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김범수. 보고싶다 (Piano VER.)
2008년 여름, 쉰아홉 번째 고백. (용준형-장현승 스물)
순하게 부는 바람 사이로 보이는 짙푸른 녹음(綠陰)은 어느새 완연한 여름빛을 나타내고 있었다.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인부들 사이로 초록빛이 싱싱히 도는 나뭇잎을 올려다보던 현승이 나뭇가지 위로 유연하게 내려앉는 새를 발견하고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운다. 바람결을 따라 흩날리는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눈을 지그시 내리 감은 그가 숨을 한껏 깊이 들이마셨다. 싱그러운 하경(夏景)의 내음이 가득 밀려들어온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뜬 현승은 창연히 펼쳐진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다 이내 해사하게 웃었다. 정말 유난히도 햇살이 좋은 날이다.
엊그제 미리 가구를 송달한 탓에 트럭의 반도 차지 않을 초라한 이삿짐을 싣던 인부들은 현승이 건넨 주소를 받고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요란한 소음을 내며 출발한 트럭을 등지고 뒤를 돈 그가 출생부터 스무 해 남짓까지 살아왔던 집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해외로 이민을 간 가족들과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을 두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들과의 추억을 안고 혼자 살아가기에 집은 너무나 컸고 그에게 쓸쓸한 외로움을 안겨주었다. 안락한 안식처와 같은 집을 찾기 위해 부동산을 드나들던 현승은 우연한 기회에 좋은 집을 알게 되었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곳을 계약함과 동시에 살고 있던 집을 내놓았다. 마지막으로 잊어버리고 간 물건이 없나 싶어 집 안 구석구석을 살피던 그가 지끈거리는 머리에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 잘 꾸지 않던 악몽이 한 달 전부터 매일 밤 꾸준히 현승을 괴롭히고 있었다. 꿈속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눈을 뜰 때면 언제나 몸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고 지근거리는 두통이 밀려왔다. 숨을 쉴 때마다 가늘게 들먹이는 어깨를 진정시키며 바닥에 쪼그리고 앉은 그가 무릎을 두 손으로 감싸 안고는 얼굴을 묻었다. 어릴 적 준형이 알려 준 이 방법은, 아프거나 괴로울 때마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진정 효과가 있어, 자신에게 꽤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조금씩 나아지는 두통에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현승이 살포시 웃음을 터트리다 이내 입꼬리를 내리며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두 달 전, 차가운 시선으로 매운 말을 하던 준형은 그날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교양 수업은 물론 전공 수업 역시 나가지 않은 것인지, 그가 온통 낙제점을 받아 학고를 맞았다는 소문이 들려왔고 머지않아 자퇴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입학식 때부터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탓에 그의 자퇴 소식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추측과 억측으로 인해 그의 위상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알지도 못하면서 그를 평가하는 이들을 현승은 견딜 수 없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닐까. 떨리는 손으로 휴대 전화를 쥐고 그의 번호를 눌렀지만 차마 통화 버튼을 누르진 못했다.
급한 걸음으로 음악학부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청성관에 도착한 현승은 건물 밖으로 나오는 익숙한 여학생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고작 두 달 밖에 안 된 준형의 여자 친구에게 그의 소식을 물어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 걸까. 걸음걸음마다 커져가는 물음표에 결국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친구들과 함께 웃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그녀가 스쳐 지나간다. 가만히 제자리에 서서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현승이 이내 깊이 한숨을 내쉬며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물어 볼 수 없다. 아니, 물어 보기 싫다. 스무 해 동안 언제나 함께였던 너, 그런 너의 안부를 겨우 두 달 밖에 안 된 그녀에게 묻고 싶지 않다. 이것은 내 마지막 알량한 자존심이었다.
터벅거리는 걸음으로 비탈길을 오르던 현승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다름 아닌 준형의 집 앞이었다. 집 안을 환하게 비추는 불빛을 건너다보며 문 앞에 부동자세로 서 있던 그는 끝내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자꾸만 부옇게 흐려지는 시야에 간들간들 불어오는 봄바람을 탓하며 눈두덩을 비비던 그가 메마른 손바닥을 들어 문을 쓸어내렸다. 잘 지내고 있는 건지, 혹시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된다. 그 어떤 예고도 없이 학교를 그만 둔 이유는 무엇일까. 묻고 싶은 게 많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다. 맥없이 몸을 일으킨 현승은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비탈길을 내려가며 가슴을 허비는 고통에 몇 번이나 울음을 삼켰다.
시간은 태엽이 풀어진 시계추처럼 느릿하게 흘렀고, 어느새 두 달이 지났다. 활짝 열린 창문을 닫고 나서야 현승은 마지막으로 스무 해 동안 살아왔던 집에 안녕을 고할 수 있었다. 수많은 추억이 깃든 곳인 만큼 떨어지는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이내 새로운 집을 맞이할 생각에 차츰 그 무게는 가벼워져 갔다. 계단을 밟고 가로등을 지나, 마지막으로 비탈길을 오르던 그는 준형의 옆집에 놓인 보잘 것 없는 자신의 이삿짐을 발견하고는 엷게 미소를 지었다.
열여덟, 현승의 소원은 멀지 않은 미래에 준형과 함께 살거나 혹은 그의 옆집에 사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항상 챙겨줄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2년이라는 적지 않은 세월이 흐른 지금 거짓말처럼 그 소원을 이루게 되었다. 석 달 전, 새로운 집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을 드나들던 중 우연치 않게 그의 옆집이 곧 비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계약을 한 후 곧바로 그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려던 현승은 깜짝 놀라는 그의 얼굴을 보고 싶어 일부러 이를 숨겼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준형은 차가운 시선과 매운 말로 현승을 할퀴었고 두 달 동안 코빼기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따라서 꿈에 그리던 소원을 이루었지만,
현승은 행복해 할 수도, 마음껏 웃을 수도 없었다.
유리창 너머로 매미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삿짐을 풀고 그 안에 놓인 짐들을 정리하던 현승은 창문으로 쏟아지는 여름 햇볕에 고운 미간을 살며시 찌푸렸다. 커튼을 먼저 달아야 하나. 손을 들어 빛을 가리고는 창 가까이로 걸어간 그는 맞은편에 놓인 준형의 집을 바라보았다. 시원하고 깨끗한 하늘색의 커튼이 바람결을 따라 나울나울 흔들리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더운 날을 이기지 못해 창문을 열어 둔 것이 분명하다. 유독 더위에 약한 준형이 떠올라 낮은 웃음을 터트린 현승은 굳게 잠긴 창문을 열어젖히고는 창가에 기대어 턱을 괴었다. 간지럽게 불어오는 여름 바람을 맞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푸른 청공에 뜬 뭉게구름이 두둥실 끝없는 양 떼의 무리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얼추 정리 된 집 안을 구석구석 쓸고 닦으며 청소를 마친 현승이 부엌 내 식탁 위에 놓인 팥 시루떡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짐을 정리하다 손을 베어 약국에 다녀오는 길에 배가 고파 떡집에 들른 것이 문제였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왔던 떡집 아주머니는 오늘 이사를 했다는 말에 이웃 사람들과 나눠 먹으라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팥 시루떡을 챙겨주었다.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그녀가 건넨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고 떡집을 나온 현승은 계단을 오르며 연거푸 한숨만 내쉬었다. 이웃 사람이라고 해봤자 옆집에 사는 준형뿐이다. 두 달 동안 보지 못한 그에게 옆집으로 이사를 왔다고 말 하지도 못했는데, 다짜고짜 떡을 들고 찾아 가서 인사를 건네는 것이 과연 옳은 걸까. 한참의 망설임 끝에, 결국 고개를 가로저은 현승은 자신의 집 안으로 들어가 식탁 위에 아무렇게나 떡을 올려두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뜨끈한 기운을 내던 떡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물끄러미 그것을 내려다보던 현승이 시선을 들어 창가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준형의 집은 환한 불빛이 가득했다. 우두커니 서서 그가 있는 곳을 하염없이 건너다보던 현승이 떨리는 손을 움직여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를 올린다. 선반에 놓인 겅그레를 찾아 적당하게 물이 부어져 있는 냄비 속으로 그것을 집어넣고는 팥 시루떡을 찌기 시작했다. 분주히 움직이며 냉장고를 열자 콜라 수십 캔이 보인다. 평소 탄산음료를 가까이 하지 않지만 워낙에 준형이 탄산음료를 좋아해 그가 생각날 때면 버릇처럼 구매를 하곤 했다. 하루하루 사놓았던 것이 이렇게 쌓여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한숨과 함께 제일 바깥쪽에 있던 콜라를 집어든 현승이 미리 꺼내둔 컵에 그것을 따랐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던 현승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핏기 하나 없는 팔초한 이 얼굴은 언제 보아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짧은 한숨을 짓고는 흐트러진 곳이 없나 옷매무새를 확인해본다. 머리가 조금 뜬 건 아닌가 싶어 손가락에 살짝 물을 묻혀 뒷머리를 눌렀다. 눈을 깜박이며 자신의 모습을 점검하던 현승은 모든 행동을 멈추고는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누가 보더라도 지금 제 모습은 영락없이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러 가는 여자와 같다. 아무 사이도 아니면서. 고작 같은 성(性)을 가진 친구일 뿐이면서. 메마른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고는 힘없이 화장실을 나왔다. 식탁에는 떡과 콜라가 담긴 쟁반이 놓여 있었다. 느릿하게 그것을 집어 든 현승이 현관문을 열었다.
준형의 집 앞에 서서 손을 들었다 내리기를 수차례 반복하던 현승은 마른침을 넘기며 숨을 고르고 또 골랐다. 그를 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대책 없이 찾아 온 자신의 아둔함을 탓하며 스스로에게 꿀밤을 놓았다. 무더운 여름밤은 풀벌레 우는 소리로 가득했고 한참을 망설임으로 머뭇거리던 현승은 두 눈을 질끈 감고는 현관문을 두드렸다. 환하게 켜진 불에 그가 집에 있을 것이라 확신했지만 잠시 밖이라도 나간 것인지 집에서는 아무 기척도 들려오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리기 위해 손을 든 현승은 갑작스럽게 열리는 문에 깜짝 놀라 몸을 움찔거렸다. 두어 번 눈을 깜박이며 바닥에 향해 있던 시선을 들어 올린 현승은 얼굴에 덕지덕지 반창고를 붙인 준형을 마주할 수 있었다.
