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동윤 한국달리는 의사들 회장
▲ 한시민이 빙판길로 변한 서울 혜화역 인근 거리를 걷다 미끄러지고 있다. / 조선DB |
빙판길 위에서는 남여노소가 차별이 없다. 누구나 '우지끈 꽈당!'하고 넘어지는 순간, 모든 것이 부상사고로 변한다. 눈이 오고 녹고 다시 바람에 얼고 또 눈이 오고 얼기를 반복하는 강추위에서는 젊다고 봐주는 법이 없다. 겨울철 관절부상은 젊은이도 방심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멋을 즐길 수 있는 하이힐 차림으로 외출했다가 넘어져 발목을 삔 사람, 스키나 스노보드나 스키, 혹은 달리기 같은 겨울 운동을 즐기다 무릎이나 손목 관절이 부상하는 사람 등 겨울에 관절 부상으로 고생하는 젊은이가 의외로 많다. 겨울철 입원환자 중 20~30대 환자가 25%를 차지하며, 손상 부위별로는 무릎이 42%로 가장 많고, 부위는 어깨, 다리, 발목 순이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젊은이라 관절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도 있고 부상 후에는 젊은이라 오히려 더 주의해야 할 사항들도 있다. 춥다고 두꺼운 옷을 고집하면 관절운동이 방해를 받고 유연성이 떨어져 생각지 않게 넘어취하면 주의력이 떨어지고 몸의 균형을 잡기 힘들어지고, 스스로 균형을 잡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한 상태에서는 사고 후 대처도 빠른 시간 안에 이뤄지기 힘들어 넘어지기 쉽다. 또 야외에서 조깅이나 걷기 등의 운동을 할 때는 밑바닥이 넓고 발목이 잠기는 트레일화나 겨울용 운동화를 신는 것이 좋다.
노면이 얼어있거나 서리가 맺혀있으면 타이어와의 마찰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자전거의 브레이크가 잘 작동되지 않는다. 갑자기 방향을 틀거나 브레이크를 잡을 때 미끄러지기 쉽다. 꼭 자전거를 타야 한다면 헬멧과 손목-무릎 보호대를 착용하고 밤엔 전조등을 켜고 빙판을 피해 제설조치가 된 이면도로가 아니라 큰 도로로 운전해야 한다.
겨울에 젊은 사람들의 관절 부상이 늘어나는 이유는 첫째, 춥지 않은 계절에 부상을 당한 뒤 활동이 많은 청년기라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다가 겨울에 증세가 악화돼 병원을 찾았거나 둘째, 무리한 다이어트로 관절이 약해진 사람이 증가하거나 셋째, 무리한 겨울스포츠 활동으로 관절이 손상됐기 때문 등으로 분석된다. 관절의 연골이나 인대는 아주 미세한 손상이라도 완전히 아물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젊을수록 이런 가벼운 손상을 무시하고 그냥 무리하여 부상 부위에서 붓기가 빠졌다고 곧바로 관절에 손상을 주는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는 말이다. 정말이다. 젊은이일수록 몸이 하는 소리를 가벼이 듣고 무리한 행동을 하기 쉽기 때문이다.
관절의 통증과 부은 증상은 느껴지거나 보이지만 관절 내부의 상처는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젊은 사람들은 통증이 가시거나 눈에 보이는 증상만 사라지면 다시 하이힐을 신거나 운동을 해 관절에 계속적으로 충격을 준다. 다 낫기 전에 지속적으로 관절에 충격을 주면 20~30대 환자 중 일부는 퇴행성관절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진다.
예전에는 발목을 삐면 붓기가 빠져도 관절을 완전히 낫게 하기 위해 깁스를 4주 동안 하도록 권했지만 최근에는 너무 오랫동안 운동을 하지 않으면 체중이 약해진 관절에 부담을 주게 되므로 붓기가 빠지고 통증이 사라지면 일상생활은 하도록 권하고 있다. 특히 젊은이는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곧바로 무리한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삐거나 인대가 늘어나는 등의 부상 직후에는 1주일 정도 운동이나 하이힐 착용을 삼간다. 통증이 가라앉으면 관절부위의 힘줄과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단계적으로, 꾸준히 한다. 기온이 낮은 계절에는 초기에 약물 및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집에서 운동과 찜질 등을 병행하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밤이나 이른 아침마다 관절 부위에 온찜질을 20~30분씩 온찜질을 하고, 아프다고 꼼짝 않고 누워지내는 것보다 어떤 식으로든 움직이는 것이 좋다.
관절 부위가 심하게 아프면서 뻣뻣하게 열이 없는 경우엔 온찜질, 붓거나 후끈거리면서 발갛게 부으면 냉찜질을 한다. 냉찜질은 종이컵에 물을 부어 얼려뒀다가 아픈 부위에 5∼7분 문지르면 된다. 온찜질은 물수건이나 찜질팩으로 30분정도 누르는데 물수건이 너무 뜨거우면 실핏줄이 터지므로 다른 수건으로 두 겹 정도 싸서 사용한다.
일어나기가 힘들 정도이면 허벅지에 약 10초 동안 힘을 준 다음 다리 힘을 빼는 운동을 수시로 한다. 움직일 수 있다면 관절에 부상을 입었을 때는 평지가 아니라 수영이나 물에서 걷거나 팔다리를 움직이는 수중체조 등으로 살이 찌지 않도록 신경 쓴다. 몸무게가 5㎏ 늘면 무릎관절은 걸어 다닐 때 20㎏, 계단을 오를 땐 35㎏의 하중을 더 받는다. 계속적으로 통증이 남아있거나 관절에 이물감이 느껴지면 겨울에는 지체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