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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처마와 눈꼽채기 창 스크랩 목수, 그 애처로운 이름
선과 추천 0 조회 181 06.09.07 05:08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이른 새벽 목재소의 풍경

이제 목수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아직 여명이라 그런지 달님이 여태 떠있네요

 

 

 

목재 저장고 겸 목수 치목장

요즘 목재소들 중에 고객유치를 위해

비가 와도 일을 할 수 있는 치목장과 숙식까지도 제공해주는 곳들이 더러 있습니다.

목수들에겐 여러가지로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목재의 보존이 아주 용이하지요

 

 

야외 간이 치목장

목재소에서 켜논 나무들이 목수들을 반깁니다.

부디 좋은 집을 지어주시길 하고 말입니다.^^

한참 폭염 속이라 차광막을 쳐놓았습니다.

 

 

일을 하려면 우선 연장을 챙겨야죠

목수들의 애마, 더블캡입니다. 이놈은 아무리 험한 길도 마다하지 않는 사륜구동입니다.

목수 팀엔 이런 차만 세대입니다.

집짓는 대목들에겐 가장 소중하면서도 큰 짐이 바로 연장입니다.

적재함에 연장박스가 있는데도 뒷좌석까지 온통 연장투성입니다.

이곳 말고 다른 곳에도 작은 차엔 싣지도 못하는 콘테이너 연장박스가 두 개나 더 있으니 짐작이 가지요^^

 

 

기둥감입니다.

사각기둥과 목재소에서 켜놓은 팔각, 그리고 팔각을 깍아만든 원기둥입니다.

목재소에선 원기둥은 보통 팔각으로 켜주고 직경이 제법 굵은 기둥은 16각, 32각으로도 켜주기도 하고

기계설비를 갖춰 비용을 추가하여 아예 원형으로도 만들어주는 곳도 더러 있습니다.

한옥에서 목재의 규격을 말할 때 그 단위를 재적(材積)이라 하는데

아직도 현장에선 흔히 일본말인 '사이'라는 말로 많이 쓰입니다.

우리말로 많이 순화를 한다곤 하지만 쉽게 바뀌지 않고 있네요

1재(사이)는 가로와 세로로 1치(寸)와 1치(寸) 그리고 12자(약360cm) 길이의 각재를 말합니다.

(1자(尺)는 약 30.303cm인데 1자=10치(寸), 1치=10푼(分)입니다)

 

그런데 각기둥에 비해 원기둥은 나무재적수가 많이 듭니다.

무슨 말인고 하면 가령 직경 1자(약30.303cm)의 기둥을 세우고자 할 때 

원기둥은 면이 둥글다 보니 각기둥에 비해 꽤나 가늘어보이겠지요

그러니 원기둥을 쓰려면 각기둥보다는 아무래도 치수를 좀 굵게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나무를 다루는 시간도 원기둥이 좀 까다롭겠지요

 

그리고 이 기둥들의 모양에는 몇가지 뜻이 담겨 있습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이치를 담아

권위적인 건축물(궁궐의 정전이나 사찰의 건물)들에는 둥근 기둥에 둥근 도리를 쓰고

일반 민가에는 각기둥과 각도리를 사용하기도 하며

또 원은 하늘, 사각은 땅, 팔각은 사람을 뜻하는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의 사상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의 건물은 진천보탑사의 수각(水閣)인데

기둥을 삼등분으로 나누어 밑에서부터 사각,팔각,원형으로 만들어 삼재의 뜻을 담아놓았네요.

 

 

 

 

 

기둥에 십반먹놓기.

목재소에서 팔각으로 제재를 해놓은 기둥의 한쪽면에 

정해놓은 치수에 맞춰 중심점을 찍어 원을 그리고

기역자로 가로 세로 직각의 십자선(십반먹)을 긋고

반대쪽 면에도 먼저 그어놓은 세로먹의 수직에 맞추어 똑같이 십반먹을 놓습니다.

 

 

그리곤 원기둥으로 만드는데 기계대패로 깍고 손대패로 깨끗이 마감질을 합니다.

붉은 조끼 목수님이 기계대패로 깍아서 넘겨주니 파란수건 목수님이 손대패질을 합니다.

 

 

기계대패와 손대패입니다.