반창고가 가득한 준형의 얼굴은 마치 사고라도 당한 사람 같았다. 입가가 터진 것인지 발갛게 핏물이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들고 있던 쟁반을 떨어트린 현승이 손을 뻗었다. 그는 그런 자신의 손길을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며 피한다. 빈 허공에 멈춘 손을 갈 곳을 잃고 그대로 아래로 떨어졌고 준형을 올려다보던 현승의 눈가는 금세 촉촉이 젖기 시작하였다.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누르며 그의 이름을 부르려던 순간, 별안간 그의 집안에서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라움과 당혹이 엇갈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자신에게서 눈길을 거둔 그가 집 안에 있는 다른 이를 본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온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에 등을 돌리려던 현승은 익숙한 얼굴에 잠시 숨을 멈췄다.
현관이 소란스러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싶었는지 잔뜩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는 밖으로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준형의 여자 친구, 가영이었다. 현관 앞에 마주보고 서 있는 준형과 현승을 번갈아 바라보던 그녀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고, 이내 바닥에 나뒹굴어진 떡과 컵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자리에 앉아 그것들을 쟁반 위에 담기 시작했다. 가영을 따라 쪼그리고 앉은 현승은 천천히 그녀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희고 고운 피부를 가진 그녀는 유난히도 크고 맑은 눈을 하고 있었다. 귀 뒤로 머리를 넘기는 것이 버릇인지 계속해서 행동을 반복하며 바닥에 떨어진 떡을 주워 담던 그녀가 자신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살짝 고개를 들었다.
화들짝 놀라 머리를 푹 숙이고는 애꿎은 바닥을 노려보던 현승은 작게 웃음을 터트리는 가영의 웃음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슬그머니 시선을 들자 떨어트린 떡을 모조리 주워 담은 그녀가 조심스럽게 자신에게 쟁반을 건네고 있었다.
「 이사 왔나 봐요. 」
무릎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 난 가영이 현승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 들어보는 그녀의 목소리는 외모만큼이나 청아하고 고왔다. 오도카니 서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현승은 그녀의 어깨너머로 준형이 서 있던 현관에 잠시 시선을 던졌다. 집 안으로 들어 간 것인지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 있던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작은 한숨과 함께 그곳으로부터 눈길을 거두자 팔짱을 낀 그녀가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할 말이라도 있는 걸까. 눈만 덩둘하게 뜨고 서 있던 현승은 자신을 마주하고 있는 가영에게서 일 년 전, 유비의 얼굴을 떠올렸다.
인사 한 번, 말 한 번을 제대로 나누어 본 적 없던 유비는 언제나 현승을 할기시 노려보곤 했다. 자신의 무엇이 그녀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 볼 수는 없었다. 영문도 모른 채 불편한 시선을 견뎌내야만 했던 날들이 반복되는 것에 익숙해지던 어느 날, 그녀는 화사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 왔다.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던 현승은 유비의 어깨너머에 서 있는 준형을 발견하고는 그녀의 의중을 어렴풋이 알아차릴 수 있었다. 친절한 그녀의 행동은 어딘지 모르게 불쾌했지만 그렇다고 불평을 늘여놓을 수는 없었다. 불편한 날이 아닌 불쾌한 날에 또다시 익숙해지기 시작했을 무렵, 그녀는 돌연 처음의 상태로 돌아갔다.
뼈뿐인 손으로 현승의 뺨을 내리치던 유비는 부들부들 떨리던 입술을 잘근잘근 물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녀의 입술이 경련을 일으키듯 파르르 이빨 끝에서 떨렸고 끝내 길고 검은 속눈썹에 하얀 방울이 맺히더니 반짝이는 것과 동시에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새하얀 얼굴에 눈물을 주르륵 흐르면서 원망스러운 듯이 자신을 노려보던 그녀는 손등으로 그것을 훔치며 굳게 다물어져 있던 입을 열었다.
「 미술학부, 장현승 맞죠? 」
고개를 갸우뚱하는 가영의 모습에 그제야 유비의 얼굴이 차츰 흐려지더니 이윽고 사라진다. 멍하게 넋을 놓고 있던 현승이 그녀의 물음에 다시 한 번 머리를 주억거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팔짱을 풀고 다사로운 눈웃음을 짓던 그녀가 별안간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해온다. 새하얗고 고운 손은 섬섬옥수와 같았다. 눈을 깜박이며 머뭇거리던 현승은 바지춤에 손을 닦은 후 가영의 악수에 응했다.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한동안 말없이 자신을 건너다보던 그녀는 가까워져오는 인기척 소리에 비로소 손을 놓았다.
집 안에서 가영의 짐을 들고 온 것인지 준형의 양 손에는 얇은 카디건과 숄더백이 들려있었다. 익숙하게 그에게서 물건을 건네받은 그녀는 현관 앞에 놓인 엷은 분홍색의 구두를 신었다. 작은 행동마다 여성스러움이 가득 묻어 있었다. 그녀의 동작을 하나하나 눈에 새기며 오도카니 제자리에 서 있던 현승은 현관 앞에 서 있는 준형을 힐끔 올려다보았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그녀의 모습을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래로 흘러내린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굽어져 있던 허리를 편 가영은 현승을 힐긋 바라보다 이내 준형에게 시선을 옮겼다. 조그마한 그녀의 뒤통수 너머로 보이던 그는 한숨을 쉬며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이윽고 알겠다는 말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대화를 나눈 걸까. 묻고 싶지만 대답을 해 줄 사람은 없다. 준형의 옷깃을 끌어 당겨 그에게 귓속말을 하는 가영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현승은 한없이 초라해지는 자신을 느꼈다. 두 사람의 시간을 방해한 것은 아닐까.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시기를 놓친 탓에 발걸음을 돌릴 수도 없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가만히 서서 그와 그녀를 지켜보는 것뿐이다. 손가락을 꾸무럭거리며 애꿎은 시멘트 바닥을 운동화로 톡톡 건들이던 현승은 또박거리는 소리에 시선을 들었다. 준형을 등지고 선 가영은 해사하게 웃으며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숄더백을 고쳐 메던 그녀는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 준형이 오늘 많이 아파요. 그래서 말인데…. 」
「 가영아, 쓸데없는 소리 그만 해. 」
「 오른쪽 완부가 다쳐서 아마 혼자 붕대 감지 못 할 거예요. 대신 좀 감아주세요. 」
「 윤가영. 」
「 부탁드릴게요. 해 줄 수 있죠? 」
준형의 말을 깡그리 무시하고는 현승의 눈을 마주보며 당돌하게 말하던 가영이 잠시간의 침묵에 머리를 긁적인다. “혹시, 붕대 감는 법 모르세요?” 숨을 멈추고 나지막이 물어오는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녀가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하고는 잔뜩 불만에 차 있는 준형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바람도 없는데 흐트러진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던 그는 긴 한숨과 함께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다정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모습이 현승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다 끝나면 연락해. 」
「 …데려다 줄게. 」
「 아니야. 하도 많이 와서 이제 여기 너무 익숙해. 걱정하지 마. 」
「 그래도 어떻게 혼자 보내. 」
「 괜찮다니까. 집 도착하면 연락할게. 」
헤어지는 순간이 아쉬워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연인(戀人)을 보며 서 있던 현승은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눈인사를 건네는 가영의 모습에 살짝 고개를 숙였다. 때각거리는 구두 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들으며 숙이고 있던 머리를 들자 그녀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준형이 보인다. 그와 그녀가 나누는 대화 속에서 현승은 새삼스럽게 자신이 비참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모를 두 달 동안의 그를 알고 있는 그녀였다. 사고라도 당한 사람처럼 얼굴에 크고 작은 생채기를 달고 완부까지 다친 그의 속사정을 자신은 모르지만 아마 그녀는 알고 있을 것이다. 스무 해 동안 함께였기에 한없이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두 달 만에 마주한 그는 한없이 멀게만 느껴진다.
비탈길을 내려가는 가영의 뒷모습을 우두커니 지켜보고 있는 준형을 바라보다 끝내 고개를 떨어트린 현승은 자신의 투박한 손을 내려다보다 이내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눈을 감았다. 다사롭게 눈웃음을 보이며 해사하게 웃던 그녀의 얼굴, 청아하고 맑던 그녀의 목소리, 마지막으로 새하얗고 고왔던 섬섬옥수. 그 모든 것은 평생 자신이 가질 수 없는 여자만의 것이었다.
「 …무슨 일이야. 」
용건을 물어오는 준형의 목소리에 무거운 눈두덩을 올린 현승이 그를 쳐다보았다. 현관 위에 매달린 조명이 환하게 비치자, 눈두덩과 광대뼈 어름에 시커먼 멍이 든 그의 얼굴을 더욱 자세히 볼 수 있었다. 터진 입가에는 까만 딱지가 가득 내려앉아 있었고 맑고 투명하던 눈동자에는 실핏줄이 얼기설기 돋아 있었다. 무슨 일이 있던 걸까. 도리어 준형에게 이유를 묻고 싶지만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아 마른 입술만 자그시 물던 현승은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답이 없는 자신을 말없이 내려다보던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쟁반을 발견하고는 환하게 불이 켜진 있는 옆집을 건너다보다 시선을 옮겨 다시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잠시간의 침묵 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숨 막힐 듯 고요한 정적에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던 현승이 한걸음 뒤로 물러선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리려던 찰나 준형이 오른쪽 완부를 다쳤으니 붕대를 감아달라고 말하던 가영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어 가늘게 떨리는 눈만 깜박이길 몇 차례 반복했을까. 손에 들려 있던 쟁반의 무게가 사라지고 운동화 위로 짙은 그림자가 가득 밀려온다. 숨을 멈추고 위를 올려보니 왼쪽 손으로 쟁반을 낚아 챈 준형이 집 안으로 고개를 까딱이고 있었다.
「 언제까지 거기 서 있을래. 우선 들어 와. 」
「 …준형아. 」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린 준형이다. 한참을 현관문 앞에서 서성이던 현승은 마른침을 삼키며 문턱을 넘었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생생하게 기억나는 지난 일들에 숨을 멈추었다. 마지막으로 그의 집에 왔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열아홉의 어느 여름날이었다. 같이 주번을 해야 하는데 조례가 끝나도록 오지 않던 그는 종례시간이 될 때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온 몸으로 맞으며 걱정 된 마음을 가득 안고 찾아갔던 그의 집.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었을 땐 미열에 취해 잠이 든 그가 있었다. 약을 사고 죽도 끓일 겸 잠시 자리를 비웠던 10분. 혹시라도 그가 깰까봐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었을 땐 낯선 신발이 놓여 있었다. 불빛 하나 없던 그의 방은 환한 불빛이 가득 차 있었고 문 틈새로는 당시 그의 여자 친구였던 유비가 보였다.
