치에 만족하진 않을 것 아닌가? 그러니 미래의 시행착오를 미리 해 둔다고 자위하고 최대한 많은 일을 경험해 보는 것이 현재의 당신에게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오늘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는 격언은 게으른 사람들이나 쓰는 것이다. 오늘의 일을 오늘 하는 것은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나란히 가는 것일 뿐이며 부자로 살고 싶다면 업무 효율성을 높여 내일의 일도 오늘 해치워버리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오늘은 그 방법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한다. 글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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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
1. 정확하지 않으면 다시 물어라.
일부 사람들은 타부서 직원이나 상관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 귀찮거나 두려워서 지시받은 업무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려는 경향이 있다. 욕먹더라도 이해할 때까지 다시 물어라. 한 번 더 물어서 확실하게 이해한 후 시작하는 것이 나중에 우왕좌왕하는 것 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질문을 귀찮아하거나 화를 내는 상관이 있다면 속으로 욕을 날리고 다시 물어라. 그의 인내심이 부족한 것이 당신의 잘못은 아니다.
2. 모든 업무는 반드시 문서로 하라.
[문서로 작성해야 하는 이유]
상관이나 타 부서와 업무를 할 때 문서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해야 할 경우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을 뒤집어 써야할 상황이 생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메일이나 fax 등의 문서로 달라고 해야 한다. 만약 문서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일 경우 상대와의 대화 내용을 해당 파일에 정확히 적어두는데, 협의 내용과 함께 상대의 소속과 이름, 대화가 이뤄진 년/월/일/시간/분까지 정확하게 적어둔다. 나중에 상대가 발뺌해도 상대가 말한 내용과 시간/분까지 정확하게 말을 한다면 상대도 더 이상 우기지 못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기억력이 좋은 사람도 기록하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
전화나 말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기억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겠지만 컴퓨터로 작성한 문서보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을 나는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다. 겨우 몇 달이 지나면 어지간한 내용들은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모든 것은 기록해서 자료를 남겨야 한다.
[기록할 수 없는 경험은 경험이 아니다]
에피소드 1
내가 일하는 조직에는 정년을 넘겼지만 현역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는 경험자체는 많지만 그것을 체계적으로 기록할 지적수준이 안되기 때문에 같은 업무를 함에 있어서 과거와 현재의 작업 방식이 달라지곤 하는데 그것은 불량품을 만드는 원인이 된다.
이처럼 일부 현장작업자들 중에는 자신의 경력이 오래된 것만 믿고 이론 공부나 Paper Work(사무작업)을 무시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미안하지만 당신들은 전문가가 아니다. 당신들의 기술은 기록할 수 없는 손의 감각이기 때문에 나이를 먹거나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기면 그 Quality에 심각한 차이가 발생한다. 당신이 남보다 뛰어난 실력이 있다면 기록을 시작하라. 그런 경험을 기록한 것들이 모이면 곧 그것이 이론이 되고 후배들을 위한 훌륭한 교본이 될 것이며 당신은 전문가로서 대접받을 수 있다.
[아빠가 딸에게 전하는 삶의 지혜]
27. 중요한 것들은 잘 기록하고 정리해 두어라. 기록할 수 없는 기술은 기술이 아니며 기억력에만 의존하는 사람들은 같은 일을 중복하는 낭비를 하게 된다.
3. 접수 시간에 따른 업무 순서
[파일은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라]
요즘은 이메일로 업무처리를 할 경우가 많아 하드카피한 파일이 별로 생기지 않지만 중요한 메일과 문서는 정전이나 바이러스에 대비해 프린트 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이 경우 이메일 내용만을 추출해서 프린트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습관이다. 반드시 이메일을 보낸 사람과 날짜 부분까지 통째로 프린트해야 정확한 순서를 알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파일을 저장할 때 그 자료를 받은 날짜를 기록하지 않는데 이것은 아주 게으른 업무 방식이다. 모든 자료는 받거나 보낸 시점을 정확히 기록해 두어야 한다.
또한 프린트한 것을 철할 때는 새것을 위에 올라가도록 해야 편리하다. 새것을 아래로 가도록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럼 철할 때마다 기존 파일을 죄다 꺼내야 하기 때문에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간혹 순서가 뒤죽박죽인 사람도 있는데 제발 회사를 나가라. 당신 때문에 고생하는 전/후방 부서를 위해서.
[어제와 오늘 다른 지시를 받으면 나중 것이 맞다]
2013년 7월 1일 오전, A사에서 빨간색 목도리 100만개를 제작하라는 메일을 보내왔는데 같은 날 오후, 파란색 100만개라는 메일을 받으면 시간이 지난 후 반드시 헛갈리게 된다. 이때는 업무를 통보받은 시간 순서로 나중에 받은 것을 기준으로 처리하면 된다. 파란색으로 진행하라는 두 번째 메일을 받은 후, 전화가 와서 다시 빨간색으로 하라고 하면 당연히 파란색 메일을 프린트해서 그 위에 수기로 전화 통화 내용을 적어둬야 하고 반드시 확인메일을 받아야 나중에 문제가 없다. 그리고 업무는 당연히 마지막 통보를 기준으로 처리해야 한다.
4. 작업의 안배
[확정되지 않은 것이라도 정보는 최대한 빨리 전달하라]
어떤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가 100% 모이기 전에는 다른 부서에 전달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러면 조직의 효율이 떨어진다. 신형 SUV를 개발하기 위해서 섀시의 방식, 엔진의 종류, 배기량, 내장재의 색상이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상품 기획실에서 내장재의 색상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미 결정 난 엔진의 종류를 제공하지 않으면 엔진 개발 부서는 별 상관도 없는 내장재 때문에 엔진 개발 시간을 잃게 된다. 확정되지 않았다는 단서를 붙여서 자료를 최대한 신속히 전달해야 해당 부서에서 미리 계획을 짤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내가 상대 부서에서 일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먼 사람의 일을 먼저 안배하라]
월요일 출근을 하니 원청업체, 하청업체, 타부서, 부서원, 본인이 해야 할 일들이 메일로 날아왔다. 어떤 순서로 일을 처리해야 할까? 자신으로부터 먼 사람부터 일을 안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즉, 1)원청업체 -> 2)하청업체 -> 3)타부서 -> 4)부서원 -> 5)본인의 순서로 일을 안배한다.
외부업체의 경우 그들의 생산일정을 우리 쪽에서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외부업체가 스스로의 일정을 고려해서 당사의 업무를 안배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전달해야 한다. 당연히 원청이 하청보다 중요하므로 1)원청의 일을 먼저 처리한 후, 2)하청업체의 일을 처리한다.
당신이 부서장이라면 당신 부서의 업무 순서는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여러 명을 붙이거나 잔업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지만 타부서까지 그런 것을 바랄 수는 없으므로 빨리 자료를 전달해야 한다. 그러므로 외부업체의 업무를 안배한 후 3)타부서의 업무를 안배한다.
