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가 좀 되었지만 이번 기회에 생각이 나서 두 곳을 다녀온 이야기 함께 시작합니다.
서울과 대구 원거리연애 커플인지라 이런저런 모텔들에 묵게 됩니다.
그래서 까페에서 얻은 지식과 정보들이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사실 제 그분은 모텔에 가서 관계인들과 눈맞추고 이야기할 일이 뭐가 있냐,
책정된 일정 금액이 합리적이면 지불하고 얌전히 들어가서 잘 자고 쉬고 나오면 되는거라고 말하곤 합니다.
어떤 불편이 있어도 소심하게 참는 쪽이죠 ^^
회원분들의 선입견보다는 업소 관계자님들께 참고가 되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쓰니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길동 티파니.
어느 일요일 저녁 11시 좀 넘어서 특식 숙박을 했는데요.
카운터에 친절하신 남자분께서 할인혜택 주시고
정겨운 추억속의 물건 같은 일반 VHS 비디오 테입들 몇개 안고 들어가서
또 그렇게 나름대로 정겨운 아날로그 맛이 있는 지글대는 영화 화면과 앙증맞은 TV로 몇편의 영화를 봅니다.
특실이라고 하기엔 좀 서러울 정도로 아주 좁은 객실에 꽉꽉 맞추어 넣은 느낌입니다.
객실에 따라서 판에 찍어놓듯이 정확한 넓이가 아닐 수도 있겠지 구조상 오늘은 우리가 운이 없어서 비좁은 모퉁이 특실을 배정받은 거겠지 하면서 소심하게 참는 커플이거든요.
간단하고 아담한 월풀욕조가 있고 PC는 침대에 누워서 옆으로 살짝 팔을 누이면 마우스 작동이 가능할 정도로 가깝게 마주보고 있습니다.
비가 내리는 밤이었는데 공기가 답답할 정도로 밀폐된 눅눅하고 담배냄새가 좀 남아있었죠.
침대머리 벽 저편에서는 선명한 러브러브 소리가 마치 산부인과 분만실을 연상케 했고요
아...길동의 대부분의 모텔 분위기가 이런거구나 교훈삼고 얌전히 피곤을 자장가삼아 취침하기로 했습니다.
월풀을 사용하거나 하면 대부분이 욕조안에서 씻고 물을 빼면서 동시에 샤워로 헹구고 나오기 때문에
욕조 바깥 욕실 타일 바닥위에는 그다지 많은 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물이 잘 빠지지 않고 배수구 주변으로 고여서 발바닥이 잠길 정도가 되는겁니다.
안에서 뭔가가 막혔는지 약간의 이물질들도 섞여서 다시 넘쳐 오르더군요.
다시 발을 헹구고 방으로 돌아와 잊어버렸습니다.
시간이 흘러 늦은 새벽쯤 화장실 용변때문에 다시 욕실에 들어서는데요, 헉....배수구 주변에 희고 가느다란 무엇인가가 고인물과 함께 둥둥 떠나니는 겁니다.
자다가 깬 멍한 눈으로 저는 처음에 그게 까페라떼 빨대인줄 알았습니다 ^^;
왜 커피를 먹었으면 휴지통에 버리란 말이야, 화장실에서 커피를 먹고 그래....
제 그분에게 잔소리를 하며 빨대를 손으로 집어들고서야 너무 놀라버렸죠. 작은 주사기 몸통이었습니다.
그 후로 아침까지 우리 두 사람은 이 주사기의 용도와 내용물에 얽힌 수천수만가지의 소설을 서로 나누다가
가득한 찜찜함만 뒤로 하고 부랴부랴 퇴실을 했죠.
티파니 측의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배수구에 쳐넣고 막히지 않을거라고 자신한 실사용자들의 불찰이겠죠?
하지만 다시 방문하려니 조금은 겁이 납니다.
길동이나 천호동 일대에도 모텔촌이 꽤 조성되어 있는데, 첫발에 센거부터 한방 맞아서 앞으로는 어찌해야 할지 망설여집니다.
아무튼 황당한 추억속의 티파니였습니다.
방이동 첼로.
방이동의 모텔촌은 오래전부터 즐겨 찾던 곳입니다.
어느 곳으로 가야 하나 간판들은 너무 많아서 항상 방황하던 차에 인터넷으로 이곳 저곳의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참 좋았는데요.
첼로는 특실과 일반실 모두 사용해 봤습니다.
저희가 사용했던 특실에는 월풀, 스팀사우나, DVD, 프린터기, PC, 전자렌지, 성인용품자판기(김치냉장고보다 큼), 프로젝션TV, 간이세면대, 미니바형 책상(식탁 또는 업무 대용으로 가능). 공기청정기 있었고
일반실 스팀사우나, 일반욕조, DVD, PC 가 있더군요.