낮은 준형의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그에게 몸을 숙이는 유비의 모습에 고개를 돌린 현승은 작게 들려오는 달콤한 입맞춤 소리에 뒷걸음질을 쳤다. 대충 신발을 구겨 신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세차게 쏟아지는 빗줄기 속으로 뛰어 들었다. 우산도 없이 빗물을 맞으며 비탈길을 내려가다 그에게 주려고 사왔던 약 봉지를 손에서 놓쳤고, 그를 위해 끓이려던 죽 재료들이 데굴거리며 아래로 내려갔다. 저 멀리 계단까지 떨어진 음식들을 하나씩 품에 안으며 줍던 현승은 얼마 가지 못해 그것들을 떨어트리길 수차례 반복했고 결국 차오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비비다 이내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렇게 준형에게 닿지 못할 자신의 고백을 빗소리에 담았다. 그로부터 1년 간 현승은 그 날의 일을 기억하고 싶지 않아 그의 집 안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가영이 사 놓은 것인지 거실 바닥에는 환부에 바르는 연고와 붕대 그리고 일회용 반창고가 가득했다. 피곤한 듯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던 준형은 가까워져 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느릿하게 눈꺼풀을 들어 올려 현승을 바라보았다. 소파 위에 아무렇게나 놓인 붕대를 집어 든 그가 그걸 휙 던진다. 손을 뻗어 그것을 잡자 자리에서 일어선 그가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다. 뒷머리를 긁적이며 준형의 가까이에 가 허리를 숙인 현승은 느릿하게 상의를 벗는 그의 모습에 눈을 커다랗게 떴고, 이내 고개를 옆으로 휙 돌렸다.
「 연고 바르기 전에 소독약부터 발라줘. 」
귀불까지 발개진 채로 딴 곳을 응시하던 현승은 준형의 목소리에 마른침을 삼켰다. 뒤를 돌지 않고 오롯이 정면만 바라보며 감흥 없이 말하는 그를 보니 괜히 상황을 의식한 자신이 이상하게만 느껴진다. 바닥에 놓인 탈지면에 소독약을 듬뿍 적셔 상처 부위를 닦아내기 위해 그의 등을 보자 여기저기 발갛게 물이 든 멍 자국들이 눈에 들어온다. 몰칵 풍겨 오는 소독약 냄새를 맡으며 고운 미간을 찌푸린 현승이 떨리는 손으로 환부를 닦아냈다. 고통의 신음을 참고 있는 듯 준형이 어깨를 움찔거린다. 정말 사고라도 난 걸까. 혹은 싸움이라도 한 걸까. 속상한 마음에 입술만 꾹 깨물며 그의 환처를 소독약으로 깨끗이 씻어냈다.
다친 오른쪽 완부는 등 보다 더욱 심각했다. 조금 크게 난 상처에는 핏물이 고여 있었고 수차례 소독약으로 그 부분을 씻어, 연고를 바르고는 노란빛 가재를 그 위에 덮었다. 준형의 앞으로 자리를 옮겨 그의 완부에 붕대를 감던 현승은 환부가 아픈 것인지 일그러지는 그의 얼굴을 발견하고는 자신의 입술을 더 세게 깨물었다. 비릿한 피 맛이 나자, 그제야 물고 있던 입술을 놓았다. 한숨과 함께 마지막으로 붕대를 감고는 반창고를 그 위에 붙이자 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 눈을 감고 있던 그가 눈두덩을 들어올린다.
「 …어쩌다가 다친 거야. 」
「 ………그냥…어쩌다가. 」
주변에 놓인 약품들을 정리하던 현승은 끝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준형에게 물음을 던졌고, 역시나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소파 위에 벗어 둔 옷을 입고서 탁자 위에 놓인 담뱃갑을 집어 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나간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가 앉아 있던 바닥을 손으로 짚으며 연거푸 한숨만 토해내던 현승은 시선을 들어 집 안을 바라보았다. 벽에 걸려 있는 시계부터 덩그러니 놓여 있는 텔레비전, 힘차게 돌아가는 선풍기. 준형의 손때가 가득한 집 안 구석구석의 물건들을 바라보며 주위를 둘러보다 이내 바람결을 따라 흩날리는 하늘색 커튼 쪽으로 걸어갔다. 커튼을 거두면 맞은편에 위치한 자신의 집이 보일 것이다. 손을 뻗어 그것을 거두려던 현승은 현관문 소리에 행동을 멈추고는 뒤를 돌았다.
검은색 봉지를 들고 부엌으로 향한 준형은 냉장고 문을 열더니 쉴 새 없이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의 옆으로 다가가자 맥주 캔과 콜라 캔이 보인다. 식탁 위에 놓인 검은 봉지를 들추니 그 안에는 마른안주와 간단한 요깃거리가 담겨 있었다. 눈을 깜박이며 다시금 준형을 쳐다보자 불편한 팔을 움직이며 술과 탄산을 꺼낸 그가 어느새 냉장고 문을 닫고선 굳게 다물어져 있던 입을 열었다.
「 술 마실래? 」
한여름 밤이 깊어간다. 맥주를 마시던 현승은 바닥에 쌓여 있는 캔의 개수를 세고 있었다. 눈대중으로 어림잡아 스무 캔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소파에 기대어 탄산을 마시고 있는 준형은 이미 오래 전부터 취해 있었다. 캔 맥주 하나를 다 마시지 못할 정도로 유달리 술에 약한 그는 무슨 영문인지 오늘따라 손에서 맥주를 놓지 못했다. 결국 스무 캔의 절반 이상을 마신 그는 한껏 취기가 오른 상태였고 그대로 소파에 앉아 탄산을 마시며 오징어 하나를 입에 물고 있었다. 어질러진 캔을 한데 모으면서 맥주를 마시던 현승은 힐긋 시선을 들어 준형을 쳐다보았다. 콜라를 마시던 그는 찢어진 입가가 아픈지 살며시 인상을 찡그렸고 욱신거리는 완부의 고통에 작은 신음을 흘렸다.
어릴 때부터 잦은 다툼과 싸움을 하던 탓에 갖가지 생채기를 자주 달고 오던 준형이지만 이번만큼 심하게 다쳐서 돌아 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병원에 다녀오라는 말을 넌지시 건넸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싫다는 의사 표현을 내비쳤다. 도대체 두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혹여 나쁜 길로 들어 선 건 아닐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표정에 드러날 때면 그는 마시던 맥주 캔을 내려놓고는 아무 것도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되풀이 했다. 결국 그 어떤 것도 묻지 말아달라는 준형의 무언의 압박과도 같은 침묵에 입을 다문 현승은 이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맥주만 마셨다. 그리고 그건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긴 시간의 침묵동안 맥주만 마시던 현승은 별안간 울리는 휴대전화 벨소리에 화들짝 놀라 동그랗게 눈을 떴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 준형이 전화를 받는다. 다정스럽게 가영의 이름을 부르던 그는 낮게 웃으며 방으로 걸어갔고 문이 닫혔다. 오도카니 앉아 맥주를 마시던 현승이 손을 뻗어 마른안주를 집었다. 오징어 하나를 입에 물고 새로운 캔 맥주의 뚜껑을 열어젖혔다. 시간이 꽤 많이 흐른 것 같은데 여전히 준형은 방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순식간에 맥주 두 캔을 마시고는 새로운 맥주 캔을 손에 쥔 현승이 방문이 열리고 가까워져 오는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전화를 마치면서 술도 깬 것인지 멀쩡한 얼굴로 돌아 온 그가 맞은편에 앉아 맥주 한 캔을 잡는다.
「 …그 사람 많이 좋아하나 보네. 」
나지막이 중얼거리던 혼잣말을 들은 것인지 맥주 캔을 따던 준형의 손이 순간 멈춘다. 눈을 지그시 내려 감고는 맥주를 마시던 현승이 입가에 묻은 방울을 닦아내며 침을 삼켰다. 속이 상한다. 두 달 동안 연락이 없던 그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별의별 수많은 생각을 하며 집 앞으로 찾아 온 적이 수십 번이었다. 하지만 차가운 시선과 매운 말로 자신을 밀어내던 그였기에 차마 문을 두드릴 수 없었다.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바스라져 가는 가슴을 움켜쥐며 혹시나 연락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 숱한 고뇌 속에서도 인내하며 너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스무 해 동안 같이 지내왔던 우리였기에 시간이 흘러 언젠가 내게 연락을 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염없이 계속된 기다림에 지쳐 결국 먼저 용기를 내서 왔지만 넌……나를 똑바로 보지 않는다.
여자 친구라는 자리에 있었던 그녀가
스무 해 동안 네 옆에 있었던 나보다
너에겐 더 특별했던 걸까.
내가 모르는 두 달 동안의 너를 알고 있는 그녀가 부럽다.
내가 모르는 두 달 동안의 너를 만든 네가 너무나 밉다.
이사를 한 탓에 몸이 힘들어서인지 혹은 급하게 마신 맥주에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취하고 싶었던 건지 본래 술에 잘 취하지 않는 현승은 오늘따라 밀려오는 취기에 느릿하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손에 쥐고 있던 맥주 캔을 흔들어 술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다 이내 새로운 맥주 한 캔을 집어 들었다.
「 좋은 사람 같더라. 착하고, 예쁘고. 」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던 준형이 바닥에 놓인 맥주 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간다. 무릎을 모으고 앉아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던 현승이 엷게 웃으며 맥주 캔의 뚜껑을 열어젖혔다. 톡 쏘는 소리와 함께 작은 구멍 사이로 거품이 흘러나온다. 손가락 사이사이를 타고 흐르는 거품을 멀거니 내려다보던 현승은 어느새 자신의 옆으로 다가와 맥주 캔을 빼앗는 준형의 모습에 뒷머리를 긁적였다. 미간을 잔뜩 좁힌 것을 보니 화가 난 모양이다. 거품이 묻은 손을 닦기 위해 눈으로 분주히 휴지를 찾던 현승은 자신의 손목을 낚아채는 준형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 …가만히 있어. 」
거품이 잔뜩 묻은 현승의 손을 내려다보던 준형이 테이블 위에 놓인 휴지를 집어 들고는 손가락 사이사이를 꼼꼼히 닦아준다. 가까이 닿아 있는 그의 얼굴과 마주잡은 손으로 인해 두근거리며 뛰는 가슴이 느껴진다. 정성스럽게 손바닥까지 닦아 준 그를 보며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던 현승이 다른 한 손을 뻗어 준형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 …준형아. 」
「 왜. 」
「 …준형아. 」
「 …왜. 」
「 …준형아. 」
「 너 취했어. 데려다 줄 테니까, 일어…. 」
온전히 현승의 손길을 받으며 앉아 있던 준형이 마지막 말과 함께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자신의 손에서 멀어진 그를 가만히 앉아 올려다보던 현승이 자신을 일으켜 세우려는 그의 손길을 뿌리친다.