물론 원청업체, 하청업체, 타부서에 전달하는 행위자체는 부서장인 당신이 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을 시켜야 한다. 원청업체에 자료를 전달하는 것을 미스 김에게 시켜 놓고, 하청업체 일은 미스 리에게, 타부서 업무 전달을 김 대리에게 지시해 놓는 식이다.
그 후 4)부서원들이 할 일들을 각자에게 전달한 후, 5)부서장 본인이 해야 하는 일을 처리한다면 아무에게도 무동시수가 발생하지 않는다. 자질이 부족한 부서장들은 급한 마음에 자신의 일을 하느라 오전시간을 낭비하고 오후에 부하직원들에게 업무를 안배하기도 하는데 그럼 -정신없이 일하는 당신 앞의- 부하직원들이 게임하며 노는 것을 오전 내 지켜보아야 한다. 만약 이런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면 당신은 부서장의 자격이 없다. 부서장이 놀고먹어도 부서가 문제없이 돌아가게 만드는 사람이 훌륭한 부서장이다.
[부서원이 못 미더워도 일을 던져 줘라]
에피소드 2
어떤 현장 출신 관리자는 차장이라는 직위를 달고도 직접 기계를 수리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한다. 그는 부하 직원들에게 기계 수리법을 가르친 적도, 그 매뉴얼을 만든 적도 없기 때문에(= 수리 가능한 사람이 본인밖에 없다) 아랫사람들이 구경하는 동안에 혼자서 일하는 것이다. 자신의 기술을 남에게 전하지 않으면 밥그릇이야 잃지 않겠지만 스스로도 성장할 수 없다.
부서장이나 되는 사람이 부하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부서가 아직 제대로 Setting되지 않았거나 시범을 보이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지간하면 직원이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경험이 부족한 직원을 쳐다보는 것이 답답해서 부서장 스스로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 직원은 영원히 발전할 수 없다. 부서를 맡은 지 몇 년이 지났어도 놀고먹지 못한다면 부서장의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여기서 놀고먹는다는 것은 일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부서원들의 자질을 향상시키고 업무를 표준화, 효율화 시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부서장인 당신이 놀고먹는(= 부하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하는) 수준이 되었다면 다른 Item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 쓰일 것으로 예상되는 도면을 그려 놓거나, 표준품, 선행품 따위를 생산해 놓거나, 새로운 블루오션이 없는지를 살펴서 부서원보다 한 발 앞서 나가야 한다. 지금 편하다고 현실에 안주하면 조직은 곧 경쟁력을 잃게 된다.
[지시 후 재확인]
한국 직원들도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중국 직원들은 특히 어떤 지시를 내렸을 때 확인하지 않으면 일을 완성하지 않는 경우가 아주 많다. 어떤 지시를 받았을 때 그들은 대개 ‘메이원티(= 문제없다)’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일이 완성되지 않은 경우가 아주 많다. 일을 처리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으면 보고를 하거나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를 멈추고 아무런 반응이 없이 노는 경우가 많으므로 지시 후 반드시 재확인하여야 한다. 이는 당해 업무의 확인뿐만 아니라 상관이 항상 재확인을 한다는 인식을 심어줘 향후 업무를 할 때 농땡이 부리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다.
5.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계획부터 하라.
일찍이 링컨은 “나에게 나무를 할 시간이 8시간 주어진다면 6시간 동안 도끼의 날을 갈겠다.” 라고 말했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이 배당되었을 때 바로 일을 시작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일단 일을 파악하여 최대한 빠르고 자원소모가 적은 방법을 찾은 다음 시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사전 준비]
사무작업이든 현장작업이든 그것을 시작하기 전에 계획을 짜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아주 중요하다. 어떤 공사를 시작하기 전, 사람을 뽑아 옆에 모여 놓아도 자재가 없거나 인허가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거나 하는 문제로 인력을 놀려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리 철저한 계획을 짜서 그런 낭비를 줄여야 한다. 납기를 기준으로 시간을 역산해서 투입할 자재, 인력, 하청업체, 원청업체의 일정 등을 표 위에 기록하는데 이것을 'Master Schedule' 또는 ‘Master Plan'이라고 부른다.
<Master Schedule> 납기를 기준으로 역산을 해서 스케줄을 짜보면 챙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즉각 나타난다. 여러 사람이 협력해서 처리해야할 P/J라면 담당자란도 넣어야 책임을 지울 수 있다.
위의 예시는 1가지 P/J에 대한 단순한 스케줄일 뿐이고 실무에서는 수 십개의 스케줄을 동시에 관리하므로 저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나는 2~3년 후의 업무까지도 스케줄을 잡아 놓고 있다.
[설계의 중요성]
건축주들은 자신의 건물 신축 공사를 할 때 설계비에 인색한데 이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설계직원이 잘못 그은 선 하나 때문에 엄청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하면 하나를 더 주고 10개를 얻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지리산을 떠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 차를 몰고 서울을 가기 위해 나침반을 들고 북쪽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간다면 인터체인지에서 한 바퀴 빙 돈 후 남쪽을 향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출발 전 지도를 보고 -비록 남쪽으로 뻗은 길이라도- 그것이 북쪽으로 향하는 길의 입구라면 그곳으로 가는 것이 맞지 않겠나? 지도를 보는 시간을 아깝게 생각지 마라. 그 10분이 도로에서의 몇 시간을 절약해주는 것을 고려하면 절대 손해 보는 투자가 아니다.
[샘플링]
사무작업이든 현장작업이든 동일한 업무가 많을 경우 그중 1개의 샘플을 미리 작업해서 상관, 고객에게 확인을 받은 후 나머지를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6년 전, 나는 새로 맡은 부서의 부하직원들에게 업무를 맡기며 ‘하나를 먼저 완성하여 확인을 받은 후 나머지를 완성하라.’고 지시했지만 직원들은 모두 완성한 다음에 가져오곤 했다.
완성된 업무 100가지 모두 동일한 부분을 틀렸다면 그것은 엄청난 시간 낭비이다. 1가지를 작업하거나 수정하는데 매번 1시간이 들고 5번의 수정을 거친 후 완성되는 업무가 있다고 가정하고 두 가지 방법을 비교해보자.
1) 부하직원의 방식
- 100가지 x 5번 수정 = 500시간/Total
2) 나의 방식
- 1가지 x 5번 수정 = 5시간
-> 상관의 확인
-> 나머지 99가지의 작업 = 5시간 + 99가지 x 1시간 = 104시간/Total
요즘의 내 부하직원들은 더 이상 1)번 방식과 같은 멍청한 짓은 안하고 그래서 우리는 훨씬 빠르고 정확한 일처리를 하고 있다.
