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39)씨는 하루 여섯 번이 넘게 양치질을 하는데도 입 냄새가 심해서 걱정이다. 위에 문제가 있나 싶어 위내시경도 받아 보고, 치주 질환 때문인가 싶어서 치과 검진도 받아 봤으나 이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양치질을 하던 중 목구멍에서 밥풀보다 조금 큰 흰 알갱이가 튀어 나온 것을 발견했다.
알갱이를 들고 치과에 달려갔으나 치아에는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고, 치과의사의 권고로 이비인후과에 갔다. 주치의는 이씨에게 “편도에 오랜 기간 결석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의외의 진단을 내렸다.
- ▲ 눈으로 보이지 않는 편도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편도결석은 이비인후과에서 압출해 빼낼 수 있다.(사진=뉴연세이비인후과)
편도결석은 음식물 찌꺼기가 쌓인 것
거울 앞에 서서 입을 크게 벌려 보자. 늘어진 목젖의 양 옆 주름진 벽이 편도다. 편도는 코와 입으로 들어오는 세균을 방어하는 면역기관이다. 보통 편도라고 통칭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혀 안쪽에 위치한 편도와 목젖 양 옆에 튀어나온 구개편도, 입천장의 인두편도로 나뉜다.
편도에는 ‘편도음와’라고 불리는 작고 깊은 구멍이 있는데, 우리가 음식을 삼킬 때 이 구멍 안으로 찌꺼기가 걸리기도 한다. 이런 찌꺼기가 쌓이면 결석이 된다. 다른 결석이 단단한 것과 달리 편도결석은 말랑말랑하다. 보통 0.5mm 정도 크기인 연한 노란색의 밥풀 크기인데, 1.5cm가 넘는 거대결석도 있다.
입에서 똥냄새 난다고 호소하기도
주로 만성편도염에 잘 걸리는 사람, 비염이나 축농증이 있는 사람에게 잘 생긴다. 염증 때문에 편도가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다 보면 편도음와의 크기가 커지기 때문이다. 편도결석이 생기면 본인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심한구취가 난다.
“입에서 똥냄새가 난다”거나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침을 삼킬 때 목에 뭔가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들거나, 목이 간지럽고 아프기도 하다. 가래를 뱉거나 기침할 때, 구역질이 날 때 결석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젓가락으로 빼내려는 시도는 금물
바깥쪽에 있는 편도결석은 입을 ‘아’하고 벌렸을 때 흰색 이물질이 육안으로도 쉽게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이것을 젓가락이나 면봉으로 빼내려고 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는 금물이다. 결석을 정확하고 깔끔하게 제거하기는 쉽지 않으면서, 꺼내려는 과정에서 구강 내부나 편도가 긁혀 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상이 느껴지면 이비인후과를 찾아가 구강검진과 인후두내시경 검사로 결석인지 확인하자.
편도결석으로 확인되면 병원에서는 후두내시경을 보면서 기계로 결석을 빨아들이거나 결석을 압출하는 치료를 한다. 입안 깊숙하게 기기를 넣을 경우 구역질이 날 수 있기 때문에 국소마취를 하기도 한다. 결석을 제거한 후에도 계속 생긴다면 편도를 잘라내는 수술을 할 수 있다.
"어린이 편도, 함부로 잘라내면 면역 저하돼"
겨울방학, 편도절제수술 할까 말까?
편도선 면역기능 3~4세 가장 활발 중고생 이상 수술해도 문제없어
겨울방학 동안 편도절제수술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대학병원들의 경우 10월까지 하루 평균 1~2건이던 편도절제수술이 요즘은 하루 5~6건 수준이다. 수술 관련 문의도 크게 늘었다.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가 1996부터 2008년까지 시행한 5만2360건의 수술을 분석한 결과 편도절제수술이 1만261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계절별로는 겨울(12~2월) 40%, 여름(6~8월) 27%로 방학 때에 집중됐다.