「 …내가 더 오래 좋아했어. 」
「 …무슨 소리 하는 거야. 」
「 내가 더 많이 좋아해. 」
「 …장현승. 」
「 …좋아해. 」
방금 전까지 마주 잡았던 손을 다른 한 쪽 손으로 꼭 움켜 쥔 채 준형을 올려다 본 현승이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 …좋아해. 준형아. 」
* * *
2013,
밤새 사락사락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침에는 온 세상이 하얀빛으로 변해 있었다. 창가에 비스듬히 기대어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눈을 바라보던 준형은 방 안에 가득 퍼지는 피아노 선율에 눈길을 돌렸다. 시선의 끝에 놓인 것은 다름 아닌 맞은편에 위치한 현승의 집이었다. 낮게 울리는 피아노 선율 위로 열아홉의 자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랜만에 듣는 첫 자작곡은 유행을 타지 않는 가락을 선택한 만큼 촌스럽지 않았다. 단 한 사람만을 생각하며 쓰던 가사는 당시의 마음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었다. 성에가 끼어 뿌옇게 흐려 보이는 창가를 손바닥으로 문지른 준형은 따뜻한 물로 목을 축이며 현승의 집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벌써 몇 주 전의 일이다. 부모님의 납골당에 찾아 갔던 작년 12월의 마지막 날, 우연치 않게 준형은 그곳에서 현승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두준과 함께 하늘에서 내리는 옥진(玉塵)에 해사하게 웃던 그의 얼굴은 좀처럼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어지럽게 흩날리는 눈발을 맞으며 마주 선 두 사람의 웃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준형은 마치 누군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났다. 버스에 올라 타, 동네로 도착할 때까지 차창에 기대어 눈을 자그시 감고서 현승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가 환하게 웃던 것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언제였을까. 아득한 기억 속을 더듬거렸지만 스무 살 이후로 그의 웃음을 본 적이 없다. 유리창 너머로 천지가 애애한 것을 건너다보던 준형은 작은 실소를 흘리며 무릎에 놓인 양 손에 힘을 가득 싣고는 주먹을 쥐었다.
현승은 언제나 울고 있었다.
항상 눈가가 촉촉이 젖어 있었고, 눈은 발갛게 부어 있었다.
현승은 언제나 웃지 않았다.
현승은 언제나 울고 있었다.
그 날을 떠올리며 쓸쓸하게 미소를 짓던 준형은 커튼을 치며 현승의 집에서 눈길을 거두었다. 벽에 걸린 달력을 힐긋 올려다보자 어느새 시간은 흘러, 1월의 중순을 향해 있었다. 들고 있던 컵을 식탁 위에 내려놓고는 집 안을 둘러보자 술병과 옷가지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정신없이 살아왔던 지난 석 달의 모습이 여실히 보이는 것만 같아 허탈하게 웃던 준형이 천장을 향해 기지개를 한 번 켜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오랜만에 대청소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우선 싱크대 위에 가득 찬 갖가지 냄비들과 음식물들을 치우기 위해 카디건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창문을 열고 집 안 구석구석에 쌓여 있는 먼지를 털어내던 준형이 한 군데에 모아 두었던 옷가지들을 색깔별로 구분하고는 세탁기에 집어넣는다. 혼자 살아 온 세월이 긴 만큼 마음먹고 한 청소는 생각보다 일찍 끝을 보이고 있었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시간 동안 쉴 틈 없이 분주히 움직였다. 현관문에 쌓아 둔 술병들을 동네 슈퍼로 가 싼값에 팔고, 싱크대 위에 올려 두었던 음식물 쓰레기를 꼭 묶어 밖에다 버렸다. 마지막으로 화장실 청소를 하며 걸레를 빨던 준형은 욱신거리는 어깨에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과거를 잊고는 한다.
그러나 가끔씩 생각지도 못한 순간, 잊고 있었던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다.
바닥에 걸레를 내려놓은 준형은 거실 가장 안쪽에 놓인 장식장에서 파스를 꺼내들었다. 입고 있던 카디건과 상의를 벗고는 오른쪽 어깨에 조심스럽게 그것을 붙였다. 시원한 기운에 한숨을 내쉬며 다시 옷가지를 입었다. 아무렇게나 바닥에 던져 둔 걸레를 들고 거실을 닦자 시원한 기운을 주던 파스는 금세 환부를 화끈거리게 만들었다. 마른침을 삼키며 손을 멈춘 준형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에 깊숙이 기대어 앉았다. 여자들이 화가 날 때면 대청소를 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청소만 하니 무엇에 그렇게 화가 난 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뜨며 현승의 얼굴을 떠올리던 준형은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상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치 관계에 매듭을 지어버린 사람처럼 현승은 두 개의 상자만 덩그러니 놓고는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다. 말없이 손가락으로 상자를 쓸어내리던 준형은 테이블의 서랍을 열어 그것을 안에다 집어넣었다. 그러다 문득 서랍 가장 안쪽 구석에 놓인 낡은 상자를 발견하고는 손을 뻗어 그것을 잡았다. 뽀얀 먼지가 내려앉은 낡은 상자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채 눈을 깜박이다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어젖혔다. 멀거니 상자 속의 내용물을 내려다보던 준형은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시계를 꺼냈다. 열아홉의 생일 날, 현승이 주었던 선물이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시계를 선물한 것이 서운해서 서랍 속에 넣어두었는데 그만 깜빡 잊고 있었다. 허탈하게 웃으며 6년 만에 시계를 손목에 채워보던 준형은 테이블 위에 위태롭게 놓여 있던 상자가 떨어지는 소리에, 들고 있던 시계를 내려놓았다. 바닥에 떨어진 상자를 들어 올리자 그 속에 있던 바래 진 종이가 빠끔 얼굴을 내민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종이를 잡은 준형은 한동안 그것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이내 소파 위에 개켜 둔 웃옷을 집어 들었다.
숨 가쁘게 비탈길을 뛰어 내려가던 준형이 가로등을 지나 계단을 밟는다. 그러다 잠시 걸음을 멈춰 세우고는 숨을 고르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열아홉의 생일 날, 비를 맞으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현승은 품 안에서 작은 시계 상자를 꺼냈다. 많고 많은 선물 중에서 하필이면 왜 시계를 골랐냐고 묻는 질문에 그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적절한 답을 차지 못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눈만 깜박이는 그의 모습에 한순간 갖고 있던 일말의 기대를 접었다. 시계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선물한 그에게 서운함이 밀려와 조금 툴툴거리자 금세 미안한 얼굴이 된다. 그 모습을 보니 괜한 심술을 부린 것에 후회를 했다. 아무것도 아니라며 괜찮다는 말로 위로를 했지만 그의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고 결국 장난스럽게 혼낸다고 말하자 그제야 조금씩 웃었다. 마른침을 삼키며 그 날을 기억하던 준형은 외투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통화버튼을 눌렀다. 몇 차례 신호음 끝에 요섭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윤두준씨 집이 어딥니까. 」
계단을 내려가며 요섭과 통화를 끝낸 준형은 때마침 오는 택시에 손을 뻗었다. 발 앞에 멈춘 택시에 몸을 싣고는 주소를 말하고 나서야 손에 꼭 쥐고 있던 낡은 종이자락을 펼쳤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바래 진 종이 위에는 현승을 꼭 닮은 그의 글씨체가 가지런히 적혀 있었다. 당시 그를 집까지 데려다 주고 난 후, 준형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상자를 테이블 서랍 속으로 집어넣었다. 애써 괜찮은 척 했지만 나름대로 속이 많이 상한 상태였고 서운한 마음도 쉽게 가시질 않았다. 설레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시계를 볼 자신이 없어 다음날 열어 본다고 한 것이 그만 6년 동안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안에 적혀 있던 편지의 존재를 알았더라면…조금 더 일찍 봤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깊은 한숨과 함께 편지의 내용을 다시금 읽던 준형이 다른 쪽 손에 들고 있던 시계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준형아, 열아홉 번째 생일, 정말 축하해.
항상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앞으로도 언제나 우리가 함께였으면 좋겠다.
나는 항상 네 곁에 있을 테니까,
힘이 들고 지쳐 기대고 싶을 땐 언제든 말해.
많이……정말 아주 많이 좋아해, 준형아.
떨리는 손으로 열아홉의 현승이 주었던 시계를 손목에 채운 준형이 성에꽃이 하얗게 핀 유리창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낡은 종이자락이 꼬깃꼬깃 해 질 때까지 손에서 그것을 놓지 못하던 준형은 마른세수를 하며 짙은 한숨을 지었다.
시계의 의미를 너는 알고 있었을까. 아니, 이제는 아무렴 상관없다. 당시의 네가 몰랐다하더라도 넌 은연중에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또한 네게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 그리고 어쩌면……네가 내게 하고 싶었던 말.
‘항상 당신의 곁에 있겠습니다.’
우리는 차마 입으로 전하지 못한 이 말을 시계를 통해 전했다. 조금 더 빨리 이 편지를 읽었더라면 열아홉의 나는 그 해의 마지막 날, 네게 원래 하려던 말을 했을 것이다. 바보같이 웃으며 새해 인사가 아니라, 같은 대학교에 다니게 됐다며 좋아할 게 아니라……. 가슴 깊숙이 숨겨왔었던 나의 마음을 고백했을 것이다.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우리가 잊고 싶은 스무 살의 악몽은 시작되지 않았을 텐데.