현장의 경우; 실수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Proto-type이나 Mock-up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새로운 Item의 시제품을 Proto-type이라고 하고 모델하우스 같은 견본을 Mock-up이라고 부른다. 이런 과정들을 몇 번 거치며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면 결국에는 완벽한 시제품이 나오고 그때 Mass-production(양산)체제로 넘어가면 손실이 적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할 때면 생각지도 않은 문제들이 발생하지만 그런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되게 마련이다. 최고 상태의 긴장은 영원하지 않다. 걱정하지 마라.
[급한 일 -> 중요한 일 순서로 처리하라]
급한 일과 중요한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할 경우 어떤 일을 먼저 하는 것이 효율적일까? 최대한 많은 일을 처리하고자 한다면 급한 일을 먼저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아무리 중요한 업무라고 하더라도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는 절대 서두를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급한 일을 먼저 처리하고 나머지는 시간의 여유를 봐가면서 처리하면 된다. 즉, 1)급하고 중요한 일 -> 2)급하지만 안 중요한 일 -> 3)안 급하지만 중요한 일 -> 4)안 급하고 안 중요한 일 순서로 처리해야 한다. 많은 일이 갑자기 밀려오더라도 무턱대고 시작할 것이 아니라 위의 4가지로 분류를 한 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나는 3), 4)번의 일을 미리 종이에다 리스트를 만들어두고 있어서 별다른 업무가 없는 경우에도 -3), 4)번 일을 수행하므로- 부하직원들이 딴 짓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 방식으로 한가할 때 미리 준비해 두었던 자료들을 바쁠 때 즉각 사용함으로서 평균적인 업무의 질을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래 ‘업무의 요철을 밀대로 밀어라.’를 보라.
[업무의 요철(凹凸)을 밀대로 밀어라]
가끔씩 나는 집에서 손칼국수를 해먹는다. 밀가루에 소금 간을 하고 물을 넣고 주물러 반죽을 만든 후, 랩을 씌워 냉장고에서 30분간 숙성을 한다. 탁자에 마른 밀가루를 뿌린 후 숙성된 반죽을 한주먹 떼어서 밀대로 앞뒤로 밀기를 반복하면 중간 중간 요철(凹凸)이 있던 반죽은 점점 펴져서 평평하게 된다.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매일 8시간 이지만 처리해야할 업무가 하루는 4시간 분량(凹), 다음날은 12시간 분량(凸)이 밀려온다. 그래서 어떤 때는 시간이 남아 게임을 하고 어떤 때는 잔업을 하기도 하는데 바빠서 잔업까지 한 업무는 -Check할 시간이 부족해- 오작이 많아서 당신을 더 바쁘게 만든다.
부서장인 당신은 직원들이 한가할 때 줄 수 있는 일을 어느 정도 준비해두어야 한다. 물론 그것은 언젠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나는 전임자에 의해서 예전에 작성되었던 엉터리 도면(도면이 아니라 피카소 그림 같다. 어떻게 앞에서 본 높이가 100mm인데 옆에서 보면 120mm이 되는지?)들을 수정하라는 지시를 내려놓았고 시간의 요철이 생긴 직원들은 남는 시간(凹)에 스스로 표준도면을 만들어서 내게 가져왔다. 그렇게 만들어진 표준도면은 업무가 바쁠 때(凸) 요긴하게 쓰이고 확실히 오작을 줄여주고 있다.
[공통 업무를 지정하라]
많은 회사들의 사무직원들이 늦은 시간까지 잔업을 하곤 하는데 실제론 할일이 없으면서도 남아 있는 직원들이 많다. A가 9시에 퇴근하므로 5시에 퇴근하는 것이 눈치 보인 B까지 덩달아 9시까지 남아있고 다음날은 잔업하는 B 때문에 A가 일찍 퇴근하지 못하고 9시까지 남아 있는 경우 등이다. 나이든 관리자들은 부하직원들이 잔업을 하면 열심히 한다고 착각들을 하는데 중요한 것은 Output되는 양이지 자리에 앉아있는 시간이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일까? 위의 경우는 같이 7시에 퇴근하도록 만들면 된다. 업무의 종류가 다르더라고 두 사람 모두가 할 수 있는 공통 업무를 정해 놓고 A, B에게 공통 업무를 제일 나중에 하도록 하면 된다.
예컨대 A, B의 업무 중에서 단순히 타이핑을 하는 일 등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있는 일을 각자 가장 늦게 하도록 지시한 후 먼저 끝나는 쪽이 다른 쪽을 도와주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A, B는 매일 7시에 퇴근(=2시간씩 일찍)해서 피곤하지 않고, 피곤하지 않으니 오작도 줄며, 회사도 잔업비를 아낄 수 있다.
에피소드 3
나는 일본의 한 고객으로부터 온 3개의 P/J의(편의상 A, B, C P/J라 하자) 설계를 PART 2에 맡겼다. 파트장은 다시 2명의 부하 직원들에게(편의상 미스 김, 미스 리라고 칭하자) 일을 안배했는데 A와 B P/J는 100% 동일하였기에 미스 김이 같이 맡고, C는 미스 리가 맡았다. 여기까지는 문제없다.
그런데 A와 C는 개개의 제품 형상은 일치하고 숫자만 달랐다. 두 직원은 상대의 업무에 신경쓰지 않고 각자 작업을 하여 거의 완성단계에서 내게 검도를(= 도면을 Check하는 것을 검도라고 부른다.) 요청했다. 두 P/J가 거의 일치하는 것을 확인한 나는 직원들에게 아래를 설명했다.
1) A P/J: AA=5개, BB=10개, CC=5개, DD=3개, EE=7개
2) C P/J: AA=4개, BB=3개, CC=9개, EE=2개, FF=8개
라고 했을 때 너희들은 각기 5가지의 형상을 그리기 위해 각자 5시간을 허비했다. 그러나 미스 김은 AA, BB, DD를 그리고, 미스 리는 CC, EE, FF를 그린 후 각자 공통되는 것을 교환하고 숫자만 바꾼다면 각자 2시간씩을 절약할 수 있다. 너희들은 서로가 같은 고객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서로의 업무를 확인하지 않았느냐?
만약 미스 김의 실력이 미스 리보다 월등히 좋다면 미스 김이 AA, BB, CC, DD를 그리고 미스 리가 EE, FF를 그리는 경우도 생기겠지만 이 경우도 두 사람의 업무 시간은 무조건 줄어든다.
이처럼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는 당신과 주위를 잠깐 살펴서 자원낭비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 회사의 경쟁력이 되고 그 습관이 밴 당신 스스로도 대중보다 앞서가게 되는 것이다.
[아빠가 딸에게 전하는 삶의 지혜]
54. 시스템을 만들어서 조직을 운영하거라. 한 두 사람의 힘에만 의존하면 그들에게 끌려가게 되는 불상사가 생긴다. 일은 시스템이 해야지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거라.
6. Simple is better
복잡한 연산으로 처리해야 하는 업무라도 그것을 보는 상대는 바보라는 가정 하에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당신이 만드는 연산은 복잡할지언정, 완성된 자료는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들이더라도) 자료 오독으로 인해 손실을 보는 것보다 훨씬 낫다.