 

 

대패질을 하면 대팻밥이 나오지요

왼쪽 것은 기계대패 것이고 오른쪽은 손대패질에서 나온 것입니다.

보기에도 확연히 들어나지만 고속의 기계대패에서 나온 것보다 손대팻밥이 훨씬 자연스럽지요

예전 손대패로만 작업을 하던 시절엔 목수들이 나무에 대한 안목이 저절로 생겼습니다.

손대패로 나무를 깍으려면 나무의 결이나 옹이 같은 걸 잘 살피고 나무의 질을 잘 느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무의 결이 험하게 들고 일어나 나무에 흠이 생겨버리지요

근데 기계대패는 워낙 고속이다 보니 어지간한 엇결도 밀어버리니

아무래도 나무를 살피는 훈련이 부족하게 됩니다.

목수의 부친이 손대패질하시는 걸 보면 손에 눈이 달린 것처럼 하셨지요^^

 

 

 

자동일면대패로 정해진 칫수를 조절하여 나무를 밀어넣어 대패질을 합니다.

목수의 연장 중 덩치가 제일 큰 것들로 왼쪽은 수압대패, 오른쪽은 자동일면대패(일명 데우시)입니다.

 

한옥을 짓기 위한 나무들은 서로 짜맞추는 것이라 각각의 면이 모두 직각으로 다듬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한옥목수 소리를 제대로 들으려면 우선 제재해놓은 나무 하나 하나를

제일 곧은 한 면을 살펴서 그 면을 기준으로 먹을 튕겨

기역자로 직각을 잡아가며 정한 치수대로 대패질을 합니다.

수많은 부재들을 하나 하나 그렇게 작업을 하려니 손이 많이 걸리게 마련입니다.

 

이러한 작업을 아주 효율적이고 균일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위 기계들입니다.

우선 수압대패(손으로 위와 옆면을 눌러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수압대패라 합니다.)에

각진 목재의 한면을 깍고 다시 그 옆면을 직각이 되게 깍습니다.

그리고는 자동일면대패의 치수조절레바를 각 부재의 정한 치수대로 조정하여

미리 각을 잡은 면을 아래로 하여 밀어넣으면 됩니다.

일일이 먹을 놓지 않고  각을 잡고 또 같은 부재는 미리 맞추어놓은 치수대로 집어넣어 깍으니

시간도 줄이고 각 부재의 치수를 균일하게 만들 수 있겠지요

 

 

자동일면대패에 나무를 깍는 모습.

대팻날이 위쪽 한군데만 있어 일면대패라 하는데 이면과 사면대패도 있습니다.

가격들이 상당하지만 한옥목수에겐 일면대패가 제격입니다.

 

 

서까래를 깍는 모습

서까래는 과중한 지붕의 무게를 버텨내야 하기 때문에 굵은 나무를 켜지 않고

정해놓은 치수와 비슷한 원목을 깍아서 만드는데

원목의 굵기가 일정치가 않으므로 우선 홈대패로 불필요한 부분들을 쳐냅니다.

 

 

그리곤 기계대패로 적당히 배불림을 주며 깍고 손대패로 마감을 하지요

한옥의 기둥이나 서까래는 그냥 같은 굵기로 하지 않고 적당히 배흘림이나 배불림을 주어 깍습니다.

왜냐하면 같은 굵기로 만들어놓으면

사람 눈의 착시현상으로 인해 빈약해보이는 현상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암튼 여러가지로 한옥의 부재들은 다듬는데 손이 많이 갑니다.^^

 

 

남들 휴가 다닌다고 온 고속도로 막히고 있을 무렵

비올 때 탱탱 쉬다가 제일 더운 날들 목수들 일한다고 땀 좀 뺐네요

우리 홍목수 등짝을 보니 하도 애처로워 온통 땀에 절은 모습 살짝 담았습니다.

이렇게 땀을 빼고도 밥을 먹니 못먹니 하고 살아가는 우리 목수네 살이가 새삼 그렇네요^^

 

 

쏟아지는 폭염 속

줄줄 흐르는 땀에 절고 목도 타고 어지간한 목수의 심사도 이쯤되면...

술도가에서 전주 조금 사다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물 좀 타서

가끔 마음을 달랩니다..

캬~. 이 맛을 아실런지요^^

각자 컵도 각색이라 이름 안새겨도 되겠네요

(왼쪽 대병엔 든 것은 술아니고 얼려놓았던 물입니다. 오해마시길..)