도착했다는 택시 기사의 말에 차에서 내린 준형은 커다란 두준의 집을 올려다보았다. 잘나가는 연예 기획사의 대표를 맡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호화스럽게 사는 줄은 몰랐다. 초인종 앞에 서서 머뭇거리던 준형은 방금 누가 나간 것인지 잠기지 않은 대문을 확인하고서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짙게 깔려 있는 잔디 위에는 소복이 눈이 쌓여 있었고, 현관문까지 가는 길목에 놓인 돌계단은 누가 청소라도 해둔 것인지 쌓인 눈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천천히 돌계단을 올라 현관문 앞에까지 온 준형은 손을 들었다. 하지만 차마 두드리지 못하고 한숨만 내쉬었다.
요섭의 앨범이 공개되기까지 약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정규 2집의 전곡을 프로듀싱 한 만큼 타이틀곡과 수록곡들은 모두 단 한 사람, 현승을 위한 노래뿐이다. 앨범 발매 일까지 그를 찾아가지 않으려 수없이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첫 자작곡을 들려주었을 때처럼 그에게 마음을 고백하고 싶은 마음에 시간을 두고 천천히 준비해왔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를 텐데. 갑작스럽게 나타난 자신으로 하여금 당황하진 않을까. 혹은 밀어내지 않을까. 머릿속을 스치는 수만 가지 생각에 차마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깊은 한숨만 내쉬던 준형은 눈을 질끈 감은 채 끝내 문을 두드렸다. 찰나의 시간이 이렇게도 길었던가. 메마른 입술을 잘근 깨물며 현관문을 바라보다 기척이 없자 돌아가려던 준형은 갑작스럽게 열리는 문에 바닥을 향해 있던 시선을 들어 올렸다.
「 두준씨, 열쇠 놓고 갔죠? 」
현관문을 연 사람은 다름 아닌 현승이었다. 한 손에는 열쇠를 들고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으며 서 있던 그는 잠시 멈칫하며 준형을 올려다보았다. 올라가 있던 입꼬리가 아래로 떨어지고 금세 표정을 굳힌 그가 몸을 돌려 문을 닫는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멍청하니 서서 현승을 바라보던 준형은 큰 소음을 내며 닫히는 현관문에 그제야 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또 다시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손만 들었다 내리기를 반복한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석 달 만에 본 현승은 두준의 말처럼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 찰나적 순간이었지만 그는 밝은 표정으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런데 살이 조금 빠진 것 같다. 입맛이 없는 건가. 워낙에 입이 짧아서 잘 먹지 않는 건가.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던 준형은 방금 전 자신을 보고 두준을 부르던 현승을 떠올리며 메마른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언제나 네게 있어서 나는 처음이었다.
너는 항상 너보다 나를 먼저 생각했고, 가족보다 나를 먼저 챙겼다.
그런 네게 내가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걸까.
나를 보며 다른 이를 부르는 네 모습에,
내가 아닌 다른 이에게 웃는 네 얼굴에,
난 네가 야속하고, 낯설게만 느껴진다.
한참을 현관문에 기대어 서 있었을까. 차가운 겨울바람이 몸 속 깊은 곳에 감겨드는 것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준형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안에 있는 현승은 대답이 없었다. 쓸쓸하게 웃으며 현관문에 손바닥을 가져간 준형은 차가운 문의 온기를 느끼며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이 문을 사이로 너와 내가 존재한다. 같은 공간에 있지 못하지만 그래도 가까운 공간에 우리가 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떨리는 눈꺼풀을 들어 올린 준형이 굳게 닫혀 있던 입을 열어 문 안에 있을 현승에게 말을 건넸다.
잘 지냈어?
아프진 않았고?
…조금 야윈 것 같은데.
서리 찬 겨울바람이 칼날처럼 살을 에며 불어온다. 현관문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서 있던 준형은 파랗게 언 손등이 갈래갈래 터져 실핏줄이 내비치는 것을 보며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항상 가로등 아래에 앉아 있던 현승은 매운 겨울날에도 기다림을 멈추지 않았다. 발갛게 부르튼 손을 비비거나 입김을 불어대며 추위를 녹이던 그의 모습이 떠올라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띠웠다. 얼마나 추웠을까. 같은 자리에 앉아 언제나 단 한 사람만을 기다리던 그는 계속되는 기다림 속에서 무엇을 떠올리고 생각했을까. 긴 시간동안 외롭지는 않았을까. 추위에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문을 쓸어내리던 준형이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외투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꼬깃꼬깃한 낡은 종이자락을 펼친 준형은 그 아래 적인 현승의 편지를 다시금 읽으며 글자 하나하나를 눈에 그리고 가슴에 새기기 시작했다. 손목에 채워진 시계 속 멈춘 시계바늘을 내려다보며 손가락으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원을 그리던 준형이 나무 위에서 털썩 소리를 내며 떨어진 눈뭉치를 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현승아,
나 안보고 싶었어?
난 되게 보고 싶었는데.
한겨울에 내리쬐던 태양이 조금씩 기울어져 간다. 연방 입김을 불며 언 손을 녹이던 준형은 서쪽으로 지기 시작하는 해를 보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오래 앉아 있던 탓에 금방이라도 풀릴 것 같은 다리에 억지로 힘을 주자, 금세 다리가 저려온다. 주먹을 쥔 손으로 허벅지와 종아리를 두드리며 저린 다리를 풀어주다 힐긋 현관문으로 시선을 던졌다. 여전히 굳게 닫혀 있는 문은 마치 현승의 마음과 닮아 있었다. 너무 늦게 온 탓에 화가 많이 난 걸까. 혹은 이제 더 이상은 얼굴조차 보고 싶지 않은 걸까. 후자보다는 전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아래에 놓인 돌계단을 하나 밟았다.
오늘은 잠시 본 얼굴에 만족을 하려 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른 네가 야속하지만 그래도 오랜 만에 본 해사한 네 미소에 기분을 풀어 본다. 비록 나를 향한 웃음은 아니었지만 괜찮다.
계단을 내려 갈 때마다 현승의 얼굴을 떠올리던 준형은 마지막 계단을 밟고 나서야 뒤를 돌아보았다. 안이 훤히 들여다보일 것만 같은 베란다는 커튼이 쳐져 있었다. 커튼 틈 사이로 혹시 현승이 자신을 보고 있지는 않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베란다 쪽으로 손을 들어 좌우로 흔들며 인사를 건네었다.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멀거니 올려다보다 이윽고 몸을 돌려 대문을 열었다. 커다란 소음을 내는 곳을 지나쳐 밖으로 나오자 다시금 다리가 저려온다. 몇 걸음 가지 못하고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은 준형이 엷게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잠시 뿐이었지만 좋았다. 오랜만에 보는 현승의 얼굴이, 오랜만에 듣는 현승의 목소리가….
* * *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기력이 떨어져 무너지듯 소파에 앉은 준형은 손을 들어 이마를 짚었다. 감기 몸살이 오려는지 미열 같은 것이 자르르 전신에 퍼진다. 마른기침을 할 때마다 느껴지는 오한에 몸을 떨며 무거운 눈두덩을 지그시 내리감았다. 찰나의 순간 마주했던 현승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애써 잊으려 두 눈을 감으면 더욱 선명하게 나타나기만 한다. 지난 시간 동안 한없이 짓눌려 왔던 그리움은 어느새 내부 깊숙한 곳에서부터 끓어올라 숨을 막히게 하고, 심장을 도려내는 통증을 주었다. 조각조각으로 나뉘어 앞으로 와그르르 쏟아질 것 같은 가슴을 움켜쥐며 천장을 올려다보던 준형이 허탈한 눈빛으로 커튼이 드리워진 창가를 바라보았다.
비척걸음으로 창문 앞에 서 하늘색 커튼을 열어젖혔다. 창틀 위에 세워져 있는 작은 액자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던 준형이 손을 뻗어 그것을 집어 들었다. 사진 속에는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든 현승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손가락으로 액자의 유리를 쓸어내리던 준형이 얼굴 위로 애잔한 미소를 띠우며 지난날의 추억을 떠올렸다.
고등학교 졸업식 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너를 찾았지만 강당 그 어디에서도 너는 볼 수 없었다. 어깨에 메고 있던 사진기를 발견한 같은 반 친구 녀석들은 함께 사진을 찍자며 성화를 부렸지만 그때마다 난 안 된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가로 저었다. 행사가 끝나고 친구 녀석들과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순간까지도 눈으로는 수많은 인파 속에 있을 너를 찾던 난, 결국 일이 있다는 말을 남기고는 학교 주변을 샅샅이 누볐다. 그러다 문득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교실로 향했고 내 자리에 잠이 든 너를 발견하였다. 새근새근 잠이 든 네 모습에 안도의 숨을 쉬며 가까이로 다가갔다. 깊이 잠이 네 얼굴을 하염없이 내려다보던 난 혼자 실없이 웃으며 사진기를 들었고 뷰 파인더 속에 너를 담았다.
이 이야기를 현승은 알지 못한다. 혼자만 갖고 있었던 비밀스러운 추억 중 하나를 떠올리던 준형은 액자를 제자리에 내려놓으며 유리창 너머에 놓인 옆집을 건너다보았다. 주인을 잃은 빈 집은 오늘따라 유난히도 더 쓸쓸하게만 느껴졌다. 그곳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던 준형은 두 눈을 감으며 엷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은 더해 간다고 했던가. 잠 못 이루는 밤, 현승에 대한 그리움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사무치기 시작한다.
심한 고열 증세로 바작바작 말라 들어가는 입술을 지그시 물고 있던 준형은 두준의 집을 올려다보다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이른 아침부터 기다린 보람이 없다. 어제와는 다르게 대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현승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집 앞에 차를 세워 둔 지 한참 지났을까. 연방 마른기침을 하던 준형은 차창 위로 쏟아지는 붉은 노을빛에 미간을 찌푸렸다. 중천에 걸려 있던 해가 어느새 지고 있다. 그제야 휴대 전화를 들어 늦은 저녁이 된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나절 이상 부동자세로 있던 탓에 온 몸이 뻐근하다. 하품과 함께 기지개를 켜고는 핸들을 잡았다. 액셀을 밟기 전 마지막으로 힐금 두준의 집을 올려다보자 커튼 틈 사이로 보이던 환한 불빛이 사라져 있었다. 졸린 듯 눈을 비비던 준형은 불 꺼진 집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엷게 웃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잘 자. 」
지독한 감기 기운이 전신을 무겁게 억누른다. 연거푸 기침을 하며 코를 훌쩍이던 준형은 오늘도 어김없이 두준의 집 앞에 차를 주차시켜 놓고는 의자에 깊숙이 기대어 앉았다. 밤새 내린 눈으로 거리는 온통 흰색으로 덮여 은세계로 변해 있었다.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설경을 눈에 담던 준형이 힐긋 고개를 들어 베란다를 올려다보았다. 이른 새벽녘이라 그런지 커튼이 드리워진 집 안은 불빛 하나 보이질 않았다. 추위에 곱은 손을 녹이다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칼날과도 같은 매서운 바람이 온 몸에 감겨든다. 발등까지 움푹움푹 빠지는 눈길을 밟으며 베란다가 가장 잘 보이는 곳까지 걸어 온 준형은 마지막 한 발자국을 남겨두고는 발을 헛디뎌 뒤로 벌렁 나가넘어졌다. 잔뜩 미간을 찌푸리고서는 자리에서 일어서 눈이 잔뜩 묻은 바지춤을 털어내었다. 금세 추위로 인해 발갛게 부르튼 손을 비비며 위를 올려다 본 준형은 어느새 커튼을 열어젖히고는 창밖을 바라보는 현승을 발견하고는 숨을 멈췄다.