스티브 잡스의 일대기를 읽어보았다면 내 말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를 지향했는데 그것은 애플은 천재집단이고 사용자는 바보라는 가정 하에 출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복잡한 업무도 키보드가 아닌 마우스로 처리하여 단순화하고 손가락 터치만으로 모든 기능을 구현하는 스마트폰이 탄생한 것이다. 우리가 편하게 사용하는 그런 기능들이 나오기 위해서 그들이 얼마나 더 복잡한 연산들을 처리해야 했을 지 생각해 보라. 내가 부하직원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너희들은 대학을 나온 엘리트들이지만 현장에는 어제까지만 해도 밭을 매던 -자신의 이름도 쓸 줄 모르는- 농민공들이 일하고 있다.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도면을 그렸다면 그건 너희들이 틀린 거다. 너희들 도면을 보는 사람들을 바보라고 생각하고 -바보조차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만들어라.”
나의 이 사고방식은 당장은 도면과 문서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지만 오독을 없애 -개정도를 출도할 필요가 줄어들므로- 결과적으로 전체 프로세스를 원활하게 만든다.
7. 중요한 것은 업무에 실!제! 투입하는 자원의 양이다.
[덩치보다 내실이 중요하다]
책상 앞에 10시간 앉아 있었더라도 실제 공부하는 시간이 1시간이라면 그 1시간이 공부를 한 양인 것처럼 공부, 개인 자산, 회사의 생산성 등 모든 일의 성공 확률은 실제 투입하는 자원(= 시간, 자금, 에너지)의 양과 비례한다.
개인자산의 증가에 있어서도; 소득이 많아도 자산이 늘어나지 않는 이유는 아주 작은 부분만 자산증식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1억 소득이 있어도 2천만원을 저축하는 사람은 5천만원 소득에서 4천만원을 저축하는 사람의 자산증식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즉, 얼마나 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모으느냐가 중요하단 말이다.
회사의 경우도; 많은 자산(=땅, 건물, 기계, 직원)을 가졌다면 B/S(Balance Sheet, 대차대조표) 상에서는 좋아 보이겠지만 중요한 것은 실제 생산에 투입한 자산이 얼마이냐는 것이다. 예컨대 100명의 직원 중 10명만이 열심히 일하는 경우보다 20명의 직원 중 15명이 열정적으로 일하는 쪽이 훨씬 많은 아웃풋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회사의 공장건물이 10동이 있어도 9동을 비워두고 있다면 차라리 9동을 임대를 주고 1동을 사용하면 훨씬 많은 이익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CEO와 President의 차이]
대개의 월급쟁이 사장(= CEO)들은 매출과 손익 중 매출에 비중을 높게 두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이 CEO의 한계를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팔았냐가(= 매출) 아니라 얼마나 이익을 냈냐?(= 수익) 이다. 100억 매출에 100만원 이익보다 10억 매출에 1억 이익이 훨씬 나은 것이고 대개의 CEO들은 전자를 택하고 오너 사장(= President)들은 후자를 택한다.
이처럼 CEO와 President의 가장 큰 차이는; 어떤 일을 할 때 임기가 짧은 CEO는 단기간에 효과가 나거나 외형적으로 표가 나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임기가 5년인 CEO라면 5년간 투자를 한 후 6년째부터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을 시도하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또한 자신의 임기 기간 내에 건축, 토목 공사 따위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또한 CEO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많게는 20%에 이르는 리베이트가 -필요도 없는 사업에- 그들을 그토록 열정적으로 매달리게 만드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들이 추진하는 정책을 놓고 보면 아주 이해하기 쉽다. 어떤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 대에 가서야 빛을 발하는 정책을 펼쳤다면 그는 President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고, 자기 대에 무리한 대규모 토목 공사를 끝내려 한다면 그는 CEO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빠가 딸에게 전하는 삶의 지혜]
22. 되도록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 사장이 있는 회사를 선택해라. 그래야 너의 열정만큼 대우받을 수 있을 것이다.
8. 비효율의 원인; 조직의 동맥경화
[조직의 동맥경화-권위주위]
‘아웃라이어/말콤 글래드웰’에 보면 대한항공 여객기가 괌에 추락한 사건을 작가의 시선으로 해석해 놓은 부분이 나온다. 그는 글에서 그 원인이 기장의(= 한국의) 권위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했는데 맞는 표현이다. 부기장이 문제를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즉각적이고 직설적인 언어로 말하지 못하고- 기장의 심기가 불편하지 않도록 돌려서 말함으로서 기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할뿐더러 의사소통의 속도도 늦다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의 의사소통을 -나이 구분 없이- 반말로 통일한 것도 현명한 전략이었다.
“홍명보 선배님 공을 이쪽으로 패스해 주십시오.” 보다
“명보 이쪽으로!” 가 효율적인 것은 당연하다.
에피소드 4
2013년 1월. 설을 앞두고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하루 전 아침 회의 시간, 상관은
“내일 아침에 출발한다.”
고 공표했다. 그는 중국에 온지 겨우 2달이 되었고 다른 사람들 대부분은 6~7년이 넘었지만 우리는 그의 결정을 따라야 했다. 밤에 대설이 내릴 것이란 일기 예보를 고려한다면 오늘 출발해서 공항 옆에서 숙박을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겠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점심시간, 불길한 느낌을 떨칠 수 없던 나는 조심스럽게 다시 말을 꺼냈는데 역시나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미 결정 난 일에 왈가불가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점심 후 부서장 회의시간,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였다. 나는 다시 언급을 했고 다른 부서장들로부터 핀잔만 들었다.
OK! 그럼 Give up & Prepare.
말하는 것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한국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그 이후를 대비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잘못된 길을 가는 다수에게 조언을 해도 무시당할 경우 다가올 Disaster를 -나 혼자만이라도- 피하기 위해 취하는 전략이다. 나중에 살아남았을 때 피해를 입은 그들에게 연민을 느낄 필요는 없다. 충분히 경고했고 그들은 스스로 잘못된 선택을 했으니까.
퇴근 후, 눈발이 점점 많아졌다. 내게 핀잔을 줬던 다른 부서장도 안 되겠는지 상관에게 두 번이나 전화했다가 욕만 실컷 먹었다. 아내와 나는 택시를 불러 미리 출발할까도 고려했다가 최악의 경우 한국행을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행동하기로 하였다.