편도절제수술 예약 환자의 70% 이상은 편도선이 자주 붓는 초등학교 어린이들. 이 때문에 편도절제수술과 포경수술은 대표적인 '어린이 방학수술'로 꼽히곤 한다.
- ▲ 편도절제수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구강 내부를 검사하는 모습.
하지만 흔한 수술이긴 하지만 편도절제수술에 대해 부모들은 무척 민감하다. 수술 상담이나 예약 때 "수술해도 아이가 크는데 지장 없느냐"는 질문을 빼놓지 않는다.
편도선(구개편도)은 혀 양측에 있는 것으로 입을 통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세균 등을 방어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몸을 지키는 '최전방 초소'의 하나인 셈이다. 이 때문에 세균 접촉이 잦은 편도선은 잘 붓거나 염증을 일으킨다.
편도선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무조건 절제 수술을 하지는 않는다. 편도선이 세균에 감염돼 붓고 열이 나면 초기에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항생제를 투여한다. 문제는 편도선이 습관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다. 그러면 편도가 비대해져 잦은 목 감기,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성장장애, 축농증, 중이염에 의한 난청, 비염, 주걱턱 등을 불러올 수 있다. 또 어른들도 목감기를 자주 앓고, 코골이나 입냄새의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편도선이 1년에 4~5회 이상 붓는 사람은 수술해야 할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이정권 교수는 "꼭 그렇지는 않다. 어른과 달리 어린이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편도를 제거하면 면역기능 저하라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편도선은 어린이들에게는 중요한 면역기능을 담당한다. 이는 3~4세 어린이에게 가장 활발하다가 8~9세 이후에는 현저하게 줄어든다. 어른들의 경우 편도선의 면역기능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중고생 이상의 청소년들이나 어른들은 반복되는 편도선 염증으로 인한 편도 비대를 수술해도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3~4세 이전에는 편도절제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유아 때 감기에 자주 걸린다고 편도선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명확한 의학적 근거가 없다.
초등학생들의 경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만 수술하는 것이 원칙이다. 편도절제수술을 하지 않았을 때 생길 수 있는 항생제 과다 투여에 의한 부작용이나 성장장애 같은 문제점과 편도절제수술로 생길 수 있는 면역기능의 저하를 비교해 얻는 것이 더 많다고 판단될 때는 수술을 고려한다. 이 때문에 '어느 병원에선 수술하자고 하고, 또 다른 병원에선 하지 말자고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비인후과학회는 이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정해 놓고 있다.
▲1년에 4회 이상 항생제를 먹어야 할 정도로 고열을 동반한 편도염이 자주 발생될 때 ▲소아 축농증이 동반돼 치료해도 좋아지지 않을 때 ▲중이염이 반복해서 생기거나 난청이 심할 때 ▲심하게 코를 골거나 수면무호흡증, 부정교합이 발생할 때 ▲호흡곤란이나 침을 삼키기 어려운 때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정하고 있다.
편도선염에 자주 걸리는 어린이들의 경우 편도절제수술을 받으면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미국 뉴욕주립대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재발성 편도선염으로 수술 받은 92명(평균 연령 10.6세)의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수술 6개월 후부터 아이들의 호흡을 편하게 하고, 더 잘 먹고, 잘 삼키고, 행동이 편해졌다. 또 감염 등 다른 질환에 걸리는 사례도 줄어든 반면, 학습 능력은 높아졌다.
편도절제수술은 보통 전신 마취를 한 뒤 입 안으로 기구를 넣거나 레이저를 이용한다. 하루 입원 후 다음 날 퇴원한다. 축농증이 심하거나 중이염이 있으면 편도 절제와 아울러 이들 질환에 대한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수술 후에는 죽 등 부드러운 유동식을 5~7일쯤 먹어야 하며, 수술 부위의 상처가 다 아물기까지는 약 2주쯤 걸린다.