특실의 넓이는 위에 열거된 가구(?)들 탓에 일반적 타 업소의 특실보다 조금 작게 보입니다. 큰 차이를 느낄 수는 없어요.
일반실의 넓이는 너무 좁아서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제 생각으로는 욕실안에다 별도로 화장실변기 공간을 두느라고 면적을 많이 할애한 탓인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월풀보다는 스팀사우나를 좋아합니다. 겨울철 찬바람에 거칠어진 피부는 스팀사우나를 쏘여주면 정말 좋죠.
물론 첼로에도 스팀사우나는 있습니다.
스팀사우나는 욕실 내에 독립된 부스를 두고(첼로의 변기화장실처럼) 그 안에서 가동을 시켜야 온도도 잘 가열되고 스팀의 제 효과를 볼 수도 있는데요.
첼로에는 부스가 없고 그냥 욕실 안에 덜렁 스팀사우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니깐 즉, ON을 하면 욕실 전체를 덮이는 격이 되는거죠. 스팀도 제대로 쏘일 수 없거니와 적정한 온도가 되기 전에 30분짜리 타이머는 꺼지기가 일쑤입니다.
처음 묵었던 특실은 욕실이 길다랗고 커서 월풀욕조도 있고 하니 부스 만들 공간이 없겠거니(여기서 또 소심한 커플 특기 나오죠) 했는데요
그 넓은 욕실을 스팀사우나의 증기로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또 일반실의 욕실에도 일반 욕조 위에 그냥 덩그라니 스위치만 있고 부스 없습니다.
원거리커플, 그것도 소심한 커플이라 전국의 여러 모텔들 소심하게 다녀보는데요, 부스가 없는 스팀사우나는 첼로가 전국을 통털어 처음입니다.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첼로의 일반실 욕조 위에 있는 스팀사우나에서는 녹물이 계속 흘러나왔습니다.
욕조가 밝은 색이니 프림 한스푼 반정도 넣은 커피같은 색의 녹물이 욕조로 떨어져 고이는 것이 잘 보입니다.
현관이나 화장대 주변에는 벽이 갈라져서 벽지가 뜯어진채로 벌려 있기도 하고요.
소심한 커플? 그래서 욕실바닥에서 간단하게 샤워만 하고, 세수하고 김밥먹고 놀다가 왔습니다.
첼로의 가장 큰 장점은 무난하게 청결한 것과, 회원에게 부여하는 시간혜택인 것 같은데요.
제 경우에 첼로만 이용하는 이유는...차로 놓고 택시를 이용할 때, 현대 I-PARK 건물에서 바로 주차장 뒤로 넘어 들어갈 수 있어서 좋아요.
골목 가운데 있거나 초입에 있으면 먹자골목을 휘집고 걸어 가야 하거나, 뻘쭘하게 이집 저집을 지나와야 하는데, 이곳의 위치적 편의가 어쩔수 없게 첼로만을 다시 또 가게 만드는 것 같네요.
방이동 지역이 계속해서 리모델로 투자하여 가격을 새단장하는 부티크형 모텔이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첼로가 중저가 업소의 절약형 모델로 그 명맥을 유지해나가는 걸까 싶어 조금 아쉬워집니다.
물론 어느 지역이든 제휴업소들이 가격면이나 회원혜택에 연관된 장단점이 있겠죠.
그런데 모든 분들이 나름의 단골과 즐겨찾는 편안함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는 것은 그곳에 대한 신뢰와 내 집같은 청결한 기억들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원님들의 허다한 불편들과 황당한 제각각 기호들에 모두 맞춰주실 수는 없겠지만
녹물이 나오거나 벽지가 뜯어지고 미스테리한 주사기를 남겨두는 배수구 뚜러뻥 정도는 기본적으로 청결하게 해 주셔야 할 요소라고 생각드는군요.
어차피 계속 원거리커플입니다. 그러니 또 금새 어느 모텔이든 부푼 꿈을 안고 들르게 될 것입니다.
기분 좋고 편안한 시간이 될 수 있게 다음 번 방문에서는 좋은 기억 안고 돌아갈 수 있엇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오~ 유려한 언변이 돋보이는 후기네요. 잘 읽었습니다. 천호동과 길동에도 찾아보면 보석과도 같은 곳이 한군데씩 있답니다. 시설면에서는 조금 떨어질지는 모르지만 나름 괜찮은 곳이 있사오니 첫경험의 실패를 발판삼아 다시 한번 도전하셔도 나쁘지는 않을꺼 같네요.
아니;;;;; 우째서 주사기가 ㅡ,ㅡ;;; 혹시 마약....??? 크에게에게에게게게에겍!!!! 저도 천호동 근처 삽니다만... 마약딜러는 아직 본적이... 내가 너무 빈티나서 안파는건가 ㅠㅠ ㅋㅋ 암튼 주사기... 무셥네요;; 후기 잘 보아습니다^^* 완전 자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