다음 날 아침, 도로에 눈이 제법 쌓였다. 우리가 탄 회사버스가 고속도로를 달렸다. 갓길로 치워진 사고 차량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더니 마침내 고속도로 중간에 차들이 멈춰져 있다. 한참을 기다려 현장을 빠져 달린지 30분. 이번에는 경찰이 도로를 통제(= 그대로 STOP)시켰다. 중국에서는 눈이 많이 내리면 서행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톨게이트를 아예 막아버리는데 입구만 막는 것이 아니라 출구도 막아버린다. 즉, 100m 앞에 출구가 보여도 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음 날 아침 눈이 녹을 때까지 -히터가 고장나 실내 온도가 영하인- 버스 안에서 갇혀 있어야 했다. 여자들은 고속도로 한가운데에서 엉덩이를 까고 소변을 봐야 했고 모두들 덜덜 떨며 탈진했다. 상관의 고급차는 히터가 잘 나왔다.
비행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자 사람들은 조급해했고 불만은 극도로 높아졌다. 그러나 나와 아내는 이미 예견한 일이었고 -어차피 한국에 못 갈 것이라고 마음먹었으니- 태연하였다. 해가 뜨고 도로가 풀린 후 버스는 다시 출발했지만 우리가 탈 비행기는 이미 이륙했다고 한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다음 스케줄의 항공사 보유 티켓은 6장이었고 우리는 12명 이었다. 나와 아내는 자원해서 남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6장조차 낼 돈이 없단다. 일행이 가지고 있던 한국 신용 카드는 전산상의 문제로 사용 불가였고 중국 카드 한 장은 한도를 초과하였다.
여행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티켓이 6장 더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자 나머지 사람들도 한국을 가기로 했기에 우리는 더 많은 돈을 구해야 했다. 자재 업체에 연락해서 돈을 송금받기로 했는데 은행에 도착한 업체 사장의 카드 한도는 우리가 필요한 금액보다 적었다. 집에 가서 다른 카드를 가지고 간 그는 돈이 충분했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카드로 돈을 뺄 수 없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사람들은 조급해 했지만 마음을 비우고 있던 우리는 속으로 웃고 있었다. 인생에서 비행기 한 번 타지 못하는 것이 무슨 대수인가? 죽을 고비를 넘겨본 사람들은 이딴 사소한 일에 초연해지는 법을 안다.
여차저차해서 결국 일행은 돈을 찾았고 나와 아내까지 비행기에 오를 수가 있었다. 그런데 이미 지불한 기존 항공권은 절차상의 문제 때문에 환불 받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한국 공항에 픽업 나오기로 했던 동료들의 지인들은 무려 6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한국의 고속버스를 놓친 사람들은 고향 가는 일정을 다음날로 미뤄야 했다.
자! 내가 이 에피소드를 이렇게 길게 쓴 이유는 잘못된 권위주의가 파생시키는 나비 효과가 얼마나 큰 손실을 끼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권위주의는 구시대의 유물이고 빨리 버려야 하지만 대개의 권위주의자들은 문제가 발생해도 그 때뿐이지 다시 권위주의를 내세운다. 언제나.
에피소드 5
얼마 전에 긴급 P/J가 있었다. 그런데 ‘2년 전에 생산을 다 했는데 취소된 P/J 완성품 재고를 팔아먹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서 식사하다 말고 상관에게 말했더니 핀잔이 돌아왔다.
“너는 파악도 하지 않고 말부터 꺼내냐?”
욕을 먹은 나는 입을 닥치고 밥을 먹었고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밥 먹다 말고 갑자기 생각난 아이디어가 혹여 실현 불가하더라도 그는 내게
“그래? 한번 파악해봐!”
라고 했어야 했다. 누군가 조직을 위해서 열정적으로 노력한다면 그것이 설사 당장 활용할 수 없다하더라도 그의 태도를 북돋아 주는 것이 -조직으로 봐서는- 효율적이다. 반대로 그의 태도에 적응한 다른 사람들은 애초에 그런 생각 자체를 안할테니 결과적으로 조직은 점점 죽어갈 것이다.
여차저차 해서 나중에 파악한 결과 2년 전에 생산했으나 출고하지 못한 2개 P/J 악성 재고 대부분을 소진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리고 그 상품들은 녹이 피려고 할 참이었다. 그리고 그런 상품들은 아직 엄청나게 남아 있다. 왜 전임 부서장은 그걸 소진하지 못했을까?
[Give up & Prepare]
지도자를 뽑는 투표에서 상식적으로 볼 때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후보자를 지지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이 나오고 그 혜택을 볼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대개는 그 반대의 선택을 하고 그것이 그들이 가난한 이유다. 미국의 재벌들이 당대에 부를 이룬 사람이 많고 한국은 대부분이 상속을 받은 것을 고려할 때 한국의 기득권은 세습되는 것이 확실하고 그들은 그 부와 권력을 지키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규칙을 만들었고 그들은 그것을 법이라 부른다. 법은 원래 최소한의 도덕이어야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비도덕적이고 불공평하며 그것을 해석하는 것조차 자의적이다.
그렇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오직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혁명이고 다른 하나는 당신 스스로가 그 권력자의(= 부자) 지위에 오르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시민들에 의한 혁명은 대개 정의로웠지만 성공보다는 실패한 경우가 많았고 나는 내 스스로가 부자가 되어 그 세계에 들어가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빠가 딸에게 전하는 삶의 지혜]
40. 세상이 네 구미에 맞게 바뀌기를 기다리지 말고 너를 세상에 맞추어라. 그것이 보다 현명하다.
이처럼 기득권에 한번 부딪쳤을 때(또는 어떤 합리적인 것을 제안했음에도) 아무 반응이 없거나 반대의 답을 얻었다면 재빨리 포기(Give up)하고 당신 스스로 최악의 상황(Disaster)을 준비(Prepare)하는 것이 당신에게 가장 효율적이다.
[아빠가 딸에게 전하는 삶의 지혜]
35. 가야할 길에 바위가 나타나거든 무리하게 넘으려 하지 말고 신속히 돌아갈 길을 찾아라. 중요한 것은 목적지에 도착하겠다는 목표이지 그 방법이 아니다. 융통성이 있으란 말이다.
[권위적인 상관을 대하는 방법]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상관을 뒀다면 당신에게는 3가지 선택이 있다.
