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잉~~~~~
구멍 세 개를 모두 뚫었다.
드릴 팁을 바꾸고 구멍들을 연결...
조심스럽게 조각난 뼈를 들어낸다.
붉은 피가 싸악 배어나오는 Dura...
측두부 쪽에 작은 incision을 넣으니 검붉은 핏덩이가 삐져나온다.
Dura scissor를 조심스럽게 집어 넣은 후 빙 돌리고 나니 핏덩이들이 옆으로 흐르며 위로 봉곳이 솟는다.
자, 이제 시작이다.
조금은 과감하게 그러나 조심조심 핏덩이들을 제거하기 시작하며 전진한다.
드디어 Brain의 유미색 덩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점점 끝이 가까워짐을 느낀다.
대충 바깥쪽의 덩이들을 제거하고 이제 Superior saggital sinus (SSS)의 옆으로 깔린 놈들을 제거하기 시작한다.
Interhemispheric fissure로 빠져 들어간 놈들을 조심스럽게 제거하면 끝이다.
조금만 제거하고 Saline irrigation으로 밑에 놈들을 파 내고 덮으면 끝.
SSS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한 발 한 발...
윽!!!
갑자기 수술시야가 검붉은 피로 범벅이 된다.
석션! (아니 Assist가 레지가 아니지... 쓰파...)
혼자 왼손으로 석션을 들이대고 오른손으로는 급히 Cottonoid를 덮어간다.
(쓰파... 이거 어디서 나오는거야?)
혹시라도 inferior saggital sinus에서 새는거 아닐까 하며 초조함이 더해간다.
(이거 다 해놓고 좆되겠네... 아 죽겠네...)
준종합의 과장이라 누굴 부를 수도 없고... 죽겠구만...
잠시후 “O과장, 혈압 떨어지네... 피 준비했나? BP 80이야...”
(아 쓰파. 그냥 대충 좀 주시지...)
“피 납니다. SSS 같은데, 혈압 좀 낮게 잠깐만 유지해 주세요.”
말은 했지만, 거의 좆됐다는 느낌이다.
(드뎌 내 생애 최초의 Table death를 기록하는구나...)
별생각이 다 지나간다.
보호자, 마누라, 끌려다니다시피 하는 초췌한 내모습...
워닝? 좆또다. 그게 암만 쎄게 해도 수술실에서 죽어 나가는데 먹히나...
나중에 안 거지만 무지 짧은 시간동안 무지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로 석션 팁을 빼 버리고 울컥이는 핏덩이 속으로 석션 호수를 쑤욱 넣었다.
잠깐의 순간동안 피가 사라지며 SSS 옆탱이에 작은 구멍이 보인다.
(저거다!)
반사적으로 cottonoid를 쳐박고 손가락으로 살짝 누른다.
(이제 어쩐다... 뭘로 막지? 젤폼? 아비텐?)
“아비텐 줘봐!” “아니 젤폼 좀 큰걸로!”
일단 틀어 막았다.
(그래도 베인이니까 좀 기다려 보자)
“마취과장님, 혈압은요? 피 들어가나요?”
“100/60. NS하고 피하고 때려 부었어. 빨리 끝내기나 해... 그런데 살아 나가는 거야?”
“잠깐 기다려 보게요”
잠깐이었겠지만 천당과 지옥을 몇 번은 왔다갔다 한 것 같다.
그나저나 멈춰야 할 건데...
한참을 더 누르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떼어 보았다.
다행히 진정된 것 같다.
(이제 어떻게 마무리 한다...)
젤폼이 조금 눅눅해졌다.
일단 bipolar coagulator로 좀 지지고...
“레이오 듀라 조금만 줘봐. 1.5×1.5 정도로 잘라서...”
한땀 한땀 꿰맨다. 듀라 플랩과 Falx 사이를... 팽팽하게...
간신히 끝내고 지켜본다.
“Irrigation"
살살 뿌리며 다시 새나 안새나 본다...
초조...
5분동안 지켜 보다가...
“마취과장님, 혈압좀 올려줘 보세요. 150정도로요. 잠깐만요.”
괜찮다. 안샌다.
주변정리 한다.
쓰파 그동안 안보였던 Brain edema가 보인다.
(언제 이렇게 부었지? 덕분에 새는 곳 Compression은 확실히 되겠네...)
“닫읍시다.”
탈의실에 앉아 깊은 담배 한모금을 뿜는다.
새벽 4시 반.
한시 반에 콜을 받았으니, 그래도 꽤 일찍 끝났네...
Acute SDH는 정말 싫다...
미적거리며 안 할 수도 없고...
잘해봐야 본전이고...
환자 CT 다시 확인하고 ICU 정리되는 거 보고 보호자 설명 하고 나면
쓰파, 또 한 한시간 자고 나서 출근해야겠네...
그래도 피식 웃는다.
또 한계단을 올라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