언제부터 서 있던 걸까. 혹시 넘어진 것을 본 건 아닐까. 밀려드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고는 뒷머리를 긁적이던 준형은 연방 입김을 불어대며 녹이던 손을 들어 올렸다. 따뜻한 물을 마시고 있던 건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컵을 들고 베란다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 있던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본다. 그제야 비로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려던 준형은, 집 안으로 들어가는 현승의 모습에, 허공에 있던 손을 힘없이 떨어트렸다.
다음 달에 발매 예정일이었던 요섭의 정규 2집, ‘The Second Collage’는 그의 일본 활동으로 인해 한 달이 연기되었다. 마른기침을 두 어 번 뱉으며, 달력에 쓰인 일정을 확인하던 준형은 벽에 걸린 시계를 슬쩍 바라보다 이내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 둔 웃옷을 집어 들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기광에게 늦지 않게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목도리를 목에 두른 채 문을 나섰다. 잰걸음으로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작업실에서 멀지 않은 두준의 집 앞이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대문 앞까지 걸어 간 준형은 초인종을 누르기 위해 손가락을 들었다. 한참의 망설임 끝에 마른침을 삼키며 손가락에 힘을 주려던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얼굴이 되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밖에 나갈 채비를 마친 현승은 소복이 눈이 쌓인 돌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오고 있었다. 우두커니 서서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준형은 초인종에서 손을 떼고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대문을 열고 나온 그가 눈길을 밟으며 앞으로 걸어 나간다. 그리고 그의 뒤에서, 그가 밟은 눈길을 따라 밟으며, 준형 역시 앞으로 걸어 나갔다.
느릿한 걸음이 계속되다 멈춘 곳은 다름 아닌 물감 냄새가 물씬 풍기는 커다란 화방이었다.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현승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준형이 손잡이를 당겼다. 어릴 적부터 미술을 해 왔던 그에게는 항상 유화 내음이 가득했다. 몇 해가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기름 냄새에 그의 작업실에 가는 것을 망설이던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 자신을 어떻게 안 것인지 그는 계절을 상관하지 않고 항상 작업실의 창문을 모두 열어두곤 했었다. 알게 모르게 그가 베푼 친절이었다. 스치듯 기억나는 추억에 씁쓸하게 웃으며 화방 안으로 들어 간 준형은 물감을 고르는 현승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미술 용품이 모두 떨어지기라도 한 것일까. 연필부터 시작해 물감과 도화지를 담던 그가 힘겹게 바구니를 들어 올린다.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우스워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혼자 들기에는 버거워 보이는 양의 짐을 양 손에 쥐고서 위태롭게 걸어 나가던 현승은 몇 걸음도 채 가지 않아 뛰어오던 사람과 부딪혀 넘어지고야 말았다.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죄송하다고 말하던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떨어진 미술 용품들을 주워 담고 있었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그의 뒷모습을 멀거니 지켜보던 준형은 자신의 구두 앞코에 부딪히는 물감에 허리를 숙여 그것을 집어 들었다. 그에게 다가갈 때까지 몇 걸음을 걸어야 할까. 한 걸음, 두 걸음…다섯 걸음을 움직이고 나서야 현승의 앞에 마주 설 수 있었다. 손에 쥐고 있던 물감을 내밀자 땅을 보던 그의 말간 눈동자가 자신을 향한다.
현승의 시선이 준형의 얼굴에 가닿았다. 윤기를 띠고 빛나는 그의 눈동자 속에 담긴 자신의 모습에 마른침을 삼켰다. 그는 무슨 말을 할까.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찰나적 순간 수많은 상념이 뇌리를 스친다. 그런 준형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현승의 긴 눈꼬리가 말아 올라가더니 이내 활짝 웃으며 입을 연다.
「 감사합니다. 」
현승의 말에 준형은 들고 있던 물감을 떨어트렸다.
* * *
대한민국 연예 기획사 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일컫는 두준의 회사 건물 안으로 들어선 준형은 로비에서부터 자신을 막아서는 경비원들의 모습에 표정을 굳혔다. 용건을 묻던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양 팔을 붙잡으며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 걷잡을 수 없는 맹렬한 분노 속에서도 숨을 고르며 애써 분을 삭이던 준형은 경비원들의 팔을 뿌리치며 방금 전의 일을 떠올렸다. 두 눈을 똑바로 마주하던 현승은 분명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 물감을 떨어트린 자신의 행동에 당황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에게 아무 말 없이, 다시금 물건을 주워 쇼핑백 속에 담아주었다. 그는 마지막까지 고맙다고 말하며 웃었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그렇게 준형을 스쳐지나갔다. 메마른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허탈하게 웃던 준형이 저릿하게 아려오는 가슴 한 편을 움켜쥐었다.
지난 시간 동안 현승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두준을 만나러 왔다는 말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승강기에 오른 준형은 층수가 올라 갈수록 가슴을 옥죄는 아픔에 미간을 찌푸렸다. 며칠 전에 마주했던 그는 분명히 자신을 기억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문을 닫을 때까지 그가 보여주었던 표정 하나하나를 잊지 못한다. 분명 그것은 오랜만에 마주한 자신의 얼굴에 대한 당혹스러움이었다. 그리고 불과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오늘…. 그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 모르는 척하는 건지 정말 모르는 것인지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준형의 모습을 가득 담은 현승의 눈은 거짓을 말하고 있지 않았다. 승강기가 열리고 두준의 집무실을 보인다. 망설임 없이 그 앞까지 걸어간 준형은 자신을 말리는 비서의 손길을 뿌리치며 굳게 닫혀 있던 문을 열었다.
「 일본 활동 하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
「 이미 박 사장이 잡아 놓은 거야. 무를 수 없다는 거, 네가 더 잘 알잖아. 」
「 야, 윤두준! 」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두준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요섭의 얼굴이었다. 일본 활동으로 인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것은 기광에게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생각보다 많이 피곤했던 건지 분가루를 칠해 놓은 것처럼 뽀얗던 요섭의 얼굴은 많이 상해 있었고, 쪽잠을 자는 탓에 눈 밑은 퀭해 보였다. 언성을 높이며 두준의 이름을 부르던 요섭은 갑작스럽게 열린 문에 고운 미간을 찌푸리다 준형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책상 위에 놓인 수많은 보고서를 읽으며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던 두준 역시 별안간 열리는 문에 인상을 찡그렸고 집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준형의 모습을 보며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 당신이 왜 여기…. 」
「 양요섭. 나가 봐. 손님 오셨으니까, 다음에 다시 얘기 해. 」
요섭이 앉아 있던 소파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아, 액자 하나 없이 너무나 단순해서 살풍경스러운 두준의 집무실을 두리번거리던 준형이 테이블 위에 놓인 보고서 하나를 집어 들었다. 한류 열풍에 대한 보고서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가요를 알리기 위한 매개체로 아이돌을 꼽고 있었다. 페이지 하나를 넘겨 글자를 읽어 내려가던 준형은 문이 닫히는 소리에 그제야 보고서를 내려놓고 책상에 있는 두준을 바라보았다.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던 그는 읽고 있던 보고서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펜을 들어 결재를 마친 그가 준형의 맞은편에 앉는다.
스무 살, 젊은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가업을 물려받아 도산되기 직전까지 위태롭던 회사를 다시금 일으킨 두준은 날카롭지만 부드러운 눈을 가지고 있었다. 소속 가수의 노래를 작곡 해 달라며 작곡가의 작업실로 찾아오는 회사 대표가 몇이나 있을까. 처음 만났을 때, 준형은 그가 갖고 있는 인성과 성품 그리고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의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눈썹을 찡그리며 미간을 좁히던 준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기를 반복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을 집어 삼킬 것만 같았던 분노는 어느새 가라앉았고, 가슴을 저미는 고통만이 숨통을 옥죄어 올 뿐이다. 무릎 위에 놓인 주먹에 힘을 꼭 쥐며 두준의 눈을 바라 본 준형이 굳게 다물어져 있던 입을 힘겹게 열었다.
「 정말 잘 지내는 거 맞습니까. 」
준형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눈만 깜박이던 두준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질문의 요지가 현승의 안부임을 알 수 있었다. 한참동안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던 그가 입가에 엷은 조소를 띠우며 말한다.
「 전에는 그렇게 확신에 차 있더니, 무슨 일이죠. 」
「 …아닌 거 같으니까. 」
「 사적인 얘기 하실 거면 나가주시죠. 용준형씨. 」
「 …날 못 알아 봤거든. 」
「 설마, 당신 찾아 간 겁니까? 」
여유롭게 비웃음을 지으며 말하던 두준이 준형의 마지막 말에 짙은 눈썹을 찡그렸다. 미간을 좁히는 그의 이마는 곧 굵은 골을 패었다. 그의 표정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살펴보던 준형은 무릎 위에 쥐고 있던 주먹에 힘을 풀었다. 정말 현승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메마른 아랫입술을 자그시 깨물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려 본다. 긴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던 두준이 눈을 똑바로 뜨고 준형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 그쪽이 알 필요 없잖아요. 」
「 …그럼 내가 직접 가서 물어봐야겠네. 」
두준의 말에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 쪽으로 걸어가는 준형이었다. 처음부터 그가 쉽게 입을 열 것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보인 그의 행동으로 현승에게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떨리는 손을 감추려 주먹을 꼭 쥐며 문고리를 잡은 준형은 그것을 돌리려는 순간 자신을 부르는 두준의 목소리에 뒤를 돌았다.