1) 이기적인 선택(남들만큼만 일하는 경우): 기본적인 1사람의 업무 외에는 아부를 해서 그 라인을 타고 승진한다. 이 경우 불합리한 일을 많이 해야 하고 개선개발보다 골프를 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회사의 발전은 적겠지만 빠른 승진을 원한다면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월급쟁이 사장을 상관으로 두었다면 이 방법이 상당히 효용이 있지만 라인에 속했다는 이유로 사내 정치의 희생양이 될 것도 각오해야 한다. (요약: 상관 개인에게 충성한다)
2) 당신 개인을 위한 선택(남들의 2배만큼 일하는 경우): 합리적인 당신이 불합리한 상관을 상대로 생존해야 한다면 이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다.(= 지금의 내가 걷고 있는 길) 기본적인 1사람의 업무 + 추가로 1사람 분의 개선개발을 할 때 상관과 부딪치지 않는 선까지만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상관의 지시에 토달지 말고 무조건 Yes라고 말하고 그대로 하면 된다. 때로는 -상관이 지시한- 잘못된 일을 함으로서 회사는 손실을 입겠지만 당신 돈이 아니잖는가? 회사를 위한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은 듯 싶지만 편파적인 상관을 뒀다면 당신은 승진도 하지 못하고 심하면 잘리기까지 할테니 그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서 당신이 그의 자리를 차지하거든 그때 아래의 3번을 행하면 될 일이다. 월급쟁이 사장(CEO)을 상관으로 두었을 경우 일벌레인 당신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이다. (요약: 조직에 충성한다)
3) 회사를 위한 선택(남들의 3배만큼 일하는 경우): 회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여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 노력한다.(=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 기본적인 1사람의 업무 + 추가로 1사람 분의 개선 개발 + 상관이나 동료의 잘못까지 지적하여 개선하는 것이다. 상관(특히 월급쟁이 사장)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회사는 발전하는 대신 당신은 승진에 밀리는 억울함을 맛보겠지만 장기적으로 봐서 이것이 회사나 당신을 위해서도 좋다. 회사가 발전하는 것이야 당연한 것이고 당신에게 좋은 이유는; 어차피 당신은 그 회사를 영원히 다니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곳에서 시행착오라는 수업료를 미리 지불하는 것이 당신이 옮기거나 창업할 회사의 비용을 줄이는 결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상관의 편파성이 극도로 심하다면 그전에 조직을 떠나야 할 수도 있다. 오너 사장(President)이라면 회사를 위한 직언을 비교적 잘 받아들이므로 당신의 충성심을 인정받을 수도 있다. (요약: 일에 충성한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3번을 열정적으로 해왔고 어느 정도 결실도 맺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타부서는 아직 엉망이지만 내 부서는 시스템이 돌기 시작했기 때문에 메인으로 하는 일은 아주 수월해졌다. 그래서 나는 사이드로 여러 가지(= 미래를 위한 연습)를 시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이 시점에서는 생존 확률이 높은 2번 전략을 택하는 것이 내게 유리하다. 내 열정을 100% 발휘할 기회가 올 때를 대비해서 좀 더 많은 경험과 자산을 축적할 필요가 있고 회사는 그것을 제공해주고 있기에 2)번 전략이 가장 이상적인 것이다. 나대신 동료가 먼저 진급한 것은 불합리하지만 내 노력에 대한 보상은 많이 배운 것으로 족하다.
[아빠가 딸에게 전하는 삶의 지혜]
24. 한국 회사에 취직하거든 너무 튀지 마라. 조직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튀는 A급 직원보다 충성스런 B급 직원처럼 보이게 행동해라.
스카웃을 제의하는 전화를 또 받았다. 공장장 자리가 적당한 위치지만 신설 업체라 내 연봉을 맞춰줄 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기에 아직은 나와 컨텍트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가끔씩 전화를 주곤 한다. 차라리 직접 공장을 차려 사장을 하면 내 공장 물량까지 자기가 영업을 해서 채워주면 어떻겠냐는 제안도 한다. 아직 때가 아니라 고사를 해오고 있지만 모든 것(= 경험, 자금 등등)이 준비된 그날이 오면 나는 수업료 없이 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공장장이나 사장이 되어 이곳에 구인광고를 올리는 것을 꿈꾸어 본다. 내가 하는 욕을 채찍으로 받아들이고 -미래에- 사장을 꿈꾸는 악발이들을 채용하는 그런 기회가 오길 희망해 본다.
[적을 친구로]
세이노카페 회원 중에도 내 안티가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나도 자연인이므로 당연히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내 성향을 고려하면 그 수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 안티)라면 나와 친구가 되려고 노력할 것이다. 여기에 중요한 포인트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상대를 적으로 만들지 말고 그(= 적)와 친구가 되거나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내게 훨씬 이롭다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나는 문제가 될 만한 글을 바로 내리지 않고 버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러면 곧 안티를 찾을 수 있다. 그들은 글의 문제되는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그럼 고맙다. 내게 조언을 준 것이므로) 꼬투리를 잡으려 애쓰곤(= 시간낭비를 하곤) 한다. 대상이 누구든 간에 당신은 -꼬투리를 잡기 위해 애쓰는- 그 시간을 상대의 장점을 파악하는데 투입하는 것이 당신한테 훨씬 이롭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험담을 해도 그들을 정중하게 대하려고 노력하는데 그것은 내가 나중에 그들과 친구가 되려할 때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고방식이 혼란한 환경에서 생존을 하는데(= 부자가 되는데) 필수적이라는 것을 나는 뼈저리게 깨달았다. 나는 내가 경멸하던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려고 노력했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내게 훨씬 이로웠다.
에피소드 6
내가 모셨던 상관 중의 한 사람은 직원의 열정과 실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학력과 연공 서열만을 승진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로 사용하였다. 여러 가지 개선을 했지만 승진에 밀렸던 내 중국 부하직원들은 더 이상 노력을 할 모티브를 얻지 못했고 그래서 조직은 동력을 잃어 갔다. 불합리한 그의 방식에 반대하던 나는 부하직원을 승진시키는 대신 스스로는 진급에서 연거푸 밀리곤 했다. 그러기를 여러 해 거치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 적을 만들지 마라.
- 충성스런 B급처럼 보여라.(충성적이지 않은 A급만큼 상관을 두렵게 만드는 존재도 없다.)
잘못된 시스템을 바꾸고자 한다면 일단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과 동침을 하는 아량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그토록 증오하던 그를 사랑하려고 노력했고 그러자 그의 장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재비가 없어 하청업체 기성이 밀렸으면서도 그는 그의 상관이 공장을 방문할 때 돈을 들여 공장 페인트칠을 다시 했다. -실상은 무능한- 그가 탁월한 말빨과 아첨으로 그 자리에 올랐다면 그의 권모술수가 내가 배워야 할 테크닉아닐까? 그래 당신이 내 스승이다!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면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에서도 그것이 묻어나게 마련이며 그것은 언제나 상대적이어서 그도 나를 존중하게 만들었고 결국 그는 나의 우군이 되었다.
[아빠가 딸에게 전하는 삶의 지혜]
31. 적을 만들지 마라. 네가 상대에게 고개를 숙인다고 해서 네가 진 것이 아님을 명심해라. 그에게 배울(얻을) 것이 있는 한 너의 발톱을 드러낼 필요는 없단다.
[조직의 동맥경화-관료화]
어떤 사람이 회사를 위해서 개선개발을 하려다 실패했거나 열정적으로 새로운 일을 하고자 할 때는 절대로 그를 나무라서는 안 된다. 문제가 있으면 개선하면 되는 것이고 그러면서 발전하여 완벽한 제품이 나오는 것이다. 한 번의 실패를 문제 삼는다면 아무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 하지 않으려 하고 조직은 -안전만을 좇아- 관료화되고 말 것이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김경일’에 나오는 글들처럼 과거나 형식에 억매인다면 절대 발전할 수 없다. 정부같이 경쟁 상대가 없는 기관의 경우 세금을 높여서 관료화에 따른 비능률을 가릴 수 있겠지만 민간 기업이라면 파산은 시간문제이다.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직원이라면 오작 역시 많이 발생하는 것이 자명한 일이기에 단순히 오작의 횟수만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면 공평하지 못하다. 오작은 발생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비율과 난이도이다.