 

 

목수들 일할 땐 보통 휴대폰은 무용지물입니다.

각자 기계 한대씩 들고 윙웡거리면 벨소리건 진동이건 전화받기가 어렵습니다.

가끔은 깜박하고 밤새 걸어놓기도 하지요^^

 

 

기계대패 날갈기.

연장이 좋아야 좋은 집을 짓겠지요

아무리 바빠도 날은 갈아가면서 합니다.

 

 

긴 나무 잣대 위 300지점에 갑자기 사마귀 한마리 출현

잠시 쉬었다 하라고 그런가 싶네요^^

 

 

녀석이 달리기 솜씨를 뽐내고 싶은가 봅니다.^^ 600고지 찍고

 

 

900고지를 넘어

 

 

1200까지도 탈환하고

 

 

2400을 넘었습니다. 곤충육상대회라도 보내야 할까보네요^^

 

 

 

 

목수들 나무 깍는 사이 이목수 혼자 새로 지을 곳의 구건물 해체하러 하루 다녔왔습니다.

기존의 평대문을 해체하고 새로 행랑채가 딸린 솟을 대문을 세우기로 되어 있습니다.

작업은 회사의 인부들을 데리고 하였는데 이날도 어찌나 덥던지 먹은 물이 족히 한말은 되지 싶네요^^

 

 

다시 일은 시작되고 ...

홈대패로 길게 평고대 홈을 파는 작업

 

 

주두만들기-큰 원형톱으로 각도를 주어 나무를 길이방향으로 켜는 작업

 

 

부연도 다듬고

 

 

땀 흘린 보람들이 어느 정도 쌓였네요

 

 

목재훈증

보존전문업체에서 나와 벌레가 생기지 않도록 다듬어 놓은 부재들을 모조리 덮어 씌워 안에다 약재처리를 했습니다.

 

 

 

목수들이 나무를 깍고 난 부산물들

파내고 잘라내고 한 것들인데 게중에 도마감도 보이네요

가끔 현장에서 부탁을 받고 도마 한 두개는 만들어 드리곤 하는데

정작 목수집에 가보면 도마가 제일 부실합니다.^^

 

 

어느새 목수의 하루도 이렇게 끝이 나고 목재소에 어둠이 찾아드네요.

휘영청 떠있는 보름달에 목수들 맘도 싱숭생숭.....

 

 

하루 내 절은 몸뚱아리 씻어내고 땀에 절은 옷가지들 손수 빨아서 널지요

목수들에겐 아무데고 걸칠만하면 빨랫줄이 됩니다.

날이 워낙 더워 빨래 하난 잘 마르데요^^

 

 

저녁식사 후 밥해주는 노모 퇴근하고 난 자리

라면 한 봉 터서 소주 한 잔에 도란도란 앉았네요

삼겹살도 먹고 전어회도 먹고 잘 지냈는데

하필 찍어 논 장면이 이렇네요

(식구들 보면 도편수 짠돌이라 욕하겄네요 ㅡㅠㅡ)

 

 

못다한 이야기가 절절합니다만 다음을 기약하며

마음에 묵은 찌꺼기들 훨훨 타오르는 불길 속에 털어버리고

또 밝아올 하루를 맞이하기 위해 고단했던 몸뚱아리 조용히 누입니다.

목수, 그 애처로운 이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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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6.09.06 08:30

    첫댓글 못다한 이야기는 담에 듣겠습니다. 전 뭘 만드는 걸 좋아해서...목수를 보면 그저 신기하기만 하던데....그들의 삶속으로 들어가지 않고는 아무도 그를 모릅니다.

  • 06.09.06 08:42

    느낌이 남는 좋은 글이네요. 고된 노동이겠지만 나무를 만지는 직업은 참 신성해보입니다.

  • 06.09.06 11:46

    마지막 어둠을 사르는 불길 속에 목수, 그 애처럽고 고단한 이름들의 하루가 잦아드는 듯해 오래 눈길을 보냅니다..삶의 곤고함과 치열함에 숙연해집니다.

  • 06.09.06 12:05

    건축가를 평소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요. 우리의 전통 목수이신 대목 분들도 계속 그 기술과 혜안이 전승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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