「 어차피 가도 소용없어요. 당신 말대로, 당신 못 알아 볼 테니까. 」
* * *
설한풍(雪寒風)이 휘몰아치는 눈길을 정처 없이 거닐던 준형은 두준의 대문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손끝과 발끝은 완전히 얼어 몸에서 떨어져나간 듯 싶었고 온몸은 서서히 마비되는 것만 같았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은 머리며 어깨에 쌓여 있었다. 수천 송이의 꽃보라가 이는 것처럼 흩날리는 눈보라를 바라보던 준형은 감각이 없는 손가락을 들어 초인종을 눌렀다. 인터폰 너머로 “누구세요.”라고 묻는 현승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말없이 엷게 웃기만 하던 준형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는 그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듣고자 초인종을 한 번 더 눌렀다.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더 이상 현승은 인터폰을 받지 않았다. 오한 때문에 몸을 떨며 벽에 기대어 선 준형이 외투 주머니에 있던 담뱃갑을 꺼내 든다. 손가락이 얼어 담배 한 개비를 집는 것도 힘이 든다. 힘겹게 담배를 입에 물고서 라이터를 당기던 준형은 예고도 없이 열리는 대문에 들고 있던 라이터를 떨어트렸다. 하얀색 니트를 입고서 대문 밖으로 나온 현승은 물끄러미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다시 한 번, 그의 눈동자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던 준형은 손을 뻗어 현승을 끌어안았다.
「 …준형이? 」
용준형씨,
얼마나 힘들었으면 기억 속에서 당신 얼굴 지웠어요, 그 사람.
애써 당신 잊으려고 노력하는 그 사람 위한다면, 가지 말아요.
「 …왜 이제야 왔을까. 」
당신으로는 나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어요.
그러니까, 나 때문에 힘든 거라면.
내가 가는 게 맞아요.
「 미안해. 」
현승을 품에 안은 준형은 조금씩 자신을 밀어내려고 하는 행동에 그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조금씩 들썩거리는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울컥울컥 덩어리져서 쏟아질 것 같은 자신의 눈물을 다시 한 번 씹어 삼킨다.
「 …너무 기다리게 해서, 지치게 해서……아프게 해서 정말 미안해. 」
창공에 흩날리는 새하얀 옥진(玉塵)이 준형과 현승의 어깨 위로 내려앉는다.
우리는 절대 닿을 수 없는 평행선을 그려두고 그 위를 걷고 있었다. 우정이란 이름으로 정의 내린 우리의 관계는 절대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일정한 거리가 계속 유지되듯 더 가까워지지도 반대로 더 멀어지지도 않던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경로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평생 닿지 못할 것이라 여겼던 너에게……난 비로소 닿을 수 있었다.
「 …좋아해. 」
눈가에 눈물이 가득 괴인 눈으로 현승을 바라보던 준형은, 결국 맺혀있던 눈물을 떨어트리며 지난 세월 동안 가슴 깊이 묻어 두었던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 좋아해, 현승아. 」
그 해의 겨울은 내내 눈이 내렸다.
온 천지가 하얗고 밤새 내린 눈을 치울 사이도 없이,
눈을 하염없이 내리고 또 내렸다.
재회. FIN.
안녕하세요, 서휘입니다.
일요일날 업데이트 하려고 했던 로맨스가 필요해 23편을 화요일날 새벽이자, 크리스마스 이브에 업데이트 하게 되었군요. 우선, 혹시라도 기다리신 분들이 계시다면 정말 고개숙여 사죄드리겠습니다. 시험을 무사히 끝내고 종강을 한 후, 취업 준비 때문에 조금 정신이 없었어요. 로맨스가 필요해(이하, 로.필)는 세이브 원고 없이 진행 되기 때문에 연재 속도가 무척이나 느린 것을 잠시 간과한 제 불찰입니다. 새벽에 조금씩 써 둔다는 것이 그만 피곤함에 자버리고 말았어요.(흡) 결국 많은 분량과 시간 분배를 잘못한 탓에 연재가 지연된 점 정말 다시 한 번 사과드리겠습니다.ㅠ_ㅠ!
조금 산만했던 23편이라고 해야 겠네요. 졸면서 쓴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라(...) 퇴고를 하면서 앞부분은 고쳤는데 뒷부분은 고치지도 못하고 읽어보지도 않았답니다. 텍스트 본을 만들 때마다 중간중간 확인을 하고 있으니 부디 읽기 불편하신 부분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넘어가주세요.(흡) 훗날 텍스트 본에서는 가능한 눈살 찌푸려지게 산만한 부분은 없도록 퇴고하고 또 퇴고하겠습니다.ㅜ_ㅜ!
이번 달 안으로 완결을 낼 생각에 분량은 거의 두 편을 짜집기 해 놓은 상태에요. 기존의 23편과 24편을 합쳐 놨다고 해야 할까요. 따라서 삭제 된 장면이 많아...요...(흡) 눈물을 머금고 장면을 삭제 했는데 생각해보니 삭제 된 장면 때문에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몇 군데 ...있더라구요. 사실 다 부자연스럽지만.....(....ㅠㅠ) 서술이 난잡한 부분과 문맥이 맞지 않는 부분들은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수정해 나가겠습니다.
다음편은 ... 아마 돌아오는 주 일요일날 업데이트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음. 그럼 로.필 식구분들, 미리 메리크리스마스 입니다!
덤으로 하나 알려드리자면.... 여러분, 제 생일 크리스마스 다음날이에요.(.......허헣)
※ Special Thanks to는 저 혼자 진행 중입니다.(/먼산/) 포스트잇에다 써야 할지 블랙보드에 두개 다 사 둔 채로 써야 할지 아직 고민중이라(...) 결정되는 대로 트위터나 메일로 보내드리고 카페 쪽지도 같이 보내드릴 터이니 멘션이나 메일 기다리지 마세요! (기다리지 않으시려나......ㅜ_ㅜ)
※ 로맨스는 25편부터 시작합니다. 다음편은..........쉬어가는 편...?
22.5편 THANKS TO★
월화 님 / Lotion 님 / 찬늘봄 님 / 설란초 님 / Orlee 님 / leader 님 / 현승이마누라 님 / 소년기 님 / 양비율 님 / 권꼬마 님 / 두준한내남자 님 / lovelyangels 님 / 요섭가슴두준 님 / 우옹 님 / 꿀성대비스트 님 / 우유 님 / 마들렌 님 / 비주얼리더 님 / 로맨틱하게 님 / 평범한아이 님 / 뿜빠라비스트 님 / 핑끄핑끄현승 님 / 냥깅 님
그 외, 로맨스가 필요해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기타 문의 사항이 있으신 분은 트위터 @W_seohwi 로 멘션 보내주세요.
업쪽은, 덧글 다시는 모든 분들께 보내드리겠습니다.
첫댓글 분량이 엄청 나네요. 읽으면서 끝이 없는 스크롤에 좀 놀랐어요. 드디어 두 사람이 다시 만났네요. 결정적으로 틀어지게 된 이유가 뭔지 밝혀지겠어요. 지금이라도 다시 만났음에 정말 정말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현승이를 밀어내느라 힘들었을 준형이도, 밀려나느라 외로웠을 현승이도 이제는 좀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그들의 미래는 좀 더 행복했으면 해요. 사랑으로 가득찬다면 가능할거라고 믿어요. 현승이가 돌아온 준형이를 받아줄까요?
정말 먼길을 돌고 돌아 드디어 닿았네요 이 순간만을 얼마나 바라고 또 바라왔는지..! 준형이가 정말 좋아한다고 말해버렸네요 현승이는 기적적으로 알아보고.. 하얀눈이 내리는겨울 곧 질 꽃처럼 피어버려 마음이 아프네요 ㅜㅜ 이 상황에서 로맨스가 25화부터 나온다니 허허허!! 괜시리 어린애처럼 설레네요~.. 오늘 같은 날 로필을 보게되어 영광이네요 이틀후에 있을 작가님 생일도 너무 축하드리고 다시 만난 용현이도 축하.. 다음편에서 뵈어요 =)
다음 편도 기대할게요.
23편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어요 ㅠㅠ 근데 이렇게 사람 설레고 가슴 먹먹하게 만드며 돌아오시다니요 ㅎㅎㅎ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네요 히힛. 준형이가 가영이와 사귈당시 무엇이 준형이가 학교를 자퇴하게 만들고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게 했는지..... 어느정도는 감이 잡히지만... 그래도 좀더 알고시퍼요..ㅠㅠ 현승이가 준 시계를 보고 그안에 있던 편지의 내용에 주체하지 못하고 현승이에게 달려가던 모습에...전 환호를 했지요 ㅎㅎ 하지만 곧 문전박대 당하는 준형이.... 현승이를 기다리면서... 늘 뚜벅이 였던 준형이가 차도 한대 뽑았네요 ㅎㅎ 자신의 얼굴을 기억 못하는 현승이를 보며 무너지는 준형이에... 제 가슴이 무너지
는것 같았어요 ㅠㅠ 하지만 마지막 진심을 담아 그동안 하지 못했던 고백을 하는 준형이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었네요 ㅎㅎ 정말 마지막 부분은 10분정도 계속 그 부분만 보았을 정도로요 ㅎㅎㅎ 삭제된 내용도 궁금하네요. ㅎㅎ 늘 최선을 다해 연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26일 생일이시라던데.... 축하드려요 ㅎㅎ 저희 부모님 결혼기념일이랑 날짜가 같아서 놀랐답니다.ㅎㅎ 다시한번 생일 축하드리고 다음편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준형이가 현승이를 찾아갔을때 준형이를 알아보지못하는모습를보고 준형이가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이안가요. 그렇게 보고싶어하던 준형이를 알아보지못한 현승이도안타깝고..준형이의 진심이 현승이에게 닿기까지 정말 오랜시간이 걸렸어요.그만큼 현승이도,준형이도 많이상처받았는데 준형이의 진심어린고백이 현승이에게 닿았으니 두아이들에게 좋은일만 생길거라 믿어요T^T 잘보고가요 다음편도기대할게요!작가님 메리크리스마스!