혹 그런 열정적인 사람이 이직을 하려 한다면 조직은 그에게 들인 수업료를 회수하지 못하고 경쟁사는 수업료 지불 없이 신기술을 습득할 수 있게 된다. 즉, 당신 회사는 -1이고 상대회사는 +1이 되므로 그 차이는 2가 된다. 이것이 핵심 인력의 이직을 막아야 하는 이유다.
에피소드 7
내가 지금의 조직에 일하기 시작한지 얼마 후 나는 재고를 관리하는 각 부서에 재고 LIST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자재부는 격렬하게 거부했고, 생산부는 재고 LIST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쓰다 남은 자재가 있다면 그것을 먼저 소진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그들은 귀찮다는 이유로 재고를 파악하지도 않고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재고 대신 깔끔한 신품 자재를 사서 작업하기를 선호했다. 그들은 무동시수가 발생했을 때 작업자들에게 공장 잔디밭의 잡초 뽑기를 시킬지언정 재고 파악을 시키지는 않았다. 미칠 일이다.
나는 그나마 협조적인 부서에서 몇 년 후에(요청한지 5년 후에 받았다) 보내준 악성 재고 LIST를 새로운 P/J가 있을 때마다 적용하여 소진하였지만 그에 못지않게 쌓여가는 새로운 재고들은 그들의 협조가 없이는 소진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것들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당장 큰 문제가 없다면 새로운 것을 시도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관료화에 빠진 것이다.
[안 해 봐서 못한다는 말은 하지 마라]
동료나 부하직원들에게 새로운 일을 맡기면 ‘안 해봐서 못하겠다.’ 라는 대답을 자주 듣는다. 그런 말 하려거든 나가 뒈져라! 무슨 발명을 하라는 것도 아니고 경쟁사에서 이미 만들고 있는 제품을 카피해서 만드는 것도 못한다면 회사 문 닫아야 하는 것 아닌가? 안 해봤으니까 해봐야 한다. 그래야 남보다 앞설 수 있다.(= 생존할 수 있다) 그럭저럭 살면 안 되냐고? 다른 회사들은 어떻게든 지금보다 발전하려고 개선개발을 하는데 당신 회사만 가만히 있으면 그것은 도태(= 파산)를 의미한다. 이런 자기 방어적인 부서의 목소리가 큰 회사는 발전할 수 없다.
에피소드 8
외주 제작하여 납품한 자재에 품질 문제가 발생하여 Claim이 오자 영업부장은 품질관리부장에게 고객사에 같이 출장을 갈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품질관리부장은 나에게 자기 대신 가줄 것을 종용했다.(= 가서 자기 대신 욕먹고 오란 얘기다.) 그의 논리는 자신이 품질관리부를 맡은 지 얼마 안 되어 제품을 잘 모르니 잘 아는 나더러 가라는 말이지만 나는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제품을 모르면 가서 부딪치며 배우면 되는 거지 왜 자신의 업무를 남에게 미루느냐가 내 이유다. 거기다 매일 쌓이는 고객사의 영문 메일은 나만이 해결 가능하기에 며칠 자리를 비울만큼 여유도 없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직원 2명과 함께 물류부를 이끌고 있었는데 나라면 직원 2명 짜리 미니 부서의 부서장으로 앉아 있으면 미안해서라도 일을 더하려고 할 터인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하도 할 일이 없어 새로 맡게 된 품질관리부서원 3명을 포함해도 여전히 몇 명 되지도 않는 부서를 맡으며 이유(= 변명)는 여전히 많다.
그의 그런 성향 때문에 그는 아직도 제품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데 반해, 타부서가 하기 싫어하는 일도 일부러 가지고 와서 하곤 하던 나와 내 부서는 넘칠 만큼 노하우가 쌓였고 이제는 타부서의 뒤치다꺼리를 하는데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는 남들보다 앞서가는 일을 하는데(= 개선개발)에 전력을 다하려고 한다. 즉, 게으른 타부서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우리에게 떠넘기는 경우는 명확히 거부한다는 말이다.
[아빠가 딸에게 전하는 삶의 지혜]
28. 어려운 일이 주어질 때, 빈자들은 할 수 없는 이유(=변명)을 찾고 부자는 해결 방안을 찾는다. 부자의 마인드를 가져라.
29. 대화가 안 통하는 사람에게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아라. 그들을 설득할 시간에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다.
[실수를 두려워마라. 그러나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개선할 것이 없다고? 기존의 방법이 문제가 없다고 해서 그것이 최선이라는 보장은 없다. 문제가 있으면 고치고 문제가 없더라도 개선할 방법이 있는지 항상 연구해야 한다. 내 경험상 하나의 개선을 이루기 위해서는 최소 3~4번의 시행착오들이 있었다. 즉, 많은 실수를 했다는 말이다.
개선하기 위해서 발생하는 실수는 아름다운 것이고 성공한 사람들은 실수를 많이 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3번째 실수만큼 추한 것도 없다. 같은 실수를 2번을 초과해서 반복해서는 안 된다. 3~4번의 시행착오가 있은 것은 3~4번의 각기 다른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지 동일한 실수가 여러 번 있었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로 터득한 data는 정리하여 시스템으로 만들어서 반복된 실수를 막아야 한다.
[아빠가 딸에게 전하는 삶의 지혜]
43. 실패를 두려워 말아라. 성공이란 실패의 맨 마지막에 오는 법이란다.
9. 2,500시간의 법칙
에피소드 9
누군가 내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당신의 그 열정을 가질 수 있느냐’고. 나는 -내게 보내온 상담글들에 빠짐없이 답해왔지만- 그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가 스스로 질문을 거두기를 바랬고 결국 그는 질문을 거두었다. 넘치는 열정이 있지만 가야할 길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는 기꺼이 내가 지나왔던 길에서 얻었던 경험들을 들려줄 수는 있다. 그러나 열정이 생기는 방법을 묻는 게으른 그에게 답하는 것은 나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일 뿐이다.
나의 열정은 어디서 나왔는가? 그것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트럭 운전수로 일하던 시절 -먼저 제대한- 군대 고참의 취업사기에 속아 자석요를 파는 피라미드 업체에 3일간 갇혀있다 간신히 탈출한 후 돌아왔을 때의 허무함은 정말 컸다. 20대 초반이라는 나이는 아직 만회할 충분한 시간이 있음을 의미했지만 이런 저런 잡일로 다시 2년의 시간을 낭비했을 때 나는 내가 이 나라에서 평균 수준의 생활. 아니 낙오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려움 그 자체는 내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기에 나는 내 앞에 주어진 일을 미친듯이 해치웠다. 결국 수많은 일을 처리하면서 그곳에서 패턴이 발견했고 그것을 이용하면 훨씬 많은 output을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의 조사에 의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재능(Talent)을 가진 사람들의 연습시간 합계가 평균 10,000시간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는 하루 3시간씩 10년을 쏟아야 하는 엄청난 시간이다.(3 x 365 x 10 = 10,950시간) 우리들이 우상으로 바라보는 여러 스타들은 타고난 재능이 없잖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에 익숙해지기 위해 그들이 투입한 엄청난 시간이다.
한 가지 문제는 그들의 상당수는 부모의 강요에 의해서 그렇게 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떤 이가 3세 때 피아노를 시작하여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었다면 그의 -아이다운- 어린 시절은 없었을 것이 분명하고 그렇게 얻은 명예가 그를 정말 행복하게 해 주었을지 의문이 든다. 더욱이 10,000시간은 그가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도 아니다. 즉 10,000시간을 투입한 모두가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도 아니란 말이다. 그러므로 10,000시간을 투자한 모든 사람들이 그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차라리 상위 10% 정도 안에 드는 것으로 타협하고 최고의 행복을 찾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매일 주어진 시간은 동일하고 당신이 특별이 머리가 나쁘지 않다면 당신 역시 당신이 투자한 시간에 비례하여 그 재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의 영어 회화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잘 못한다고? 별로 똑똑하지 않아서? 그럼 당신의 한국어 실력은 어떤가? Excellent하다고? 그럼 당신이 영어를 못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투입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한국말을 한국 사람만큼 잘하는 것은 그것을 위해 투자한 시간이 10,000시간을 넘었기 때문이고, 당신이 영어를 미국사람만큼 잘한다면 당신이 투자한 시간이 10,000시간을 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공부나 업무가 있는 상태에서 그 많은 시간을 투입해서 미국사람만큼의 영어 실력을 쌓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측면에서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럼 세계 최고의 수준이 아닌 해당 분야에서 제법 잘하는 수준(= 그것을 업무의 보조로 활용하는데 충분한 수준)에 이르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까? 내 경험상 2,500시간이 필요했다.
영어
내가 겨우 알파벳만 쓸 수 있던 20대 중반의 정비공 시절 하루 7시간을 열정적으로 공부하여 1년 후 -Vocabulary와 Grammar는 부족하지만- 제법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던 시간은 2,555시간(= 7 x 365)이었다.
중국어
아내에게 내 중국어가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한 시기를 물으니 내가 중국에 온지 3년이 된 시기였다. 그 시간을 계산해 보면 대충 아래와 같다.
초기 2.5년 x 평균 2시간 + 이후 아내와 많은 시간을 보낸 6개월 x 평균 4시간
= 2.5 x 365 x 2 + 6 x 30 x 4 = 1825 + 720 = 2,545시간
CAD
내가 설계일을 본격 시작한 후 1년 정도가 되었을 때, 나의 설계속도는 CADAM 장비가 따라오지 못할 정도가 되었는데(너무 빨라서 몇 개의 명령어를 쳐 넣고 그것이 실행될 때까지 팔짱을 끼고 기다리고 있기도 하고, 양손으로 2개의 마우스를 잡고 일하기도 했다.) 그 시간의 합계는 이렇다.
하루 8시간 x 평일 5일 + 주말 4시간 = 44시간/주
-> 44시간 x 52주(1년) = 2,288시간
이미 CAD를 할 줄 아는 상태였으므로 그 시간을 합한다면 2,500시간 정도 될 것이다.
말콤은 그의 책 ‘아웃라이어’에 다음과 같이 인용하고 있다.
- IQ 50: 정상적인 학교에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
- IQ 75: 초등학교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느냐 없느냐
- IQ 105: 고등학교 정규 과목을 성공적으로 습득할 수 있느냐 없느냐
- IQ 115: 4년제 대학에 들어가 대학교 수준의 공부를 하거나 전문적 지식을 익힐 수 있느냐 없느냐
그는 IQ 115 이상은 분류자체를 하지 않았고 그것은 당신이 4년제 대졸자이거나 IQ가 115 이상이라면 노력만으로 노벨상을 타거나 세계 최고 수준의 레벨에 도달하는데 충분한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당신이 추구하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면 세계 최고의 수준 대신에 현실적인 목표를 가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즉, 시작하기 전에 질려버리는 10,000시간 대신 2,500시간을 투입해서 해당 분야를 준전문가 수준까지 올려놓으라는 말이다. 지금 하고 있는 직업의 보조 역할을 하는 기술에서 준전문가 수준이 되었다면 당신의 몸값은 충분히 지불될 것이고 그것이 -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것 보다는 확률적으로-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예컨대 내가 다녔거나 다니고 있는 회사들의 무역부 부서장들 영어실력은 하나같이 콩글리시 수준인데도(허접한 내가 들어도 경악할 정도니) 영업은 기가 막히게 잘했다. 당연하지만 영업부장은 물건을 잘 파는 사람이여야지 영어를 잘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영어강사나 동시통역사가 아니라면 완벽한 영어실력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기술직인 나의 경우도 문법이 틀린 메일을 쓰지만 유럽 고객사의 직원도 영어를 못하기는 마찬가지라 서로 문법이나 스펠링이 틀린 영어 메일을 주고받지만 업무에 지장은 없다. 문자로 아무리 완벽하게 표현했다고 하더라도 도면 한 장, 사진 한 장 보다 정확할 수는 없으며 애매한 것들은 그런 자료들을 활용하면 될 일이다.
이처럼 2,500시간만 투입하면 당신 직업의 보조적인 기술들을 배우는 데 필요충분한 스킬을 습득할 수 있으므로 -엄두가 나지 않는 10,000시간 짜리- 완벽함을 바라지 말고 지금 시작하라. 몇 년 후 당신의 주 업무를 빛내는 여러 가지 스킬들을 옵션으로 보유하게 될테니.
- 2편 끝, 3편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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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늦었습니다.
시스템을 만들기 전에는 일이 안될 때가 종종 있었지만 지금은 data가 워낙 많아 어지간한 것은 다 커버가 됩니다.
정말 감사하게 글들을 읽고 있습니다.
항상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3편, 4편 계속 이어나감으로써 도와주세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활용바랍니다.
글이 언제보아도 새롭게 읽히고 감동적입니다...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멋지세요... 많이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의 일도 오늘 해치워버리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가야할 길에 바위가 나타나거든 무리하게 넘으려 하지 말고 신속히 돌아갈 길을 찾아라. 중요한 것은 목적지에 도착하겠다는 목표이지 그 방법이 아니다. 융통성이 있으란 말이다"
-금과옥조와 같은 말씀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