정말 로맨스가 필요해를 보기위해 다음카페웹을 수백번 들어왔던 것 같아요~ 아직 2주가 지나지도 않았는데도 말이죠. 이렇게 오랜만에 본 글에서 준형과 현승의 재회라니 너무 좋네요~ 역시 서휘님은 저를 실망시키않으시네요!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아참 그리고 미리 생일 축하드립니다~
분량이 정말 엄청나네요!! 항상 잘 보고갑니다, 메리 크리스마스되세요:D
생일 미리축하드려요!!!그나저나 이번편 너무 슬퍼요ㅠㅠ읽다가 눈물이 찡..옛날엔 준형이는 언제 고생하져?^^이랬는데 막상 그러니까..빨리 다시 얘기했음 좋겠고 답답하고 막 그랬어요ㅠ근데 감사합니다는 저도 심쿵...상상치도 못했던 반응이였어요....얼마나 낙담했을까ㅠㅠ그래도 로맨스가 다다음편부터 시작된다니 다행이에요ㅠㅠ그토록 기다리던 로맨스!!둘다 여태껏 너무 힘들기만 했어요ㅠ진짜 오랜만에 보는 로필인데도 좋녜요ㅠ역시..그리고 마지막 고백부분...하ㅠㅠ좋아요ㅠㅠㅠㅠ드디어 로맨스의 시작이 오는건가요ㅠㅠ오랜만에 복습 쭉 한번 해볼까요..?!ㅋㅋ어쨋든 잘읽고가요!!서휘님 메리크리스마스 되세용~><!!
기다히고 기다리던 로필이T^T!! 읽고 읽으면서 내려가지 않는 스크롤에 대단히 감탄을 했답니당*.* 아프고 아팠을 두 사람에게도 이제 해뜰 날이 오는건가요ㅜㅜ 준형이를 못 알아본 현승이 때문에 괜히 심장 떨려했네요. 준형이는 얼마나 놀랐을지... 준형이의 진심이 드디어, 현승이에게 전달되었네요. 현승이는 어떻게 반응을 할지, 준형이는 또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ㅠ_ㅠ 두준이의 말에도 불구하고 현승이에게 달려간 준형이의 모습을 생각하니 괜시리 미소를 짓게 되네요:) 애잔하고 슬펐음에도 이제 조금씩 가까워져가는 둘의 모습에 기대를 해봅니다! 서휘님, 늦은 시각까지 수고하셨습니다! 크리스마스 잘 보내시고, 생일도 미리 축하
드립니다!! 이틀 연달아 행복하게 보내셨으면 하네요. 히히 아무튼 이번편도 너무 잘봤습니다!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서휘님 화이팅!!:)
와.. 분량이 왠만한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만큼 방대하네요. 이걸 어떻게 쓰셨을지 짐작이 되질 않아요... 정말 대단하세요..!!
세상에 이런 비극이 있나... 그렇게 오매불망 그리워했는데 알아보질 못한다니... 오늘따라 마지막에 두준이가 했던 말이 너무 매정하게 느껴지네요. 과연 잊고 싶어서 현승이가 잊은 걸까요. 이 말을 현승이가 못들어서 다행이네요. 마지막에 드디어 준형이를 앛아봤을 때 현승인 어떤 감정에 휩싸였을까요? 원망?, 기쁨? 어떤 감정으로도 표현하질 못했을 거에요. 그만큼 힘들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더욱 그리워했으니까요...
다음 편도 기대할게요~!
준형오빠..결국 이렇게 좋아한다고말할꺼면서.,.상처도주고 먼길로빙돌아온것같아서 안탁깝네요...ㅠㅠ현승오빠가 못알아볼때.. 정말 한편으로는 너무놀래면서도 아팠을것같은데..진짜그저 안탁깝다는말밖에않나오는것 같아요..현승오빠의반응이 너무궁금해요..잘되겠죠..?잘되겠죠...잘..될꺼야..!!!으어ㅓ 다음화도기대할께요><♥
※미리생일축하드리시구 메리크리스마스!!!!♥♥♥
헐.드디어고백이라니ㅜㅜㅜㅠㅠ아내가다설레네요ㅜㅜㅜ헝ㅜㅜㅜㅜ담편도완전기대할게요!
두사람 그렇게 먼길을 돌면서 자꾸 멀어지는것만 반복하더니..진짜 준형이때문에 미치겠어요ㅜㅜ준형이가 현승이가 건네준 6년전의 생일선물을 이제야 발견하고는..시계선물의 의미를 알아차리고..또 그 쪽지를 보고는 용기내서 망설임도 없이 현승이를 보기위해 두준이의 집에 찾아갔는데 자꾸 밀어내기만하던 현승이인데 마지막에 준형이가 딱!!고백을 해버리는데..진짜 완전 설레게~다음편도 기다리겠습니다!!서휘님도 크리스마스 잘 보내세요~생일 미리 축하드려요~~
정말 엄청난 시간을 돌아서 서로의 앞에 도착했네요.준형이가 드디어 한발을 더 내딛어서 현승이 앞에 도착했는데 현승이는 준형이 얼굴을 잊어버린후네요...
오랜만에 만난 현승이가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할까, 표정을 지을까 짧은시간안에 수만가지 생각을 했을텐데 자신을 못 알아보는 현승이를 마주한 준형이의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조차 가지않네요.. 이제서야 현승이가 준형이 얼굴을 수백장씩 그리고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울던 장면이 가슴에 콕콕 박히는건 왤까요ㅠㅠ 사람의 얼굴을 잊어버린다는게 이렇게 슬픈일인줄..처음에 시작할때만 하더라고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말이죠.
이제 차차 두사람이 긴 시간을 돌아온 이유를 알 수 있겠죠.. 준형이가 자신을 탓하고 선을 긋고 상처를 주고 받고서라도 감추고 싶었던 진실이 무엇일지 너무 궁금해요ㅠㅠ 현승이와 준형이의 곯은 가슴이 이젠 사랑으로 덮어지길 바래요!!ㅠㅠ 드디어 로필에 로맨스!!!!가 시작!!된다니요ㅠㅠ 이. 얼마나 바라고 바랬던 순간입니까!!ㅋㅋ다음회에 준형이가 밀려나느라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인 현승이를 보듬어 주었으면 좋겠어요ㅜㅜ 이번편도 잘 읽고 가구요, 다음편도 열쒸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작가님~ 메리크리스마스& 미리 해피벌쓰데이!!♥3♥입니다ㅎㅎ
애절해죽겠네요ㅠㅠ 이제라도 서로사랑하길! 다음편도 기다릴게요! 지금 딱 12월26일 12시네요! 생일 축하드려요♥
진짜 왜이렇게 슬퍼요ㅋㅋ..25편부터 로맨스가 시작하면 이제 달달한 모습 볼 수 있는건가요? 헝... 오늘도 역시 재밌게 잘봤어요♡ 해피벌스데이입니다요 ♥ 다음편도 기대할게용
호우....이제슬슬이어질랑가여......잘이어지면좋으겠네요ㅠㅠㅠㅠㅠ엉엉 ㅠㅠㅠㅠ둘이너무아팠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제는아프지말기.ㅜㅜㅜㅜㅜ엉엉 ㅠㅜㅜㅜ 정말잘읽었습니다 주일날을기다릴게요!, ㅋㅋㅋㅋㅋ 아그리고 오늘 생신?생일? 축하드려요!!,♡ 처음으로 챙겨드리네요~ ㅋㅋㅋ 앞으로도계속 쭉쭉 연재하시면서 저도 쭉쭉같이달리고!! 탄생일축하해드리고!! 할게영 ㅋㅋㅌㅌ 오늘하루 행복하게보내세요~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XD♬
이제 드디어 준형이와 현승이의 달달한 모습을 볼 수있는 건가요ㅠㅠ드디어ㅠㅠㅠㅠ둘이 너무 많이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ㅠㅠㅠ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우선 서휘님 생일 축하드려요!! 크리스마스 다음날이면 오늘이 생일이네요 진심으로 축하드려요ㅎㅎ 얼마 안남았지만 그래도 행복한 생일이 되면 좋겠네여ㅎㅎ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두사람의 재회인데 왜캐 슬프죠? 두사람이 마주치면...현승이가 준형이를 몰라보면 어쩌누 했는데...준형이를 몰라보고 지나쳣네요....ㅠㅠ 준형이가 얼마나 충격이었을지.....20년 넘게 함께했던 현승이가...언제나 자신 곁에서 자신만 보던 현승이가 자기 곁에 없는것도 아프고 그런데 자길 몰라보니 얼마나 충격이었을까요ㅠㅠ 두준이한테 미안하지만 현승이가 준형이 곁으로 갔으면 좋겠네여...현승이도 준형일 잊지도 못하고 속으로만 삼켜냈던 마음을
준형이를 만나자마자 눈물로 쏟아내는거 보니까...두사람이 너무 애틋하고 그러네요ㅠㅠㅠ 두사람의 재회를 기다리고 기대도 했는데 이렇게 애틋하면 저는 우러요ㅠㅠㅠㅠ 브금도 보고싶다 멜로디가 잔잔하게 흘러나오니까 더 배가 되는거 같아요ㅠㅠㅠ 다음편이 너무 기다려지네요....드디어 준형이도 마음 깊은 곳에 숨겼던 진심을 고백하고....두사람이 어찌되는지 궁금합니다ㅠㅠ 다음편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서휘님 다시한번 생일 축하드립니다!!
어우 이번분량짱인데 서휘님 힘드셧겟어요ㅜㅜ거기다가 방금다읽어서 생일축하도 제때못해드리고ㅜㅜ 늦엇지만 생일축하드랴요 지금 길게못써서 속상한데 생일축하 놓쳐서 엉엉울고싶어요 용현이들 만나서 기쁜데 현승이가 제대로 못알아봐서 슬프고ㅜㅜ어째서 이런시련이../눈물/ 얼른 로맨스도보고싶고 텍파도 받고싶네요..다시한번♥생일축하♥드리고 다음편 기다리고잇을게요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립니다! 항상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하구요ㅠㅠ 드디어 준형이가 자신의 마음을 현승이에게 고백했는데 마음이 아픈 이유는 뭘까요ㅠㅠ 준형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현승이를 볼 때 정말..ㅠㅠ 준형이는 얼마나 충격이 컸을까요 준형이가 힘들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만큼 현승이도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이번편도 잘 읽었구요~ 다음편도 기대하고 있을게요!
너무 늦게 읽은 것 같아요 이번 편 너무 아련하고 슬퍼서 보면서 가슴이 그냥 찡하더라구요 드디어 기다리던 로맨스가 시작된다니 두준두준합니당 ㅋㅋ! 제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준형이와 현승이가... 항상 고생하십니다ㅠ서휘님!
흑흑 이제 외로움 끝인건가요 으~~~ 기대합니다 작가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